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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죽었다.” 몇년 간격으로 발표되는 권여선의 소설들을 비정기적으로 따라읽고 있었던 나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을 이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언니를 잃은 후 다언과 엄마의 삶은 망가진다. 다언에게 언니 해언은 내용 없이 텅 빈 형식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자기 신체의 아름다움을 우연히 해변에서 주운 예쁘장한 자갈 정도로 취급’하고, ‘어린애처럼 무심하고 무욕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속옷을 잘 챙겨입지 않는 부주의함으로 엄마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몹시 드물고 귀하게’ 예뻤던 ‘나’의 언니. 그러한 언니가 죽은 후 엄마는 죽은 언니의 이름을 혜은으로 개명하는 데 집착하고 다언 역시 방황하다가 언니에 가깝게 얼굴을 고쳐나가는 것에 몰두한다. 가족의 죽음은 원래 극복될 수 없다. 더구나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그날 언니의 행적은 미스터리가 되어 다언의 머릿속에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언니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던 두명의 남자 한만우와 신정준, 목격자로 나선 윤태림과 다언의 선배 상
씨네21 추천도서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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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어도, 이 영화가 끝나도 어딘가에서 이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역시 그렇다.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살았던 아버지의 15년 만의 부고, 어른이 되어 이제 부모의 보살핌 같은 것은 필요 없지만 장녀 사치는 마지막 인사를 위해 장례식장을 찾고 거기서 아버지가 남긴 또 다른 동생 스즈를 만난다. 갈 곳이 없어진 스즈에게 사치가 “우리와 함께 갈래?”라고 손을 내미는 데서 시작했던 만화가 어느덧 완결이다. 2006년 만화잡지 <월간 플라워스>에서 시작된 연재가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에 마무리되었고, 한국에서는 1권이 2009년 출간되었으니 10년 만의 완간이다. 가족이 되어 가마쿠라에서 함께 살며 조금씩 앞을 향해 걸어갔던 자매들의 이야기와 이별할 생각을 하니 아쉽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새 친구를 사귀거나
씨네21 추천도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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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의 집은 방이 여럿이었다. 우지는 차림이 깔끔했다. 오기가 눈을 떴다. 그 무렵에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개들이 너무 짖지 않는다. 남편은 제조사 담당자와 통화하고 있다. 유는 갓 부서 배치를 받은 진에게 자신을 유능한 대리라고 소개했다. 뜨거운 걸 잘 마시면 처복이 있다.
편혜영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소설 앞 문장을 이어봤다. 다른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처한 불운은 색이 다르지만 첫 문장을 이어보니 이것이 모두 하나의 선 위에 놓인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소설들의 첫 문장을 읽는 일은 불쑥 남의 정원, 남의 안방, 남의 서재로 한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것은 무례하지만 남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에게 갑자기 닥친 불운과 그것의 연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되짚어봐도 도무지 알 수 없이 엉망이 되어가는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편혜영은 이 책에 원래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다고 한다. “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은
씨네21 추천도서 <소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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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는 ‘0년 전 당신은’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아침마다 부탁도 안 했는데 몇년 전 내가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여준다. 몇년 전 발췌해두었던 글을 얼마 전 페이스북이 다시 보여주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번 북엔즈에서 소개하는 소설 중 일부였다. 권여선의 <무릎> 중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문장이었다. 당시 얼마나 비관주의에 빠져 있었던 건지 모르겠는데, 그 문장이 실린 소설을 이번에 다시 읽으며 불행한 나날 속에서 그럼에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꿋꿋함을 발견했다. 살인사건에서 시작한 <레몬>은 그 여파로 망가진 삶들을 보여주지만 불행만을 포착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점차 레몬의 빛을 발견해간다. 오랜 간격을 두고 연재되었던 소설인 만큼 삶과 희망의 의미를 터무니없이 제시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찬찬히 꺼내 보여서 더욱 미더운 소설이다. 편혜영의 소설집 <소년이로>에는 8편의 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5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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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자료를 찾다보면 남자주인공을 캡처해 보정한 사진들을 자주 접한다. 얼굴이 가무잡잡한 40대 모 배우는 밀가루 같은 피부에 귤색 입술을 하고 온라인을 떠돈다. 그의 혼백이라 해도 그처럼 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무튼. tvN <그녀의 사생활>이 다루는 덕후의 세계에서 “보정은 사랑”이란다. 미술관 큐레이터 성덕미(박민영)는 업무가 끝나면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 사진을 찍는 ‘홈마’(홈마스터)로 활동한다. ‘가짜 연애’라는 단서를 달고 만나던 신임 관장 라이언 골드(김재욱)에 대한 마음도 ‘덕질’을 하다 깨닫는다. 덕미는 카메라에 찍힌 관장의 사진을 뽀얗게 보정하다 화들짝 놀란다. “널 보정했어요”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확증이다.
덕미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유사연애 감정을 거래하는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로 보고 양쪽의 상도덕을 말할 만큼 분별력 있는 인물이다. 또한 보정한 작업물을 일반 팬에게 배포하는 ‘홈마’의 위치는 일정 부분 창작자이며 유통자를 겸한다.
[TVIEW] <그녀의 사생활>, 보정과 왜곡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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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제작 스튜디오앤뉴 / 감독 이정호 / 출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 배급 NEW / 개봉 6월 예정
인천 앞바다에서 사체가 발견되자 경찰은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를 긴급 투입시킨다. 본능과 감으로 범인을 추적하던 한수는 결정적인 단서를 쥔 정보원 춘배(전혜진)와 위험한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믿는 강력반의 2인자 민태(유재명)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수의 수사 방식에 반대하고 , 그의 우려처럼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지며 점점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완성도로 2005년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오르페브르 36번가>(2004)를 원작으로 한 영화 <비스트>는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에 휘말린 형사를 다룬 정통 스릴러물이다. <방황하는 칼날>(2013)의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과 결이 다른 긴장감을 선보일
[Coming Soon] <비스트>,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에 휘말린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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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배역을 연기한 것, 포스터에 이름이 올라간 것, 화보를 촬영한 것 모두 다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겸손과 달리, 배우 장혜진은 베테랑이다. 연극무대와 여러 영화의 조·단역을 거쳐 최근 <우리들>(2015), <어른도감>(2017)과 같은 일련의 한국 독립영화에서 중년의 초상을 견고하고 생활감 넘치게 그려낸 그녀다. 올해 세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에서 장혜진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이, 그리고 멀리 뛰어올랐다. 가난한 가장 기택(송강호)의 부인인 충숙(장혜진)은 해머던지기 선수였던 이력과는 한참 동떨어진 뜨개질과 피자 박스 납품을 통해 가족의 최소 생계를 유지 중이다. 적어도 끼니는 굶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득바득 소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여자, 충숙은 전원 백수 가족의 마지막 안전핀 같은 존재다.
-<기생충>의 1, 2차 예고편 모두 충숙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기생충> 장혜진 - 산뜻한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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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한 날 아침, 홍경표 촬영감독을 잠에서 깨워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이 어떤 인물인지 대뜸 물었다. 보안 서약이 떠올랐는지 홍 촬영감독은 “기정은… 송강호 딸이야”라고 말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송강호와 나란히 서서 표지를 촬영하는 박소담을 보니 송강호와 어딘가 닮아 보이기도 하고, 안 닮아 보이기도 하고. 이 얘기를 들은 박소담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족인데요, 뭘”이라고 활짝 웃었다. 기정은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 부부의 딸이자 기우(최우식)의 동생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박소담 배우가 최우식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송강호 선배, (최)우식 오빠가 출연하기로 결정됐을 때 감독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극중 오빠(최우식)를 만날 계획이니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와달라고 하셨다. 감독님을 뵙자마자 감독님이 나와 우식 오빠 둘이 나란히 붙어보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으셨다. 얼마 전 감독님이 사진을 보내주면서
<기생충> 박소담 - 퍼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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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은 <기생충> 제작발표회에서 <부산행>(2016)과 <옥자>(2017)보다 역할이 커졌다는 말을 하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생충>에서 큰 역할을 맡아 긴장이 된다”고 했다. 덕분에 행사 내내 선배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에게 “<기생충>은 우리 중 최우식 분량이 가장 많은 영화”라며 애정 섞인 놀림을 받았다. 네티즌의 열렬한 호감을 얻은 그의 ‘동공이 흔들리고 목에 땀이 흐르는’ 모습은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행여나 말실수를 할까 걱정된다며 수시로 영화 관계자들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제부터 편안하게 얘기하겠다”는 그는 데뷔 9년차 배우 같지 않다. 정제된 화려함보다 친근한 매력으로 호감을 얻은 그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품고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
<기생충> 최우식, “영화 보면 놀라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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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걸>(2014)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배우 조여정이 <기생충>에서 맡은 연교라는 캐릭터는 순수해서 남편을 잘 믿고 또 그에 발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향한 맹목적인 교육열을 불태우는 여느 평범한 엄마의 마음을 지닌,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잘나가는 기업 CEO의 교양 넘치는 아내. 물론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그녀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현재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녀에게 분명히 달라도 뭔가 확연히 다를 거라 예측되는 이번 역할의 분위기를 캐물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가 정식으로 나오기 직전에 감독님과 가볍게 미팅을 했다. 만나자마자 “두 아이의 엄마인데 괜찮겠냐”고 물으시기에 정말 그걸 물어보려고 만나자고 한 거냐고 내가 오히려 반문했다. “저야 당연히 아무 상관이 없죠. 실제로 제 또래 사람들이 학부모인데”라고 답했다
<기생충> 조여정 - 완전한 충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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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봉준호 감독과 첫 촬영, 칸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이어지면서 <기생충>은 베테랑 배우 이선균에게도 낯설고 새로운 긴장을 많이 선사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월드 안에서 보자면 이선균은 기존에 없던 카드다. 봉준호 감독이 찍으며 즐거웠다고 말한, 고급 세단 안의 이선균의 옆모습, 세련된 신흥 재벌 박 사장의 모습은 봉준호 감독에게도 사뭇 새로운 묘사다. “<살인의 추억>(2003)을 좋아했다”는 이선균은 “심플한데 먹먹하고 기괴함이 담긴 놀라운 시나리오, 마치 찰리 채플린의 표정 같은 희비극”이라고 <기생충>을 설명한다.
-아직까지 봉준호 감독과 작업한 적 없다는 게 오히려 의외라고 해야 할까.
=봉 감독님은 했던 분들과 주로 하셔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접어왔다. 캐스팅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때도 큰 기대는 안 했었다. 여러 배우 중 한명으로 물망에 오른 거겠지, 애써 태연한 척했는데도 심장은 두근거
<기생충> 이선균 - 좁디좁은 인간 연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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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의 두만이 시대의 공기를 담는다면, <기생충>의 기택은 이 시대의 환경을 담는다.” 인터뷰 내내 송강호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건, 그것이 환경이라면 <기생충>은 부자를 부자로 만들고, 빈자를 빈자일 수밖에 없게 하는 한국 사회 속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동선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짐작된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가족 전체가 백수인 집안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는 “연체동물”의 유연함을 배운 기택은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지금, 여기’의 환경을 표상하는 인물일 것이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돌아온 송강호를 만났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살인의 추억>(2003)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나 구성이 비슷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혀 다
<기생충> 송강호 - 연체동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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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개봉 5월 30일)이 현재 열리고 있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5월 21일(현지시각)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재 <기생충>은 알려진 줄거리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네 식구 모두 백수라 생계가 막막한 기택(송강호) 가족과 역시 똑같은 가족 구성인 신흥 재벌 박 사장(이선균) 가족,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두 가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 집에 과외하러 갔다가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4월 22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여섯 배우를 한자리에 모았다. 다음장부터 이들의 흥미진진한 봉준호 월드의 작업기가 펼쳐진다.
<기생충>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 - 어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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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악인전> 그 XX, 연쇄 할인마요.
[정훈이 만화] <악인전> 그 XX, 연쇄 할인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