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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정정훈 촬영감독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때 그는 자신이 촬영하고 있는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던져주었다.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이고, 근미래의 LA가 배경이며, 호텔 한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스릴러 장르라는 게 그것이다.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감독 드루 피어스)는 깨끗한 물을 요구하는 폭동이 일어나는 2028년 LA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여러 범죄자들이 아르테미스 호텔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스릴러다. 이곳은 호텔이 아니다. 주인공인 간호사(조디 포스터)가 마피아 보스 울프킹의 지원을 받아 22년 동안 운영하며 범죄자를 치료해온 비밀 병원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관객이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지루해하지 않게 안내하고, 그가 설계한 빛은 어두운 공간을 섬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일본 도쿄에서 신작 <디 어스퀘이크 버드>(The Earthquake Bird,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정정훈 촬영감독의 <호텔 아르테미스>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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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 급성장하는 산업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정책이 현장의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어주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을 전문가 못지않게 잘 아는 관료가 필요하다. 리 푸엉 중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는 베트남 영화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손색없어 보인다. 그는 하노이국립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베트남 영화잡지 기자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1991~2002년) 2003년 베트남 영화국에 들어가 현재까지 정책, 행정 등 영화 현장에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 푸엉 중 부국장은 베트남 영화산업의 잠재력을 더 끄집어내기 위해 관련 법안 개정안을 내려 하고, 더 많은 영화학도들을 해외로 유학보내려 하며,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지난 7월18일 베트남영화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났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의 눈빛은 반짝반짝
[베트남영화②] 리 푸엉 중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 - 베트남 영화산업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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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는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을 총집결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해 4월 베트남 개봉 당시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영화 O.S.T <사랑은 용서하는 것이다>(Yêu Là “Tha Thu”)는 유튜브에서 무려 조회 수 1억건을 돌파했으며,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스타가 됐다. 17살 고등학생 린단(까이띠 응우옌)은 자신의 친구와 눈이 맞은 전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37살 삼촌 호앙(키우 민 투안)에게 접근하고, 반강제로 계약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1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관객의 사랑까지 두루 받으며 베트남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불량소녀>의 레 탄 손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범죄 액션물이었던 <클래쉬>(2009)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어떻게 하이틴 로맨스물을 찍게 됐나.
=제작사로부터 몇개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액션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불량소녀>도 있었다.
[베트남영화①] <불량소녀> 레 탄 손 감독 - 달라진 베트남의 매력을 영화로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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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뿐만이 아니다. 최근 베트남 영화산업이 급격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극장도, 자국영화 제작 편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해외, 특히 한국 영화인들과의 공동 제작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처럼 베트남영화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베트남에서는 어떤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을까. 마침 이 궁금증을 풀어줄 베트남 영화인들이 지난 7월 18일과 19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된 베트남영화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가 베트남영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과 베트남의 영화산업 교류를 확대하며, 쉽게 접하기 힘든 베트남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리 푸엉 중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과 자신의 영화 <불량소녀>를 들고 한국을 찾은 레 탄 손 감독을 각각 만나 베트남 영화산업의 현재를
베트남영화는 성장하고 있다 ①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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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예전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이주헌_ 20년 전에 권형진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에 연출부로 들어간 적이 있다. 결국 영화가 무산되어서 아쉽게 헤어졌지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권 감독님은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처럼 드라마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감독님의 <트럭>(2007)이나 <함정>(2015) 같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긴장감이 남다르시다. 시나리오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정확한 멘토링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거름을 주셨으니 이제 잘 키워야 한다.
=권형진_ 워낙 베테랑이고 시나리오도 탄탄해서 사실 별로 조언할 것도 없다. 만나면 주로 즐겁게 수다를 떤다. 멘토 중에 내가 제일 편할 것 같다. (웃음)
-멘토로서 권형진 감독이 본인과 잘 맞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면.
이주헌_ 만날 때마다 회를 사주신다! (웃음) 권형진 감독님은 연출자
[G-시네마 시나리오 쇼케이스③] <재판> 이주헌 작가×권형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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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을 멘토로 희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신춘_ 최근에 재미있게 본 영화가 <동주>(2015)였다. 시나리오의 짜임새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는 분이니 사실 고민하지도 않고 골랐다. 멘토로 참여한 감독님들 중 누가 되었어도 기뻤겠지만 <밤도망>의 부족한 지점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주실 것 같았다.
-3개월 동안 멘토링을 이어간다. 지난 6월에 처음 만나고 몇 차례 수정을 거쳤을 텐데 초고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최신춘_ 개별 장면의 자잘한 수정보다 일단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신연식 감독님이 해준 말씀 중에 감독은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조언이 와닿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나침반을 잘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인물이 억지로 움직이는 것 같으니 동선을 생각해보라고 해주셨다. 이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감독의 이미지는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
[G-시네마 시나리오 쇼케이스②] <밤도망> 최신춘 작가×신연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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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작가는 윤제균 감독을 1지망으로 꼽았다고 들었다.
=김준_ ‘몇 백편이 있는데 내가 되겠어?’ 하는 심정으로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솔직히 안 내려고 했는데 멘토에 윤제균 감독님이 있어서 지원했다. 빈말이 아니라 나는 윤제균 감독님 때문에 영화과를 들어갔다. 입학 면접 볼 때 다들 어려운 예술영화들을 말하는데 나는 <색즉시공>(2002)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때 반응이 장난 아니었다. (일동 폭소) 어릴 적 수술을 막 마쳤던 사촌 형이랑 <낭만자객>(2003)을 봤는데 웃다가 봉합이 뜯어진 기억도 있다.
=윤제균_ 잘 찾아보면 이렇게 마니아들이 있다!
-이번 멘토링을 통해 가장 크게 도움받은 지점이 있다면.
김준_ 시나리오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피드백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시나리오 하나로 여러 조언을 받다보면 오히려 길을 잃기도 한다. 윤제균 감독님과 함께해서 가장 든든한 건 이 이야기가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G-시네마 시나리오 쇼케이스①] <뚱스> 김준 작가×윤제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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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다양성영화 시나리오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이 함께하는 이번 행사는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기획·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나리오를 모으고 선정하는 것에 그친 여타 공모전과 달리 이번 기획개발지원사업은 문자 그대로 개발과 지원 부분을 좀더 특화했다. 영화계 키플레이어들을 멘토로 선정해 선정된 작가들과 장기간 멘토링 과정을 거친다는 게 차별화된 지점이다. 응모된 수백편의 시나리오 중 본심 선정작으로 15편이 추려지고 멘토들이 2~3편씩 맡아 시나리오 개발을 도울 예정이다. 3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멘토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쇼케이스를 통해 시나리오 개발의 중간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김준 작가의 <뚱스>, 최신춘 작가의 <밤도망>, 이주헌 작가의 <재판>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공개했다
G-시네마 다양성영화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사업 쇼케이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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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을 앞두고 스탭들과 함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서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 교육 중 P&G의 <여자답게>(Like a Girl) 캠페인 영상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여지없이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어왔다. 2015년 칸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3분짜리 영상은 미국 사회 내 어느 순간 조롱과 모욕의 언사가 되어버린 “여자애처럼”이란 표현에 대해 인식 전환을 일으키는 놀라운 작품이다. 감독은 모델로 선 젊은 성인 남녀에게 “여자애처럼 달리고, 공을 던지고, 싸워보라”고 주문하고, 대부분이 연약하고 우스꽝스럽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이 실제 어린 소녀들에게 “여자애처럼” 행동해보라고 주문했을 때, 그녀들은 있는 힘껏 달리고, 팔이 떨어져라 공을 던지고, 무서운 얼굴로 망설임 없이 주먹과 발을 휘둘러 공격한다. 그렇게 진짜 여자애다운 행동은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 자신답게 움직이는 것뿐이라는 것을 실제 소녀들이 멋지게 증명해
진짜 여자애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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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디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크린 속 7월의 엄마는 홀리 헌터다. <인크레더블2>의 일라스티걸 목소리 연기를 한 그는 <빅 식>에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딸(조 카잔)을 돌보러 달려왔다가 말로만 듣던 딸의 몹쓸 전 남자친구(쿠마일 난지아니)와 마주치는 엄마 베스다. 홀리 헌터와 레이 모라노가 연기하는 부부는, 중반 등장 이후 이 사랑영화를 주인공 커플로부터 탈취하다시피 한다. 배우 특유의 알사탕을 볼에서 굴리는 듯한 발성, 안경 너머로 탐색하는 듯한 눈, 거구의 남편 주변을 맴돌며 지휘하는 단호함. 베스는 자식을 보호하려는 결연한 의지로 깃을 세운 작고 야무진 새 같다. 그리고 최고의 엄마로서 그가 지닌 힘은 자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딸에게 상처를 준 쿠마일을 탐탁지 않아 하던 베스는, 막상 그가 공연하는 코미디 클럽의 어느 인종주의자 청중이 “ISIS로 돌아가라!” 며 야유하자 육탄전을 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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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중산층 가족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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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크레더블2>는 시대의 욕망을 잘 포장하고 상품화할 줄 아는 영리한 영화다. 생각해보면 픽사의 거의 모든 영화들이 그랬다. <토이 스토리>(1995)는 키덜트들의 향수를 공략했고 <니모를 찾아서>(2003)는 반려동물과 환경 문제를 연계시킨다. 2004년 <인크레더블>은 중산층 붕괴, 실직과 생계의 피로 등 당대 미국의 침체된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얼핏 세상을 뒤집는 역발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픽사의 상상력은 항상 속도조절을 해왔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온건한 권유 정도랄까. 물론 서 있는 시점이 바뀌면 풍경도 바뀐다. 다만 사실 그건 거울에 상이 거꾸로 비친 것일 뿐 픽사의 세계관과 구도는 언제나 익숙함을 전제로 해왔다. <인크레더블2>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해 캐릭터를 세팅하고 남녀의 위치를 전환시키지만 내막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훨씬 보수적이
<인크레더블2>, 픽사의 온건한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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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연, 전시들이 올여름에도 관객을 찾아온다. 뮤지컬 <시카고> <프랑켄슈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은 이미 여러 번 무대에 올려져 원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 여기에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영화 <약속>의 원작이었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좀비영화 <이블 데드>를 호러 코미디로 각색한 뮤지컬 <이블 데드>도 무대에 올랐다.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 탄생 80주년 기념 전시 <은하철도 999_갤럭시 오디세이: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블록 전시 <브릭포 키즈>와 같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시 역시 눈여겨봐야 할 전시들이다. 위의 공연과 전시들은 매월 문화가 있는 날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htt
[문화가 있는 날] 다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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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가수들이 고양이로 변신한다. 7월20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화되는 뮤지컬 <캣츠>에 이안 맥켈런,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출연한다”고 전했다. 이안 맥켈런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 <엑스맨> 시리즈의 매그니토 등을 연기한 관록의 배우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의 유명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여자 가수상을 2회 수상한 유명 가수 겸 배우다. 그녀는 2010년 <발렌타인 데이>, 2014년 <더 기버: 기억전달자>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캣츠>는 1980년 초연한 뮤지컬로 미국의 유명 문학가 T.S 엘리엇의 연작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했다. 고양이들의 축제, 젤라클 축제에서 천상으로 올라가 살게 될 고양이를 선발한다는 내용으로 매혹적인 고양이, 선지자 고양이, 부자 고양이 등 여러 캐릭
이안 맥켈런, 테일러 스위프트, 영화화되는 뮤지컬 <캣츠>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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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식>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직 주목하지 않았던 미개척 영역이 있고, 그곳에서 여전히 좋은 로맨스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한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대 남자와 백인 여성이 사랑에 빠지고, 잠시 헤어졌던 두 사람이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한쪽의 ‘혼수상태’였다는 스토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더 심해진 인종차별이나 중동권의 여성 혐오적인 문화를 자연스럽게 영화에 끌어들인다. 알고 보면 더욱 영화를 흥미롭고 로맨틱하게 즐길 수 있는 <빅 식>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보았다.
주인공 배우가 직접 겪은 실화
2012년 드라마 <걸스> 시사회 참석을 위해 남서부 종합 음악 축제를 찾은 주드 애파토우는 팟캐스트 방송 <유 메이드 잇 위어드>에 출연한다. 이 방송에 함께 게스트로 출연하며 배우 겸 작가 쿠마일 난지아니와 친해진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접한다. 바로 2006년 그가 시카고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하던 당시 상담치료사가 되
실화를 로맨스영화로 만들기까지 <빅 식>의 뒷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