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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했네. (웃음)” 차지현 AD406 대표와 인터뷰 하기 전에 그의 친동생인 배우 차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차태현은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형이 제작자로서 충무로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차지현 대표는 방송 음향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충무로에 들어가 창립작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2012)를 시작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끝까지 간다>(2013), <사랑하기 때문에> (2016), <반드시 잡는다>(2017) 등 개성 있는 영화들을 제작해왔다. 그런 그가 올해 제작한 영화 <목격자>는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등 맹수들이 즐비했던 올해 여름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252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으며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차 대표를 만나 ‘배우 차태현의 형’이
<목격자> 제작한 차지현 AD406 대표, "여름 언제라도 개봉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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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스 게임>의 리듬은 이상하게 둔하다. 영화의 단선적인 구조가 지나치게 뻣뻣해 에런 소킨의 결연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이런 구성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봐도 인상이 크게 바뀌진 않는다. 질주해 나가는 서사엔 소킨의 인장이 여기저기 찍혀 있건만 전체 구조로 보자면 민첩하기보다는 강직해서 영화가 외려 평평해 보인다. 각종 업계의 생태와 시스템의 속성을 속사포 같은 대사로 탁월하게 묘사해내는 그의 재능은 몰리 블룸(제시카 채스테인)의 포커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소킨은 질주하던 영화를 계속해서 불러세워 몰리의 윤리적인 면모를 웅변하듯 변론한다. 그러니 이상하다.
<몰리스 게임>의 일차적인 유희는 몰리가 전문가다운 솜씨로 포커판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빠르고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건 연출작으로도 다시 한번 입증해내는 소킨의 기술전일 뿐, 스스로는 그것에 사활을 걸진 않는 것 같다. 카드가 도
<몰리스 게임>엔 왜 질탕한 놀이판이 깔려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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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VR>의 채수응 감독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이하 베니스영화제)에 한국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진출해 가상현실(VR) 경쟁부문에서 ‘최고 VR 경험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무려 20여년 전인 17살 무렵, <씨네21>과 인터뷰한 경험(1998년 <씨네21> 174호 특집 ‘영화를 만드는 아이들’ 기사에 1회 청소년영상페스티벌 수상자로 소개되었다)이 있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겠다”던 ‘영화 꿈나무’는 어느덧 성장하여 미래 기술 VR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VR과 영화의 접목 가능성을 최전방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를 만나 <버디 VR>을 연출하게 된 사연과 앞으로의 비전을 함께 들어봤다(그가 미국에서 경험했던 시각특수효과(VFX) 분야에 관한 이야기는 <씨네21> 1100호 특집 ‘국내 최고 VFX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미래의 시각효과기술’ 기사에서도 볼 수
<버디 VR> 채수응 감독 - VR의 상호작용성이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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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시스터스라 불러도 될까? <컨저링> 시리즈 내내 워렌 부부 곁을 떠나지 않고 서성이던 악령의 실체를 다룬 스핀오프영화 <더 넌>의 주인공 아이린 수녀 역의 타이사 파미가는 <컨저링>의 로레인을 연기한 베라 파미가의 동생이다. 코린 하디 감독은 인터뷰에서 “아이린을 연기할 최고의 배우가 하필 타이사 파미가였을 뿐, 언니의 후광 때문에 캐스팅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파미가가 연기하는 아이린은 종신서원 전의 예비 수녀다. 1952년, 루마니아의 성 카르타 수녀원에서 벌어진 수녀의 자살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버크 신부(데미안 비치르)와 아이린 수녀를 지목해서 파견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악령으로 뒤덮인 수도원에 도착한 아이린은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용감하다. 타이사의 언니 베라가 그녀에게 해준 조언은 “촬영장에서 돌아오면 항상 집 안을 밝게 하고 창문을 열어두라”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또 자매인 두 배우의 연결고리는 <더 넌>
<더 넌> 타이사 파미가 - 호러의 신선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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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항상 이야기에 목마르다. 영화계는 좋은 이야기를 발견하기 항상 어렵다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질 좋은 원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원석을 갈고닦을 시간과 투입되어야 할 공력, 그리고 이를 적절히 다룰 요령이 부족할 따름이다. 이에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한국영화감독조합은 다양성영화 시나리오 개발지원사업을 진행, ‘G-시네마 시나리오’라는 명칭으로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의 발굴과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18년 시작된 이번 시나리오 개발지원사업은 2018년 5월 수많은 응모작 중 최종적으로 15편을 선정한 뒤 3개월간의 기획개발지원에 들어갔다.
G-시네마 시나리오 사업의 특징은 단순히 공모작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멘토 시스템을 통해 시나리오의 개발에 주력한다는 점에 있다. 영화산업계 키 플레이어와 의사결정자를 멘토로 선정하여 멘토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윤제균, 임필성, 양익준, 신연식, 권형진, 이경미, 노덕 7인의 감독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 X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다양성영화 시나리오 개발지원사업 G-시네마 시나리오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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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국제다큐영화제 기간에 열린 그룹 인터뷰 자리에서 아비 모그라비 감독을 만났다. 그가 만든 영화 속에서 분화되고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했던 감독이 약간은 긴장한 채 앉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방 안에서 카메라에 대고 끝없는 잡담을 늘어놓는 형식은 어떻게 고안하게 되었나.
=독백 스타일이 많긴 하지만, 내 모든 영화가 그렇진 않다. <Z32>는 노래를 하기도 한다. <어거스트>(2002)에서 나는 같은 프레임 내에서 몇개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알다시피 다큐멘터리는 진실과 리얼리티를 다룬다.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고백이다. 그러나 그 고백은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나는 가장 헐값에 이용 가능한 몸이자, 목소리이자, 얼굴이다. 내 몸과 목소리와 얼굴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영화 속에서 내가 거기 있지만, 진짜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의 정신④] 아비 모그라비 - 거기 있는 내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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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DCEU의 신작 <아쿠아맨>이 개봉한다. 곧이어 내년 봄과 가을에 <샤잠!>과 <원더우먼 1984>가 개봉할 예정이다. 플래시의 솔로 영화인 <플래시 포인트>, 할리 퀸과 DC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운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블랙 호크> 등 제작을 확정 지은 작품들까지, DCEU의 새로운 작품들이 DC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DCEU는 슈퍼 히어로가 지닌 책임감에 대한 고찰과 고뇌에 포커스를 맞춰 어둡고 묵직한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해외매체 <슬래시필름>은 이런 DC의 개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슬래시필름>에선 DC를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캐릭터들을 소개했다. 일명 ‘DC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10. 부스터 골드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는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
DC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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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모그라비의 영화를 보고 싶은가. 그러면 당장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해 ‘아비 모그라비’를 검색하면 된다. 아비 모그라비의 거의 모든 작품을 영어자막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을 올린 이는 아비 모그라비 자신이다. 영화에 등장한 셀프카메라 속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늘날 만연한 인터넷 1인 방송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그는 자신의 집을 스튜디오 삼아 카메라에 대고 (상상의 관객에게) 끝도 없이 말한다. 스크립트를 외워서 하는 건지 어느 정도는 즉흥적인지 헷갈린다. 자연히 이것이 다큐멘터리인지, 픽션인지도 모호해진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화자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때론 노래를 부른다. <Z32>(2008)에서는 소규모 오케스트라단을 뒤에 둔 채로 진지하게 노래한다.
이번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된 <어찌하여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리엘 샤론을 사랑하게 되었는가>(1997, 이하 <어찌하여>)와 <Z32>는 그로테스크
[다큐멘터리의 정신③] 아비 모그라비 특별전에 부쳐 - 일인칭을 투과해 일인칭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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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이하 <곰돌이 푸>)로 돌아왔다. <곰돌이 푸>는 이완 맥그리거의 72번째 출연작이다. 많은 영화들에서 틈틈이 모습을 비췄던 그지만, 70건이 넘어가는 그의 작품 수가 새삼 놀랍다. 1992년 <고모론>으로 영화 데뷔 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지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 <곰돌이 푸>의 개봉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오간 그의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트레인스포팅>
랜턴 역
이완 맥그리거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다. 그가 연기한 랜턴은 늘 마약에 찌들어 사는 청년이다. 그와 친구들에게 마약, 도둑질, 사기 등은 이미 일상이다. 심지어 마약이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되고, 친구의 아이가 죽는 등의 사건도 발생하지만 랜턴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거운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의 분
열일하는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다양한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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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의 그룹 인터뷰 중이었다. 기자들로부터 몇개의 질문을 받은 솔라나스 감독은 갑자기 질문을 넘어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다. 질문 기회를 노리던 나는 내가 질문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짧게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그의 삶이 하나의 질문을 통해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며 꿰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가 말하는 에너지만을 이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 적힌 질문 중 몇개는 실제로 발화된 것이 아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한 챕터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제3영화의 가치는 유효한가.
-그렇다. 3영화에 관해 헷갈려하는데,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같은 다큐멘터리만이 3영화는 아니다. 해방 과정에서 일어난 일과 탈식민화 주제를 다룬다면 장르와 상관없
[다큐멘터리의 정신②] 페르난도 E. 솔라나스 - 민중의 해방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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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는 탕웨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9월 27일(현지 시각), 해외매체 <버라이어티>는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호주-중국 합작 영화 <더 휘슬블로어>(The Whistleblower)가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기준 제작비 약 5500만 달러(한화로 약 400억 원)를 들인 작품으로, 호주-중국 합작 영화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다.
<더 휘슬블로어>는 한 개인이 기업의 음모를 알아채고 그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액션 영화다. 호주에서 일하는 중국인 마크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후, 회사에서 개발 중인 새로운 기술이 건강상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국민들과 자신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암막을 조사하는 데 뛰어든다. 중국 배우 뇌가음이 ‘마크’를 연기하고, 탕웨이가 ‘웬’을 연기한다. 탕웨이가 연기한 역할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탕웨이, 중국-호주 공동 제작 블록버스터 <더 휘슬블로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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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이 지난 9월 13일 개막한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찾았다. 여든이 넘은 감독의 한국행을 성사시킨 데는 김동원 감독의 공이 컸다. 김 감독이 남미 여행 도중 만난 솔라나스 감독에게 참석을 제안했고, 솔라나스 감독이 고민 후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제3세계 영화 운동의 기수와 그와 영향관계에 있음이 분명한 한국 영화 운동사를 대표하는 감독의 역사적인 만남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스터클래스 자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밝힌 인연은 사적인 부분에 관한 거였다. 두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기 전 음악과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솔라나스 감독은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한 적이 있고, 김동원 감독은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 연출을 꿈꿨다는 것도 통한다. 30대 초반에 첫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김동원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상계
[다큐멘터리의 정신①] 페르난도 E. 솔라나스 특별전에 부쳐 - 제3영화의 가치, 혹은 정치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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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3~20일) 마스터클래스의 두 주인공을 만났다. 남미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를 만든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 에세이와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연출법의 확장을 보여준 아비 모그라비 감독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를 전한다. 올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두 다큐멘터리 거장의 정신을 엿보았다.
말한다, 듣는다, 움진인다... 다큐멘터리의 정신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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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범인은 잡혀 있다. 연쇄살인도 자백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맞나? <암수살인>은 실제 사건으로부터 범인을 추리하는 보통의 범죄 스릴러와는 역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살인죄로 수감된 강태오(주지훈)는 6개의 추가 살인, 총 7개의 살인 리스트를 거침 없이 써내려가고, 형사 김형민(김윤석)은 그와 심리전을 펼치며 사건을 추적해간다. “결이 다른 장르영화에서 충분한 상업적인 성취를 보여주고자 플롯과 미장센, 캐릭터를 다르게 접근했다”는 김태균 감독을 만나 각각의 요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 리스트의 진실은?’ 에피소드를 보고 바로 부산에 내려가 취재를 시작했다고.
=잡혀 있는 살인범이 또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며 형사를 도발하고, 형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살인범의 진술에 의존해 밝혀야 하는 어려운 수사가 나름 흥미롭고 재밌더라. 두 사람에게 흥미와 호기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실제 인물과 영화 캐릭터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