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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예술과 구원에 대한 영화네.” 지난해 <러시안 소설>을 미리 본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신연식 감독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로맨스 장르의 외피를 두른 상업영화 <페어러브>를 제외하면, 신연식 감독의 작품(<피아노 레슨> <좋은 배우>)은 대개 예술 장르의 테두리 안에 위치한 사람들을 조명하며 삶과 예술에 대한 성찰을 풀어놓곤 했다. <러시안 소설> 역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27년 뒤 위대한 작가가 되어버린 한 소설가의 삶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다. “안 그런 시나리오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여태까지 나온 영화들이 본의 아니게 영화 때려칠 생각을 하고 만든 작품이라 그런가보다. (웃음)”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서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신연식 감독의 저력인 것 같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신 감독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완성한 <러시안 소설>은
[신연식] 눈 딱 감고 못된 짓을 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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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 <슈퍼배드2>에서도 태연과 서현이 마고와 에디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던 맏이 마고는 어느덧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사춘기를 맞이했고, 에디스는 온갖 운동과 무술을 섭렵한 말괄량이로 자라 있었다. 태연과 서현은 한마디를 물으면 서로 주거니받거니하며 열 마디 수다보따리를 풀어놓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났어도 왈가닥인 슈퍼배드 자매들처럼, 3년 만에 <씨네21> 지면으로 다시 만난 태연과 서현도 여전히 해맑고 천진한 소녀들이었다.
-1편에 이어 2편에도 참여한다.
=서현_‘다음 시리즈도 우리가 해야지!’ 생각했는데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좋았다. 에디스는 더욱 개구쟁이가 됐더라.
태연_캐릭터는 변함없는데 목소리가 달라지면 관객이 싫어하지 않겠나. 마고는 사랑에도 빠지고, 더 성숙해졌다.
-마고의 첫사랑인 안토니오 같은 남자는 어떤가.
=태연_내 이상형과는 좀 먼데. (웃음) 덜 느끼했으면 좋겠다. 안토니오는
[flash on] 숨어 있는 목소리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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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2001)의 10여년 만의 속편이자 프리퀄인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 감독과 코리 라이 프로듀서가 한국을 찾았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던 해 픽사에 입사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댄 스캔론은 <카>(2006) 등에 참여해 실력을 뽐낸 픽사의 기대주 중 하나다. 1993년 픽사의 광고 프로듀서로 입사한 코리 라이는 애니메이션 파트로 자리를 옮긴 뒤 <토이 스토리2>(1999), <인크레더블>(2004) 등에 부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픽사의 현재를 만든 숨은 실세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니까 <몬스터 대학교>는 두 사람 모두 감독과 프로듀서로서 애타게 기다려온 입봉작이다.
-주인공 마이크가 꿈에 그리던 몬스터 대학교에 입학하던 순간은, 당신이 픽사에 입사하던 그때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댄 스캔론_2001년 픽사에 첫 출근하던 날이 바로 <몬스터 주식회사>
[flash on] 실패의 순간에 선 두 친구의 성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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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일등공신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2010)을 <해리 포터>만큼 성공시키지 못한 건 사실이다(각축전을 뚫고 ‘넥스트 해리 포터’의 영광을 가로챈 건 제니퍼 로렌스를 발굴한 <헝거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적어도 12살 해리 포터의 모험 대신, 퍼시 잭슨을 17살로 설정한 건 결과적으로 그 역을 연기한 로건 레먼에겐 참 다행이다 싶다. 굳이 관객에게 자신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 일거수일투족 간섭을 받아야 했던 대니얼 래드클래프와 달리, 그는 이미 제법 큰 소년으로 출발했고, 그 기세를 몰아 속편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2013)까지 출연했으니 말이다. 제작사인 폭스로서도 좀 뜸을 들인 속편 결정이었는지라, 레먼 역시 갑작스런 결정에 적응해야 했다. “속편 제작은 전혀 기대를 못했다. 1편 이후 시간도 많이 지났고. 제안이 오자마자 바로 오케이를 했는데, 워낙 빨리 진행
[로건 레먼] 도약보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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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국제시장>(2014), <스파이>(2013), <댄싱퀸>(2012), <퀵>(2011), <거북이 달린다>(2009),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고층 호텔의 안과 밖, 그리고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스파이>는 난이도 높은 ‘현대물’ 액션 연출의 첨단을 보여준다. 촬영 도중 감독과 일부 스탭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 <스파이>의 중심을 잡았던 핵심인물 중 하나로 최동헌 무술감독을 꼽는 이들도 많다. 철수(설경구)가 13층 높이 건물의 난간에 매달릴 때 설경구 대신 와이어를 차고 매달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높이 매달려보니까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웃음) 그래도 여전히 뭔가 해냈을 때, 배우나 스탭들이 내지르는 환호만큼 뿌듯한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맛에 부딪히고 떨어지고 몸에 불을 지른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일산에 자리한 ‘트리플A’(All
[STAFF 37.5] 얼굴 없는 사람들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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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라는 게 뭔지는 끝내 알 수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놓고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선희>의 문수(이선균)를 보며 불현듯 <옥희의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났다. 파리의 북한 유학생으로 분했던 <밤과낮>부터 영화과 대학원생으로 출연하는 <우리 선희>까지, 홍상수 감독의 다섯 영화에 출연한 이선균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따로 떼어 붙여놓고 보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들 영화에서 이선균은 대개 지식인이었으며 어떤 여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비슷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 김태우, 김상경 등의 배우들과는 또 다르다. <옥희의 영화> 속 한 장면. 구애를 퍼붓는 진구(이선균)에게 옥희(정유미)는 “난 네가 착해서 좋아. 믿을 수가 있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은 이선균이 진구를 연기하기 때문에 비로소 진심처럼 들린다. 젖먹
[이선균] 때때로 진심 때때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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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던진 질문에 한참을 고민한다.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가 싶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좀처럼 드러내고 싶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에서 선희로 분한 정유미는 선희처럼 모두의 눈길을 잡아끌고, 선희처럼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선희처럼 알 수 없다. 그녀를 설명하려는 말은 차고 넘치지만 그 어떤 것도 없는 미로에 빠진 기분. 몇번의 대화가 오가고 미로를 헤맨 끝에 겨우 실타래 한쪽 끝이 잡힌다. ‘모르겠다’는 대답이야말로 최선을 다한 진심의 형태다.
<우리 선희>에는 선희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나온다. 선희는 어떤 아이니.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똑똑하고 똘기도 있는 용감한 친구. 마무리는 항상 착하고 예쁘다로 끝나는 두루뭉술한 답변. 이 모든 표현들은 정확히 선희를 묘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선희를 완벽하게 오해하도록 만든다. 단어의
[정유미] 정유미라는 질문 오늘이라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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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메이크업 받고 같이 촬영하는 거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지?”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에 들어선 <우리 선희>의 두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가 재미있어한다. 두 사람은 <첩첩산중>과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까지 홍상수 감독의 세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만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선균이 말한다.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본연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보호막이 없는” 홍상수 감독의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은 “자연스럽고, 꾸밈없고, 편한” 모습으로 서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정해진 컨셉과 설정이 있는 촬영과 만남이 두 배우에겐 오히려 어색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세편의 영화에서 연인 사이로 호흡을 맞춘 그들이지만, 프레임 바깥에서 이선균은 정유미에게 “말 없이 곁에 서 있어도 안심이 되는” 선배고, 정유미는 이선균에게 “<우리 선희>
[우리 선희]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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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들 사이에서 문와쳐 윤창업(37)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고, 도전을 즐기는 젊은 기획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1년 영화 전문 투자사 아이엠픽쳐스에 들어가 기획, 투자, 제작 관리, 마케팅, 해외 세일즈를 두루 경험했고, 2004년부터서는 제작사 화인웍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마음이…>로 프로듀서 데뷔를 했다. 2008년에는 자신의 회사 문와쳐를 창립해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출연 김하늘, 유승호)로 2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후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 기획하며 활발히 활동하던 윤 대표는 올해 초 2013년은 ‘안식년’이라며 숨고르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현장에 돌아왔다. 한/중 합작영화 <짜이찌엔 아니>, 한/미 합작영화 <더 캐치>, 한/일 합작영화 <핀란드 파파>, 세편의 합작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들고서 말이다.
-“2013년은 쉬어가는
[윤창업] “중국시장에 제대로 들어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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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영화 전문감독이었던 히로키 류이치가 몇 년 전부터 사랑스러운 성장영화들을 내놓고 있다. 제15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키즈아이 섹션에 초청된 <괜찮아 3반>은 <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초등학교 교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팔과 다리가 없는 아카오 선생(오토다케 히로타다)과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보낸 일년을 다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영화를 찍는 동안 히로키 류이치는 수많은 아역배우들의 “현장 선생님”이 되어야했다. 그에겐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던 <괜찮아 3반>의 촬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소설 <괜찮아 3반>을 영화화했다.
=프로듀서가 원작자가 직접 출연할 거라면서 나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는데, 원작을 읽어보니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원작에 있는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살려서 쓴 각본을 토대로 영화를 찍었다. 잔잔한 영화라 자칫 설교하는 것처럼 보일
[flash on] 오체불만족? 오감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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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백마 탄 왕자님’이 다시 돌아온다. 백마 탄 왕자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이 남자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언제나 스위트한 미소가 걸려 있는 입꼬리, 한없이 든든해 보이는 어깨와 가슴, 위기에 빠진 누군가를 보면 주저하지 않고 손부터 내밀 것 같은 신사적인 태도까지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이 남자, 대니얼 헤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니얼 헤니는 우리가 으레 기억하던 매너 좋고 선량한 왕자님이 아니다. <스파이>의 이중스파이 라이언 역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대니얼 헤니에게선 어쩐지 위험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대학 시절엔 농구선수로 활약했고, 미국에서 모델 일을 하며 런웨이와 연극 무대를 오가던 대니얼 헤니는 CF를 찍던 중에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 킴 역에 캐스팅되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KBS 드라마 <봄의 왈츠>의 필립, 영화 <Mr. 로빈 꼬시기>의 로빈 헤이든을 차례로 거치며 그의
[대니얼 헤니] 나쁜 젠틀맨이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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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에 늘 호의적이었던 신형철 평론가는 “김경주의 시는 감각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는 기율에 충실하다”고 썼다. 그런 그가 새로운 ‘감각’의 시극(詩劇)을 준비 중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자고 있어, 곁이니까> 등을 쓴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가 시극 <나비잠>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 사대문 축성에 얽힌 신화와 창작설화를 시적 언어와 라이브 음악 및 인형극, 그림자극, 영상 등 다양한 이미지의 오브제를 융합해 무대화한 것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가 협연연출에 나선다.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는 ‘<뉴욕타임스> 최우수 연극 10선’에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던 예술가로 뮤지컬 <라이언 킹> 그림자극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모국어의 충만한 속살’과 ‘우리 자장가의 아름다움’을 근사하게 담아낼 <나비잠>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추석인 9월19일 개막해 29일까
[trans x cross] 굿나잇, 불면의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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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깡철이>(2013), <숨바꼭질>(2013), <베를린>(2012), <신세계>(2012), <전설의 주먹>(2012),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부당거래>(2010), <이끼>(2010), <박쥐>(2009), <비열한 거리>(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가을로>(2006), <친절한 금자씨>(2005), <혈의 누>(2005), <발레교습소>(2004), <올드보이>(2003), <클래식>(2002), <공동경비구역 JSA>(2000), <텔미썸딩>(1999), <해피엔드>(1999), <접속>(1997)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린 시절 즐겨부르던 동요가 스릴러영화의
[STAFF 37.5] 공간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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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뫼비우스> <신의 선물>
2012 <분노의 윤리학>
2011 <로맨틱 헤븐>
2009 <10억> <말보로 전쟁> <귀신 이야기>
2006 <펀치 스트라이크>
드라마
2011 <TV 방자전>
2007 <산너머 남촌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들에게 큰 도전이다. 한 사람 몫을 맡기도 벅찰 법한 영화 <뫼비우스>에서 배우 이은우는 ‘아내’와 ‘애인’ 두 가지 역을 동시에 맡아 뫼비우스의 순환고리를 연결했다. 그녀는 “감정을 동물적인 본능으로 표현하는 김기덕 감독만의 방식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배역을 고르는 기준이 “하고 싶은 이야기,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한 공감에 있기 때문이다. 감독을 믿고 따른 결과, “친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표현해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그녀는
[who are you] 이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