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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도 이런 촬영은 처음이다. 표지를 장식한 디지털 캐릭터를 인터뷰할 수는 없는 노릇.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오른쪽) 대신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건, 그를 영입한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배우 성동일이었다.
도대체 옆에 있지도 않은 고릴라를 어떻게 바라보라고 주문해야 할지 손홍주 사진팀장이 고민하기도 전에, 성동일이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배우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현장에서 가상의 고릴라와 함께 호흡하고 연기해왔다는 걸.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지만, 오는 7월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배우 성동일에게 다양한 이유로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블록버스터의 중심에 선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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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스틸러에서 중심부로
“형, 미안해.” 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성동일] 독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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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뒤 송대찬 프로듀서는 아는 프로듀서들한테 “감독들 눈높이를 이렇게 높여놓으면 이제 어떡하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감시자와 쫓기는 자의 시선을 매개로 영화의 주인공들은 강남 테헤란로, 이태원, 청계천, 여의도, 영등포, 종로 등의 대로를 종횡무진 활보한다. 한국영화에서 이 정도 스케일로 서울을 면밀하게 보여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감시자들>의 장점 중 8할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로케이션 뒤에는 송대찬 프로듀서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어느 날 내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니 죄다 경찰이더라.” 송대찬 프로듀서, 그에게서 <감시자들>의 숨막히는 촬영 뒷이야기를 들었다.
-유내해 감독의 원작 <천공의 눈>에서 감시반원들의 노하우를 중시했다면, <감시자들>에서는 디지털 기기, CCTV의 활용도가 더 높아진 모양새다.
=양날의 칼이다. 자칫 잘못하면 휴대폰 내비게이션, 아이패드 같은 걸로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된
[송대찬] 서울 점거 촬영, 다시는 못한다는 각오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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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다큐멘터리계의 <킬 빌>, 물고기 올 노출 3D 리얼 다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의 연출자 송웅달 PD가 영화에 대해 농담으로 붙여본 수식어다. 2012년 여름 KBS1에서 방영된 5부작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는 제작비 20억원으로, 2년 동안 24개국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 ‘대작’이다.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이미 검증도 받았다. 이번엔 아이맥스와 3D 기술을 덧입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웅달 PD는 2005년에 제작한 <사랑> 3부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물고기를 향한 그의 사랑 고백을 들어봤다.
-물고기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6시 내고향>을 연출하며 물고기가 나오는 아이템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수렵활동
[flash on] ‘생선’ 아니죠, ‘물고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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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남동철 기자와 인터뷰한 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남기웅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씨네21>과 인터뷰한 추억을 떠올렸다. 2000년 그가 내놓은 데뷔작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긴 제목만큼이나 과감한 실험정신이 돋보였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남기웅 감독은 이후 <우렁각시>(2002),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2005) 같은 영화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가 TV용 영화 <이브의 유혹: 키스>(2007)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던 전작과 달리 6년 만에 내놓은 <콩가네>(7월11일 극장 개봉)는 남기웅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가족드라마다.
-촬영한 지 꽤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끝났다. 고생들 했지.
[flash on] 콩가루 집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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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는 루니 마라가 출연한 <뉴욕타임스>의 광고 영상 ‘Touch of Evil’을 볼 수 있다. 공간 배경이 무중력의 세계인 듯 침대에서 일어난 루니 마라에게 저절로 가죽 부츠가 신겨지고 바지가 입혀진다. 카메라 앞으로 유영하듯 걸어가면 그의 머리에 모자가 날아와 얹히고,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날아와 쥐어진다. 루니 마라가 자신의 손에 있던 ‘악마의 눈썹’을 한쪽 눈에 붙이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내용의 짧은 영상이다. 이 광고는 루니 마라의 두 가지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으면서도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묘하고 강렬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눈썹 하나 붙였을 뿐인데 무표정에서 ‘악마’ 같은 표정으로 뛰어넘는 변신 능력이 인상적이라는 것. 마치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연기한 당돌한 여대생 에리카에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 2011)의
[루니 마라] 악마와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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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웹툰 담당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콘티 작업 <전우치>(2009), <불신지옥>(2009), <해운대>(2009), <박쥐>(2009),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어른들도 잘하는 게 없으면서 우리 보고 잘하라 마라야.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아니, ‘우리’라니. ‘사춘기 소년스러운’ 이 난데없는 멘트는 뭔가. “시공간을 잊을 만한 흡인력있는 만화,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만드는 만화가가 꿈”이라는 전복적인 청년.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 속 웹툰 이미지를 담당한 김대일 작가다.
<더 웹툰> 제작진은 웹툰 작업을 위해선 영화연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도 만화 이미지가 실사 이미지와 중첩됐을 때 사실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그림체를 가진 작가가 필요했다. 만화가 데뷔를 준비
[STAFF 37.5] 그저 재밌는 일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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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2013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
2013 드라마 <더 바이러스>
2011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2010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2010 드라마 <파스타>
2009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
2009 드라마 <아이리스>
2008 영화 <쌍화점>
꽃미남은 죽었다. 영화 <쌍화점>의 꽃 같은 친위대 병사도, 드라마 <파스타>의 멀끔한 해외파 요리사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수려한 선비 성삼문도 모두 죽었다. 우리가 익히 알던 현우의 이미지가 죽었다는 얘기다. <더 웹툰: 예고살인>의 처자식 딸린 신참 형사 영수로 돌아온 현우는 제법 독이 올랐다. “내겐 다른 모습도 있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마침 영수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내 이미지에 좀더 반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우에게
[who are you]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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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감시자들>
“하루 종일 네 생각뿐이야∼.” 영화 <감시자들>을 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레 2pm의 노래 <하.니.뿐.>을 흥얼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쟁쟁한 영화계 선배들 사이에서도 눌리지 않고, 이준호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며 영화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레퍼런스로 삼은 모델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상당했다. “누군가를 감시하면서 주변 사물을 놓치지 않고 감지해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물을 볼 때마다 곁눈질로 본다든가, 테이블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도 (일어서서 앞을 본 채로 스치듯 스윽 움직여 휴대폰을 집으며) 이렇게 혼자 연습했다. (웃음)” 짧은 장면에 자기 표정을 심는 내공도 제법이다. 잡아먹을 듯 카메라를 캐치해내는 ‘매의 눈’은 수년간의 가수 활동 덕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감독을 귀찮게 하며 모니터링을 반복한 결과다. 누군가는 분명 “또 아이돌이야?” 하며 부
[who are you]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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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은 어떤 인물?
내경의 아들. 관상가인 아버지를 거스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진취적인 인물.
송강호의 아들이라고!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 이종석의 캐스팅에 대해선 이토록 말이 많았다. 훤칠한 키에 꽃미남 아들이 가당키나 하냐는 거다. 엄마 닮은 거다, 라고 우기기로 하자. (웃음)
사실 내경의 아들 역의 진형을 어떻게 규정짓느냐에 대한 고민이 컸다. 동정심으로 접근해야 할지, 당당한 의식을 가진 인물로 묘사해야 할지 말이다. 난 내경-팽헌-진형을 한 인물이라고 본다. 아들 진형은 아버지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신념있는 젊은이로 설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전까지 이종석이란 배우를 잘 몰랐다. 나에게 이미지가 전무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코리아>의 북한 선수 ‘최경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진형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키가 크고 슬퍼 보이는 느낌. 그런 그가 몸이 성치 않은 데다(진형은 다리 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당시 사회의 희생양이 되
[이종석] 꽃미남보다 상남자, 투덜거리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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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은 어떤 인물?
눈치로 관상 보는 기생. 칩거하고 있던 내경을 세상으로 불러내고 그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수완꾼.
김혜수라니!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만났다. 선글라스를 끼고 저 멀리서 들어오는데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쿨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연홍과 똑같더라. “날 수양대군을 시켜달라”고 하더라. (웃음)
연홍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캐릭터다. 그런데 남자만 득시글거리는 시나리오를 보니 갑갑하더라.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런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배포가 크고 약삭빠른 면도 있는 강인한 여자. 누가 봐도 배우 김혜수의 역할이었지만, 중요성에 비해서 분량이 많지 않아 제안하기가 괜히 미안하더라. 그래도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프러포즈를 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기생 연홍이 재밌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김혜수의 연홍에게서 재밌는 부분 하나는 김혜수식 스타
[김혜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그러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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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는 어떤 인물?
수양대군의 맞수. 어린 왕 단종을 지키기 위해 관상가 내경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너무나 영화적인 배우. 배우 백윤식이 가진 영화적 힘이 좋았다. <돈의 맛>에서 그가 연기한 ‘윤 회장’만 보더라도, 과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그 나이대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 김종서 역할을 생각하면서 백윤식을 떠올린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종서는 수양대군과 팽팽하게 부딪히면서도 절대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을 당당함이 필요한 역할이었다. 더군다나 수양대군을 조금 새로운 이미지로 설정했기 때문에, 김종서는 오히려 기품있고 안정적인 카리스마를 지닐 필요가 있었다. 배우가 기존에 가진 강한 이미지에 더 많이 기대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배우 백윤식이 가지고 있는 연기톤이야말로 지금의 김종서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포효하듯 내지르는 김종서의 모습이 백윤식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가벼운 대사도 믿음직스
[백윤식]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과 명석함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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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헌은 어떤 인물?
내경의 처남이자 늘 함께하는 파트너. 내경을 도우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는다
화면보다 너무 잘생기고, 너무 말라서 깜짝 놀랐다. 이걸 어쩌나, 낭패다 싶더라. (웃음) 지방에서 칩거하던 내경을 한양으로 올라가게 해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게 만드는 영화의 감초 역할. 팽헌 역은 홀로 존재한다기보다 송강호와 붙어 계속 호흡을 맞추는, 영화의 리듬을 살려줄 중요한 인물이다. 신인이든 기존 배우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그러던 중 <건축학개론>을 본 거다! 진짜 코미디를 할 줄 아는 배우더라. 저 혼자 따로 웃기는 게 아니라 전체의 리듬을 알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연기를 보여주더라. 그길로 “<넘버.3> 때 선배와 비슷한 배우가 나왔어요”라고 송강호에게 알렸고, 그 역시 조정석이 팽헌으로 합류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조정석은 오버하지 않는 ‘정석’의 연기로 팽헌을 능수능란하게
[조정석] 영화의 리듬을 아는 연기의 감각을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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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은 어떤 인물?
왕을 꿈꾸는 야망가. 어린 조카 단종을 없애고 조선의 새 왕이 되고자 한다.
잊고 있었다. 이정재라는 배우가 굉장히 오랜 연륜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그의 노하우는 ‘젊다, 잘생겼다. 신선하다, 트렌디하다’와 같은 수식어들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철두철미함으로 매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성실한 배우였다.
사실 수양대군을 어떤 인물로 그릴지, 캐스팅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컸었다. 서른일곱살의 젊은 나이. 힘이 넘쳐나고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왕으로 책봉되지 못했던 데서 오는 삐딱함, 콤플렉스와 욕망의 접합체. 내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수양대군은 이런 사람이었다. <하녀>를 보고 배우 이정재가 가진 세련된 고급스러움, 여유로운 모습을 수양대군에게 적용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형을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이정재라는 배우에게 대본이 가면 항상 창의적인 해석이 되돌아왔다. 한번은 수양대
[이정재] 전형을 거부하니 늘 창의적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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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은 어떤 인물?
조선 최고의 관상가.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보는 비범한 능력으로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송강호밖에 없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사이에서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을 배우는. 영화의 거대한 담론을 지켜볼 얼굴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모든 걸 뒷받침해줄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후 2시에 전화로 제안을 하고, 그날 오후 6시에 만나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송강호에게 맞춰 바꾸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 방관자, 뷰어의 역할에 불과했던 내경 역할이 그의 합류로 한층 부각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경을 따라가는 영화, 시골에서 올라와 한양에서 풍파를 겪다가 다시 낙향하는 내경의 일대기가 된 것이다.
송강호는 워낙 단점이 없는 배우여서 감독에게 어려운 장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이 배우와 함께라면 두렵거나 회피하는 장면이 없어진다. ‘배우 송강호’ 하면 떠오르는 습관적인 톤이 분명 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순간순
[송강호] 모든 걸 뒷받침해주니 안되는일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