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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5일,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이 막을 내렸다. 레드윙즈가 블루아이를 근소한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고, 우승팀의 MVP는 비보이 하휘동에게 돌아갔다. MVP는 심사위원 점수와 시청자 투표 결과를 합산해 뽑았는데, 심사위원 점수만으로 따지면 단연코 400점 만점에 399점을 받은 이선태가 MVP감이었다. 솔직히 이러한 점수나 결과보다 더 놀라운 건 현대 무용계의 총아인 이선태가 <댄싱9>에 출연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제38회 동아무용콩쿠르 대상, 제5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시니어 남자 컨템포러리무용 1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의 소유자인 그가 왜 잘하면 본전, 못하면 망신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을까. 2013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대에 오르기 전날, “아직도 <댄싱9>의 연속인 것 같다”는 이선태의 소중한 시간을 잠시 훔쳤다.
-<댄싱9>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무대에 선다.
=제대로 발 뻗고
[trans x cross]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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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롤러코스터>(2013) <쇼를 사랑한 남자>(2013) <깡철이>(2013) <고령화 가족>(2013) <런닝맨>(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신세계>(2012) <피에타>(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은교>(2012) <두 개의 문>(20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7광구>(2011) <달빛 길어올리기>(2010) <옥희의 영화>(2010) <워낭소리>(2008) <우린 액션배우다>(2008) <비몽>(2008)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엔 직원이 딱 두명이다. 회사를 세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최지웅·박동우 두 사람이서 200여편의 영화 및 공연 포스터 작업을 해치웠다. 지금으로부터 10년
[STAFF 37.5] 하고 싶은 건 일단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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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소원>
이레는 아역 배우가 아니다. 부모의 권유나 성화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소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여배우다. 작은 여배우는 이렇게 당차게 말한다. “영화에서 소원이는 힘든 일을 겪잖아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엄마 아빠한테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왜냐면요, 이건 그냥 영화잖아요.” 영화 촬영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조심스레 건네자 “신나는 연기를 할 때는 이레처럼 행동했고 우는 연기나 법정 신을 찍을 때는 감정 잡고 소원이의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똑 부러지게 답한다. “동그란 안경 쓴 대장 아저씨(이준익 감독)랑 영화 찍는 언니, 오빠들이 너무 잘 챙겨줘서 힘든 신도 잘해낼 수 있었어요.” 이레는 소원이만큼, 아니 소원이보다 훨씬 더 기특한 마음씨를 지녔다.
이레가 “만화영화 보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건 당연히 연기”다.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
[who are you]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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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 탄생한 곳은 한적한 서촌의 작은 건물. 동네 분위기에 딱 맞게 주피터필름 사무실 입구에도 소담한 화분들이 즐비하다. 바깥 풍경이 이처럼 여유가 흐른다고 해서 주필호 대표의 지난 몇년이 한가로운 나날이었을 것이라고 넘겨짚어선 안된다. 2008년 창립작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주필호 대표는 신인 감독들과 신진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을 거듭하느라 숨 돌릴 틈 없는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관상>은 그런 점에서 주피터필름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주피터필름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 마케팅 회사 ‘영화방’을 거쳐 제작자로 나서기까지, 정말 영화밖에 모르고 산 남자 주필호의 요즘, 아니 ‘다음’이 궁금했다.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개인적으로 700만명 정도 들면 진짜 좋겠다 생각했다. 제작사 등록한
[주필호] 수익 기부는 나를 위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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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손예진을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손예진은 어떤 사람인가. 상냥한 눈웃음에 가려진 그녀의 뒤엔 우리가 모르는 얼굴이 얼마나 숨어 있나. <공범>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대사를 빌려 손예진을 부연한다면 이러하다. 보기 전까지 우리는 손예진을 본 것이 아니다.
손예진은 누구인가. 우리는 손예진을 어떤 얼굴로 기억하고 있나. 청순한 외모? 상큼한 눈웃음? 우리는 곧 손예진의 낯선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손예진 스스로도 “내 얼굴에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나왔다”고 말한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에서의 모습이 연상될 수도 있지만 <공범>의 다은은 그 때보다 미숙하고 뜨거운 인물이다. “내게 이런 표정도 있구나 싶었다. 연기하는 동안 연인이 죽거나 아프고, 병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도 놓여봤지만 이건 그것과는 또 다른 극한의 감정이었다. 항상 내 안에 오열과 분노,
[손예진]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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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설레는 첫 키스의 상대가 될 수도, 혹은 음란한 포르노 잡지의 모델이 될 수도 있어요. … 난 마음만 먹으면 당신만의 살아 숨쉬는 꿈의 여인이 될 수 있어요. 그런 뒤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죠.” <러브레이스>의 린다 러브레이스가 있기 전, <클로이>의 클로이는 섹스에 관한 판타지를 팔아 먹고사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그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저 말이 배우의 숙명에 관한 말로도 들렸다면 과언일까. 적어도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포르노 스타에 관해서라면, 과언이 아닌 듯하다. 린다는 자기 삶의 한 챕터 내내 구강성교에 비상한 기술을 지닌 포르노 여배우로, <목구멍 깊숙이>의 전례 없는 성공에 힘입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스타로 살았다. 대중이 원했고, 그녀의 남편이 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아만다 시프리드도 데뷔 뒤 오랫동안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 지내야 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깡마른 몸의 그녀는 11살부터 모델 일을 하
[아만다 시프리드] 포르노 스타로 돌아온 프리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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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무 생각 없는데, 생각 많은 진지한 청년처럼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하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한겨레>에 쓰고 있는 칼럼에 대해 묻자 그녀는 눈길을 피했다. 문단의 ‘앙팡 테리블’이란 별명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런 찬사를 듣기에는 별로 무서운 짓을 한 적도 없는데, 거품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에 벌써 등단 9년째인 그녀가 이 사회를 향해 돌직구를 마구 날려온 20대 대표작가 중 한명임을 부정할 이는 없을 듯하다. 그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천국에서>도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다. 태풍 다나스로 서울 하늘마저 어둑했던 오후, 그녀를 만나 함께 이 지옥 속을 헤매어보았다.
-<천국에서>는 언제 처음 구상한 소설인가.
=2007년쯤 여행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여행을 다녔는데 다니다보니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래서 여행을 비판하는 글을 썼나보다.(웃음)
-구상이
[trans x cross] 절망을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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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소원>(2013), <건축학개론>(2012) 각색, <우리 이웃의 범죄>(2010) 윤색, <우리집에 왜왔니>(2009), <헨젤과 그레텔>(2007) 각색, <안녕! 유에프오>(2004), <MBC 베스트극장-눈물보다 아름다운 유산>(2002), <인디안 썸머>(2001)
“왜 다시 이 얘길 끄집어내 상처를 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말의 행간을 살피자면, 분명 우리 혹은 누군가가 당사자에게 한번 상처를 줬으니 두번은 상처받게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닐까. 그럼 두번 상처주지 않는 걸로 답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 존재했던,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비극을 스크린으로 옮겨오기까지 작가에겐 분명 많은 고뇌와 한숨이 있었으리라. 김지혜 작가가 처음 <소원>의 각색을 맡게 됐을 때 <소원>은 아빠(설경구)의 영화였다. 작가는 왜 아무도 당사
[STAFF 37.5] 꼭 필요한 만큼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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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배신, 배반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것 같다. <배우는 배우다>에서 이준의 이미지 변신은 파격에 가깝다. 폭력적인 베드신만 수차례, 거기다 험한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폭행 장면도 적지 않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부류에게는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될 적신호이자, 허용범위를 넘긴 도전이다. 이준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돌 연기자가 영화의 감초 역할이 아닌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것도 좀체 보기 드문 경우다. 아이돌, 예능돌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급격한 이미지 변화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거침없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를 이준에게 듣고 싶었다.
이준과는 첫 만남이다. 날카로운 얼굴선과 홑겹의 눈매와 얼핏 차가워 보이는 마스크인지라 촬영 때도 그 특유의 카리스마가 시선을 압도한다. 화보를 찍다보면 매번 느끼지만 유독 몸의 쓰임이 자유로운 배우들이 있
[이준] 앉으나 서나 연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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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국영화감독조합 사단법인 조합장으로 만났던 이준익 감독은 복귀작이자 아동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에 대해 말을 아끼며 “뚜벅뚜벅 걸어서 마지막 장면까지 가봐야겠다”고 전했다. 그 길이 어떤 모양일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무언가를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도 한치 앞을 모르겠으니 직접 가본 뒤에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같았다. 그의 전공분야인 질펀한 시대극도, 소재만 보고 예상할 수 있는 스릴러나 법정드라마도 아닐 것이라는 귀띔만 했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월 초, 그가 따뜻한 공기를 한껏 머금은 영화 <소원>을 들고 돌아왔다. 그를 몇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상처입은 소녀의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에 집중한 이 영화의 온기가 이준익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쉽게 짐작할 것이다.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선 월요일 오후, 주말 동안 흐렸다가 갠 날씨도 더없이 푸근했다.
-일
[이준익] 꿈의 공장에서 빚어낸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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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국내 영화산업의 기술적 도약을 꿈꾸어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25일 개원을 앞둔 대전액션영상센터에서 말이다.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이 “국내 영상산업의 첨단 클러스터”로 청사진을 그려 설계한 대전액션영상센터는 액션스쿨, 모션캡처 촬영 스튜디오, 수중촬영장, 액션연구실 등 액션연출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고루 갖췄다. 대전액션스쿨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총지휘로 나서고, 6개월 과정의 수강료는 무료이며, 모집은 10월16일까지다. “청운의 꿈을 품은 차기 액션배우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이효정 원장은 사람 좋게 웃었다.
-사단법인 한국방송연기자협회의 이사장을 거쳐 2011년엔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연출을 전공해 배우로, 제작자로 34년의 삶을 꾸려왔다. 마음 한켠에선 늘 제작 시스템의 선진화를 꿈꿨다. 어떤 산업이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근대적인 관행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실인식을 정확히 하고, 우리가 가진 체력으로
[flash on] 액션배우 지망생들은 여기여기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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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질렌홀이 연기한 <프리즈너스>의 로키 형사는 화를 참는 인물이다. 영화는 로키의 캐릭터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소년원 출신이라는 것과 목까지 올라온 커다란 문신을 통해 그리 평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오로지 제이크 질렌홀의 몫. 그는 그 여백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눈빛으로 채운다. 상대역인 휴 잭맨이 딸을 잃은 아버지 역을 맡아 시종일관 강렬한 분노를 발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 배우가 좁은 차 안에 앉아 거칠게 서로의 책임을 따져 묻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술에 취한 채 욕을 섞어가며 무섭게 소리를 지르는 휴 잭맨과 달리 제이크 질렌홀은 계속해서 화를 삼킨다. 사건의 피해자가 분노할 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던 상대와 마침내 한 공간에서 마주한 상황이니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연기를
[제이크 질렌홀] 감추어야 드러나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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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수 감독-노희경 작가가 콤비를 이룬 <거짓말>(1998) 같은 드라마를 글로 배워 만들 수 있을까? 글쎄다. <바보 같은 사랑>(2000), <인순이는 예쁘다>(2007),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같은 표민수 감독의 드라마는 삼각관계, 불륜 같은 뻔한 설정에 한번도 보지 못한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청률이 바닥이어도, 표민수표 드라마에 열렬히 환호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표민수 감독이 데뷔작 <거짓말> 이후 15년간, 노희경 작가와 콤비를 이룬 마니아 드라마부터 한류 붐을 탄 <풀하우스>(2004), 블록버스터 <아이리스2>(2013)를 연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한권의 책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씨네21북스 펴냄)에 집대성했다. 이 책에는 작품의 테마를 잡고, 캐릭터를 형성하고, 작가와 협력하고, 촬영하고 믹싱을 하는 드라마 제작 과정의 전 분야에 걸쳐 표민수 감독이 생
[trans x cross] 한권으로 보는 표민수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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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이정재다. 검은 갑옷을 입은 조선의 마키아벨리는 스크린 속에 부는 피바람을 잊게 할 정도로 관객을 매혹시켰나보다. “역모가 아니면 왕위에 오르지 못할” 2인자 수양의 콤플렉스와 종잡을 수 없는 잔혹함은 <관상>이 지닌 이야기의 결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 영화판을 뒤흔드는 악당이 등장했다. <신세계>와 <관상>으로 2013년 가장 주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정재를 만났다.
역모의 상. 영화 <관상>에서 친족을 배신하고 피를 부르는, 이리를 닮은 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우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마침내 등장한 수양대군의 모습은 한 시간의 기다림을 보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냥감을 어깨에 둘러멘 부하들과 함께 자신만의 작은 왕국으로 걸어들어오는 검은 갑옷의 남자. 수양은 세상을 기어코 제 발 아래 두겠다는 야심이 흘러넘치는 오만한 왕족이다. 배우 이정재
[이정재] 그의 욕망에 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