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섬주섬. 지갑을 한참 뒤적이던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서로 전혀 다른 색깔이 묻어나는 명함 두장을 더 내밀었다. 연상호 감독이 이끌고 있는 ‘다다쇼 프로덕션’, 다른 한장은 장형윤 감독의 보금자리인 ‘지금이 아니면 안돼 프로덕션’의 것이었다.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그의 표정은 그러나 피로보다는 적량의 아드레날린을 분출 중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가 곧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고,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도 내년 1월이면 인고의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사이비>가 마을에 생긴 교회에 아내와 딸을 빼앗긴 아버지의 싸움이 골자인 사회드라마라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얼룩소로 변한 청년과 소녀의 모습을 한 인공위성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멜로다. 이렇게 각기 다른 개성으로 완전무장한 독립장편애니메이션을 동시에 2편이나 프로듀싱하고 여기에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발돋움판 마련에 한창인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독립영화가 재밌냐고? 와이 낫?
-
<벌거숭이> DVD를 요청하려 제작사인 이닥픽처스에 전화를 걸었더니 박상훈 감독이 직접 수화기를 들었다. 박상훈 감독은 곧 DVD를 전달하겠다고 했고, 30여분 뒤 직접 DVD를 들고 <씨네21>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 당일엔 자신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들고 30분이나 일찍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각본, 촬영, 헌팅, 연출은 물론이고 배급과 마케팅까지 손수 관장하고 있는 박상훈 감독은 <벌거숭이>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한 듯 보였다. 아내와 아들을 제 손으로 저세상에 보낸 한 가장이 절망이라는 이름의 뫼비우스 띠에 갇혀 처절하게 몸부림 치는 이야기인 <벌거숭이>.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벌거숭이가 된 박상훈 감독을 만났다.
-존속살인을 저지른 박일래라는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다.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4년쯤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서 광인처럼 살다가 무작정 시골에 내려갔다. 시골에서 ‘마을 영화’도
[flash on] 창작의 텃밭을 잘 가꾸고 싶다
-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한 가장 강력하고 힘 있는 인물 중 하나가 <월 스트리트>(1987)의 주인공 고든 게코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매혹적인 말로 이 영화를 보았던 당대의 출세 지향적 젊은 관객을 무한정 자극했던 월 스트리트 금융가의 악덕 증권 브로커, 그러나 끝내 영화 속 자신은 파멸을 면치 못했던 인물. 더글러스는 이 인상 깊은 악역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손에 쥐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였다.
20년쯤 지나 속편에 해당하는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2010)가 제작되었을 때 더글러스는 동일 인물로 다시 출연한다. 감옥에서 출소한 고든은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밑천으로 강연하고 책을 팔며 산다. 강당에 학생들을 앉혀놓고 월 스트리트의 병폐에 관해 이것저것 짚어가던 고든은 연설의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자 비장의 비유 하나를 꺼내든다. “그런 건 암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싸워서 이겨내야 할 질병 같은
[마이클 더글러스] 탐욕의 화신이 돌아왔다
-
출신 장르 막론하고, 활동 경력 막론하고, 모든 남자 연예인을 ‘멘붕’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있었다. 바로 “오빠! 나 몰라?” <무한도전> ‘여름예능캠프’편에서 맹승지는 이름대로 맹한 매력으로 이 주문을 연신 외쳐대며, 어떤 수료생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여름예능캠프를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는 <코미디에 빠지다>의 한 코너 ‘맹스타’에서 맹스타로, <섹션TV 연예통신>의 고정 리포터로 맹활동 중이다. 연휴가 끝난 뒤 월요일 아침,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난 그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바쁘니까 안 좋은 일도 금방금방 잊혀져서 좋다”며 샐쭉이 웃었다. 명절 후유증도, 월요병도 개의치 않는 그녀의 맹맹한 목소리가 유쾌했다.
-인터뷰를 늘 이렇게 점심시간에 하나.
=막내니까. 8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이렇게 오전이나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했던 것 같다.
-본명은 김예슬이고, 맹승지는 엄마가 작명소에서 지어온 이름이라고.
=처음에는
[trans x cross] 내 장점은 긍정적이고 무식한 것
-
-
Filmography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몬스터>(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우리 선희>(2013), <마이 라띠마>(2012), <분노의 윤리학>(2012),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음치 클리닉>(2012), <이웃사람>(2012), <아부의 왕>(2012), <다른나라에서>(2011), <북촌방향>(2011), <헤드>(2010), <위험한 상견례>(2010), <심장이 뛴다>(2010), <돌이킬 수 없는>(2010), <부산>(2009), <이태원 살인사건>(2009), <짝패>(2006)
영화 촬영 현장에는 영화 카메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 사진을 찍는 스틸 카메라와 메이킹을 촬영하는 비디오 카메라까지
[STAFF 37.5] 시간을 돌려드립니다
-
Profile
영화
2013 <배우는 배우다>
2012 <러시안 소설>
연극
2012 <미남선발대회>
경성환은 데뷔작 <러시안 소설>에서 자신의 본명 그대로인 ‘성환’을 연기한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한발 물러나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는 역할이다. “알잖아요. 그 오빠 진지한 거.” 그를 묘사하는 대사처럼 사뭇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성환과도 같았다. “처음으로 맡은 배역이 자신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분명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남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만족을 표했다.
경성환은 늦깎이 배우다. 법학을 전공했던 그가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교통사고라고. “사람이 이렇게 한순간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몸에 맞지 않는 옷(법학)은
[who are you] 경성환
-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로 여진구는 아역 배우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었다.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내지도 않았고, 억지로 귀여움을 짜내지도 않았다. 여진구는 그저 연기에 빠진 소년이었다.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에선 더 큰 도전을 감행한다. 범죄자 집단에 의해 길러지는 소년 화이가 그가 맡은 몫. 여진구는 액션부터 감정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던 이번 영화에서 아이와 어른,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소년을 믿음직스럽게 연기한다. 9월의 어느 일요일, 무시무시한 소년을 만났다.
1년 반 만에 다시 만난 여진구는 미세하게 변해 있었다. 키는 5cm쯤 더 자랐고, 목소리는 바리톤에서 베이스로 조금 더 깊어졌다. 니트 사이로 근육의 윤곽도 드러났다. 열심히 몸을 가꾼 결과인가 싶었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따로 운동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역 배우라 부르기는 망설여지고
[여진구] 이젠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에요
-
“조금 더 세게 나갔으면….” 9월6일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주최 KT&G 상상마당) 개막식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남궁선 감독은 개막작으로 상영한 자신의 작품 <남자들>(2013)을 두고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인물들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캐릭터를 나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자들>은 이성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매혹과 곤혹스러움을 경쾌하게 오가는 연애담이다. <남자들>을 비롯해 <세상의 끝>(2007), <최악의 친구들>(2009), <태평양>(2010),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2011) 등 그가 만든 단편영화들이 올해 대단한 단편영화제 감독 특별전에서 상영됐다.
-그간 만든 단편 작업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기분이 어떤가.
=상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끄러웠다. 멋
[flash on] 끝까지 밀어붙여야지
-
우디 앨런으로부터 전염된 것일까. <블루 재스민>은 케이트 블란쳇이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우디 앨런 개인으로서도 <블루 재스민>은 <스쿠프>(2006)의 영국,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의 스페인,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의 프랑스, <로마 위드 러브> (2012)의 이탈리아 등 기나긴 유럽 투어를 끝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블루 재스민>은 두 사람 모두에게 어딘가 특별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더군다나 <블루 재스민>은 정말 오랜만의 ‘원톱’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라 할 수 있다. 유럽 투어 당시 우디 앨런 영화의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가지고 뭔가 ‘원격 조종’ 당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블루 재스민>은 심지어 우디 앨런이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렇게 케이트 블란쳇은 <블루 재
[케이트 블란쳇] 다이내믹 엔진
-
Filmography
<관상>(2013)
<불꽃처럼 나비처럼>(2008)
<궁녀>(2007)
<왕의 남자>(2005)
<효자동 이발사>(2004)
<관상>은 개성 강한 배우들의 격전장이다. 속세를 떠나 있다 한양으로 가는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처남 팽헌(조정석), 옷매무새만으로 내경을 한양으로 유혹한 것이나 다름없는 기생 연홍(김혜수), 그리고 주도권을 쥐고 대립하는 김종서(백윤식)와 수양대군(이정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개성은 ‘관상’과 ‘의상’으로 드러난다. <왕의 남자>(2005)를 시작으로 <궁녀>(2007), <불꽃처럼 나비처럼>(2008) 등 역시 개성 강한 사극들을 작업해왔던 심현섭 의상실장은 캐릭터들 제각각의 매력을 조화롭게 조율한 장본인 중 하나다. “김혜수나 이정재는 실제로도 최고의 패셔니스타들이어서 자기가 입을 의상에 대한 눈높이도 상당한 배우들이다. 6개월 내
[STAFF 37.5] 김혜수의 눈높이를 맞춰라
-
<천안함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개봉 이틀 만인 9월6일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가 상영 중단 통보를 해왔다. 심의를 통과한 영화가 극장쪽의 강제적 요구로 내려진 초유의 사태다. 9월9일 오전, 영화계 각 단체들은 상영 중단 사태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영화인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일 오전, 제작사인 아우라픽쳐스 사무실에서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감독과 연출을 한 백승우 감독을 만났다. 그 시각, 메가박스는 상영 중단을 번복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이러니하게도 상영 중단에 대한 관심에 힘입은 영화는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9월12일 현재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는 메가박스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에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누적관객수 7361명으로 현재 7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예술영화관으로 상영관 확대를 모색 중이다. 침몰 위기에 빠
[정지영, 백승우] 금기천국, 후진민국
-
“이 영화는 네가 웃겨야 돼. 네가 웃겨야 영화가 살아.” 설경구가 문소리에게 해줬다는 이 얘기는 정확한 예언이 됐다. <스파이>는 첩보영화의 외피를 두른 코미디영화다. 그리고 그 웃음폭탄의 8할은 문소리가 투척한다. <스파이>에서 문소리는 자신의 남편이 능력 좋은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장이 잦은 남편에게 쉼 없이 잔소리를 늘어 놓는 안영희를 연기한다. 남편 철수가 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하려 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자꾸만 철수의 레이더망에 잡히며 그의 집중을 흩뜨리는 영희는 자칫 민폐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희는 문소리라는 배우를 만나 귀여움을 입는다. 고음역대에서 쉽게 갈라지는 목소리를 지닌 문소리가 애교를 섞지 않은 담백한 부산 사투리로 철수를 닦달하는 모습도 밉지 않다. 또한 그 목소리는 신기하게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영화 전체의 분위기마저 띄운다.
그런데 문소리가 이렇게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던가. 아니, 코미디
[문소리] 제대로 웃겨주신 아줌마
-
“불편한 일은 안 하면 된다. 안 해도 산다.” 무리없는 삶을 지향하는 설경구와 달리 <스파이>의 철수의 현실은 무리 막급이다. “월급쟁이 스파이” 철수에게 제임스 본드 같은 폼생폼사 스파이가 웬 말. 주어진 임무 완수하랴, 잘생긴 이중 스파이로부터 마누라 사수하랴. 그에게는 숨 돌릴 틈도 사치다. “피로도가 아주 높은 캐릭터다. 한시름 놓으려 하면 마누라가 딴 남자한테 한눈팔고 있고, 한시름 놓으려 하면 마누라가 납치됐다 그러고. 아무것도 모르는 영희(문소리)는 잘생긴 라이언(대니얼 헤니)이랑 연애도 하고 피로도 풀고 마지막에는 자기가 스파이인 줄 알고 스릴도 만끽하는데, 그런 상황을 빤히 다 보고 있는 철수 입장에서는 진짜 똥줄 탄다니까.”
팍팍한 철수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게 20년차 배우 설경구의 여유만만 생활연기다. 헤니의 라이언이 ‘아줌마’들의 환상을 담당한다면 그의 철수는 아줌마들의 현실을 보전한다. “<박하사탕>에서도 방금 전까지 물고문, 전
[설경구] 신경쇠약 직전의 스파이
-
“인터뷰를 따로따로 해? 무슨 비밀 얘기라도 하려고?” 한발 빨리 인터뷰를 시작한 설경구를 찾아와 문소리가 톡 쏘아붙인다. “어, 비밀이야. 여기 커튼 칠 거야.” 문소리의 뒷모습에 설경구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응수한다. 한수 한수 주고받는 모습에서 15년차 커플의 진정한 내공이 절로 묻어난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이후 11년 만에 본격 권태기 부부로 재결합한 설경구와 문소리, 그들다운 모습이다. “첩보영화의 탈을 쓴 코미디영화.” <스파이>에서 설경구는 “마누라 살리기”에 정신이 없는 “월급쟁이 스파이” 철수로, 문소리는 미워도 다시 한번 “남편 살리기”에 얼떨결에 도전하게 되는 초보 스파이 영희로 분한다. 아직 여름이 한창이던 8월 중순 마포구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그들만의 스파이 부부로 살아남는 법에 대해 들었다.
[스파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