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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과 관련한 외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 <어벤져스>의 총괄 프로듀서가 바로 케빈 파이기다. 그가 던지는 깨알 같은 정보에 영화계 관계자와 마블코믹스의 열혈 독자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토르> 3편의 제작 여부를 묻는 질문에 케빈 파이기가 “아이디어는 있지만…”이라고 말을 하는 순간 마블코믹스의 열혈팬들이 3편에 등장할 악당을 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케빈 파이기의 영향력이다. 지난 10월15일 <토르: 다크 월드> 홍보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올해 코믹콘에 참여할 당시 톰 히들스턴에게 함께 로키 코스튬을 하고 등장하자고 했다던데.
=코믹콘은 마블에 무척 중요한 행사다. 보통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미리 영상을 공개하는 수준의 이벤트를 여는데, 이번엔 <어벤져스>가 크게
[flash on] 로키가 인기 있는 악당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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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때, 기구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열두명의 사람이 되어 기구를 타야 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토론 수업을 했었다. 나에겐 단지 열두번의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뿐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연기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고, 그 뒤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었다.” 톰 히들스턴은 어린애 같은 특유의 웃음소리로 낄낄대며 말했다. 보통 때엔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그의 눈에서 이따금 번뜩이는 장난기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나 드래곤스쿨, 이튼스쿨, 케임브리지를 거치며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로열연극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톰 히들스턴은 의외로 나쁜 남자를 연기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마블 시리즈의 로키가 대표적이고, <섬들>(2010)의 냉소적인 아들 에드워드, <더 딥 블루 시>(2012)의 열정적이면서 차가운 공군 장교 프레디 역시도 그러하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2주쯤
[톰 히들스턴] 낙천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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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피끓는 청춘> <사랑해! 진영아> <신의 선물>
드라마
2013 <상속자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드라마 스페셜-내 친구는 아직 살아 있다>
2012 <학교 2013>
전수진의 기억 속에 올해 가을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신의 선물>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으며, <피끓는 청춘>의 촬영을 마치자마자 드라마 <상속자들>에 합류했고, <사랑해! 진영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학교 2013>으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그때보다 더 설레는” 요즘이다. “매번 고등학생을 연기했기에 대중에게 단편적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처음으로 성인 연기를 한 <사랑해! 진영아>에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랑해! 진영아>의 제이미에 대한 애
[who are you] 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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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졸업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여러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어떤 얼굴은 세월이 지나며 초점이 나간 사진처럼 흐릿해지지만, 어떤 얼굴은 사진보다 기억 속에 이미 훨씬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배우 T.O.P 혹은 최승현은 엄연히 후자에 속하는 얼굴이다. 또래의 남자배우들에 비해 훨씬 진하고 묵직한 인상의 그는, 비유하자면 목탄으로 꾹꾹 문지른 그림 같다. 그 거칠고도 부드러운 느낌의 선과 면으로 꽉 차 있는 그의 이미지들은 적은 움직임만으로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그가 배역의 대소에 관계없이 절대 배경(背景)을 연기할 수 없는 이유다. 빅뱅과 GD&T.O.P 일원으로서의 그를 비롯해 앞서 지나간 드라마 <아이리스>의 냉혈 킬러 빅이 그랬고, 영화 <포화속으로>의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이 그랬다.
<포화속으로> 이후 3년 만에 영화 <동창생>으로 돌아온 그 역시 결코 평범한 동창생이 아니다. 북에 홀로 남겨두고 온 여동생을
[최승현] 거짓말 못한다, 꽂히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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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61번째 인터뷰예요.” 박중훈과의 만남을 위해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 <톱스타>의 홍보팀이 살짝 귀띔한다. 그런 홍보팀의 뒤편으로 의자를 옮기는 박중훈 ‘감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일도 직접 하세요?” 박중훈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농을 건네자, “왜요, 이상한가요? (웃음) 인터뷰만 60번을 했는데, 진행 맡은 마케터 분들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라고 대답하는 박중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살인적인 인터뷰 스케줄을 감당하는 수많은 배우들을 목격해왔지만, 박중훈처럼 인터뷰 장소에서의 모습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배우도 드물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직업인 톱스타들의 비상과 추락을 다룬 영화가 그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는 ‘한국 연예계 탐구생활’ 같은 영화다. 연예계의 시기와 질투, 협박, 각종 루머와 추문 등 수많은 ‘소문’으로 접해왔던 무대
[박중훈]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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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부터의 자유가 새로운 연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네덜란드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의 심사위원장인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에게 꼭 맞는 말이다. 그가 직접 고안한 ‘싱글 숏 시네마’ 기법이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달의 형상>, 2011년 심사위원특별상의 <내 별자리를 찾아서>에 이어 최근 <북해의 청어잡이>에서도 경이로운 영상미와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성취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단, 여기엔 전제가 붙는다. 기술은 “대상에 자유롭게 다가가 교감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기술과 서사의 상보적 조응에 누구보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그를 만났다. 도전적인 행보만큼 그에게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확신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EIDF의 슬로건이 ‘진실의 힘’이다.
=굉장히 강력한 슬로건이다. 경쟁작들 하나하나가 상당히 힘이 있고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결정이 쉽
[flash on] 예측할 수 없는 ‘리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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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씨네21>은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특집에서 김주환 감독을 만났다. 감독이 아닌 쇼박스 홍보팀 직원으로였다. 1년 뒤 다시 근황을 물었을 때 그는 “직접 영화를 연출할 꿈도 꾸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바람대로 감독이 됐다. 촬영, 미술, 무술 등 현장 스탭이 연출을 하는 경우는 더러 봐왔지만, 배급사 직원이 연출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회사를 휴직하고 만든 <코알라>는 대기업 직원 동빈(박영서)과 배우 지망생 종익(송유하)이 함께 수제햄버거 가게를 창업하고 겪는 우여곡절을 뼈대로 삼았다. 트렌디하고 발랄해 보이는 포장 안에 젊은이들의 고민을 한껏 녹여낸 작품.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뒤 10월24일 개봉했다.
-영화 속 ‘버거보이’가 개발한 차돌박이 수제햄버거는 상품화해도 될 것 같던데.
=식욕은 공통적인 관심사니 쉽게 통할 수 있겠지 싶었다. 나는 햄버거 개발 과정이 영화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햄버거 패티를
[flash on] 영화가 햄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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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욱은 항상 어딘가에 있었다. 부연하자면, 스무편쯤 되는 드라마와 일곱편의 영화에 주상욱이 있었다. 그는 잘생긴 얼굴을 가진 데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대사를 뱉을 때의 발성과 호흡도 안정적인 ‘괜찮은 연기자’였다. 그런데 그렇게 괜찮은 그가 왜 이제야 눈에 띄기 시작했을까. 주상욱이라는 배우를 이야기하기에 어떤 키워드가 가장 알맞을지 잘 모르겠다. 아니, 어느 때가 적기일지 모르겠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어느 작품에선가 늘 누군가가 되어있었고, 데뷔 때와 똑같은 얼굴로 무슨 일이든 하고 있었음에도 주상욱은 14년 동안 별다른 구설도, 유명세도 없이 조용하고 꾸준하게 ‘배우 생활’을 지속해왔다. “연기 연습? 없다. 안 쉬고 계속 일하다보니 연기 연습이라기보다 할 일, 맡은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것도 연습이라면 연습일 수 있겠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바로 비우는 게 나에겐 더 중요했다.” 배우 생활. 그에게 연기란 곧 일이고 생활이었다.
드라마 <신
[주상욱] 슈트 벗고 야상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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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가 4회쯤 나가고 나서 한때 연대했던 친구들로부터 욕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킬링 드라마 해야 되는 애가 왜 힐링 드라마를 하고 있냐’고. (웃음)” OCN의 첫 장르 시리즈물이었던 <신의 퀴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뒤, 첫 공중파 작품 <굿닥터>로 명실상부 장르 드라마 인기작가로 거듭난 박재범 작가의 말이다. 의학 범죄 수사물, 의학 휴먼 드라마, 연이어 ‘의드’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그는 “실은 <이블 데드>를 ‘삐자’ 비디오로 보고 자란 호러 마니아”다. <굿닥터>의 종영 2주 뒤,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그를 만나 어떻게 그의 무서운 상상력에서 이토록 착한 드라마가 나왔는지 물었다.
-원제는 <그린 메스>였다고.
=특정 캐릭터의 소품보다 모든 의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을 찾았다. 결국 <굿닥터>가 됐는데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다. (웃음) 회의하다가 <하얀 닥터> &
[trans x cross] 장르적 캐릭터가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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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롤러코스터>
2012 <분노의 윤리학>
방송
2013 <하정우 부라더스>
고성희는 지난해 이맘때 부산국제영화제 소식을 접하며 “꼭 작품을 들고 하루빨리 부산영화제에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롤러코스터>를 통해 부산을 찾아 그 다짐을 이루었다. 대사가 중요한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일본인 특유의 한국어 말투가 몸에 밸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며 함께 지냈던 재일동포 출신의 가수 “(권)리세의 말투를 기억해내고” 그녀의 말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도 거쳤다. 진짜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는 관객의 평은 그녀의 노력에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모델 활동을 하던 중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했으나 “이제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who are you] 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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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은 토너먼트에 강한 남자다. 2009년 여름,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K> 시즌1에서 72만명의 후보를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부터 그의 미래는 정해졌다. 데뷔의 발판을 마련해준 <슈퍼스타K>는 지금에 와보니 워밍업에 불과했던 것 같다. 얼마 전 그의 네 번째 출연작인 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종영했다. 다시 새로운 트랙을 돌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지금, 가수 겸 배우로 진짜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서인국을 만나 숨차게 달려온 지난날에 대해 들어봤다. 그에게 배우의 삶을 열어준 드라마 <사랑비>부터 개봉을 앞둔 영화 <노브레싱>까지 서인국의 배우인생 토너먼트를 차근히 되짚어보기로 한다.
[몸풀기] KBS 드라마 <사랑비>의 김창모
시골에서 올라와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어수룩하고 우직한 소년. 활달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친구들간의 관계도 균형 있게 조율할 줄 안다.
“첫
[서인국] Perfect 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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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화와 건축을 묶어 설명하려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둘 다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당연하고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였다. 이제는 건축 전문 다큐멘터리스트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재은 감독이 또 한번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신작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청이 지어진 과정을 가감 없이 따라간다. <말하는 건축가>가 고 정기용 건축가를 중심에 놓고 조각해낸 따스한 관찰이었다면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서울시청이 주인공인 그야말로 ‘건축’에 대한 이야기다. 건축을 하나의 문화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좀더 넓히고 싶었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벌써 건축다큐멘터리만 두편째다. 이러다가 건축 전문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겨우 영화 두편으로 어떻게 전문가가 되겠나. (웃음) 계속 하다보니
[정재은]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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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에 걸린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액션히어로 썬더맨으로 변신하는 아빠 주연(오정세)의 무용담을 그린 <히어로>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십년지기 친구 오정세와 의기투합한 김봉한 감독의 입봉작이다. “시시하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진 몰라도 최소한 이 영화를 보고 상처받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 감독의 모습에서 영화의 성격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허당이지만 자랑스러운 한국형 액션히어로를 탄생시키기까지 김봉한 감독이 풀어놓은 고생스럽지만 정겨운 제작기에 귀기울여봤다.
-‘아빠 영화’가 대세인가보다.
=요즘 아버지를 다룬 영화가 많지만 성격이 다 다르니 상관없다. <히어로>는 팀 버튼 영화의 정서에 기대는 영화다. 팀 버튼이 아이를 가졌을 때 <빅 피쉬>를 만들지 않았나. 일생 동안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 본 첫 번째 영화는 <취권>이었고, 두
[flash on] 아빠는 허당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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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인터뷰 장소로 넘어와서인가. 소이현은 무대 인사 때 입었던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자신의 밴에서 내렸다. 170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시원한 발걸음, 훤히 드러나는 어깨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리정돈된 단발머리, 앵두 같은 입술 등 그의 외모는 ‘인간 레몬’이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할 만큼 ‘자체 발광’했다. “시나리오에서 미나는 존재감이 없었는데 소이현이 캐스팅되면서 비중을 크게 만들어야 했다”는 박중훈 감독의 말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하긴 소이현의 상큼한 매력을 그냥 지나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모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여자. 고급스럽고 도도한 여자. 그런 면모들이 일상인 여자. <어느날 갑자기>(2006) 이후 7년 만에 출연한 영화 <톱스타>에서 소이현이 연기한 영화/드라마 제작자 미나는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아니, 하이에나 같은 수컷들이 득실거리는 연예계에서 젊은 나이에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톱스타
[소이현] 나쁘지 않은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