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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한재림 감독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상’인가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같은 좋은 배우를 한 영화에 캐스팅하고 “우리 영화는 첫 번째 구애에 모두 성공했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영화는 1453년 단종 1년,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핵심인물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사건의 주역은 익히 아는 수양대군이나 김종서, 한명회가 아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희생양이 된 관상가 ‘내경’이다. 겨우내 촬영을 하고, 이제 막바지 작업 중인 한재림 감독은 ‘편집이 가장 어려웠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전한다. 그도 그럴만하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내 손으로 덜어내자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더라.” 행복한 고민 중인 한재림 감독에게 촬영을 함께한 배우의 관상을 봐달라고 청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촬영, 그리고 후반작업을 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관상>에 참여한 배우들에
[관상] 꼴 좋다 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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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은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은 김용균 감독의 네 번째 영화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실패” 이후 4년 만의 재기작으로 김용균 감독은 공포영화를 택했다. 공포영화 장르는 <분홍신> 때 이미 충분히 숙지했다. 결과적으로 <분홍신>은 <더 웹툰>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 <더 웹툰>은 <분홍신>과는 정반대로 “자극적인 이미지보다 공감가는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대중적인 접점을 고려한 이 선택이 흥행으로까지 귀결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지만 개봉 전 언론시사회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었다.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두고 만난 김용균 감독은 꽤 여유있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200% 만족한다. 이 작품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김용균 감독에게서 이 여유의 이유에 대해 들었다.
-얼굴이
[김용균] 지옥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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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칸영화제 조직위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경험했다. 그들은 경쟁부문 상영작인 왕가위 감독의 <2046> 언론 시사회가 시작될 무렵, 22개의 릴 중 단 하나의 릴만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릴을 실은 두대의 오토바이가 칸 도심을 질주하고 있을 때,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전은 세계 각국의 영화계 관계자 12명과 통화하며 <2046>의 순조로운 상영을 진두지휘해야 했다. 릴을 교체하는 순간의 10초 페이드아웃이 있었을 뿐, <2046>의 상영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쟁부문 영화의 선정부터 영화제 손님맞이까지, 집행위원장 질 자콥과 더불어 칸영화제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는 크리스티앙 전에겐 매년 가슴 쓸어내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다. 그런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인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KAFA+의 6월19일 마스터클래스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영화제에 몸담아온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flash on] 윤종빈 감독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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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향한 강렬한 욕구.’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의 김용균 감독은 이시영에 대한 인상을 그렇게 정리했다. 그 변신의 핵심은 <더 웹툰>에서 철저히 혼자라는 점이다. <위험한 상견례>(2011), <남자사용설명서>(2012) 등 특유의 매력을 뽐낸 일련의 로맨틱코미디영화에서 사이좋게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던 상대가 졸지에 사라진 셈이다. 자신이 그린 웹툰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작업실에 홀로 남겨진 웹툰 작가 지윤(이시영)은 과거의 망령에 허우적댄다. 변신을 향한 욕망은 그렇게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남겨졌다. 돌이켜보니 얻은 것도 아쉬운 점도 많단다. <더 웹툰>을 통해 배우로서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시영을 만났다.
이시영은 로맨틱코미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커플즈>(2011)에서 돈 많은 남자가 최고라 믿는 꽃뱀 ‘나리’, <위험한 상견례>
[이시영] 불안, 변신, 욕망 그리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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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레논>은 그런 상상을 통해 쓰인 장편소설이다. 존 레넌이 서른다섯살에 은퇴하기로 결심한 뒤인 1975년 9월21일과 한 정신 이상자에게 살해당하기 전날인 1980년 12월7일 사이에 그가 돌아본 자신의 삶은 어떤 광경이었을까. 음악, 엄마, 섹스, 마약, 농담, 언론, 오해, 침묵, 오노 요코….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존 레넌이 노래하는 목소리와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동시에 책장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레논>의 한국어판 발간과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내한한 그를 만났다.
-한국에 출간된 당신의 전작들인 <시작은 키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과 비교해보니 <레논>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라면, 이번 책은 실존 인물인 존 레넌에 대한 이야기이고, 묵직하게 읽힌다.
[trans x cross] 존 레넌은 언제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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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이별계약>
2012 드라마 <전국소병>
2012 드라마 <부침>
2012 영화 <첫 번째>
2011 드라마 <이혼의 규칙>
2011 영화 <실연 33일>
2011 영화 <만유인력>
2010 드라마 <집의 N승>
2009 드라마 <아적청춘수작주>
2007 드라마 <행복재나리>
2006 드라마 <여청춘유관적일자>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바이바이허는 중국 치유계전영, 다시 말해 중국 힐링무비의 대명사다. <실연 33일>과 <이별계약>에서처럼 주로 남녀간의 만남과 이별, 상처와 회복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이제 갓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실연 33일>을 통해 중국 영화계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대중영화백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는 이미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한/중 합작
[who are you] 바이바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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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어느덧 5년. 제작지연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이 무색하게 <일대종사>는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영화였고, 왕가위는 역시 왕가위였다. 이전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도 군데군데 숨어 있고, 그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지점들도 있었다. 그렇게 그는 지난 공백이 무색하게 그만의 시각과 품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변함없는 선글라스의 카리스마를 유지한 채 왕가위는 인터뷰 내내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와의 만남을 한줄로 정리하자면, 엽문은 바로 왕가위였다.
-양조위와 장쯔이의 만남에서 자연스레 <2046>이 떠오른다.
=<2046>은 내 영화들 중 시대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가장 희미한 영화였다. 반면 <일대종사>는 내 영화들 중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고, 명확한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다. 그래서 양조위와 장쯔
[왕가위] ‘권’(拳)에는, 영화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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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일대종사>는 왕가위 고유의 색깔과 새로운 변화 모두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없지만 영원한 페르소나 양조위가 남아 엽문을 연기했다. 양조위가 무술에 능하지 않은 배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마치 원래부터 한몸이었던 것처럼 엽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미 대작 블록버스터들을 위시해 무수한 무협영화들이 활개를 치는 중국 영화계에서, 왕가위와 원화평 무술감독이 만들어낸 적재적소의 액션 신들도 감흥을 더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와 <동사서독 리덕스>를 거치며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왕가위가 그렇게 돌아왔다. 지난 2008년 <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5년 만에 방한한 왕가위 감독을 만났다. 함께 한국을 찾은 양조위, 장쯔이와의 만남은 무비꼴라쥬를 통해 정식 개봉하는 8월경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일대종사>가 시작하
[왕가위] 王家衛(왕가위)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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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이사한 집 특유의 어수선함이 흠씬 묻어났다. 복도 좌우로 이어 붙은 방들은 아직도 뭔가 정리의 손길이 필요한 모양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홍대 인근으로 옮겨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취재진이 찾은 날은 11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있던 날. 미디어센터 그거 뭔가요, 하던 시절에 선구적 모델을 제시하고 8년간 광화문에 터를 잡아 시민과 함께해온 미디액트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빚어낸 비상식적인 공모 과정으로 인해 광화문에서 쫓겨났지만 그 뒤에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자력으로 상암동 시대를 열었고 새로운 모색을 하며 3년을 보냈다. 그 3년 동안 생존이야 꾸준히 위협받아왔지만 공동체 미디어 교육, 창작 활동 지원, 미디어 정책 연구 등 제 할 일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보금자리도 옮기고, 11번째 생일도 맞고. 미디액트의 김명준(사진 왼쪽) 소장과 이주훈 부소장을 만나고 싶어졌다.
-행사가 있는 날이라 바쁘겠다.
=이주훈_개
[김명준, 이주훈] 이사왔어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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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던 이병헌 감독은 자신이 겪은 제작 분투기를 독립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은 것만으론 모자라 자비까지 털어넣었다.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힘내세요, 병헌씨>에는 ‘감독 이병헌’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겪는 고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제목의 긍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영화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각색한 이병헌 감독은 시종일관 이 ‘비극적’ 상황을 비틀고 희화화한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왠지 내 모습 같아 씁쓸한 영화. 공감백배의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입봉하지 못한 많은 감독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다들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안 하는데, 허를 찔렀다.
=2009년에 상업영화를 준비했는데, 계속 지연되더라. 이런 경우에 허송세월하는 감독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놀기도 뭣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재밌더라.
-영화
[flash on] 웃긴데 눈물 나는 게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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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대에 로버트 패틴슨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평자는 이런 말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코스모폴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뱀파이어는 6월27일 개봉예정인 <코스모폴리스>에서 작가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의 협업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제2막을 열어젖히려 한다. 이 글은 새로운 잠재력의 배우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쓴, 로버트 패틴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코스모폴리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에 기뻐해야겠지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건 완전히(totally),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독립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의 2011년 기사다. 그저 캐스팅 소식만 들려왔을 뿐인데, 아직 영화현장에 얼굴도 들이밀지 않은 배우를 이토록 직설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로버트 패틴슨] 낯설고 차가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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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월’이 아닌 그냥 ‘김예림’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심함이 매력인 스무살 소녀였다. 특히 ‘그냥’이란 표현을 애용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녀의 ‘그냥’은 그냥 쓰는 단어가 아닌, 이런저런 뉘앙스로 분하기 직전의 잠재태에 가까웠다. <슈퍼스타K> 시즌3 이후 1년 반 만에 내놓은 그녀의 첫 미니 앨범 제목도 특정한 수식어에 묶여 있지 않은 ≪A Voice≫다. 하지만 그녀가 ‘그냥’ 부른 다섯 노래는 금세 각기 다른 서사와 온도와 리듬으로 듣는 이의 귀를 낚아챈다. 그러니 한편으로 저 제목은 다섯 가지 톤을 거뜬히 휘감아낸 ‘하나’의 목소리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할 테다. 6월18일 쇼케이스 직후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통과했을 뿐임에도, 충분히 유연하고 또 단단했다.
-쇼케이스는 잘 치렀나.
=이제야 앨범이 나온 게 실감이 났다.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내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서, 좀더 빨
[trans x cross] ‘그냥’ 부르는 노래의 온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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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깥에서의 채닝 테이텀은 꽤 가정적인 남자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주변 이야기와 생각을 자주 전하는 할리우드의 셀러브리티 중 한명인데, 사진 공유 어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압권이다. 그는 <스텝 업>에서 배우 대 배우로 만나 2009년 결혼한 제나 드완과의 커플 사진을 메인에 걸었다. 세계에서 최고로 섹시한 남자의 위엄은 어디다 두고, 사진에서 채닝 테이텀은 제나 드완과 서로 한손씩 오므려 이른바 ‘커플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일반 커플도 낯간지러워 잘 취하지 않는 포즈를 채닝 테이텀이 떡하니 짓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전체 공개로. 어쨌든 이 다정한 커플에게 최근 딸이 생겼다. 채닝 테이텀이 아버지가 됐다.
그는 영화에서 자신의 부성(父性)을 먼저 시험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서 채닝 테이텀은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존 케일을 연기한다. 대통령 경호실 면접을 본 존 케일은 씁쓸
[채닝 테이텀] It’s My Show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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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름 임승용 대표를 처음 만난 건 그가 제작한 <방자전>(2010)이 극장에서 내린 직후였다. 당시 그는 시오필름의 대표와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 자리를 겸하고 있었다.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의 책상 위에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성격상 인터뷰를 비롯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까닭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를 잘 알든 모르든 많은 사람들은 제작자인 그를 두고 “원작을 고르는 감식안이 뛰어나고, 그걸 상업영화 언어에 맞게 잘 각색해낸다”고 평가한다. <올드보이>(2003),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홍길동의 후예>(2009), <방자전>(2010), <커플즈>(2011) 등 그가 기획한 영화 대부분이 만화, 소설, 고전을 원작으로 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곧 촬영을 앞두고 있는 신작 <
[임승용] 모든 건 수년간 빚지며 배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