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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적인 규모의 좀비영화.’ <월드워Z>가 새롭게 선보인 좀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한때 인간이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의해 좀비가 된 이들은 마치 삽시간에 광활한 평원의 생명을 털어가버리는 메뚜기떼처럼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며 인류의 숨통을 옥죈다. 장벽을 넘기 위해 좀비들이 만든, 인간의 육체로 쌓아올린 바벨탑의 이미지로 마크 포스터는 좀비영화의 비주얼을 새롭게 혁신했다. 지난 6월11일,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몬스터 볼> <스트레인저 댄 픽션>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그리고 <월드워Z>까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들을 연출해왔다. 다양성과 유연함의 원천은 무엇인가.
=나는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소재를 받았을 때 가장 흥분된다.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와, 이걸 어떻게 영화로 하지?’라는 막막함과 곤란함이 느껴질 때에
[flash on] 현실적인 영웅 사실적인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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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를 챙겨본 팬들에게 <로봇G>(6월20일 개봉)는 낯선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데뷔작 <비밀의 화원>(1996)부터 <스윙걸즈>(2004)까지 청춘물을 주로 만들어왔던 그 아니던가. 물론 성장담에 대한 그의 취향은 비행기 소동극 <해피 플라이트>(2008)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던 신작 <로봇G>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다. 전자 제품 회사에서 일하는 세명의 연구원은 로봇 박람회를 앞두고 개발한 로봇을 박살낸다. 해고 위기에 처한 그들은 로봇 모형에 들어갈 사람을 찾고, 그들이 낸 구인광고를 보고 스즈키 할아버지가 로봇 조종사로 지원한다. 일상에서 영화의 소재를 찾는 것으로 익히 알려진 그의 관심사가 어떤 계기로 바뀐 것일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면으로 보내왔다.
-당신은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G&
[flash on] 노인과 로봇의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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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릉.” 김창완이 탄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카페 귀퉁이에 놓인 기타를 발견하더니 쓱 꺼내들고선 한줄씩 튕겼다. “사장님, 이거 조율한 지 꽤 됐죠?” 그의 손이 한줄, 한줄 옮겨질 때마다 기타는 제소리를 찾아갔다. “기타 줄이 잘 맞아야 소리가 깔끔하고 좋아.” 기자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던 김창완의 입꼬리가 그제야 올라간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엉뚱함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영화 <닥터>에서 그가 연기한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은 온데간데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내(배소은)가 바람 피우는 광경을 목격한 뒤 자신의 분노를 무자비하게 표출하는 그 살인마.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또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메스를 휘두르던 살인마 최인범은 어떻게 봐도 상식적인 인간은 아니었고,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최
[김창완] 악쓰지 않는 정교한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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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닥터>(2013), <파파로티>(2013), <남영동1985>(2012), <스파이 파파>(2011), <허밍>(2008), <마이 뉴 파트너>(2008), <아이들…>(2008), <우리학교>(2007), <미녀는 괴로워>(2006), <Mr. 로빈 꼬시기>(2006), <사랑을 놓치다>(2006), <똥개>(2003)
“콘서트에 놀러오세요~. 메탈리카와 같은 날에 공연합니다~.” 분명 “본업은 영화음악”이라고 했건만 외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인 김창완밴드 멤버로서 더 신이 나 보인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공연 홍보에 열심인 이 사람, <닥터>의 이상훈 음악감독이다. 대학에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음악이 좋아 “밴드를 결성하고, 음반이 잔뜩 쌓인 교내 방송국에 죽치고” 살았던 그는 “산울림 시절에 키보
[STAFF 37.5] 친숙한 소리 낯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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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
2012 시트콤 <패밀리>
2012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2011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
2011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
어리고 귀여운 인상이지만, 미간을 좁히고 눈썹을 씰룩거리면 금세 날선 짜증과 반항기가 불쑥 튀어나온다. 전자가 <패밀리>의 빵셔틀 열우봉, <옥탑방 왕세자>의 환관 도치산을 연기했던 최우식의 얼굴이라면, 후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불량학생 윤유준 역을 맡으며 그가 꺼내든 숨겨둔 가면이다.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장편영화 출연이 처음인 그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배부른 눈치다. 특히 최우식을 사로잡았던 것은 고참 연기자들의 ‘내공’이었다.
“고창석 선배과 김상호 선배가 내 롤모델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까
[who are you]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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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를 연기한 역대 수십명의 배우 중에 캐릭터보다 더 희한한 이름을 지닌 유일한 배우.” 2010년 <BBC> 시리즈 <셜록>이 방영됐을 때 처음 접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관한 묘사는 그랬다. 미확인 비행 물체처럼 대중의 시야에 진입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마이클 파스빈더와 더불어 대서양 양쪽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국계 남자배우가 되었다. 규모로는 몰라도 열성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팬덤도 거느리고 있다. 신작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컴버배치는 J. J. 에이브럼스가 꼼꼼히 조립한 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기우뚱하게 할 만큼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 그 카리스마의 색깔은 셜록의 캐릭터와 통하는 바가 있다. 남은 2013년 공개될 예정인 컴버배치의 영화는 편수로나 화제성으로나 만만치 않다. <호빗: 스마우그의 페허>,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으로 분하는 <더 맨 후>,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 &l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성의 소시오패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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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케터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 직업인으로서의 영화마케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월30일 CGV압구정에서 열렸던 영화마케팅사협회(Korean Film Marketers Association, KFMA)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영화홍보대행사 영화인 신유경 대표가 영화마케팅사협회의 목표를 밝혔다. 영화마케팅사협회에는 영화인, 퍼스트룩, 올댓시네마, 딜라이트, 더홀릭컴퍼니, 레드카펫, 무비앤아이, 메가폰, 시네드에피, 언니네홍보사, 영화사 하늘, 이가영화사, 이노기획, 엔드크레딧, 워너비펀, 필름마케팅 팝콘, 호호호비치, 흥미진진 등 총 18개 영화홍보대행사, 93명의 영화마케터가 가입했다. 창립총회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6월5일, 논현동에 위치한 영화인에서 신유경 초대 회장을 만나 영화마케팅사들이 조합을 만든 이유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부터 물었다.
-영화마케팅사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리저리 상황을 재고 있었다면 못했을 것 같다.
[신유경] 우리 어떻게 사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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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문병곤 감독의 스마트폰은 수시로 울었다.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이 젊은 감독은 그런 상황이 아주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가 만든 단편 <세이프>가 얼마 전 폐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이프>는 학비를 벌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불법 오락실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이민지)이 도박 중독자(강태영)의 돈을 가로채다가 금고에 갇히는 내용의 이야기다.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금융 거래의 어두운 이면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상은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올라갔을 텐데. 사전에 수상에 대한 아무런 언질도 없었다.
-심사위원단은 영화의 어떤 점을 잘 봤다고 하던가.
=이번 단편경쟁부문에서 돈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세이프>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한 심사위원은 “우리나라도 불
[flash on] “돈의 풍경을 일관되게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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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야, 연애하자>(감독 정하린, 개봉 6월6일)는 류현경이 2년 전 출연했던 장편영화다. 그가 맡은 28살 앵두는 신춘문예에 번번이 낙방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앵두가 남자친구와 이별하던 날, 부모는 로또 1등에 담청되면서 세계 일주를 떠난다. 앵두는 친구 소영(하시은), 윤진(강기화), 나은(한송희)과 함께 살기로 한다. 영화는 30대를 코앞에 둔 네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성장담이다. 당시 20대였던 류현경은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연애, 진로 등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앵두에게 공감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류현경은 서른이 넘었다.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지난 2년 동안 배우 류현경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얼마 전, 류현경은 <앵두야, 연애하자>를 남몰래 다시 봤다. “지금의 얼굴과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그때는 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
[류현경] 현경아, 나랑 연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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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 건축가이자 시인(<56억 7천만년의 고독> <너무 아름다운 병>), 만화광이자 아티스트인 함성호가 그다. 몸담고 있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스스로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난감해 ‘오지래퍼’라는 명칭을 따로 만들었다는 그가 산문집을 냈다. 이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함 작가의 첫 카툰 에세이집인 이 작품은 글과 그림, 문화와 역사, 건물과 사람 사이를 거닐며 포착한 삶의 희로애락으로 충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를 자랑하는 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함성호 작가와의 만남은 이러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미얀마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건축주가 동남아 세공품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걸 봐주러 간 거였다. 일주일 동안은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여행을 좀 했다.
-이번 산문집을 보면 다양한 장소에 대한 경험담이 많은데, 이번
[trans x cross] 내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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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관상>(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세계일주>(2012), <점쟁이들>(2012)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2011) 조연출
아무래도 액션배우는 유전자부터가 남다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벽만 보면 기어오르고 싶은” 충동이란 걸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을 대신한 이재남 액션배우는 벽만 보면 사지가 근질근질하다. 박정률 무술감독이 이끄는 스턴트팀 ‘열혈남아’에 소속된 지 이제 막 일년 반 지난, 파릇파릇한(?) 액션계의 새싹인 그는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연기보다 몸 쓰는 일이 더 자신있어” 액션배우가 되는 길을 택했다. 서울액션스쿨을 15기로 수료한 뒤엔 베스트 스턴트팀 김승렬 팀장의 소개로 박정률 무술감독과 연을 맺었다.
액션배우의 하루는 어
[STAFF 37.5] 뭐니뭐니해도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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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개로 태어났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류환(김수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들개는 무슨, 북파공작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훈남 배우 세명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러가 공개된 뒤 원작의 캐릭터들과 주연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유독 원작과 자주 오버랩되는 것은 배우 이현우의 얼굴이다. 흠모하는 원류환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이현우는, 정말 웹툰 속의 리해진과 똑 닮았다.
이현우는 드라마 <공부의 신>과 <아름다운 그대에게>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전까지 <대왕세종> <선덕여왕> <계백> 등에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아왔다. 선량하기 그지없는 이현우의 앳된 얼굴은 확실히 그를 아역배우로서 돋보이게 하는 강점이었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순백색’으로 머물렀던 이현우는 지난해 방영된 <적도의 남자>를 통해서 비로
[이현우] 소년에서 성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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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에 발을 들인 배우 박기웅은 길을 외우는 취미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 가면 그 동네를 많이 걸어다닌다. 처음 간 장소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너무 좋아서.” 그 설렘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면,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두발로 직접 작성한 동네의 지도가 완성됐다. 이 소박한 취미는, 그의 연기 경력에 대한 비유도 된다.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이래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관객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시험해온 그는, 새로 이사 온 동네를 산책하듯 3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과해왔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 같은 코미디영화부터 한/중/일 합작 드라마 <풀하우스 테이크2>까지 목록도 다양하다. “어느 작품을 들어가든 첫 촬영 때의 그 간들간들한 기분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새 캐릭터를 몸에 익히는 게 그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더라.” 그 간들간들함에 이끌려 그는 쉼 없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확
[박기웅] 늘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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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헝헝~. 푸하핫~. 왕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김수현은 인터뷰 내내 참으로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김수현에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동구의 모습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제가 바보 같다는 말인 거죠?”라며 또 웃었다. 달동네 바보 동구로 위장해 살아가는 남파간첩 원류환. 김수현이 스스로 선택한 임무였다. 얘기를 나눌수록 김수현은 엘리트 간첩으로 살았던 때보다 동네 바보로 살았던 시간에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된 액션연습과 혹독한 한겨울의 촬영이 김수현을 거세게 몰아붙여서였을까. 오기와 끈기로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던 시간들을 김수현은 웃음에 실어 날려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문득 김수현에게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 이후 인기에 취해 있는 대신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 몰두했던 김수현을 만나 은밀하게 물었다. 당신의 진짜 정체
[김수현] 위대한 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