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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미리 가 있던 후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우들이 이미 도착했단다. 어라,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으로부터 아직 한 시간이나 넘게 남았는데. 어쩌랴.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그것도 <전설의 주먹>에서 격투기로 단련된 배우들 아니던가. 부랴부랴 도착한 스튜디오 안은 동창회 분위기였다. 영화에서 덕규 역을 맡은 황정민은 스튜디오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며 수다를 떨었고, 상훈 역의 유준상은 맏형답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재석 역의 윤제문은 특유의 무심함으로 동생 황정민과 형님 유준상을 받쳤다. 다음 장부터 세 배우의 <전설의 주먹>도전기가 펼쳐진다. 참, 예정보다 촬영이 일찍 끝나자 윤제문이 유준상을 향해 외친다. “형님, 술먹으러 가야죠!” 이 말을 들은 유준상의 한마디. “어, 난 한잔만 할 거야.”
[전설의 주먹] 친구야! 한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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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찾은 삼청동 카페 안에는 이미 그가 <통증>(2011) 홍보 때 남긴 사인이 걸려 있었다. 모르긴 해도 최근 그가 새 출연작을 알리며 남긴 사인이 삼청동 곳곳을 장식하고 있을 터였다. 지난해 출연작이 우정출연작을 포함해 8편, 올해도 벌써 3편째다. 하지만 그는 “나한테 책(시나리오)을 주시는 분들은 그냥 다 고맙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와 작업해본 이들이 재차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그 우직함 때문 아닐까. 그 인연을 시험이라도 하듯 친분이 깊은 이지승 PD의 연출 데뷔작 <공정사회>와 김태훈 PD의 <노리개>(최승호 감독)가 4월18일 나란히 개봉한다. <공정사회>에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묵인하는 막장 형사 마동철과 <노리개>에서 연예인 성상납 사건을 파고드는 열혈기자 이장호가 맞붙는 것이다.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선보인 배우 마동석은 한몸에서 태어난 마동철과 이장호 중 누구를 응원할까.
-자신이 출연한 두 영
[마동석]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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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현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인 사람이 무엇이 아쉬워서 영화를 찍는 걸까. 4월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정사회>로 연출 신고식을 치르는 이지승 감독은 일종의 ‘갑갑함’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성범죄자들의 인권은 보장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상실감은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이 기묘한 상황. 누군가는 나서서 그 응어리를 해소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지승 감독은 사비를 털어 마련한 총제작비 5천만원으로 9일 동안 장편영화 한편을 찍어냈다.
-많은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고,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총괄 책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주변의 영화인들이 많이 도와주었을 것 같은데.
=알다시피 9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지인들이 도와주려야 도와줄 새가 없이 뚝딱 완성된 거지. (웃음) 물론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평소 친분있는 영화감독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찍으면 분명 무리가 있었을
[flash on] 잠시나마 통쾌해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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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학교>가 또 한번 스타 졸업생을 배출했다. 드라마 <학교 2013>의 흥수, 김우빈이 그다. “장혁 만들어주겠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민홍 PD의 말은 어느덧 과장이 아니게 됐다. 2011년에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연기를 시작한 김우빈은 2년 새 <신사의 품격> <학교 2013>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을 풀어젖힌 청춘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한 그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친구2>의 주연을 맡아 ‘진짜 남자’ 연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1편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동수(장동건)의 아들로 분해 신세대 건달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우빈을 만나 신작 <친구2>와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실 맨 뒤쪽 창가 자리에 앉은 남자아이의 이미지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들은 대개 존재만으로도 반 친구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며, 교
[김우빈] 청춘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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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르는 어리석은 남자다. 제아무리 출세가 좋다 한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니키아를 버리고 라자왕의 딸 감자티에게 가다니. 니키아의 아름다운 춤을 보고 브라만은 신까지 버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못난 남자! 발레 <라 바야데르>를 보는 내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선택한 솔로르를 원망했다. ‘인도의 무희’라는 제목대로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비극이다. 본 공연을 하루 앞둔 4월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 바야데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블록버스터 발레’라는 소문대로 이 작품은 120여명의 무용수와 200여벌의 의상이 투입되어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프레스콜이 끝난 뒤 니키아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수석무용수 김리회씨를 만났다(<라 바야데르>는 4월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3막 군무에 잠깐 무용수로 출연한 것 말고 계속 객석에서 프레스콜을 지켜봤다.
=객석에서 동료들을
[trans x cross] 동양적인 움직임과 감정을 맛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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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런닝맨>(2012) 제작부장, <청담보살>(2009) 제작부장
<가벼운 잠>(2008) 제작부장, <조용한 세상>(2006) 제작부
<구세주>(2006) 제작부
“요리는 재료 준비가 절반입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의 흥미로운 장면 하나. 도전자들이 미션을 받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심사위원의 이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장내는 순식간에 정리된다. 주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밑 재료 준비를 깔끔하게 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 영화 현장도 마찬가지다. 장소 섭외부터 현장 통제, 하다못해 스탭들의 식당 예약까지, 현장 준비를 도맡아 진행하는 제작부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영화가 진행될 순 없다. “한마디로 촬영 현장의 밑그림을 정리해주는 거죠. 현장의 살림꾼이랄까요.” <런닝맨>의 이병욱 제작부장은 제작부 일을 그렇
[STAFF 37.5] 욕먹고 으쌰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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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가 고독한 영웅이 되어 돌아온다. 4월11일 개봉하는 조셉 코신스키의 신작 <오블리비언>에서 그는 황폐한 지구에서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드론 조종사 잭 하퍼를 연기한다. 그가 수많은 전작에서 선보였던 ‘곤경에 처한 남자’들과 <오블리비언>의 잭은 어떻게 다를 것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막 돌아온 톰 크루즈의 이야기를 전한다.
올해 여름이면 톰 크루즈도 51살이 된다(그의 생일은 7월3일이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던 이 꽃미남 스타 배우의 미간에도 어느새 가느다란 주름이 겹겹이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화끈한 액션장면을 장착한 블록버스터영화의 주인공이다. 동갑내기 배우 브래드 피트가 레드카펫을 자주 밟을 수 있는 예술영화로 눈을 돌리고, 역시 비슷한 나이의 톱스타 조니 뎁이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만화적인 캐릭터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며 중년의 위기를 돌파할 때, 톰 크루즈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얼굴로 20년 전에도 맡았을
[톰 크루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스턴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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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의 역습이라고 해야 할까. 자칭 “도시의 기마족”,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프리덤~”을 외치는 이준익 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 사단법인 조합장으로 나섰다. 그는 취임 뒤인 지난 1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총회를 찾아 “감독조합은 영화산업의 여러 구성원과 함께 제협이라는 버스에 올라타겠다. 단, 그 버스가 종점까지 제대로 가지 못하면 버스를 폭발시켜버리겠다”는 뜨거운 농담도 던진 바 있다. 그렇다면 그와 감독조합이 향하는 종점은 어디일까. 그 답을 듣고자 4월1일 창립총회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더불어 그의 3년 만의 복귀작 <소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가 극히 말을 꺼렸음에도, 우리가 알던 이준익이 아닌 다른 이준익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영화임은 확실해 보였다. 동시에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 자리도 맡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자타를 위해 마구 “분열 중인” 멀티플레이어였다.
-어떻게 총대를
[이준익] 생산자의 생태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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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왓슨은 에마 왓슨이다. 당연한 소리. 다르게 말해보자. 에마 왓슨은 헤르미온느가 될 수 있어도 헤르미온느는 에마 왓슨이 될 수 없다. 금세기 최고의 프랜차이즈 인기 캐릭터도 그녀의 존재감을 넘어서진 못했다.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패셔니스타이자 주목받는 할리우드 청춘 스타는 이제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로 도약 중이다. ‘아름다운’이란 수식어 뒤에 가린 그녀의 총명한 눈빛을 마주할 준비를 하라.
신은 불공평하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에마 왓슨을 한번 보라. 그녀는 아름답다. 훈훈하게 자라준 대표적인 아역배우 출신 여배우로, 2011년에는 (비록 조사기관의 권위와 신빙성을 그리 높이 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한 영화전문 사이트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그녀는 인기가 많다. 빼어난 미모로 화장품 모델과 잡지화보 속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건 물론이고 각종 설문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시선 한가운데
[에마 왓슨] 내 옷은 내가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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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노리개> 정지희 역
2012 드라마 <노란 복수초> 설수애 역
2011 드라마 <TV방자전> 향단 역
2009 드라마 <청춘예찬> 양상미 역
2008 영화 <울학교 이티> 기호 짝 역
2008 영화 <쌍화점> 후궁 역
2007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 기여운 역
민지현의 가장 큰 장점은 볼 때마다 새롭다는 게 아닐까. 알려지지 않은 배우라서가 아니라 깨끗한 얼굴을 가졌기 때문일 터. 그녀가 알려진 것은 <TV방자전>의 향단 역을 맡으면서였다. 도발적인 향단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귀여운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굳히기에 들어갈 차례. 하나 이후 민지현은 여섯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수애로 분한다. <노란 복수초>의 수애는 민지현의 순진한 눈과 더없이 잘 어울렸다. 고생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무구한 얼굴 뒤엔 남모를 그
[who are you]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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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이름을 적고 있네. 누구를 풀어주고 누구를 벌할 것인지. 모두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네. 황금 사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그분이 오시는 날.” 너무나 절묘한 선곡인 조니 캐시의 <The Man Comes Around>에 맞춰 브래드 피트가 등장한다.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며 오직 옆,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는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은 도박장을 턴 멍청한 도둑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용된 ‘집행자’다. 등장과 동시에 작업을 의뢰한 드라이버(<번 애프터 리딩>에서 같은 헬스클럽 동료였던 리처드 젠킨스)와 그저 미동도 없이 오직 차 안에서 긴 얘기만 나눌 뿐이지만 여전히 그는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이제껏 보기 드물었던 색다른 킬러의 모습이랄까. 차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는 얘기에도 아랑곳없이 한번 상대를 무심히 째려보고는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다. 이제 올해로 그의 나이 딱 쉰살이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의 시간
[브래드 피트] 야심만만 냉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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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85년 학생운동 시절 구속되면서 <항소이유서>를 통해 필력을 알리기 시작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며 시사평론가, 토론진행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다 2003년 정계에 입문, 최근 10년간의 정치활동을 끝내며 지식소매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팬이라며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고 꼭 만나고 싶었다며 편지를 남기고 간 사람도 있다. 대부분 책 잘 보겠다는 말로 인사를 마무리한다. 자연인 유시민이 있는 풍경은 정치인 유시민이 머물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필요한 정치인을 잃었다는 아쉬움도 잠시, 환하게 밝아져 있는 그의 표정을 마주하니 어느새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하긴 대신 좋은 글쟁이 한명을 얻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다. 10년 만에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유시민 전 의원을 만났다.
-정치하다 그만두면
[유시민] 출발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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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여배우가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다. 두번의 오스카 후보 지명, 한번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지난 2년간 10여편의 주목할 만한 영화에 출연…. 그녀의 정체는 <제로 다크 서티>의 히로인, 제시카 채스테인이다. 그녀는 요즘 들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이름치곤 아직 한국 관객에게 생소한 존재다. 올 3월 개봉한 <제로 다크 서티>, 4월18일 개봉을 앞둔 <테이크 쉘터>를 통해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을 짚어봤다.
유명하지 않은 유명인. 이 어불성설 같은 말이 제시카 채스테인을 설명할 때 필요하다. <제로 다크 서티>의 마야 역으로 올해의 가장 강력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녀에게 무슨 실례냐고? 솔직히 말해보자. <트리 오브 라이프>의 자애로운 어머니, <헬프>의 푼수 새댁, <제로 다크 서티>의 CIA 여성 요원으로부터 제시카 채스테인의 이름을 곧바로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
[제시카 채스테인]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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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호스트>
2011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
2011 드라마 <더 런어웨이>
2009 영화 <도리언 그레이>
2004 영화 <빙 줄리아>
연기에 대한 호기심, 190cm의 신장, 그리고 강인한 느낌의 성씨. 맥스 아이언스가 아버지 제레미 아이언스에게 물려받은 목록의 전부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우아한 외모와 중후한 음색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두 번째 아이언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지닌 스물일곱살의 영국 청년이다. <레드 라이딩 후드>에서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도련님을 연기했던 그는 <호스트>에서도 두개의 인격을 지닌 소녀 멜라니의 첫사랑 제러드 역을 맡아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로 스크린을 채운다. “15살 때 학교 축제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 느낌이 왔다. 합법적인 일들 가운데서는 연기만큼 재밌는 것이 없겠구나 싶었다.” 이후 높은 경쟁률을
[who are you] 맥스 아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