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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 이민기와 김민희가 봄기운을 몰고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연애의 온도>에서 3년 사귄 사내커플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를 연기한 두 배우는 서로 특별히 반가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 속 영과 동희처럼 오래 알고 사귄 벗 같았다. 영화에서 워낙 싸우는 신이 많아서 두 사람 사이가 더 자연스러워졌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제일 처음 좋아한 연예인이 김민희였다”고 고백한 이민기도 “사랑해서 드는 정보다 싸우면서 드는 정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특출난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부딪힐 것만 같은 평범한 캐릭터로 만난 두 배우. 이들이 보여줄 보통의 연애는 과연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연애의 온도] 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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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자신이 참여한 두편의 영화가 같은 시기 극장가에서 맞붙는 경우 말이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베를린>의 흥행을 지켜보며 <신세계>의 제작자로서 한재덕이 느꼈을 법한 딜레마가 그런 것이었다. <베를린>이 700만 고지를, <신세계>가 250만 고지를 넘기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니 한숨 돌렸을 법도 하지만,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는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의 프로듀서로, 사나이픽쳐스의 차기작 <남자가 사랑할 때>의 제작자로 벌써 다음 고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베를린>과 <신세계>까지, 충무로에서 제작되는 ‘사나이 영화’의 한복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남자를 만나기에는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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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덕] 사나이 영화, 나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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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파파로티>
2011 연극 <소심한 가족 ZERO> 정씨부인, 황진이 역
2011 연극 <소심한 가족> 배향숙 역
-어떻게 배우가 됐나.
=경남 통영 출신이다. 고2 때 연극반에서 활동하다 졸업 뒤에 통영에 있는 극단 벅수골에 들어갔다. 극단 생활이 힘들어서 잠시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연기하는 게 제일 좋더라. 때마침 학교 선배가 대학로 극단 소울메이트에서 스탭을 구한다기에 일단 들어갔다. 그곳에서 7~8개월쯤 스탭으로 일하다 다시 배우가 됐다.
-<파파로티>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극단 소울메이트 최무성(배우 최명수) 연출님 덕에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경상도 사투리를 잘 써서 윤종찬 감독님이 눈여겨보신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일단, 내 연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재밌더라. 모니터에 비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반면에 아쉬움도 많았다.
[who are you]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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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의 꼬맹이, 드라마 <스킨스>의 브레이크를 상실한 청춘이 좀비가 되어 돌아왔다. 그냥 좀비가 아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좀비다. 영국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웜바디스>에서 좀비 R을 연기한다. ‘인격을 가진’ 좀비를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홀트는 여유만만이다. 니콜라스 홀트의 좀비 되기 프로젝트를 전한다.
니콜라스 홀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찍으며 제니퍼 로렌스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두 사람은 결별했고,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올해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홀트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수상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그녀가 상을 받아 무척 행복하다. 나 역시 흥분됐다.” 사적인 관계를 들추길 즐기는 할리우드 통신을 향해 꾸밈없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그가 꽤 쿨해 보인다. <웜바디스>에서 호흡을 맞춘 여배우 테레사 팔머가 영화 촬영 전
[니콜라스 홀트] 상남자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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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재용 감독에게서 호출이 왔다. ‘영화에 출연하겠냐?’는 난데없는 요청이었다. 내 역할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원격조정 디렉팅 현장을 취재하는 영화잡지 기자였다. 영화에 나온다는 건 두려웠지만, 내가 나를 연기하는 거니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다. 게다가 화려한 출연진과 함께 이재용 감독의 영화에 나올 기회가 아닌가. 보랏빛 기대는 현장 도착과 함께 퇴색됐다. 촬영장은 아비규환이었다. 현장엔 총 17대의 카메라가 있었고, 갤럭시 노트 프로모션용 단편영화 <시네노트>의 촬영팀, 그 현장을 다시 찍는 메이킹 촬영팀이 있었다. 미리 도착한 배우들은 틈만 나면 카페에서 뒷담화에 열을 올리느라 바빴고, 누가 배우인지 스탭인지 구별도 잘 가지 않았다. 이 모든 과잉의 틈바구니에서 오직 감독만 쏙 빠지고 없었다. 할리우드에 있다고 하는데 딱히 그 말을 믿는 사람도 없어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서 내 맘대로 대사를 지어냈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도 다 할리
[이재용] 생각했다, 영화라는 틀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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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안주하거나 이끌려 다니지 않는 여자.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자신의 묘한 얼굴을 견고히 갖추고 역할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여자. 영화에서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대체로 그랬던 것 같다. ‘미아 바시코프스카’라는 생소한 이름을 처음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린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 그가 연기한 앨리스는 호기롭게 무기를 휘두르며 당당하게 위기에 맞선다. 비명을 꽥꽥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다니기에 바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앨리스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2011)에서 그는 아름다운 죽음을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치고는 씩씩하고 대견해서 보는 내내 응원해주고 싶었다(그래서 더욱 슬펐다). <에브리바디 올라잇>(2010)에서 맡았던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 레즈비언 커플의 딸은 또 어떤가. 출생의 비밀이 궁금해 아빠를 찾아나서는 딸 역이었는데, 두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미아 바시코프스카] 인디아라는 이름의 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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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1999, 면회>
2012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졸업
-학교에서 연극만 했는데, 처음 겪은 영화 촬영 현장은 어땠나.
=연극무대와 달리 영화 촬영 현장은 현실감이 있는 실제 공간이라 낯설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도 어색했다. 연극은 2~3개월 동안 합을 맞춰보고 올리는데 영화는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뽑아내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주요 배우들이 모두 1986년생이다) 그런 걸 다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부담감이 없었다.
-심희섭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한참을 고민하다) 투명해지고 싶은 사람?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널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다. 그게 나의 장단점이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것 같다. 그래서 맑은 느낌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원은 순진하지만 투명한 느낌은 아니었다. 의뭉스럽달까.
=김태곤 감독
[who are you] 심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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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는 영화 속 해원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채로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해원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난로를 쬐며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낯선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곧장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촬영은 정은채의 <씨네21> 첫 표지 촬영이다. 데뷔작 <초능력자>(2010)로 ‘후아유’ 지면에 처음 소개된 뒤 두 번째 출연작 <플레이>(2011)로 ‘액터 앤 액트리스’에 나와 자신의 배우론을 이야기하더니, 네 번째 출연작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표지까지 점령한 것이다. 표지 촬영이 훌륭한 배우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데뷔한 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표지를 찍은 건 최근에 그 말고 또 없을 것이다. “첫 표지인 거 알고 왔어요. 사실 예상도 못했던 일이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해원 역을 맡은 정은채에게 홍상수 감
[정은채] 나를 연기하고 얻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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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은 <신세계> 개봉을 앞두고 잠을 설쳤다. 개봉이 코앞인 어느 감독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신세계>에 대한 박훈정 감독의 마음은 각별하다. 그의 첫 연출작 <혈투>가 저예산영화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 작품이라면, 충무로 A급 배우와 스탭들의 수혈을 받은 <신세계>야말로 상업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감독 박훈정의 진정한 면모를 가늠할 작품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집필한 시나리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를 김지운, 류승완 감독이 연출했듯 <신세계> 역시 “다른 감독이 더 잘 만들 수도 있을” 작품이라 고민도 했건만, 박훈정 감독은 결국 “다 함께 만든다는 생각으로” 잠시 펜대를 내려놓고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신세계> 개봉(2월21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잠을 설치고 있다. 죽겠다.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드나.
=개봉 스트레스겠지 뭐. 어쨌든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박훈정] 갱스터 누아르의 적통 잇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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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인사까지 끝내고 오정세가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몇분이나 흘렀을까. 그가 다시 스튜디오로 걸어들어왔다. 무언가 빠뜨리고 갔나보다 싶었는데 대뜸 휴대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전환한 뒤 기자에게 다가왔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거였다. 서로 훈훈하게 인증숏을 찍고 헤어진 뒤 생각했다. ‘나 지금 마성의 남자에게 홀린 건가?’ <남자사용설명서>를 보기 전까진 오정세를 평범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오정세는 자주 눈에 띄었지만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그의 기복 없는 꾸준함이 그런 인상을 공고히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조금 다르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오정세는 날고뛴다. 소름 돋는 발연기로 하루아침에 무명배우에서 거만한 톱스타가 된 이승재. 그런 말도 안되는 캐릭터를 오정세는 뻔뻔하게 연기한다. 발군의 코미디 연기다. 정작 본인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배우가 되기 싫다고 했지만 <남자사용설명서>를 본 관객이라면 오정세를 각인하게 될 것
[오정세] 사람들이 몰라봐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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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묻고 조진웅이 답하다
-그동안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역을 많이 맡았는데, 부드럽고 젠틀한 역할을 맡고 싶은 의향은 없나._Hanna Lee(페이스북)
=어떤 역할이 올지 미리 알고 그에 대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역을 맡았을 때, 그 당시 배우가갖고 있는 내적인 것들에 기반해 마음이 쏠리는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마음 가는 재밌는 배역이 있으면 하게 되더라.
독자가 묻고 곽도원이 답하다
-이제까지 본격적인 코믹 연기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코미디영화에 욕심이 있나. _angelyeeun13(미투데이)
=코미디에 대한 무한한 욕심이 있다. 개그맨들을 정말 존경하는데, 그분들은 자신을 낮추고 세상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보며 행복해한다. 나는 그게 배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것 같다.
독자가 묻고 문소리가 답하다
-조진웅, 곽도원, 김태훈, 이제훈씨 중 멜로 연기를 한다면 누구와 가장 잘 맞을 것 같나. _유미성(페이스북)
[분노의 윤리학] 배우 그리고 친구 사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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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의 이 대사는 <분노의 윤리학>의 다섯 등장인물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살인자 주제에, 스토커 주제에, 바람 핀 주제에, 남들 등쳐먹는 주제에,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남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을 ‘다 같은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었다. <분노의 윤리학>은 베테랑 배우 문소리, 곽도원, 조진웅, 김태훈과 청춘스타 이제훈이 선보이는 5인5색 ‘악인 캐릭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영화다. 장면마다 배틀을 벌이듯 서로 충돌하고 엉켜들며 캐릭터의 색깔을 사수하던 네 배우를 한자리에 불러모았다(군 복무 중인 이제훈은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등바등 싸우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인간적으로 너무 친한” 네 배우들의 수다는 두 시간이 훌쩍 넘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네 사람 모두 같은 소속사지만, 평소에도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분노의 윤리학] 배우 그리고 친구 사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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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인품으로나 능력으로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우스개를 하던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탈락했다. 대신 명필름 이은 대표가 지난 1월30일 열린 총회를 통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됐다. 전임 차승재 대표가 3번 연임했으니 6년 만의 새 얼굴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7번방의 선물>이 700만명을 넘기면서 지난해 극장 관객 1억만명 시대의 활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른바 영화계 활황의 시점이다. 제협이 이 시점에서 영화인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 풀어나가야 할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회장직의 바통을 막 이어받은 이은 대표를 만나 각오를 들었다.
-제협 회장으로 선출된 걸 축하한다.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웃음) 영화계에서는 이런 성질의 일을 두고 ‘공익근무’라고 한다. 각자 프로젝트나 할 일이 산더미인데 동료를 위해, 업계를 위해 대신 나서주니 공익근무란 말이 생긴 거다. 차승재 대표가 6년 동안 회장직
[이은] “이제 영화산업 총량의 발전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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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이 아니라 무슨 1인극을 보는 듯했다. 배수빈은 사진기자의 주문에 맞춰 뚝딱 광대 하선이 됐다가 금세 광해가 됐다. 턱을 아래로 쭉 당겨 호탕하게 웃을 땐 영락없는 하선이었고, 두눈에서 장난기가 싹 걷히면 영락없는 광해였다. 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 모든 표정을 만들어냈다. 턱 전체를 덮은 무성한 검은 수염도 썩 잘 어울렸다. 사실 이날 배수빈은 인터뷰에 두 시간 넘게 늦었다. 인터뷰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스튜디오로 달려온 그는 충분히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는 자신이 놓쳐버린 두 시간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뷰 내내 배수빈은 집중력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채 앞에 앉은 상대를 대했다. 어쩌면 배수빈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2월23일 첫선을 보이는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서 배수빈은 김도현과 함께 광해/하선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연극 연습 기간 동안 매일 오후
[배수빈] 고루하게 늙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