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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적어도 엔터프라이즈호 안에서 남녀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로의 등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임무와는 별개로 그녀들의 매력만은 감출 수 없다. 통신 장교 우후라는 모든 트레키(<스타트렉> 시리즈의 팬)의 로망 아닌가. 한층 성숙해져 돌아온 우후라는 물론 미모의 과학 장교 캐롤은 기나긴 우주 항해에 활력을 더해줄 것이다. 스팍의 연인 우후라와 커크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캐롤의 연애담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미다. 쉽지 않은 남자 친구들을 둔 그녀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우후라의 역할이 대폭 늘었다.
=조 살다나_감사하다. <스타트렉>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신선함은 화합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당시엔 미국인 함장, 스코틀랜드인 기술 장교, 동양인 항해사, 흑인 여성 통신 장
[조 살다나, 앨리스 이브] 우리의 행동이 <스타트렉>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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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없다면 건조하고 퍽퍽한 우주에서의 모험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스타트렉> 시리즈의 개그 페어로 다시 태어난 두 남자, 기술 장교 스코티와 의사 본즈가 바로 그들이다. 전편에 이어 엔터프라이즈호의 위기를 넘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스코티는 냉소적인 말투로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줄 아는 남자다. 자나 깨나 커크의 무모함을 걱정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닥터 본즈 역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으로 주위의 신뢰를 얻는다. 어쩌면 비상식적인 모험광들의 집단인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유일하게 상식적인 두 사람. 그들이 피곤할수록 우리는 즐겁다. 시종일관 투덜대며 문제를 지적하는 푸념 속에는 엔터프라이즈호를 향한 진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승무원 인기투표 1, 2위를 다투는, 볼수록 매력있는 남자들을 만나보자.
-스코티가 <스타트렉: 비기닝>에 이어 또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이먼 페그
[사이먼 페그, 칼 어번] 트레키도 대중도 만족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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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탐험하는 이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아기자기한 멜로드라마가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 반응은 다름 아닌 커크 선장과 그의 일등 항해사 스팍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두 남자는 종족은 물론 성별마저 넘어선 교감을 선보인다. 다혈질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커크 선장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규칙과 논리를 따르는 스팍은 정반대의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둘은 언제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 영혼의 반쪽이다. 때로는 자신의 진심을 이해해주지 않아 토라질 때도 있고 가끔은 서로의 연인을 향한 질투의 감정도 슬쩍 내비치지만 그래도 끝끝내 상대를 이해하는 진정한 로맨스의 끝.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믿을 수 없는 모험은 커크와 스팍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피어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요한 뼈대는 커크와 스팍의 우정이다. 화면 밖에서도 커크와 스팍처럼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크리스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정반대라고? 우린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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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은 다시 태어났다. 공개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위용은 이 영화가 J. J. 에이브럼스의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하 <비기닝>) 감독에 에이브럼스가 낙점되었을 때만 해도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할리우드의 실세 감독의 손에 전통있는 시리즈의 아우라가 훼손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비기닝> 이후 대중은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다크니스>는 어쩌면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시리즈 최고의 자리에 밀어올릴지도 모른다. 놀람과 경탄으로 압축되는 반응들, 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새로운 우주를 향한 개척자들, 여기 런던에서 만난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의 편지를 함께 부친다.
애초에 <스타트렉>은 그리 연속성이 단단한 시
[스타트렉 다크니스] USS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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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거장 페드로 코스타가 또 다른 거장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의 회고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전자는 형식 이전에 실존 그 자체의 힘을 믿으며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현실을 포착해낸 반면 후자는 욕망의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쓰다듬은 이미지의 연금술사였다. 많은 것을 뭉뚱그리고 생략함에도 불구하고 거장이란 표현 안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이 발 디딘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 혹은 고집 때문이다. 비록 두 사람의 영화세계는 전혀 다르지만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를 기억하는 페드로 코스타의 언어는 결국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장들의 흔적을 통해 현재 우리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발견한다. 현실을 기만하지 않고 눈앞의 존재를 직시하며 진짜 세계를 필름에 담아내는 페드로 코스타는 오늘도 여전히 사라진 것들에 시선을 돌리고 과거를 재배열하며 ‘지금’을 발견해나가는 중이다. 문득 페드로 코스타가 상상하는 내일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페드로 코스타] “아무도 나쁜 것을 그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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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2004)를 능가할 것.” <해운대>(2009)의 후반작업 때 윤제균(오른쪽) 감독은 <투모로우>를 레퍼런스 영화로 꼽으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드러냈다. 두 영화 모두 쓰나미가 도시를 덮친다는 설정인 까닭에 윤제균 감독 입장에서는 5년 앞서 개봉한 <투모로우>가 신경쓰였을 것이다. 결과는? 알다시피 ‘윤제균표 쓰나미’는 해운대를 제대로 집어삼켰다. <투모로우>를 비롯한 <인디펜던스 데이>(1996), <2012>(2009) 등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롤랜드 에머리히(왼쪽) 감독이 신작 <화이트 하우스 다운>(6월 개봉)의 홍보차 내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윤제균 감독을 떠올렸다. 그래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윤제균 감독의 만남을 어렵게 주선했다. 바쁜 홍보 일정을 쪼개 윤제균_감독과의 만남에 응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신작 <국제시장>(출연
[flash on] 친숙한 공간을 위기에 몰아넣을 때 관객이 호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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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계의 <아바타> 혹은 3D애니메이션의 끝판왕. 모두 <크루즈 패밀리>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크루즈 패밀리>는 애니메이션으로는 <토이 스토리>(1996) 이후 처음으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에 오르고, 개봉하자마자 북미와 영국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드림웍스가 지난번 <가디언즈>로 쓴물을 삼킨 이후 절치부심한 결과다. <크루즈 패밀리>의 배경인 가상의 선사시대, 크루데시우스로 관객을 초대한 이는 전용덕 촬영감독이다. 2003년 8월 드림웍스에 입사한 뒤 그는 <쿵푸팬더>와 <슈렉 포에버>에 참여했다. 그간의 작업이 <크루즈 패밀리>엔 어떤 보탬이 됐는지, <크루즈 패밀리>를 하면서 어떤 고민들이 생겨났는지 궁금했다.
-드림웍스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2003년 드림웍스에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이
[flash on] 도입부 사냥 장면 2년 공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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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와 데이지의 만남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1주 차이로 개봉하는 스티브 매퀸의 <셰임>과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여러모로 다른 영화다. 전자가 섹스에 중독된 어느 현대인의 삶을 해부한 소규모 작가영화라면 후자는 1920년대 뉴욕 배경의 고전소설 위에 차려낸 할리우드식 진수성찬이다. 하지만 그 물리적 간격에도 전자의 씨씨와 후자의 데이지는 어딘지 닮았다. 섹스 중독자 오빠의 집에 얹혀살며 오빠의 직장 상사와 섹스를 나누는 애정결핍환자 씨씨. 부호 톰 뷰캐넌과 결혼했지만 성공해서 돌아온 제이 개츠비의 구애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유부녀 데이지. 극히 이기적인 저 사랑 중독자들을, 데뷔부터 사랑의 열병에 길들여져온 여배우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다. 이제 그녀는 사랑이란 단어의 심장에 더 깊이 칼을 꽂아넣을 줄 알게 된 듯하다.
캐리 멀리건은 화려한 미모나 압도적인 아우라를 자랑하는 배우는 아니다. 영국에서 호텔리어 부모님의 평범한 양육 방식 아래 성장한
[캐리 멀리건]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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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번. 사진가 노순택이 <씨네21>에 보내온 원고와 사진의 숫자다. 햇수로 무려 5년이다. 공교롭게도 이 5년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한 시간이다. 우리는 ‘초현실적인 현실’을 살았고 노순택 작가는 사진과 글에 그 풍경을 담았다. 그것들이 <씨네21>을 거쳐 책으로 나와 독자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5월14일,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어부바>가 열리는 통의동의 류가헌 갤러리에서 그를 만나 지난 5년을 되돌아보았다.
-내일 베니스로 출국한다고 들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맞춰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열린다. 그 프로젝트팀에 소속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활동도 활발하다.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했나.
=외국에서 했던 것 중 가장 큰 전시는 <비상국가>였다. 분단 이후 한반도가 때론 정말 비상상황인 적도 있었지만 일상마저 비상상황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 남한 정권 입장에서는 북한이 필요한 존재가
[trans x cross]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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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미나문방구>(2013)
현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연출부 막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의상과 분장’ 일이다(4인을 기준으로 한 연출부에서 조감독은 스케줄 관리와 촬영 진행을, 연출부 세컨드는 배우 관리를, 연출부 서드는 (소품을 포함한) 미술과 세트를 맡는다). 프리 프로덕션 때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과 분장을 신별, 공간별로 정리해 의상팀과 분장팀에 각각 전달한다. 촬영 때 배우가 현장에 도착하면 의상팀이 의상을 입히고 분장팀이 분장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혹여 촬영 스케줄이나 순서가 바뀌면 의상팀과 분장팀에 곧바로 수정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감독과 의상팀, 분장팀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연출부 막내의 역할이다.
<미나문방구>가 첫 영화인 연출부 막내 곽민규(27)씨 역시 의상과 분장을 맡았다. 하지만 보통 영화보다 훨씬 많은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까닭에 점검할 분량이 만만치 않았다. 영화의 주요 공간
[STAFF 37.5] 통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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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말로는 힘들어>
2012 영화 <줄탁동시>
2012 드라마 <환향-쥐불놀이>
2011 영화 <로맨스 조>
아직 우리는 김새벽을 잘 알지 못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광선>(1986)에 나오는 델핀느(마리 리비에르)와 닮았다고 했다. “캐릭터의 모습 그 자체가 내 모습이었다. 나를 생각하며 델핀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면 그대로 하고 있더라”며 지극히 영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김새벽은 첫 주연작 <줄탁동시>에서 조선족 순희 역을 맡아 ‘진짜 조선족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히 동화되는 연기를 보여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이미 국제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하나 그녀는 연기를 제대로 배운 경험이 없다. 심지어 “끝까지 제대로 읽은 연기 지도서도 없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셨
[who are you] 김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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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이미 알지만 계속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대개 궁금함이란 단어로 두루뭉술하게 묶어서 이야기하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를 좀더 세밀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편하고 익숙해서 어떤 땐 이웃집 아가씨 같다가도 다시 돌아보면 엉뚱한 얼굴을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배우, 최강희는 결과보다 과정이 궁금한 배우다. 그녀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동안의 아이콘이겠는가. 데뷔 이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모두 최강희라는 배우의 이미지에 녹아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탈바꿈한다. <미나문방구>로 찾아온 그녀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작품에 신뢰를 준다. 아마도 포스터 속 그녀를 마주하는 순간 대략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고 싶었다. 예측가능한 결과에 대해 듣고자 함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늘 이렇게 안정
[최강희] 당신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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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공석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으로 부임한 최익환 원장은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조직개편과 맞물린, 영화진흥위원회와의 모호한 관계, 혼란과 파행 운영으로 인한 위상 축소, 그리고 부산으로의 이전 등 여러 난제들이 겹치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영화아카데미에 들어와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으로 <그녀는 예뻤다>(2008), <마마>(2011) 등을 연출했던 그는 이미 그전부터 초빙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제작연구과정 등 이미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커리큘럼을 효과적으로 계승하면서 다방면의 마스터클래스와 배급을 강화하는 등 영화계와의 ‘스킨십’에 주안점을 뒀다.
차기작을 준비하다 갑자기 ‘소방수’로 들어왔던 그이지만, 이제는 ‘감독’보다 ‘원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영화아카데미에서 어느덧 1년 반의 시간을 보낸 그를 만나 새로운 방향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 박기용, 장현수 등 이전
[최익환] 계속 재미난 실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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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하비, 이현학, 김휘. 네명의 영화과 자퇴생이 ‘어떻게 우리는 영상작업으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유럽에서 1년간 체류했는가’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잉여인간의 히치하이킹>(901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참조)은 스스로를 하릴없는 백수 ‘잉여인간’이라 칭하는 네 청년의 2000km 생존 여행기다. 이호재가 <씨네21>에 작품을 보내왔고, 정식개봉은 아직 미정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경험담이 녹아든 독특한 영상에 관심이 갔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이호재와 하비(왼쪽)를 만났다.
-유럽 숙박업체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숙박을 해결한다는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시작한 건가.
=이호재_방학 때 넷이 함께 영상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밤새워 작업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사이도 돈독해지더라. 그때 현학이가 불쑥 “유럽 가서도 이렇게 작업하면서 생활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기에 내가 바로 실천하자고 했다.
-굳이 다니던 영화과를 그만둬야 했나.
=이
[flash on] 생산적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