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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은 2004년 타이를 휩쓸었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끔찍했던 기억으로부터 무려 9년이 지났으니 ‘왜 굳이 이제 와서’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엄청난 자연재해는 당시만 해도 다소 생경했지만 우리는 2004년 이후에 더 크고 무서운 규모의 쓰나미를 수차례 목격했고 어느새 쓰나미는 전세계적으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게다가 그간 쓰나미를 소재로 했던 영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더 임파서블>은 종래 다른 쓰나미 소재의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한 곳에서 다시금 그날의 기억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간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가 궁금했지만 보고 난 뒤엔 ‘어떻게’를 묻고 싶어지는 영화, <더 임파서블>의 특별함을 살펴보자.
지진해일을 일컫는 쓰나미(tsunami)는 1896년 일본 산리쿠 연안에서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 공용어가 된 단어다. 그러나 이 말이
[더 임파서블] 대재난 속에서 연대와 성장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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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마가레테 폰 트로타와 나란히 영화사의 ‘뉴 저먼 시네마’ 항목에 대굵은 글씨로 이름을 올린 이래 베르너 헤어초크(70)는 단편 <헤라클레스>를 만든 17살 이후 다리를 쉬는 일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왔고 그 행로는 3D 프로젝트(<잊혀진 꿈의 동굴>)까지 다다랐다. 정글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배를 끌고 산을 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의 주인공 피츠카랄도처럼, 헤어초크는 실패할망정 시시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 헤어초크에 관한 일화 가운데 무난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몇 토막만 늘어놓아보자. 그는 18살까지 음악도 안 듣고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뮌헨 영화학교에서 훔친 카메라로 첫 영화를 찍은 그는, 자신에게는 카메라에 대한 천부소유권이 있으므로 절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978년에는 작품이 뜸한 동료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를 자극할 요량으로 “에롤이 기획 중인 영화를 끝까지 완성한다면 내가 신발을 먹겠다”고 공약했다가 공개석상
[베르너 헤어초크] 매력적인 악인은… 매우 부드럽게 무서운 일 테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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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안다.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에 출연한 손현주의 형이라는 사실 말이다. <씨네21> 기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은 따로 있다. 손홍주 사진기자가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제가) 배우 손현주의 형입니다.” 동생을 알리고 싶은 형의 마음이다. 동생 덕에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이제는 손홍주 기자가 그렇게 동생을 알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적자>의 백홍석이 되어 시청자와 함께 뛰고, 또 뛴 손현주가 지난해 마지막 날 SBS 연기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가 누구인지, 어떤 배우인지 사람들은 다 안다. 현재 장철수 감독의 신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등)를 촬영 중인 손현주를 만나 대상 수상 소감부터 다시 물었다.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예상은
[손현주] “배우 얼굴에 분이 마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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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머리통이 진짜 크대요. 목소리는 섹시하고.” <프로스트 VS 닉슨>(2008)에서 닉슨 전 대통령(프랭크 안젤라)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프로스트(마이클 신)에게 한 여자가 그렇게 얘기한다. 그런데 하나 더 덧붙이자면 프랭크 란젤라는 머리통도 크지만 그게 별로 티나지 않을 정도로 체격도 좋다. 상대를 압도하는 목소리도 물론이다. 그런 그가 가끔 치매 증세에 시달리는 전직 금고털이범으로 돌아왔다.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은퇴자”라고 했던 그가 <로봇 앤 프랭크>에서 매일 집과 도서관만 오가는 영락없는 ‘백수’ 신세가 된 것이다. 프랭크 란젤라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으며 시작하는 <로봇 앤 프랭크>는 어쩌면 <A.I.>의 양로원 버전쯤 된다. 작품 수와 존재감에 비해 그동안 덜 알려졌던 프랭크 란젤라의 진면목을 들여다본다.
짙은 눈썹에 단호한 표정, 프랭크 란젤라는 언제나 위엄이 넘치
[프랭크 란젤라] 프랭크 란젤라라는 수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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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방학인데,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뭐 했어요.
=동생이랑 디스코팡팡 탔어요.
-곧 열세살이 되는 거죠.
=네. 2001년 3월6일에 태어났고, 안산서초등학교 5학년 3반이에요. 이제 6학년 돼요.
-취미나 특기는 뭐예요.
=취미는 축구요. 학교에 가면 축구가 하고 싶어져요. 포지션은 미드필더이고 호날두 선수를 좋아해요. 특기는 딱히 없는데 공기놀이 잘해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영광 역을 맡았는데,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예요.
=PD님이랑 조감독님이 제가 있는 안산 다문화센터에 와서 (영화 출연) 할래, 안 할래 물어봤어요. 그래서 한다고 했어요. 그러고 오디션을 봤는데, PD님이 자기가 짱이니까 걱정하지 말라 그랬어요.
-아버지가 스리랑카분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죠. 부모님은 영화 출연 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냥 잘하라 그랬어요.
-촬영 전 6개월 동안 춤
[who are you] 지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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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의 인터뷰는 촬영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고, 시나리오를 읽거나 영화를 미리 보고 감상을 끼적이는 모든 순간들로부터 만남은 시작된다. 비슷한 매뉴얼로 김래원과의 인터뷰를 시작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당장 떠오르는 건 지난 2011년 연말 종영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비운의 남자주인공 지형인데 그마저도 1년 전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 스타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창구가 된 지금, 1년의 공백은 마치 영겁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시간 동안 김래원은 <마이 리틀 히어로>를 촬영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해 인생 한방을 노리는 삼류 음악감독으로 분해, 머지않아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라 불릴 초짜 아역배우를 다독이면서. 그러나 영화의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는 섣불리 자신을 내세우거나 포장하려 들지 않았다. 음악을 듣고, 책을 보고, 친구들과 만나고, 맛있
[김래원] 30대,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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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광수는 참 많은 별명을 얻었다. 모함광수로 시작해 기린, 광바타, 배신의 아이콘, 초통령 그리고 최근의 구광표까지 그의 별명은 끝도 없이 뻗어나갈 기세다. 이게 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런닝맨>에서 남에게 잘 속고 또 틈만 나면 남을 속이려드는 만만한 모사가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의 예능감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중요한 건 예능감만큼이나 그의 연기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이광수는 첫 영화 <평양성> 이후 2년 동안 <원더풀 라디오> <간기남> <내 아내의 모든 것> <마이 리틀 히어로>까지 네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마이 리틀 히어로> 촬영이 끝나갈 무렵엔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시작했다.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지만 주인공보다 작아 보였던 적도 없었다.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
[이광수] 웃기고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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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청출어람>
-<청출어람>의 소녀 역의 적임자를 찾으려고 판소리 전공자가 있는 학교들을 모두 물색한 끝에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현재 전통예술중학교를 다니는데 학교에서 오디션 제의가 들어와서 친구들과 함께 오디션을 봤다. 같이 오디션을 봤던 친구들이 캐스팅 소식을 듣고 축하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
-첫 영화인데 박찬욱, 박찬경 감독 그리고 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 떨리지 않았나.
=원래 판소리를 계속 해왔던 터라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떨리지 않았다. 다만 연기는 처음이다 보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들었다. 감독님 두분은 소녀 캐릭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셨고 송강호 선생님은 긴장하지 않도록 편하게 대해주셨다. 특히 감독님들께서 연기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색하니 캐릭터 그 자체가 되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간 판소리를 해오면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올리며 촬영에 임했다.
-어떤 경험들을 떠올렸나.
=영
[who are you] 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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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_지난해 추석특집호에서 세 사람을 따로 인터뷰하며 서로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각자 얘기한 적 있다. 그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 <스토커>에 대해서는 사건이 벌어질 중심공간인 저택 안의 팽팽한 밀도에 호기심을 가졌고, <라스트 스탠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하 <놈놈놈>)의 미국 서부 버전’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있었으며,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통제된 세트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어떻게 펼쳐낼지 궁금해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달라진 것들
박찬욱_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저택이 주요 공간이다. 마음에 드는 저택을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영화와 겹치는 느낌도 좋고 적당히 고풍스럽고 색칠 등 내부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데커레이션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딱 하나, 내가 생각한 규모가 아니어서 그 크기가 좀 아쉬웠다. 하지만 결국에는 마찬가지였던 것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대배우와 작업하니 황홀했지만, 결국엔 한국과 똑같이 지지고 볶고…ㅠ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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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한국 영화계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스토커>의 박찬욱,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의 귀환이다. 이처럼 여러 명의 한국 감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 경우는 처음이다. 물론 <설국열차>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미국과 프랑스가 참여해 무려 4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CJ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프로젝트라 부르는 게 맞을 듯싶다. 그래도 이미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배급 계약을 체결해 2013년 여름 북미에서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 감독의 진출 양상이 각기 다른 유형이라는 점이다. 영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이처럼 다양한 유형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2013년은 이들 덕분에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 같다. 지난해 추석특집호에서 따로 만났던 그들에게 더 많은 얘기를 듣고 싶었고 모처럼의 ‘회합’을 청했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대배우와 작업하니 황홀했지만, 결국엔 한국과 똑같이 지지고 볶고…ㅠ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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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 시청률 6.5%. 명실공히 3사 꼴찌 출발이다. 김명민 주연, 장항준 시나리오도 소용없었다. 방송 16회차, <드라마의 제왕>은 10%도 넘지 못한 채 7~8%를 감질나게 오가고 있다. 드라마 속 앤서니 김이라면 차마 용납 못할 수치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점에 비해 해결책은 김빠지고, 그 자리엔 구태의연한 멜로와 불치병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드라마판의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어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옭아맸던 초반의 기세에 비하면, 이건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다고 외면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신선하고 장점이 많은 작품이 <드라마의 제왕>이다. 상황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집필을 한 장항준 작가(이 경우엔 감독이 아니라 작가 타이틀)를 만나 따져 물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직원들 모두 쉬는 마포의 오피스텔을 찾았다.
-선거날도 촬영을 접었다. 크리스마스이브도 챙기고. 그렇게 다 쉬고도 일정에 차질은 없는 건가.
=빨리 쓰는 편이
[장항준] “이건 모두 내가 방송국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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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성유리가 2년 전에 찍은 저예산영화다. 매니지먼트사의 만류를 무릅쓰고 출연했다. 해사한 얼굴을 클로즈업한 포스터만 놓고 보면 고만고만한 성장영화 같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동생의 죽음을 제 탓으로 여기는 극중 윤희는 아버지의 매질을 당연한 형벌로 받아들인다. 눈두덩은 항상 멍이 들어 있고, 입가는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윤희를 세상은 동정하는 대신 경멸한다. 유쾌하고 씩씩한 캐릭터가 더 어울릴 법한 성유리는 왜 굳이 고행을 자처한 것일까.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성유리에게 드라마가 주어진 경로였다면, 영화는 찾아야 할 돌파구인지 모른다. 그녀 역시 의외의 선택을 “고심의 결과”라고 말했다.
-드라마 <신들의 만찬>(2012)을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
=여행 겸해서 홍콩에 화보촬영하러 다녀왔다. 2년 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 요즘은 필라테스와 발레를 접목한 자이로토닉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하고 있
[성유리] 포기는 없다, 진짜 배우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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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레미제라블> 2011 <힉>
2011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2008 <천일의 스캔들> 2007 <세비지 그레이스>
2006 <굿 셰퍼드>
-<레미제라블>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일곱살 때 뮤지컬을 처음 봤고, 그때부터 이 작품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었다. 어른이 되어 <힉>이라는 영화를 찍던 도중, 영화 <레미제라블>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촬영장에서 카우보이 복장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영상을 아이폰으로 찍어 에이전트에게 보여줬다. 즉시 에이전트가 <레미제라블>의 프로듀서에게 내 노래 영상을 보여줬고, 그 이후로 <더 엑스 팩터> <아메리칸 아이돌> 스타일의 영화 오디션이 시작됐다.
-마리우스 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빅토르 위고의 책으로 돌아갔다. 그의 소설에는 마리우스를 생동감있게 표현하는 데 도
[who are you] 에디 레드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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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곰곰이 되살려보자. 영화에서 쉴새없이 뛰고 구르는 손예진을 본 적이 있던가. 남의 지갑을 슬쩍한 적은 있긴 하다고?(<무방비도시> (2007)) 매력적인 소매치기이긴 했다. 대체로 그는 경험 많은 여자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두려워했으며(<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헤어진 남편과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드라마 <연애시대>(2006)). 그뿐이랴. 두명의 남편을 두려는 대담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아내가 결혼했다>(2008)). 그러니까 어떤 장르보다 감정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다루어야 하는 멜로 장르에 주로 출연해온 손예진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타워>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블록버스터 속 그의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나보다. <타워>에서 그가 맡은 서윤희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내 푸드몰의 매니저다. 크리스마스이브, 타워스카이에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는
[손예진] 이상하지 않은 나라의 손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