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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했던 세명의 간첩들이 5월24일 공덕동 스튜디오에서 접선했다.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는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이 영화에서 나누었던 진한 동료애를 스크린 밖에서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철근이라도 씹어먹을 것만 같은 젊음! 그 젊음의 에너지로 스튜디오를 후끈 달구어놓았던 세 배우들이 은밀하고 위대한 속사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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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보는 영화’를 표방하는 무주산골영화제가 오는 6월13일부터 4박5일 동안 열린다. 보도자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오래도록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했던 김건 집행위원장과 조지훈 프로그래머라는 이름이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큰 내홍을 겪었다. 6월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해임된 이후 민병록 집행위원장과 김건 부집행위원장이 사퇴했고 11월에는 조지훈, 맹수진 프로그래머, 홍영주 사무처장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고석만 신임 집행위원장 체제로 올해 14회 영화제를 무사히 치렀다. 일단 규모와 성격 등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두 영화제 사이의 연결지점을 굳이 찾으려 했다기보다, 그의 근황과 더불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직함으로 무려 12년이나 일했던 그의 새로운 영화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는 전주의 ‘삼인삼색’과 ‘숏숏숏’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매니저이기도 했다. 그렇게 ‘잘 쉬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또 영화제’라는 그는 인터뷰 내내 영화제 예찬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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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캠핑극장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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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다뤄온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텔아비브 대학에서 영화, 문학,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여성이고 어머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는 영화감독이다. 미할 아비아드 감독의 <보이지 않는>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보이지 않는-폭력의 관계구조’ 섹션의 쟁점에서 가장 호소력 짙은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연쇄강간범의 피해자였던 두 여성이 32년 뒤에 만나 과거를 복기하는 과정을 다루는데, 여주인공이 든 카메라는 증언을 기록할 뿐이다. 그 어두운 창 너머 암흑 속에 ‘보이지 않’게 잠복해 있는 폭력의 기원을 그녀와 함께 더듬어보았다.
-영화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두 여주인공이 32년 전에 이른바 ‘예의바른 강간범’에게 피해를 입었는데, 이 모순적 별명의 유래는 무엇인가.
=영화는 두 여주인공에게 트라우마가 된 강간사건을 다루고 있다. 강간범은 저널에서 ‘예의바른 강간범’(polite rapist)이라 불렸다. 그는 여성을 강
[flash on] 상처란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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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은 결혼 2년차 부부 현수와 주희의 일상과 고민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현수와 주희는 곧 장건재 감독과 김우리 프로듀서 부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작 <회오리 바람>처럼 감독 본인의 경험이 담겼는데 만듦새는 한층 꼼꼼하고 견고하다. 혼자만이 아닌 두 부부의 고민이 한데 녹아들어가서다. “사진을 인화하듯이” <잠 못 드는 밤>을 정성스럽게 건져올렸다는 장건재 감독은 요즘이야말로 진짜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라고 털어놓았다.
-<회오리 바람>에 이어 다시 감독 본인의 이야기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쓰던 시나리오가 진척이 더뎌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벼운 작업이 필요했고, 당시 결혼 3년차였던 우리 부부의 삶을 영화에 담아보기로 했다. 영화 일을 시작하고 난 뒤 겪은 가장 큰 변화가 결혼이다. 영화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대개 비슷하지 않나. 대부분
[flash on] 결혼 3년차 우리 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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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로맨틱코미디영화 한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 제작이라고는 하지만 1년차 부부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란 설정이 참신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식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영화 앞에 댄 메이저라는 이름을 더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대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무려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의 작가 아닌가. 이토록 발칙하고 기발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인물의 영화가 밋밋하게 끝날 리 없다는 일종의 확신. 첫 연출작 <저스트 어 이어>를 들고 찾아온 감독 댄 메이저의 의외의 일면을 만나보자.
-첫 연출작을 로맨틱코미디영화로 고른 이유가 있나.
=나는 나의 결혼생활을 통해 드러나는 모순을 10년간 관찰해왔고, 이제 영화로 만들어서 풀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많은 소재가 생겼다. (웃음) 결혼식장에서 커플들을 볼 때마다 ‘저들은 얼마나 갈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한번은 아내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신랑이 신
[flash on] 모니터 뒤에서 웃음 참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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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몬스터>(2013), <톱스타>(2013), <국제시장>(2013), <몽타주>(2012), <연가시>(2012), <은교>(2012), <26년>(2012), <퀵>(2011), <화차>(2011), <하녀>(2010), <황해>(2010), <불신지옥>(2009), <해운대>(2009), <국가대표>(2009), <거북이 달린다>(2009), <멋진 하루>(2008), <비스티 보이즈>(2008), <밀양>(200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음란서생>(2006), <사랑니>(2005), <여고괴담4: 목소리>(2005), <왕의 남자>(2005)
우리는 특수효과의 세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STAFF 37.5] 업그레이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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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장편영화 <마이 라띠마>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무대미술과 졸업
2010 중편영화 <더티혜리>
2010 단편영화 <은유>
박지수는 처음 출연한 장편영화 <마이 라띠마>에서 데뷔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혹한 위장결혼과 한국 생활을 버텨내는 한 타이 여인의 초상은 이 스물여섯살 신인의 연기를 통해 생생하고 절절하게 살아났다. 장기간의 오디션 끝에 유지태 감독과 스탭들의 만장일치로 발탁되었을 때에만 해도 그녀는 본인의 표현처럼 “전문적인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 백지상태”의 배우였다. 하지만 그런 만큼 흡수도 빨랐던지, 두달가량 지도를 받은 끝에 그녀는 타이어와 타이인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무대미술을 전공하며 의상과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경험이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탈’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언뜻 연기와 무관해 보이는 경
[who are you]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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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은 배우들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말콤 맥도웰의 백발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두꺼워진 하관, 그리고 에드워드 펄롱의 다크서클을 보며 새삼스레 무정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윌 스미스도 그런 배우 중 하나다. 아이같이 해맑은 얼굴과 짱짱하게 힘이 들어간 팔다리로 계속 악당과 외계인을 쫓아다닐 것만 같던 이 악동은 어느새 훌쩍 큰 십대의 아들을 데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직접 만나본 윌 스미스는 <애프터 어스>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아버지로서 그가 느낀 여러 가지 감회들을 넌지시 들려주었다.
“죽으면 원없이 쉴 텐데, 지금 무엇하러 쉬나?” 작곡가 퀸시 존스가 했던 이 말을 윌 스미스는 평생의 신조로 삼아왔다. 정말 죽은 뒤 한꺼번에 몰아서 쉬기라도 할 듯이, 데뷔한 지 20여년을 훌쩍 넘긴 그는 지금까지도 스크린 안팎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윌 스미스는 피부색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윌 스미스] 여전히 유쾌한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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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유지태는 이미 낯설지 않다. <자전거 소년>(2003)을 시작으로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 <나도 모르게>(2007) 등 네편의 단편을 통해 자신의 연출세계를 선보여왔다.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 없는 남자와 타이 이주여성이 보여주는 고독한 사랑 이야기로 배우 유지태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이주민, 호스트, 노숙인 등 영화에 등장하는 사회 밑바닥 계층의 소외된 인물들을 통해 그는 이 한편의 작품이 아닌 앞으로 자신이 영화를 통해 추구해나갈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첫 장편으로 제15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연기상복이 별로 없었던 것과 비교된다. (웃음)
=도빌영화제는 아시아영화발굴에 있어서는 정평이 난 영화제다. 디렉터가 딱 한마디 하더라. “영화가 좋아서 불렀다”고.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겠나 싶더라. 한국에서였다면 배우 유지태에 대한 후광도, 선입견도 있었을 텐데 순수하게 영화로만
[유지태] 감독질? 폼 잡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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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선 감독은 핼쑥해진 얼굴에 비해 표정만은 밝은 모습이었다. 지난 1월, 그는 박근혜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에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상대로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을 낸 상태였다. 이윽고 5월10일, 서울행정법원은 “성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이 사건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관하여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에 빠진 영등위도 얼마나 힘들겠냐”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몇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승소한 소감이 어떤가.
=당연하게도 승소했는데, 당연하지 않게도 패소를 예상했었다. 영등위가 등급 관련 소송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인데 윤창중 때문에…. 제목이라도 도발적으
[flash on] 제한상영가 또 주면 ‘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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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수행도량인 백흥암에서 이창재 감독은 300여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중앙대학교 영상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안식년을 고스란히 <길 위에서>에 바쳤다. “처음엔 거창한 꿈을 꿨다. 절에 가서 수행도 하고, 촬영도 하고, 1년 뒤엔 둘 다 얻어서 나오리라! 그런데 그곳은 지옥이었다. (웃음)” <길 위에서>는 여성 무속인의 삶을 그린 <사이에서> 이후 이창재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치열하게 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거리에서 관찰한다. 금기를 깨고 금기의 공간에 들어선 이창재 감독에게 백흥암에서 보낸 시간들에 대해 물었다.
-종교가 없는 걸로 안다. <길 위에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피안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생활하면서도 힘들 땐 수행에 기대는 편이다. 예전에 남방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위파사나 수행처인 호두마을에 갔었다. 그곳에서 칠순쯤 된 비구니 한분을 만났다.
[flash on] 깨우치지 못하고 수행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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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이 새 앨범 ≪3≫을 들고 찾아왔다. 2009년 5월, 2집 ≪지은≫을 발매한 지 4년 만이다. 그간 오지은은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을 통해 발랄한 모습을, 여행 에세이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선 솔직한 내면을 보여줬다. <고양이 섬의 기적>의 번역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씨네21>에 칼럼도 게재했다. 이제는 20대가 아닌 30대, 그러나 강렬한 음색은 예전 그대로다. 다만 ‘홍대마녀’라는 센 수식어와는 달리, ≪3≫의 오지은은 다양한 ‘관계’ 속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안다.
-4년 만에 세 번째 앨범을 냈다.
=예전만큼 노래가 빨리 써지지 않더라. 늘 머릿속에 3집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그러니 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니 4년이 지났더라.
-선뜻 곡을 만들지 못한 까닭이 뭔가.
=이전에 명확했던 것들이 다 불확실해졌다. 너무 섞여 있어서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가 안되더라. 타이틀곡인 <고작&
[trans x cross] 음악, 일기가 아닌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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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몬스터>(2013), <설국열차>(2013), <몽타주>(201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오싹한 연애>(2011)
<최종병기 활>(2011), <만추>(2010), <아내가 결혼했다>(2008)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음란서생>(2006)
<웰컴 투 동막골>(2005),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편집 데뷔(2004)
“편집 과정은 연애할 때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부러 정보를 감춘 채 호기심을 유발해야 할 때가 있다.” 최민영 편집기사의 말대로 <몽타주>는 “볼수록 헷갈리는” 영화다. <몽타주>는 스릴러의 예상 가능한 진행수순을 밟지 않는다. 서사의 논리가 안 맞는 몇몇 지점은 과감하게 돌파하고, 관객은 엔딩에 가서야 ‘그 장면’이 플래시백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STAFF 37.5] 연애하듯, 유혹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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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몬스터>
2013 영화 <미생>
2012 드라마 <내 딸 서영이>
2012 드라마 <못난이 송편>
2012 영화 <용의자X>
2012 영화 <천국의 아이들>
2011 드라마 <로열 패밀리>
2011 영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2007 영화 <전설의 고향>
2006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2004 드라마 <웨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김보라가 지인들에게 평소 자주 듣는 말이란다. 김보라가 만들어낸 ‘심상치 않은 소녀들’은 쉽사리 짐작 못할 그녀의 엉뚱함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성아는 문제아였고, 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유민은 왕따를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 영화 <용의자X>의 윤아는 살인사건의 중심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지키며, 영화 <미생>
[who are you] 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