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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배우다. 적어도 그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연극판에서 다져진 연기는 데뷔작 <꽃잎>(1996)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고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박하사탕>은 물론이거니와 2009년 최고의 블록버스터 <해운대>에서조차 ‘설경구’라는 세 글자는 연기력으로 상징되는 이름이었다. 그저 작품성있는 영화 몇편의 주연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멜로부터 코미디, 시대극, 블록버스터, 심지어 시리즈물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넓게 퍼져 있다는 걸 알려주면 의외로 놀라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토록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음에도 대중은 그를 여전히 스타가 아닌 색깔있는 연기자로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얼굴 아닌가. 지금 <감시>를 찍고 있는데 (한)효주가 난간위에 걸치고 서 있는 (정)우성이를 보고 ‘진짜 배우 같다’고 감탄하더라.
[설경구] 눈으로 묻고 얼굴로 대답하는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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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서먹할 줄 알았다. 크랭크업한 지 1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이다. 우려는 기우였다.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설경구와 손예진은 서로의 안부부터 챙겼다.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처럼 둘은 아무렇지 않게 농담도 주고받았다. 오누이 같았다. 손예진은 “원래 (설)경구 오빠와 친해요. 경구 오빠 덕분에 현장도 즐거웠어요”라고 <타워>의 현장을 떠올렸다. 알려진 대로 <타워>는 108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다.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소방대장 영기 역을, 손예진은 빌딩 내 푸드몰의 매니저 윤희 역을 맡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화재 속에서 동지애를 나눈 전우인 셈이다. 다음 장부터 설경구, 손예진의 <타워> 출연기를 전한다.
[타워] 돌아보라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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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맨이 되고 싶다. 취업을 하고 싶다. 대기업이라고 겁낼 필요도 없다. PT가 입사시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렇다면 더 의욕충전이다. 윤태호의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이하 <미생>)를 봤기 때문이다. <미생>에는 직장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낫다. 또한 <미생>에는 모든 회사원의 애환이 녹아 있다.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는 장면(21수)을 보고 코가 찡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반면 윤태호는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면을 다루는 <내부자들>도 연재했다. 2012년 대선과 함께 종지부를 찍을 이 웹툰은 <미생>과는 다른 결을 품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윤태호다.
Profile
1988 허영만 문하로 만화계에 입문
1993 <비상착륙>으로 데뷔
1997 <연씨별곡>
1998 <야후 Y
[윤태호] 삶에서 완생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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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배우는 배우다>(예정)
2012 <러시안 소설>
-‘2012 CINE ICON: KT&G상상마당시네마 배우기획전’에서 2013년 기대주로 선정됐다.
=영광이다. 다만 같이 출연한 친구들도 함께 선정됐다면 좋았을 텐데. 신연식 감독님 아래서 다같이 연기수업 들었던 친구들이다.
-다들 인상적이더라. 연기수업에서 무엇을 얻었나.
=연기 학원은 다녀보니 몇 개월 지나면 그 선생님의 연기가 나한테 그대로 입혀지더라. 근데 신 감독님은 각자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같은 대사도 다른 배우가 하면 달라야 한다고. 그렇게 8개월쯤 지났을 때 우리를 데리고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러시안 소설>에서 김기진 선생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집스럽게 소설을 계속 쓰는 문학청년 신효로 등장한다.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다. 한 가지에 매달리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승부를 봐야 한다. 주말마다 동네에서
[who are you] 강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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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이란 무섭다. 언제부터 그녀를 멜로의 여왕으로 생각하게 된 걸까. 하얗게 빛나는 피부, 긴 생머리, 사슴 같은 눈망울을 마주하는 순간 으레 그럴 거라고 짐작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청초함에 관한 한 한효주의 외모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력을 찬찬히 훑어보면 의외로, 아니 당연히 폭넓은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친근한 이미지 덕분이 아닐까 싶다. 다가가기 쉽고 편안한 매력? 뚜렷하게 예쁘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우니까”라는 그녀의 겸손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똑같은 로맨틱코미디라도 한번도 똑같은 캐릭터를 반복한적 없는 그녀에게 연기 변신은 의도나 강박이 아닌 그저 자연스런 호흡이며 거스르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했던 결과다. “이렇게 해야지 하고 일부러 선택하는 건 아니다. ‘연기 변신을 할 거야!’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 역할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이제까지 연기했던 역할들이 한번도 비슷하다고
[한효주] 자체발광 청순발랄 순수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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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콕콕 찍어 말하는 모범생. 고수가 딱 그랬다. 그의 얘기엔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진실되지 않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다. 오히려 그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엔 한참 뜸을 들인 뒤 “죄송하지만 거기에 대해선 생각을 못해봤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대답을 피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은 반듯함은 애써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의 연기에도 억지스러운 면이 없다. 고수는 파격적인 변신을 섣불리 시도한 적이 별로 없는 배우다. <썸>으로 시작해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초능력자> <고지전>을 거치면서 고수는 조금씩 전진해왔다. 그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결과다.
<반창꼬>의 강일이란 인물도 그렇게 만났다. “지금까지 장르적 성향이 짙은 작품들을 했는데 일상의 모습들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반창꼬>를 찍으면
[고수] 꾸밈없는 반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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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가 나란히 마주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저녁밥 먹는 시간이 애매해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 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거다. <반창꼬>의 강일(고수)과 미수(한효주) 커플이었다면 이렇게 조용히 밥만 먹진 않았을 텐데. 영화에서도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미수는 강일에게 점수를 따볼 심산으로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자신만만하게 내민다. 강일은 꿈쩍도 않고 식판에 담긴 자신의 밥을 입안에 떠넣는다. 끈질기게 미수가 도시락을 내밀자 강일은 도시락을 쓰레기통으로 골인시켜버린다. 강일과 미수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창꼬>는 사별의 아픔을 간직한 남자와 그 남자의 도움이 절실한 여자의 이야기다. 한편으론 까칠한 것도 고수이기에 용서가 되고, 물불 안 가리고 막 들이대는 것도 한효주니까 용서가 되는 영화다. 그만큼 <반창꼬>에선 두 배우의 매력이 돋보인다. <반창꼬>를 통해 일상의 연기에 도전한 고수와 궁극의 상큼함을
[반창꼬] 멜로드라마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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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영원하다는데 요즘은 인스턴트뿐이다. (관객으로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중 영원한 사랑을 믿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싶었다.” 12월11일 현재 682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확장판 포함한 관객수)을 동원하면서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늑대소년>은 제작사 비단길 김수진 대표의 ‘사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영화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창립작인 <음란서생> 이후 <추격자> <작전>으로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혈투>가 흥행 실패한 뒤 곧바로 <늑대소년>으로 흥행에 성공한 김수진 대표를 만났다. 영하 13도라는 유독 추웠던 날씨도 직구 스타일인 그의 화법을 막진 못했다.
-비단길 최고의 흥행작이다. 예상은 했나.
=못했지. 잘될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확신이라면.
=여성 관객이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이야기였고. 이런 소재는 처
[김수진] “나의 로망과 사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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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과 ‘그 사람’과의 인연은 무려 17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MBC 드라마 <제4공화국>(1995)에서 장광은 노신영 역할을 맡았다. 노신영은 한때 ‘그 사람’의 후계자로까지 지명됐던 인물이다. “당시 전두환씨 역할을 했던 배우(박용식)하고 마주 앉은 장면을 찍다가 고(석만) PD가 갑자기 ‘그만, 스톱!’ 그랬다. 번갈아 찍는데 누가 전두환인지 헷갈린다면서 나보고 실내장면이지만 모자를 쓰라고 하더라.” 3년이 흐른 뒤, 이번엔 ‘그 사람’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장광을 찾았다. SBS 드라마 <삼김시대>(1998)에서 ‘그 사람’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에 드라마는 조기 종영됐고, 이후 ‘그 사람’은 그를 다시 찾지 않을 듯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에서 ‘그 사람’은 그가 아니라 이덕화의 몫이었다. 만약, <26년>이 제때 만들어졌다면
[장광] ‘그 사람’ 대신 나라도 사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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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대풍수> <무자식 상팔자>
영화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2011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
-어릴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수나 배우를 꿈꾸게 됐나.
=가족 중 미술 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화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혼자 방에서 동영상 보며 연습하고 그랬는데, 우연히 사촌 응원차 따라간 오디션에 붙어 데뷔하게 됐다. 요즘도 쉴 때면 크로키북 같은 데 끼적인다.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의 은희재와 <무자식 상팔자>의 오수미와 <대풍수>의 어린 해인 중 실제 본인은 누구와 가장 닮았나.
=희재나 해인이랑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수미와는 정반대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은 통통 튀는 걸 원하시는데 워낙 조용한 성격이다. 근데 하다보니까 점점 수미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방금 나 수미 같았어’라고 느낄 때가 종종
[who are you] 손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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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의 과거와 미래가 만났다. 12월1일,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밖의 여정>)의 일본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피터 잭슨 감독과 배우 마틴 프리먼, 앤디 서키스, 리처드 아미티지, 엘리야 우드는 중간계 호빗마을 샤이어에서 방금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소박함과 친절함으로 아시아 취재진을 맞았다. 일본 기자회견에서, 회견이 열리기 전 한국 매체와 가진 20분간의 인터뷰 자리에서 시리즈의 새 출발을 앞둔 그들이 전한 소회와 기대감을 중계한다.
큰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스펙터클 만들었다
피터 잭슨 감독 인터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에 <호빗> 시리즈를 또다시 연출하게 된 계기는.
=<호빗>을 영화화하는 것이 처음에는 확실하지 않았다. 영화의 저작권을 두 군데서 나눠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서 제작이 현실화됐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영화를 찍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반지의 제
[호빗: 뜻밖의 여정] <반지의 제왕>과 <호빗> 스토리는 달라도 스타일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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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부터 진풍경을 목격했다. <호빗: 뜻밖의 여정> 일본 정킷에 참석할 40여명의 한국 기자들이 트렁크를 이끌고 공항이 아니라 롯데시네마에 모인 것이다. 보통의 영화 정킷이 출발하기 며칠 전 국내 모처에서 시사회를 열거나 정킷이 열리는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 진행된 이날의 시사회는 무척 이례적인 경우. “오늘 보신 영화는 저희 직원이 LA에서 받아와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따끈따끈한 작품”이라고 수입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남윤숙 이사가 덧붙였다. <호빗>의 후반작업이 워낙 촉박하게 끝났기 때문에 시사회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대규모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트렁크를 끌며 극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새 여정을 시작하는 <호빗> 시리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두고 “영락없는 ‘반지원정대’”라며
[호빗: 뜻밖의 여정] <반지의 제왕>에서 60년 전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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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89 1집 ≪B.C.603≫으로 데뷔
1991 2집 ≪Always≫
1993 3집 ≪My Story≫
1994 더 클래식 제작
1995 4집 ≪Human≫
1997 5집 ≪Cycle≫
1999 6집 ≪The War in Life≫ 라이브앨범 ≪무적전설≫
2001 7집 ≪Egg≫
2003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 명예홍보대사
2004 8집 ≪Karma≫
2005 라이브앨범 ≪반란≫
2006 9집 ≪Hwantastic≫
2007 미니앨범 ≪말랑≫
2009 20주년 기념 앨범 ≪환타스틱 프렌즈≫ 발매
2010 10집 ≪Dreamizer≫
2012년 3월31일. 전날 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 녹화와 뒤풀이를 마치고 느지막이 잠들었던 음악인 이승환(송파구 방이동)씨는 부은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들고 여느 때처럼 포털 연예기사를 훑다가 영화 <26년>이 제작 난항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의 마우스는 곧장 웹툰 <26년
[이승환] 무서웠고, 부끄러웠고, 그러자 오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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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익숙하다.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의 단골손님이 되더니 이제는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섭섭할 지경이다. 무시무시한 악역부터 친근한 옆집 친구까지 천의 얼굴을 소화하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배우 김성오. <아저씨>의 장기밀매업자 종석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 비서가 한 얼굴 속에 자리할 수 있는 건 만만치 않은 그의 연기 내공 덕분이다. 2000년 연극 <첫사랑>으로 데뷔해 수많은 영화 속 단역을 거치고, 서른두살에 SBS 공채 탤런트에 늦깎이 합격하여 오늘날 충무로의 대세가 될 때까지. 숱한 풍파에도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연기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 그것뿐이다.
-12월에만 <나의 PS 파트너> <반창꼬> <타워>가 연달아 개봉한다. 그야말로 대세다.
=그렇지도 않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운이 없는 편이다. 한꺼번에 개봉하는 통에 순식간에 작업한 줄 아는 분도 계신데, 우연히 개
[김성오] 익숙한 남자의 특별한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