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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9회. 용식이(조재윤)가 조 형사(박효주)에게 물었다. “근디요 조 형사님은 백 형사님(손현주)과 뭔 사이다요? 아 긍께 이게 쉬운 일은 아니지라. 탈옥을 하는데 잘못 도왔다가 커플로 쇠고랑 찰 수도 있는디.” 조 형사는 자신이 이혼을 할 때마다 대신해서 짐을 챙겨다주고 도망간 남편을 잡아다 때려주면서도 한번도 혼낸 적이 없던 백홍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선배님 편이 돼주는 거다.” 조 형사의 고백에서 뜻밖에도 17년 전, 손현주가 출연했던 <모래시계>가 떠올랐다. <모래시계>에서 손현주는 태수의 탈옥을 돕던 조력자였다. 태수는 동생들이 준비한 컨테이너 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탈출했다. 손현주는 빈 컨테이너로 경찰을 따돌렸다. 결국 그들을 잡은 경찰이 “박태수는 어딨냐”고 다그치자, 그는 함께 잡힌 동료에게 말했다. “들었니? 형님 무사하시단다.” 어쩌면 손현주라는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과잉된 남성성은 그 정도였을지 모른
[손현주] 누가 이 남자를 미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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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1995 단편 <이중주>로 등단
1996 장편 <새의 선물> 발표,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발간
1998 단편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 수상
장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발표
2000 <내가 살았던 집>으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2001~현재 소설집 <마이너리그>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장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발표
뙤약볕이 내리쬐던 주말 오후, 은희경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태연한 인생>의 마지막 장을 덮고 산책을 나섰다. 해를 피해 그늘로 걷는데, 서늘하게 식은 공기가 소설의 온도와 비슷했다. 초라한 비유를 동원하자면, 은희경의 소설은 이따금씩 걸어 들어가고 싶은 그늘 같다. 그곳에서 생의 뜨거운 불덩이들은 냉각작
[은희경] 고독을 입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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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윤제문 전성시대다. 연희단거리패와 76극단의 선 굵은 연극배우로 시작해 <남극일기>(2005)를 비롯해 <열혈남아>(2006)와 <우아한 세계>(2006) 그리고 <비열한 거리>(2006) 등 이른바 ‘조폭 아저씨’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어느덧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가리온’과 <더킹 투하츠>의 ‘김봉구’를 거치며 동네 아줌마나 꼬마들도 그 이름을 아는 ‘연예인’이 됐다. 그가 <이웃집 남자>(2010)에 이어 다시 한번 주연을 맡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유로운 캐릭터의 변신과 배우로서의 성장 궤적 자체가 경이롭다. 그에게는 단순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작품 전체의 정서를 휘감아드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 카리스마는 갈수록 친근한 맛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 그가 <나는 공무원이다>의 정감 넘치는 ‘아저씨’로 변신했다. 베이스 기타를 든 가리온, 구청장님의 눈치를 보는 김봉구랄까
[윤제문] 내겐 너무 귀여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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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시스터>
2011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미드나잇 인 파리>
2010 <로빈후드>
200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8 <아름다운 연인들>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데이비드 핀처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오디션을 봤고, 마지막 다섯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결국 캐스팅되진 못했다. 그때 우디 앨런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내 사진을 봤다면서, <미드나잇 인 파리>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참을 수가 없어 직접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갔다.
-가브리엘은 수더분한 매력을 지닌 프랑스 여인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그녀는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이다. 나는 가브리엘이 이 영화에서 일종의 ‘판타지’적인 캐릭터라고 봤다. 프랑스 여자에 대한 판타지,
[who are you] 레아 세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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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품고 있다는 게 좋더라.” 정애연은 사실상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온전한 연인을 연기했다. 외모가 지닌 날선 기운은 그동안 그녀에게 누군가를 욕심내거나, 뺏길 수밖에 없거나, 사랑에 무심한 캐릭터를 안기곤 했다. 하지만 극중에서 민수와 계약결혼을 한 효진의 레즈비언 연인인 서영은 효진과 투닥거리지도 않고, 오히려 그녀를 보듬는다. 유쾌하고 털털한 원래 성격을 드러내 보인 것도 <두결한장>이 처음일 거다. 데뷔 10년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그녀에게 찾아온 변신의 기회다.
-주로 뭔가를 욕심내는 쪽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두결한장>의 서영은 다르다.
=항상 짙은 화장을 한 도회적이고 뇌쇄적인 여자였다. 다른 걸 하고 싶었는데, 이미지 때문에 잘 안 찾아주시더라. <두결한장>은 내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걸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레즈비언이라는 캐릭터 또
[정애연] 한 꺼풀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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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엉뚱한 룸메이트 스파이크라고 설명하면 제일 빠르겠다. 리스 이판은 TV와 영화를 넘나드는 코믹한 연기가 주를 이루지만, <한니발 라이징>에서의 냉혹한 범죄자 같은 면모도 시도하는 다채로운 얼굴의 배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그가 연기한 코너스 박사는 스파이더맨 리부트의 핵심인물이다. 피터 파커의 아버지와 연결된 비밀의 중심에 서 있는 내면적 연기와 동시에 악당 리자드로서 액션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야 했다. 인터뷰 내내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이크의 모습보다 코너스 박사의 진지함을 더 보여줬지만, 몸동작까지 아끼지 않으며 어릴 적 스파이더맨의 추억을 말할 땐 영락없이 스파이크가 연상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악당 역할이야말로 블록버스터 엔터테인먼트의 핵이다.
=판타스틱했다. 훨씬 돈을 많이 주지 않나! (웃음) 정말 큰 영광이며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했다.
-주로 저예산 작업에 참여해왔는데 이번 작업은 스케일이 크다.
[리스 이판] “내 안의 야수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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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말해줘.” 소녀가 소년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첫사랑이 시작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그웬 스테이시는 슈퍼히어로영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캐릭터일 것이다. 마크 웹 감독의 전작 <500일의 썸머>와 달리, 세계를 구하느라 바쁜 남자친구 때문에 상처받는 쪽은 언제나 그웬이다. 하지만 그녀를 연기한 에마 스톤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 이 영화를 통해 만난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와 실제로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일까. 그웬의 수줍은 미소를 여전히 머금고 있던 에마 스톤을 만났다.
-한국 팬들에겐 <이지 A> <헬프>에서 보여준 당신의 빨간 머리가 친숙하다. 오랜만에 블론드로 염색한 소감이 어떤가.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웃음) 난 원래 금발이었으니까. 빨간 머리도 좋아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머리 염색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한 색깔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어메이
[에마 스톤] “앤드루는 훌륭한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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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다. 모든 걸 무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마크 웹 버전에 대해서 분명한 건 지금껏 본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서정적인 액션블록버스터란 점이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평가다. 피터 파커의 고교 시절을 중심으로, 그의 부모의 비밀, 그리고 첫사랑 그웬 스테이시와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된다. 좁은 마천루 사이를 횡단하는 스파이더맨의 몸놀림은 보다 유연해졌고, 마치 관객이 거미줄에 매달린 듯 고안된 시점숏은 시리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안겨준다. 감성과 액션 사이, 직접 만난 그는 좀더 장난기 많고 유머러스한 면모였다.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멘션을 올리더니,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아이폰을 꺼내 기자를 찍는다. 좀더 여유있고 쾌활해진 하이틴 피터 파커가 탄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던 그와의 만남이다.
-이름이 벌써 운명적으로 얽혀 있었다 싶다. 마크 웹(Webb)에서 철자 하나만 빼면 거미줄(We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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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웹]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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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의 흥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벤져스의 창립 멤버이자 마블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은 도대체 어딜 갔느냐는 거였다. 이 물음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인 마블과 영화제작사 소니의 판권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는 6월28일엔 이런 농담도 가능할 거다. 스파이더맨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기원을 추적하고, 첫사랑 여고생과 연애도 하고, 뉴욕시를 지키느라 바빴다고.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이 연출을 맡아 리부트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느 날 갑자기 전지전능한 거미의 능력을 부여받게 된 청소년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모험담이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피터는 어린 시절 자신을 삼촌에게 맡기고 행방불명된 부모님의 사연을 추적한다. 아버지의 옛 친구인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연구실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하던 피터는 수상한 거미에 물리고, 거미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정면돌파, 스파이더맨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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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트루 러브>
2012 영화 <나우 이즈 굿>
2011 영화 <폭풍의 언덕>
2010 영화 <섕크>
2010 영화 <타이탄>
2009 영화 <문>
2007~2010 드라마 <스킨스>
사춘기의 열병은 뜨겁고 붉지만 멜랑콜리한 청춘은 끄트머리에 선 새벽처럼 시리고 푸르다. <스킨스>의 에피는 그 청춘의 색온도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눈을 가졌다. 2007년 <스킨스>의 오디션장에서 자신감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카야 스코델라리오를 프로듀서가 잡아 세우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흔들리는 눈빛이 매혹적인 이 소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에피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빌려줄 기회를 얻었고, 시즌3와 4에서는 그녀를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들이 공전하게 만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의 현대판을 쓰듯 소년들과 상처들을 거느린 소녀는 불확정성의 바다 한가운데
[who are you] 카야 스코델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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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제니퍼 제이슨 리가 조지아가 아니고 <베니와 준>의 조니 뎁이 베니도 준도 아닌 것처럼 <미쓰GO>에서 ‘미쓰 고’는 고현정이 아니다. ‘미쓰 고’로 불리는 정체불명 여인의 심부름을 선의로 맡았다가 마약 거래에 휘말려 ‘미쓰 고2’로 오인되고, 부산의 두 범죄조직과 경찰 사이에서 피구공마냥 오락가락하는 가여운 여자 천수로가 고현정이 분하는 인물이다. 철심 같은 신경의 소유자가 당해도 혼이 나갈 괴변인데, 천수로는 대인기피증을 앓아 타인이 곧 지옥인 여자다. 골방에 들어앉아 꼭꼭 눌러 그리는 만화만이 그녀와 현실을 평화공존하게 한다. 게다가 대소동은 유일하게 수로의 곁을 지켜주던 친구 영심마저 일본으로 떠난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터진다. 모험, 사랑, 그리고 배신. 고소공포증 환자 롤러코스터 타듯, 여태 미루고 봉인했던 인생의 격렬한 체험에 한꺼번에 멱살잡혀 휘둘리던 천수로는 그만 팡! 터져버린다. 김설 작가의 원작 소설 <게임 오버-
[고현정] 미로를 벗어나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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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보다 비움으로써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의 궁궐 안 주요 공간을 이렇게 한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절제미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영화적인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미니멀리즘도 아니다. <형사 Duelist> <음란서생> 등 여러 사극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서 공간을 만들어온 조근현 미술감독은 오랜 파트너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선 궁궐의 진짜 모습을 펼쳐냈다(그는 인터뷰 전부터 시작할 때까지 입이 닳도록 “내가 한 건 없다. <후궁>은 전부 조상경 의상감독의 공”이라 치켜세웠다). 평일 오전, 고요한 경희궁에서 사진 찍기를 꺼려하던 조근현 미술감독을 데리고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사진 찍는 거 싫어하나.
=내가 감독이나 배우도 아니고….
-서울 시내에 있는 그 많은 궁궐 중 경희궁에서
[조근현] 화려함보단 아름다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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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헷갈렸다. 박지영이 연기했던 건 장녹수였나, 경빈 박씨였나, 장희빈이었나. “시골에 가면 어르신들이 아직도 장녹수 왔다고 하시는데, 내가 경빈 박씨를 연기했는지, 장희빈을 했는지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다. (웃음)” 박지영은 지난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장녹수>의 주인공이었다. 비천한 출신의 녹수는 장안 제일의 기생이 되고 연산군을 치마폭에 품는 거인으로 성장하지만 계급을 밟아가면서 맛본 권력에 중독돼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사극에서 치열하게, 때로는 악독하게, 그러나 안타깝게 살았던 여자들이라는 점에서 녹수와 경빈 박씨와 장희빈의 본질은 상당히 닮아 있을 것이다.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에서 박지영이 연기한 대비 또한 그녀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는 여자다. 궁에 서린 공포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대비 역시 그 자리에 힘겹게 올랐을 것이고, 그만큼 수많은 위기에 놓였을 것이고, 그래서 왕에 오른 아들을 다그치면서 질주할 수
[박지영] 배우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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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
2012 뮤지컬 <칠수와 만수>
2011 뮤지컬 <오디션>
2011 뮤지컬 <셜록 홈즈>
2011 뮤지컬 <라디오 스타>
2009 뮤지컬 <헤드윅>
2008 뮤지컬 <록키 호러 쇼>
2006 뮤지컬 <밴디트>
2005 뮤지컬 <그리스>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엔 어떻게 캐스팅됐나.
=몇년 전, 한 카페에서 우연히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났다. 속으로 ‘어, 나 청년필름 영화 좋아하는데’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다음날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은하해방전선>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스케줄이 안 맞아서 출연은 못했지만 그 전화가 인연이 되어 감독님이 내 공연도 보러 오시고, 내가 <친구사이?>의 음악 작업을 도와드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who are you] 송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