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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뭉쳤다. 전설에 대한 전설이라 할 만한 <가디언즈>는 산타클로스 놀스, 부활절 토끼 버니, 이빨 요정 투스, 꿈의 요정 샌드맨, 서리 요정 잭 프로스트, 다섯 수호신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내기 위해 악몽의 화신 피치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중 놀스, 버니, 피치에 목소리를 빌려준 류승룡, 유해진, 이종혁을 만났다.
표지 촬영 당일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을 보는데, 목소리 캐스팅 전에 이미지 캐스팅이라도 거쳤나 싶었다. 사전정보 없이 누가 어느 캐릭터를 맡았는지 점칠 수 있을 만큼 높은 싱크로율이었다. 거기에 인터뷰를 더하니 그들의 필모그래피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더 많이 발견된다. 자기 목소리에 꼭 맞는 그림을 입은 그들 덕분에 <가디언즈> 한국어 더빙판은 보는 즐거움만큼 듣는 즐거움도 크다. 그 여운을 담아 여기 그들의 3인3색 더빙 체험기를 전한다.
[가디언즈] 세 남자의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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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바꾸겠다던 테크노 여전사, 영원히 소녀일 줄 알았던 이정현이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범죄소년>에서 그가 맡은 장효승은 33살의 미혼모다. 17살 때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한 뒤 아들이 3살 때 가출한 그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뒤, 그는 아들(서영주)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듣고 찾아간다.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낀 그는 아들과의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들의 여자친구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혼모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데뷔작 <꽃잎>(1996), 공포영화 <하피>(2000)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이나 <파란만장>(2011)의 무당은 잠깐 잊어도 좋다. 강이관 감독의 영화 속 인물이 그렇듯이 <범죄소년>의 이정현 역시 사실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펼쳐낸다.
-강이관 감독은 “실제 미혼모들의 연령대가 10대가 많아서 아들 역을 맡은 서영주 씨와 나이 차가 크게 나지 않았으면 좋
[이정현] 무당? 미혼모? 배우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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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휴 잭맨을 만났다. <가디언즈>의 부활절 토끼 버니의 목소리를 연기한 휴 잭맨을 인터뷰하기 위해 각국의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적 불문, 성별 불문, 나이 불문, 모두가 휴 잭맨에게 반했다. 30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고 휴 잭맨이 자리를 뜨자 기자들은 ‘휴 잭맨은 진정한 나이스 가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까칠하고 인색하기 그지없는 기자들이 휴 잭맨에게 이렇게 호의적인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그는 모든 일에 성심성의를 다한다. 단적으로, 그에게 애니메이션 더빙은 단순히 캐릭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작업이 아니다. 실사영화를 찍듯 온전히 캐릭터 하나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휴 잭맨은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모범 배우다. <가디언즈>는 두 아이를 둔 ‘아빠’ 휴 잭맨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아내 데보라 리 퍼니스와 아들 오스카 맥시밀리안, 딸 에바를 향한 마음
[휴 잭맨] 토끼가 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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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메이퀸>
2012 영화 <도둑들> <범죄소년>
2011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축하한다. <범죄소년>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수상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책임감이 크다. 이제 오디션 보면 걱정부터 든다. “상 받은 배우니 이만큼은 해야지”라고 미리 생각하실까봐.
-첫 주연으로 쉽지 않은 연기였다. 소년원 수감, 미혼모 엄마의 갑작스런 등장, 여자친구와의 문제 등 파란만장한 ‘지구’의 상황을 표현해야 했다.
=편하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주인공의 무게라는 게 상상 그 이상이더라. 강이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조율해 나갔다. 지구는 다들 문제가 많은 학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반대로 최대한 평범한 학생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소년원에서 촬영했다.
=한달 촬영 중 7회차 정도를 소년원에서 찍었
[who are you]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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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영동1985>(이하 <남영동>)가 상영된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는 고 김근태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참석해 무대에 올랐고, 그 옆에 함께했던 이경영은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었던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간의 잔인한 고문의 기록을 날짜별로 담아낸 작품이다. 박원상이 고문 피해자인 김종태, 이경영이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을 연기했다. 김근태와 이근안이라는 실명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고문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김근태 의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시절 수많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했고,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 모두가 영화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종태는 박종철과 김근태이고
[남영동 1985] 거의 반 미친 채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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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뼛속까지 시인이겠지만, 김선우는 산문의 혁명적 힘을 믿는다. 글로 만났을 때만큼이나 발화되는 그녀의 언어는 명료하지만, 마치 책을 암송하듯 비문이 없는 문장 사이로 한숨이 섞일 때 웃음이 새어들 때 말은 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읽는 이를 주먹 꼭 쥐고 울게 만드는 사랑이야기 <물의 연인들>은 그녀를 닮았다. 인터뷰를 위해 날 맑은 주말의 시내로 나가는 길, 전경들은 사신처럼 줄지어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았고,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닭장차 때문에 공연인지 집회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서울광장의 대낮 같은 조명으로부터는 앰프 소리만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이러고도 우리가 아름다움을 믿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위해 김선우를 만나봐야 했다. 정말, 언어로 혁명이 가능합니까, 묻기 위해서.
Profile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김선우] 다시, 사랑의 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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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의 어느 초여름날 밤, 이송희일 감독의 ‘팬덤’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퀴어영화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의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후회 폐인’들이 인디포럼을 찾은 것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그날의 뒤풀이에 함께하며 <후회하지 않아> 이후 6년 동안 지속된 팬들의 오랜 목마름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은 듯 보인다.
11월15일, 앞서 언급한 두편의 영화와 올여름에 촬영한 신작 단편 <남쪽으로 간다>가 ‘이송희일 퀴어 연작 시리즈’란 이름 아래 극장 개봉한다.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과 캐스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인배우 연출 문제로 이송희일 감독의 시름은 깊어져갔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거다. 이제는 새로운 폐인이 탄생할 때라는 걸(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36쪽 프리뷰를 참조하면 좋겠다).
-첫 관객 시사회를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연다.
=<후회하지 않아> 때
[이송희일] 동성애/이성애를 가르는 빗금 자체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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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백을 하면…>의 감독 겸 제작자 조인성은, ‘그’ 조인성을 떠올린다면 처음엔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보라. ‘이’ 조인성이 훨씬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건 배우 김태우 덕분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신통찮아 툭하면 짜증인 데다 강릉으로 상습 도피를 일삼는 그를, 김태우는 미워할 수 없는 옆집 남자처럼 그려낸다. 그가 처음엔 서울과 강릉을 잇는 길 위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마주치며 이따금 억울한 상황에 처해 식식거릴 때면, 사랑스러워서 그저 흐흐흐, 하고 웃게 된다. 밥 먹는 연기는 또 어찌나 수더분한지. 이만하면 그를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까지 부르고 싶어진다. 여기, 그가 <내가 고백을 하면…>의 장면들 속에서 끄집어낸 생활연기의 참맛을 옮겨 적었다. 읽다 보면 그와 함께 강릉에서 못밥 한끼 하고 싶어질 거다.
-인터뷰 준비하다가 유부남, 그것도 11년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애도 있고, 아저
[김태우] 생활연기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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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영화 <남쪽으로 간다>
-<남쪽으로 간다>가 첫 작품이다. 생짜 신인인데도 이송희일 감독이 먼저 제안해서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나보다 잘생기고 재능있는 배우는 많으니까 ‘25살이 되기 전에 연기파 배우로 승부를 보자’라고 목표를 잡고 연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내 프로필을 보고 이송희일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
-노출이나 베드신이 힘들진 않았나.
=베드신이 어려웠을 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상대배우인 전신환 선배랑 편하고 재밌게 찍었다. 그런데 맨몸으로 뛰어다니고 진흙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3편 중 <남쪽으로 간다>의 기태가 제일 강렬했다.
=사실 나는 군대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기태 역을 맡으면서 군복도 처음 입어봤다. (웃음) 기태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다. 기태의 감정선도 감정
[who are you] 김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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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씨를 댕기는 소녀. 인간 엄마와 뱀파이어 아빠를 둔 르네즈미의 운명이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걷기 시작하고, 일곱살에 이미 10대 소녀의 성숙함을 지니게 되는 이 소녀의 특별함이 보수적인 뱀파이어 집단 볼투리가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전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인간 벨라의 존재가 모든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면, 전세계에서 모인 뱀파이어들에 늑대인간까지 합세한 <브레이킹 던 part2>의 대규모 전쟁 한가운데는 ‘불멸의 아이’로 의심되는 소녀 르네즈미가 있다.
젖먹이 아기부터 여인의 모습이 엿보이는 10대 소녀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여기에 뱀파이어로서의 기질까지 소화해내길 원한다면 아역배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제작진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질 수많은 르네즈미의 모습 중 가장 성장한 버전의 르네즈미를 캐스팅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11살 소녀 매켄지 포이
[매켄지 포이] ‘천의 얼굴’을 그려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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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로버트 패틴슨일 거라 생각했다. 패틴슨은 프랜차이즈가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래, ‘<트와일라잇> 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고군분투해왔다. 지난 4년 동안 바쁜 스케줄을 쪼개 그가 출연해온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진중한 시대극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부터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조우한 <코스모폴리스>까지, 로버트 패틴슨은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이러한 그의 행보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패틴슨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향한 애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간 소녀에게 대다수의 소녀팬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어 하는 반면, 청초한 외모의 뱀파이어 에드워드에게 그녀들이 바라는 건
[로버트 패틴슨] 소녀들의 판타지를 버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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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였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키스하고 있는 사진 한장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사실 불륜 스캔들은 할리우드에서 새삼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사랑에 빠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톱스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좀 다르다. 대중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벨라를 보는 잣대로 그녀를 바라본다. 스튜어트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 소설 속 벨라와 같은 나이라는 점, 영화의 상대 배역인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스튜어트의 모습에 벨라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만들었다. 불륜 스캔들이 터진 이후, <뉴욕 데일리 뉴스>가 스튜어트를 두고 ‘트램파이어’(헤픈 여자와 뱀파이어의 합성어)라 지칭한 건 그녀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판의 화
[크리스틴 스튜어트] 삶의 전환점에 선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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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은 그들의 것일까. 종족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클립스>에서 결실을 맺은 벨라와 에드워드가 드디어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런데 이 천진난만한 소녀가 대규모 전쟁의 불씨를 댕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편, <브레이킹 던 part2>가 마침내 11월15일 개봉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볼투리 가문에 맞서 전세계 뱀파이어들이 참전하는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가족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본격적인 영화 얘기를 하기에 앞서 시리즈와 더불어 성장해온 두명의 청춘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의 스토리를 전한다. 빌 콘돈 감독이 “그들이 딸을 낳았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 극찬한 벨라-에드워드의 딸, 르네즈미 역의 매켄지 포이에 대한 소개도 함께 담았다.
[브레이킹 던 part2] 신화는 잊혀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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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났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 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그를 잡기 위한 형사의 끈질긴 사투다. <살인의 추억>의 소재에 스릴러가 바탕을 이루고, 각종 액션이 포진하며, 코믹이 끼어들고 반전이 고개를 든다. 자칫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결합이다. 독립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 이후 첫 극영화를 완성한 정병길 감독을 만났다.
-오늘 의상이 정말 멋있다. 평소에도 이런 차림인가.
=웬걸. 평소엔 늘 추리닝 차림이다. 아는 PD님이 시사회 때는 제대로 입고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빌려 입었다.
-시사회는 어제였는데, 옷을 여러 벌 빌렸나보다. (인터뷰는 시사회 다음날 저녁에 진행됐다.)
=집엘 못 갔다. 아침 8시까지 지인들과 술 마셔서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다. (웃음) 다들 축하해주고 칭찬해주더라. 영화 본 사람도, 만든 사람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그런데도 막상 나는 사
[정병길] “만화책 넘기듯, 빠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