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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변했다. 멜로영화의 대가 허진호 감독이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위험한 관계>로 돌아왔다. 하나 이 영화에서 소위 허진호식 멜로의 흔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의 허리를 베어내며 사랑의 맨 얼굴을 들이밀던 그는 <위험한 관계>를 통해 화려하고 우아한 변신을 시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화면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바꾸었는지 이유를 물으려 찾아갔지만 얼굴을 마주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비록 붓놀림이 바뀌었을지라도 그 속에 흐르는 섬세한 감정을 건져 올리는 솜씨는 변함이 없다. 다른 어떤 수사가 필요할까. 허진호는 허진호일 따름이다.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축하드린다.
=개봉 첫날 1위였다. 아직은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허진호] 나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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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화선(이요원)은 참으로 박복한 여자다. 어렵게 과거를 정리해놓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서 새 출발을 했는데 전남편이 찾아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조카가 맞는 걸 보고 구해야겠다고 전남편의 목을 조른 것뿐인데 진짜 죽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자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체를 은폐할 것인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 그때, 정적을 깨는 벨소리가 울린다. 옆집 남자, 석고(류승범)다. 도와주겠단다, 지켜주겠단다, 자신의 말대로만 하면 안전할 거란다. 그때부터 화선은 어쩔 수 없이 석고의 공모자가 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출연한 이요원은 화선을 두고 “답답한 여자인 만큼 촬영하는 내내 힘들었지만, 덕분에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보람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드라마 <마의> 촬영으로 정신없다고 들었다.
=이제 시작됐다. 성인 분량이 방영되면 더 바빠질 것 같다.
-기자 시사 때 영화는 봤나.
=봤다.
-스릴
[이요원]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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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영화 <스타: 빛나는 사랑>
2012 드라마 스페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2011 드라마 <레알스쿨>
2010 시트콤 <몽땅 내 사랑>
-모델이었는데,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연기는 중고생 때부터 하고 싶었다. 부모님께서 처음엔 반대하다가 대학을 연기 전공으로 가라고 하시더라. 모델 아르바이트는 카메라 앞에서 너무 떨려서 시작한 거다.
-<스타: 빛나는 사랑>에서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라’를 연기했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 다르게 아라는 움직임이 크지 않은 캐릭터인데.
=전작들에서 다 밝은 역을 연기했다. 실제 성격은 더 밝은 편이다. 아라는 어릴 때 입양된 슬픔이 있어서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내면으로 슬픔을 많이 안은 캐릭터다. 성장배경도 써가면서 ‘아라가 가지고 있는 슬픔은 어떤 모양일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목소리 톤이 높고 말이 빠른 편인데 아라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말
[who are you]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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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멜로영화이자 나를 놓고 연기한 첫 작품이다. 30대를 여는 첫 작품이기도 하고.” <용의자 X> 제작보고회 때 류승범은 유독 ‘처음’을 강조했다. 그 말은 무언가를 처음 경험했다는 뜻도 가지고 있겠지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의자 X>에서 그가 연기한 ‘석고’는 그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류승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남자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던 전작과 달리 석고는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로지 수학에만 몰두하는 히키코모리 같은 남자다. 우연히 옆집에 사는 화선(이요원)이 전남편을 살해하는 것을 목격한 석고는 어떤 이유로 화선을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언제나 누군가가 낸 문제를 풀다가 처음으로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낸 석고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류승범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었다.
-얼마 전 <베를린> 촬영을 끝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
[류승범] 이 배우의 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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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 감독을 만난 곳은 <점쟁이들> 제작사 사무실이 아니었다. 그는 벌써 네 번째 영화 <더 독>을 준비 중이었다. “시나리오 수정을 해야 하는데 머리가….” 그의 하소연은 개봉을 앞둔 여느 감독들의 푸념과는 달랐다. 알고 보니 <더 독>은 캐스팅까지 끝낸 상태였다. <점쟁이들>을 찍는 동안 ‘가께모찌’라도 한 것일까. 뜻한 대로 이뤄졌다면, <시실리 2km>(2004), <차우>(2009)에 이은 신정원 감독의 ‘코믹호러 3부작’은 <점쟁이들>이 아니라 <더 독>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초, <더 독>의 시나리오를 매만지던 그는 결국 다른 작가가 각본을 쓴 <점쟁이들>의 연출 의뢰를 받아들였다.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의 용한 점쟁이들이 원한을 품은 악령과 대결하기 위해 울진리에 모여든다는 설정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그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신정원] 언제나 현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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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이별을 피할 수 없게 된 5년지기 부부, 루(세스 로건)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힘겹게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루의 말은 조각나 있고, 마고의 말은 지워져 있다. 루는 떠나려는 마고를 앞에 두고 자기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완성되지 않는 문장을 뱉었다 삼켰다 한다. 이미 오래전에 완성해놨다고 믿었던 사랑이 실은 공기 중에서 느리게 부식해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의 대화도, 아니, 그의 독백도 하염없이 부스러진다. 그 비가역 반응의 부산물이 되어버린 루는 마고를 상대로 남몰래 진행해왔던 초장기 프로젝트 농담 하나를 털어놓는다. 중단된 농담과 함께, 멈춰선 사랑을 모른 척하려던 그의 노력은 그렇게 완전한 실패를 맞는다.
이 5분 남짓한 시간은, 약간 과장하자면, 세스 로건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다. 아무리 무거운 드라마를 운반해야 할 때도 늘 진담에 농담을 얼마간 섞어왔던 그다. <퍼니 피플>이나 <50/50>에
[세스 로건] 농담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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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회사원>
2007 제국의 아이들 데뷔
-원래 연기를 할 생각이 있었나.
=꿈 많은 나이라 가수와 연기 모두 해보고 싶었다. 하나만 하는 시대는 아니니까. 성격상 열심히 하는 걸 잘한다.
-영화에서 연기한 훈 역시 의욕이 넘치는 회사의 ‘알바생’이다.
=사회 초년생이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점에서 훈과 비슷하다. 집이 부산이라 가족들에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감독님께서 ‘네가 살아왔고, 듣고, 봐왔던 것을 표현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훈은 주인공 소지섭이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데뷔작치고 굉장히 큰 역할이었다. (웃음) 촬영장 가는 내내 배우러 가는 기분이었다. 빨리 현장에 흡수되기 위해 촬영이 끝난 뒤에도 집에 가지 않고 모니터 앞에 앉아 선배들이 하는 연기를 지켜봤다.
-함께 출연한 소지섭, 이미연, 곽도원에게 배운 건 뭔가.
=(소)지섭이 형에게 배우의 자세를 배웠다. 배우가 자기감정에만
[who are you]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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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점쟁이들>
2007 <아들>
-<아들>(2007)에 출연한 적 있다.
=준석(류덕환)의 여자친구로 잠깐 나왔다. 대사는 달랑 한마디였다. “아, 나도 말 좀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되게 많이 떨었다.
-<점쟁이들>의 승희는 적지 않은 비중의 캐릭터다.
=예고편의 내 얼굴을 보면 어색하고 민망하다. 후시녹음할 때도 창피해서 화면을 제대로 못 봤다. 영화 개봉하면 혼자 극장에 가서 딱 한번만 진지하게 보고 싶다. 그래야 아쉬웠던 부분을 자세하게 뜯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타로 점성술사인 승희는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캐스팅되고 나서 카드를 능숙하게 섞는 법부터 배웠다. 마술사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 긴 손톱을 붙이고 하려니 쉽지가 않더라. 전에 포커라도 해봤으면 더 빨리 배웠을 텐데. 고스톱밖에 안 쳐봐서. (웃음)
-다른 점쟁이들에 비해 의상이 독특하다.
=타로라는 점술
[who are you] 김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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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와 여름 극장가를 주도한 한국영화는 각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와 <도둑들>(9월18일 현재 1293만여명 동원)이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영화다. 공교롭게도 쇼박스가 올해로 창사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쇼박스는 <괴물> <도둑들> <태극기 휘날리며> <국가대표> <디 워> 등 5편의 영화를 역대 최다 관객 수 10위권에 올리는 등 수많은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도둑들>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던 9월18일 오전, 쇼박스 사옥에서 그간 언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쇼박스 유정훈 대표를 만나 창사 10주년의 소회를 물었다.
-CJ의 <광해, 왕이 된 남자>, 롯데의 <간첩>과 달리 쇼박스는 이번 추석에 라인업을 내놓지
[유정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우리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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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선택입니다.” 추석 합본호 표지라는 얘기에 장동건의 대답이 이러했다. 어쩌면 탁월한 선택이란 답은 우리가 장동건에게 건네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남자의 표본에 가까운 이 배우는 고집스럽게 고난의 행군을 자처해왔다. 그는 “드라마틱한 운명에 처한 주인공”들의 삶을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피로감도 쌓였다. <마이웨이>라는 험준한 산을 넘자 섬세한 작업에 대한 갈증도 일었다. 허진호 감독과 손을 잡은 건 그래서다. <위험한 관계>에서 장동건은 1930년대 상하이 최고의 플레이보이 셰이판을 연기한다. 셰이판은 콧대 높은 모지에위(장백지)와의 하룻밤을 걸고, 조신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를 유혹한다. 그리고, 여심을 훔치는 데 도가 튼 셰이판의 삶은 2012년 서울에 사는 40대 ‘신사’의 삶으로 다시 이어진다. 12년 만에 드라마 나들이를 한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으로 당대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재미를 맛보았다. 그
[장동건] 로맨틱 코미디도, 멜로도 지금이라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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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 <나이트폴> 홍보차 방한한 임달화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고 매력적인 중견배우로 거듭났다. 주윤발의 캐릭터를 넘겨받기엔 어딘지 모자랐던 <첩혈가두>(1990)의 느끼한 킬러나 B급 에로영화에서 간간이 얼굴을 비치던 시절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어느새 두기봉 사단이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되더니 급기야 <도둑들>로 1천만 배우의 반열에까지 오른 배우. 그는 한국에서 ‘꽃중년’이라 불린다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짓다가(‘화중년’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멋지냐는 말과 함께) 이내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이제 막 꽃잎이 펴지려고 하는 순간이다. 10년 뒤를 지켜봐 달라”며 활짝 웃었다. 쑥스러운 얼굴 한편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이내 당당히 ‘꽃노년’까지 욕심내는 소년 같은 남자. 그저 그런 배우에서 홍콩의 오늘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듣기까지, 배우 임달화를 만나 지켜온 연기에
[임달화] “계속 잘하면 다음에는 ‘꽃노년’이라 불러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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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다운로더 캠페인 CF 촬영현장에서 안성기, 박중훈 두 사람은 무척 바빠 보였다. 류승룡, 최강희, 조정석, 신세경 등 올해 캠페인에 참여한 후배 배우들 챙기랴, 현장을 취재하러온 기자에게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랴, 캠페인과 관련한 사진과 각종 영상물 촬영하랴, 하루 만에 촬영을 끝내야 하는 현장을 점검하랴 등등. 그럼에도 햇수로 5년째 굿다운로더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안성기, 박중훈 공동위원장의 존재 덕분에 굿다운로더 캠페인 CF 촬영현장은 시종일관 밝고 듬직했다. 마침 관객과 배우들의 작은 실천 덕분에 한국 부가판권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안성기, 박중훈 공동위원장은 “합법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이 많아져서 기쁘다. 관객의 지지, 작은 실천에 감사한다”며 “그럼에도 보다 더 많은 관객이 굿다운로더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 캠페인이 없어질 그날까지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날이 날인 만큼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안성기_굿다운로더 캠
[안성기, 박중훈] ‘위트와 유머’로 좀더 관객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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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함께 웃어주세요!” 사진기자의 포즈 주문에 6명의 배우들이 큰소리로 웃는다. “류승룡씨, 너무 과한데요? (웃음)” 누군가가 농을 던지자 배우들은 또다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는다. 굿다운로더 캠페인 CF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안성기, 박중훈, 류승룡, 최강희, 신세경, 조정석이 그들이다. 유지태도 응원차 현장을 방문했다. 6명의 배우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함께하는 굿다운로더 캠페인은 올해도 계속된다.
1탄
류승룡, 최강희, 박중훈의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패러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아침 댓바람부터 첩보원 류승룡과 최강희가 골목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쫓고 쫓기는 관계 같기도 하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접선 같기도 한데, 조심스러운 움직임만큼은 ‘본’ 못지않다. 두 사람이 입은 검은 양복과 붉은 드레스는 금방 들통나기 쉬운 차림이라 다소 걱정스럽긴 했지만. 결
[안성기, 박중훈, 류승룡, 최강희, 신세경, 조정석] 김중배의 불법 다운로드가 그리도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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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올드보이> 작가로 불리고 있다.” 황조윤 작가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그 ‘지겨운’ 수식에 변주를 줄 거라고 믿는다. <올드보이>가 대표작이지만 그는 <야수와 미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언니가 간다> 같은 드라마, 로맨틱코미디에도 정통한 전천후 작가다. 물질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표준’ 시나리오작가의 설 자리에 대해 고민해온 황조윤 작가. 그의 충무로 적응기를 들어본다.
-완성된 <광해>는 작가 입장에서 어땠나.
=작품을 하다보면 화면과 글의 이질감을 많이 느낀다. <올드보이> 때도 박찬욱 감독님이 각색을 많이 해서 온전히 감독 색깔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없었다. <광해>는 2010년 초에 CJ 기획팀에서 제안한 작품이었는데 처음엔 사극을 안 해봤고, <왕자와 거지> 컨셉도 익숙해서 과연 변별점을 주는
[황조윤] 캐릭터보단 내러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