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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황해>와 <화차>까지, 조성하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실질적으로 많은 분들한테 정확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5백만불의 사나이> 촬영이 지난 3월에 끝났으니 세달 가까이 자신을 재정비하며 쉰 셈인데, 그에겐 이런 여유가 참으로 오랜만인 듯했다. 번잡한 스튜디오를 빠져나와 6월의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야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도리어 여기자의 피부를 걱정했다. 배우의 피부가 상할까 걱정된다고 하니 “햇빛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라는 말을 돌려준다. 촬영장과 행사장과 집을 차로 오가는 게 대부분일 그의 동선을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의 공기, 햇빛, 바람, 풀과 벌레 소리들이 그에겐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한없이 소탈하고 귀여운 아저씨가 되고 마는 조성하지만, 그는 작품
[조성하]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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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촬영장에서 민효린을 만난 적이 있다. 붓으로 그린 듯 오똑한 콧날 때문일까. 새침한 듯 무심한 표정에 틈틈이 끼어드는 천진한 웃음 때문일까. 그녀에겐 주위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는 매력이 있었다. <써니>의 수지가 그런 인물이었다. 민효린은 그저 강형철 감독이 시키는 대로 수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 촬영장에서 민효린은 눈물을 흘렸다. 연기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꼭 1년 반이 지나서, 그 울음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써니>의 수지는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강형철 감독님은 수지에게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울기도 했고. 그때 그 현장에서.” <써니>는 민효린의 첫 영화다. 첫 영화의 기억이 민효린에겐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써니>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1년 반 동안
[민효린] 욕심쟁이 우후훗, 민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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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혹독한 선생님.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속 박진영의 모습이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에도, 박진영은 ‘진심’을 지적하고 ‘공기 반, 목소리 반’을 강조하며 지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는 7월이면 그는 <5백만불의 사나이>의 신인배우로서 관객의 거침없는 심사평을 듣게 될 거다. 문득 짓궂은 질문이 떠올랐다. 박진영은 스스로의 연기에 어떤 점수를 매기고 있을까. “음… 75점? 어떤 친구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진심을 다해 불렀을 때 75점을 줄 것 같다. 나도 아직 (연기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하나도 모르지만 절실하게 감정을 실어 연기했다.”
<5백만불의 사나이>의 최영인은 박진영의 반대말 같은 캐릭터다. 직장 상사에게 충성하고, 로비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기자를 ‘모시며’, 가끔은 친구와 조촐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대기업 회사원. 자유
[박진영] 딴따라의 순정,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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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올해의 신인배우상을 탐내고 있었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과 동명이인인 신인배우의 얘기냐고? 아니다. 드라마 <드림하이2>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 박진영이 <5백만불의 사나이>의 최영인으로 돌아온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영인은 로비자금 500만달러를 가지고 튄다. 영인과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는 날라리 고등학생 미리는 민효린이 연기한다. 그리고 영인을 필사적으로 뒤쫓는 영인의 직장 상사 한 상무는 조성하가 맡는다. <5백만불의 사나이> 속 세 배우는 마치 ‘지금까지의 제 모습은 깡그리 잊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낯설다. 물론 이 세 배우의 조합이 어떤 공기를 만들어낼지도 자못 궁금하다. 여기서 잠깐, 인터뷰 당일 세 배우의 모습을 공개해본다. 민효린이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박진영이 대뜸 말했다. “효린아, 나랑 사귈래?” 조성하도 거든다. “현장에서도 이렇게 입고 있지.” ‘이 음흉한 아저씨들~’ 싶었지만 민
[박진영, 민효린, 조성하] 기막힌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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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작품 앞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미술계에서 극찬받은 작품이지만 막상 내게는 전율이 오지 않을 때, 그건 나의 무지몽매함 때문일까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러나 미디어 아티스트 전준호(사진 왼쪽)와 문경원은 예술은 학습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꼬마전구를 볼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두 작가의 ‘뉴스 프롬 노웨어’ 프로젝트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그들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전준호와 문경원은 2년 전부터 각 분야의 경지에 오른 전세계의 고수들을 찾아 예술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 답을 반영해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단편영화 <세상의 저편>과 설치물 작업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은 6월9일부터 9월16일까지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전시회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세상의 저편>의 프로듀서를 맡
[전준호, 문경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검열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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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2002 <상암동 월드컵>
2003 <자본당선언>
2005 <뇌절개술> <8월의 일요일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006 <세 번째 시선>
2009 <약탈자들> <시선 1318> 중 <달리는 차은>
2010 <브라보 재즈 라이프> <하하하> <옥희의 영화>
20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2 <다른나라에서> <아부의 왕>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혹시 급박한 현장이다 보니 홍상수 감독님과 의견충돌은 없으셨나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홍열 촬영감독이 손사래를 친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죠. 김형구 촬영감독은 홍상수 감독과 동갑이고 촬영감독 이전에 동료이니 각축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한테 감독님은 어르신인걸요. (웃음)” <옥희의 영화>
[STAFF 37.5]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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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75 출생
연극 <아일랜드> <서툰 사람들> <오이디푸스> <리투아니아> <칠산리>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연출 <클라우드 나인>(2011)
출연작 <시선 너머> 에피소드 중 <백문백답>(2011)
-연극배우, 연극연출가로 활동해왔는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동서대학교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김대승 감독님이 영화과 교수라 뵐 기회가 많았다. 이전에 인권영화 <시선 너머>에서 감독님이 연출한 <백문백답> 에피소드에 짧게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테스트를 하신 게 아닐까. (웃음)
-첫 장편영화인데, 어떤 준비를 했나.
=사극 말투를 익히려고 <왕의 남자> <태조 왕건>을 보며 연습했다. 현장에 갔더니 감독님께서 “오래된 스타일이에요” 하시더라. (웃음)
[who are you] 조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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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프로메테우스> <매드 맥스: 퓨리 로드>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샤를리즈 테론을 만났다. 2012년 2월28일, 리들리 스콧의 신작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석달을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출연작 중 SF가 꽤 된다. SF를 특별히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장르인가.
=무척 좋아한다.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이 장르 안에 포함된 것을 좋아한다. 닐(블롬캠프 감독)이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것. 그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장르 외에 어떤 것이 있나? 감독인가? 캐릭터인가.
=리들리 스콧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 생각엔 이 말은 정말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감독
[프로메테우스] “짧은 머리와 죽이는 탱크톱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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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쇼
배우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노미 라파스.
역할 프로메테우스호의 대원들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과학자.
노미 라파스의 한마디 “리플리와 유사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였던 리플리와 달리 찰리 할러웨이라는 팀원이 있다는 거겠죠. 영화에서 그녀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대체 신은 어떤 존재지? 어둠과 파괴와 증오가 과연 신의 의지란 말인가?”
찰리 할러웨이
배우 TV시리즈 <The O.C>와 <24>의 로건 마셜 그린.
역할 엘리자베스 쇼와 단짝을 이루는 무모한 과학자.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장본인일지도.
로건 마셜 그린의 한마디 “<에이리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고, 또 제가 처음으로 본 R등급영화예요.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첫 두 작품의 아름다운 혼합이에요. 그런데 찰리는 창조주를 만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프로메테우스] 인류 기원의 비밀은 이들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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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은 CG를 좋아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은 제 크기의 세트를 지어올려야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프로메테우스> 역시 리들리 스콧 스스로 “실제 촬영”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외계 우주선의 내부도 실제 크기로 지어졌고, 외계 행성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 역시 그린 스크린을 활용한 가상 스튜디오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 몇몇 프로덕션 사진들을 통해 <프로메테우스>의 규모를 미리 짐작해보자.
화산이 꿈틀대는 아이슬란드
현장의 노미 라파스. 도입부와 클라이맥스의 야외장면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활화산이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헤클라 지역에서 촬영됐다. 엄청난 위험부담으로 인한 보험료가 영화의 제작비를 올려놓은 것 아니냐고? 리들리 스콧은 “영화를 업으로 둔 사람이 자연을 두려워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작진은 보다 안전한 모하비 사막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스콧은 결국 아이슬란
[프로메테우스] ‘실제 촬영’이 만들어낸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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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프레데터>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난립은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복잡하게 꼬아놨다. <프로메테우스> 혹은 에일리언 종족과 관련있는 사건들만 따로 모아서 정리했다.
기원전 2896년_에일리언과 인간의 첫 번째 접촉.
1997년_에일리언의 목이 LA에 착륙한 프레데터의 우주선 속에서 잠깐 엿보인다(<프레데터2>).
2004년_웨일랜드사의 CEO 찰스 비숍 웨일랜드가 북극에 묻힌 피라미드를 탐사하다가 에일리언을 사냥하는 프레데터들을 만난다(<에이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해 프레데터의 우주선 하나가 콜로라도에 불시착하고,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의 변종인 프레데리언이 마을을 습격한다(<에이리언 vs 프레데터2>).
2023년_웨일랜드사의 새로운 CEO 피터 웨일랜드가 TED에서 연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언급한다(<프로메테우스> 홍보 바이럴 영상).
[프로메테우스] 리플리가 에일리언과 싸우기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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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는 건 거의 분명해졌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을 30여년 만에 시리즈로 복귀하게 만든 영화라면 뭔가 더 거대하고 놀라운 것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이 기사를 쓰는 시점까지 <프로메테우스>의 시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다. <프로메테우스>라는 프로젝트의 발화점과 프로덕션 디자인, 캐릭터,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무시무시한 블록버스터를 미리 알아보자. 시사회 이후에 작성한 영화의 본격적인 리뷰는 33쪽 프리뷰 지면을 참조하시길.
스페이스 자키는 누구인가. 이 질문으로부터 <프로메테우스>의 출정은 시작됐다. 만약 당신이 스페이스 자키가 뭔지 모른다면 첫 번째 <에이리언>(1979)을 다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LV-426 위성을 탐사하던 중 거대한 외계 우주선으로 들어서고, 중심에는 화석처럼 굳어버린 거대한 외계
[프로메테우스] 30년 만에 돌아온 앙코르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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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니트를 입고 카페 의자에 앉아 있는 김동욱을 보고 누가 서른이란 나이를 읽어낼 수 있을까. 차가운 냇물에서 막 건져낸 것 같은 말간 얼굴엔 세월의 흔적조차 새겨져 있지 않았다. <발레교습소>로 데뷔한 이후 8년이 흘렀는데도 변함없는 얼굴. 물론 10초면 여자를 홀릴 수 있는 꽃미남 하림(<커피프린스 1호점>)의 사근사근함이나 푸들 머리를 한 스키점프 선수 흥철(<국가대표>)의 귀여운 깐죽거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헐렁하게 망가지기 일쑤였던 인물들(<반가운 살인자> <로맨틱 헤븐>)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성격. 홑꺼풀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얘기하는 것만 여전했지, 김동욱은 꽤 낯선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는 아직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의 성원대군에 머물러 있는 듯 보였다. 화연(조여정)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왕의 여자이자 형의 여자가 되고 만 그녀를 끝내 잊지 못하는 남자. 탐하지 말
[김동욱] 서른살의 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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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1996 <귀천도> 동시녹음
1998 <쉬리> 음향
2003 <태극기 휘날리며> 음향
2004 <얼굴 없는 미녀> <빈집> 음향
2005 <사과> 음향
2006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짝패> <경의선> 음향
2007 <밀양> <천년학> 음향
2009 <7급 공무원> <계몽영화> 음향, <초대> 믹싱
2010 <만추> <혜화,동> 음향
2011 <푸른소금> 사운드
2012 <차형사> 사운드
소리만 들어도 ‘차형사’가 어떤 인간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차형사의 육중한 걸음 소리를 들으면 그가 뚱뚱한 인간인 게 분명함을 알 수 있고, 머리를 긁적일 때 들리는 파리 날리는 소리에서는 그가 청결함과 거리가 먼 인간인 게 확실히 느껴진다. 좋은
[STAFF 37.5] 채움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