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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다. 강제규 감독이 오다기리 조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아는 오다기리 조는 대규모 상업영화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독립영화 계열의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육체와 곡예 같은 연기를 제공하는 남자다. 강제규는 “장동건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그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있다. 오다기리 조가 <마이웨이>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알던 오다기리라면 당연히 이 역할은 거절했어야 옳다.
사실 오다기리는 강제규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는 대본을 읽자마자 “내 타입의 영화가 아니니 찍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대작을 거의 안 했다. 대작은 돈이 든다. 대히트를 쳐야만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모두 끌어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추구하는 바도, 예술성도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건 TV다. 영화가 아니다.” 오다기리 조는 시나리오에서 무려 10
[오다기리 조] 그에게 블록버스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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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의 ‘준식’은 따져 물을 게 많은 남자다. 2차대전, 일본군으로 징집돼 소련 포로수용소로, 독일군으로, 또다시 미군 포로가 된 믿기지 않는 대장정은 너무 영화 같아서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쳐두자. 그럼 그가 거쳐간 전투 속, 전쟁으로 사지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인성이 남김없이 파괴되는 현장을 모조리 목도하면서도 마라토너에 대한 신념과 착한 본성을 잃지 않는 건 가능한가? 속수무책의 판타지 속 이 기묘한 남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단 한 사람.
시사가 끝난 뒤 만난 장동건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전투를 치르는 듯 참여했다던 현장에 대한 기억도 추억이 되었나 싶다. 준식의 고난을 몸으로 시각화하고자 8kg을 감량해야 했고, 추위에 얇은 군복 하나로 버텨야 했던 고난의 촬영현장에 대해서도 이젠 웃으며 응수한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많이 지난 것 같다. 내가 <마이웨이>를 언제 찍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3개월은 집에서 여유도 부렸다. 아기가
[장동건] 배우로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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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로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사. 미래의 누군가가 이런 제목의 책을 쓴다면 그 분기점은 <마이웨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몇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두 남자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그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냈다. 이건 영화적인 성패와 상관없는, 영화적 유미주의의 압도적 승리라고 부를 법도 하다.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을, 오다기리 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타츠오를 연기한다. 둘은 경성, 몽골, 시베리아 수용소를 거쳐 노르망디 해변에 도달하고, 경쟁의식으로 시작된 관계는 증오를 거쳐 결국 기묘한 우정으로 끝난다. 9개월 동안 정신과 육체를 모조리 <마이웨이>에 바친 두 남자를 만났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아름다운 남자들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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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의 김용철.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다. 그가 배트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집어들면 어떨까. 그는 영락없이 직구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김용철이라는 야구선수를 잘 알고 하는 말이냐고. 전혀 아니다. 야구에 문외한으로서 김용철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김용철이라는 이름을 잠시 걸쳤던 조진웅은 그럴 것 같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투수의 구질에 비유하자면 그는 직구를 닮은 남자였다. 삶을, 연기를, 인간을 대하는 그의 기본자세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다. 출연하기로 약속한 연극이 ‘자빠졌을’ 때는 직접 기획까지 책임지며 무대를 되살려내기도 했고, 서울시립극단에서는 자신이 꿈꿨던 저항적 예술과 거리가 멀어 입단 3주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오기도 했다. 연애를 할 때도 헤어지면 헤어졌지 바람피우는 법은 없고, 끊을 수 없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단다. 잠시 다음 질문을 헤아리느라 대화가 끊기자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조진웅] 충무로의 제일검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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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와 <물 없는 바다>까지 두 작품을 거치며 무엇이 달라진 것 같나.
=첫 작품을 찍을 때가 23살이니 딱 그 나이만큼 찍었던 것 같다. (웃음) <물 없는 바다>는 그때보다 더 편하게 찍었다. 그런데 2011년이 되니 지금 <물 없는 바다>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 없는 바다>의 예리는 마음속 상처로 대인기피증에 걸린 여자다. 예리가 안고 있는 상실감이나 슬픔을 세상과의 단절로만 표현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예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것 때문에 세상에서 도망친 사람이다.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처음엔 감을 잡기 힘들었다. 특히 증오하던 오빠가 장애인이 된 걸 보고 집에 와 오열하는 장면이 힘들었다. 어떤 정도의 수위로 울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 찍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시 찍었던 장면이다. 당시엔 예리에게 빠져들기 위해 촬영 내내 우울한 감정을 이끌고 가는 게
[who are you] 유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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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였다. 영화에서는 선동열이 최동원을 우러러보는 쪽이었는데, 사진촬영 중에는 조승우가 양동근을 흘끗거리는 쪽이었다. 쉴새없이 미간을 쥐었다 놓았다 부산히 근육을 놀리는 조승우 뒤에서 양동근은 해탈한 부처인 양 무덤덤한 표정으로 떡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두 시간 남짓 지켜본 인상으로 섣불리 판단하건대, 그는 승부사의 기질을 아예 혹은 거의 타고 나지 않은 듯했다. 그는 라이벌과의 설전보다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인간형에 가까웠고, 그가 해석해낸 <퍼펙트 게임> 속 선동열도 비슷했다. “선동열 감독님이 최동원 감독님에게 품었던 감정은 단순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자꾸 비교하는 소리 듣기 싫으니 확 그냥 이겨버리고 잊어버리자. 뭐 그런 마음 아니었겠어요?” 선동열 감독의 당시 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양동근의 성미는 짐작이 갔다.
양동근은 야구공 한번 던져본 적 없는 초짜 중의 초짜였다. 마이클 조던의 팬이지만 그가 야구로 외도했던 시기에조차 경기 한번 본 적 없다고
[양동근] 쿨한 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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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금색 잠자리 안경을 쓰고 돌아왔다. 그는 <퍼펙트 게임>에서 전설이 된 고(故) 최동원 감독을 연기했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었던 조승우에게 최동원으로 살아볼 수 있는 <퍼펙트 게임>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회사 대표님이 저 보라고 <퍼펙트 게임> 시나리오를 차에 놔두셨어요.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하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다 읽었죠. 바로 결정했어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가 영화를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세 가지가 있어요. 양동근이랑 해보고 싶다, 손병호 선배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야구영화 해보고 싶다. <퍼펙트 게임>에서 그게 다 이뤄졌죠.”
<퍼펙트 게임>의 출연을 결정한 조승우는 시나리오 속 선동열을 보면서 자연스레 양동근을 떠올렸다. “시나리오에서 동근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예요.” 조승우는 제작사에
[조승우] 고독한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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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과 선동열, 선동열과 최동원의 만남. 이것은 30년 한국 야구 역사의 가장 뜨거운 싸움이었다. 이 두 라이벌이 1987년 5월에 펼친 15회 2 대 2 연장 무승부 경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이다. 최동원은 야구선수를 꿈꾸던 조승우가 맡았고 선동열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양동근이 연기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두 선수의 투구 폼을 판박이처럼 베껴내고자 피땀을 흘렸다. 어떻게 연습했냐는 질문에 둘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보다 투구 폼의 구분 동작을 먼저 보여준다. 어설프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이들을 악바리로 만들었다. 선동열과 최동원, 최동원과 선동열은 조승우와 양동근, 양동근과 조승우의 앙상블로 2011년 겨울에 다시 창조됐다. 전설의 두 투수와 이들을 연기한 두 배우까지 누구의 이름을 앞에 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함부로 정하기 어렵다.
[조승우, 양동근] 언젠가 한번은 만나야 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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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광록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009년 대마초 흡연 혐의(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그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로 기소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아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올해 초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스마트폰영화 <파란만장>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다. 이후, 그는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영상시 <연보라빛새>를 직접 연출했고, <카운트다운> <오직 그대만>에 출연하는 등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또 곧 개봉하는 <결정적 한방>에서 뇌물을 좋아하는 여당 최고위원을 연기한다. 꺼낼 이야기보따리가 많아 보였지만 그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요즘도 텃밭을 가꾸는가.
=김장 농사가 다 끝났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를 쳐야지.
-올해 농사는 어땠나.
=예년에 비해 늦게 심었고. 봄에는 열심히 가꿨는데,
[오광록] “어린아이처럼 행복하고 좋아서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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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는 진지하다. 큰 눈으로 상대를 주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민기에 대해 조금만 관심있다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진지함 속에 감춰둔 이민기의 또 다른 모습이 있다. 그는 욕심이 많은 남자다. 욕심을 잘 드러내지 않기에 이런 면은 쉽게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진지하기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열정은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이민기는 이른바 ‘4차원’이다. 고민고민하다 뱉은 한마디가 그를 4차원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다고 그걸 따져 묻는 성격은 아니다. 대신 그 상황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듯하다. 어쩌면 <오싹한 연애>의 조구를 연기하는 이민기도 이와 비슷하다. “감독님 OK가 첫 번째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굳이 아니다 그러면 강요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보면 앞으로 고쳐야 할 점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더 욕심을 내야 할 부분인가 싶기도 한데 지금까지는 그게 맞다고 생
[이민기] 머뭇머뭇 전진하는 진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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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웃는다. 그 웃음엔 외로움이 스며 있다. 공포물과 로맨틱코미디를 혼합한 <오싹한 연애>에서 여리(손예진)는 영화 자체의 장르가 뒤섞여 있듯이 감정이 복잡한 여자다. 그녀는 귀신을 본다. 매일 밤 귀신들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래서 외롭다. 여리에게 붙은 귀신은 그녀가 ‘살아 있는 귀신’처럼 살기를 바라며 여리의 주변인물을 괴롭힌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과 섞이기를 두려워하던 여리는 알코올의 힘을 빌려 비로소 해맑게 웃는다.
주사가 있긴 하지만 <오싹한 연애>에서 보여준 손예진의 눈웃음은 여전히 빛이 난다. 특히 남성 관객에게 그럴 것이다. TV드라마 <연애시대>의 은호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순전히 그 눈웃음 때문이다. 손예진을 손예진답게 만드는 이 미소를 보고 있으면 <오싹한 연애>는 처음부터 손예진을 위해 쓰인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니까 심각한 표정의 사회부 기자를 연기한
[손예진] 귀신도 반할 그녀의 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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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 막바지 로맨틱코미디가 왔다. 귀신을 보는 여자 여리(손예진)와 그녀와 함께 호러 마술을 개발한 마술사 조구(이민기)의 사랑을 다룬 <오싹한 연애>다. <오싹한 연애>는 공포, 코미디, 멜로가 뒤죽박죽 섞인 영화로 장르의 법칙을 넘나든다. 어느 순간에는 공포영화가 됐다가 코미디영화가 되기도 하고 결국에는 멜로영화가 된다. 이런 와중에도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코미디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 손예진은 <오싹한 연애>가 로맨틱코미디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중심점이다.이민기는 손예진을 탄탄히 받쳐주며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두 배우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 이민기는 “손예진을 만나고 싶어 했고 <오싹한 연애>로 생각보다 빨리 만났으니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손예진은 이민기와 인터뷰 이틀 전에 촬영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뒷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이때
[손예진, 이민기] 사랑을 부르는 선남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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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는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최근 ‘완고’를 끝낸 이 시나리오에 대해 그녀는 “내가 보고 싶고, 연기를 하고 싶은 영화를 찾다보니 결국 직접 쓰게 됐다. 영화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본 것”이라고 말했다. <올드보이>로 주목받은 이후, 여배우로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찾기보다는 취향과 고집으로 작품을 선택해온 그녀다운 대답이다. 한편 윤진서는 영화 <결정적 한방>에서 공무원인 하영을 연기했다. 하영은 전작들의 캐릭터와 다르게 밝고 씩씩한 여자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조연이다. 직접 만들고 싶은 영화를 꿈꾸고,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를 선택한 여배우의 속내가 궁금했다. 지금 윤진서가 생각하고 있는 배우로서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도망자 Plan B> 이후 어떻게 지냈나.
=여행 다니다가 <결정적 한방>을 찍고 다시 여행을 갔다. 인도도 다녀왔고 스페인부터 그리스,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를 돌았
[윤진서] “영화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 꿈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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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신부 특유의 분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12월2일 있었던 배우 유지태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랴(인터뷰는 결혼식 전에 진행됐다), 차기작인 임상수 감독의 신작 <돈의 맛>을 촬영하랴, <창피해>를 홍보하랴,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텐데 김효진은 외려 차분해 보였다. “결혼 준비는 틈틈이 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 오빠(유지태) 혼자 준비하는 거 아니냐고요? 오빠도 장편영화 연출 준비로 바빠요.” 인터뷰 전, 김효진의 매니저에게 결혼 관련 질문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차였다. 아무래도 소속사나 영화홍보사는 ‘새 영화’보다 ‘결혼’ 위주로 기사가 노출되는 것을 염려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창피해>가 완성된 지 거의 2년 만에 개봉하는 것이 아닌가. “상업영화가 아니잖아요. 감독님과 제작자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2년이나 걸리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김효진] 캐릭터를 살리는 이타적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