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둥.’ 이런 효과음이 있었으면 얼마나 잘 어울렸을까. 5월8일 밤 삼청동의 한 카페 옥상 테이블에 류승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게 머리에, 가슴골이 약간 드러난 피케 셔츠, 스모키풍의 메이크업 등 외양도 외양이지만 사진기자를 자신감있게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영락없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성기였다. 전설의 카사노바인 성기는 두현(이선균)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달라’는 어이없는 제안을 받는다. 그때부터 성기는 유부녀 정인(임수정)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임수정이 류승룡에게 넘어갔냐고?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성기가 사랑스러운 남자라는 것. 민규동 감독의 전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O.S.T 중 하나인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한 구절을 인용해 성기를 설명해보자.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줘도 아깝지 않은 남자가 바로 성기다.
-<조선의 왕>(
[류승룡]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남자
-
윌 스미스만큼 돈값 하는 배우는 없다. 아니, 어쩌면 윌 스미스는 21세기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돈값을 하는 배우일지도 모른다.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이젠 예전만 못하다. 어떤 배우도 단지 이름만으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시대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명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십 매거진의 패셔니스타로 살아남기, 혹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출연하기. 특히 후자는 중요하다. 죽을 쑤던 톰 크루즈를 되살린 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었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보라.
윌 스미스는 희한한 스타다. 그는 <맨 인 블랙2>와 <나쁜 녀석들2> 이후 단 한편의 프랜차이즈 속편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영화에 연속적으로 출연한 배우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맨 인 블랙2>(2002), <나쁜 녀석들2>(2003), <아이, 로봇>(2004), <샤크테일>(
[윌 스미스] 돈값하는 배우
-
“얘 좀 찾아와봐!”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는 3년 전 <씨네21>(705호 뉴페이스 ‘춤추던 집중력으로’)을 뒤적이다 말고 긴급 수배령을 내렸다. 당시 이 대표는 <바다쪽으로, 한뼘 더>에 출연한, 김예리의 또렷한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강단을 발견했을 것이다. 신인배우 영입 시도는,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다. “제가 무용을 하고 있으니까 저 친구는 ‘갈 길이 따로 있나보다’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 뒤로 2년이 흘렀고, 우연한 자리에서 김예리와 이 대표는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번엔 이 대표가 이겼다. “서른까지만 재미삼아 연기할 것”이라던 춤꾼 김예리의 마음이 흔들렸다. “(무용)선생님도 그러셨어요.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춤은 죽을 때까지 출 수 있는데 뭘 걱정하냐고.” 배우보다 춤꾼이 되길 원했던 가족도 “(배우)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등떠밀었다. 김예리 대신 한예리라는 가명을 쓰게 된 것도 가족의 응원 덕분이다. “엄마가 한
[한예리] 당신은 배우가 될 운명이에요
-
말은 또박또박, 느리게 했다. 시선은 먼 곳을 향했고, 얼굴은 찡그림 하나 없이 여유로웠다. ‘고요하고 쓸쓸하다’라는 뜻의 적요(寂蓼)라는 이름과 더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흰머리로 가득한 <은교>의 이적요와 달리 박해일의 머리는 검은색이었고, 짧은 머리는 동안인 그를 더욱 젊어 보이게 했다. 외양적인 면모만 놓고 보면 이적요와 실제 박해일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것 같은 그는 아직 ‘이적요’를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봄 같지 않은 어느 봄날, 이적요와의 이별을 앞둔 박해일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오늘이 몇 번째 인터뷰인가요.
=셀 수도 없죠. 아마도 서른 몇 번째? 매 작품 끝날 때 ‘이런 작품을 이렇게 찍었다’고 얘기하는 게 이제는 편해요.
-정지우 감독에게 처음 <은교>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일흔살의 이적요가 아닌 또래 나이인 소설가 서지우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분명하게 이적요 역을 제
[박해일] 적요하고도 푸릇한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
-
Filmography
1994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입학
2000 한국영화아카데미 입학(촬영 전공)
2005 <분홍신> 촬영
2008 <모던보이> <바보> 촬영
2009 <내 사랑 내 곁에> 촬영
2010 <심야의 FM> 촬영
2011 <카운트다운> 촬영
‘<모던보이> 때보단 아무래도 편하겠지.’ <은교>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 김태경(39) 촬영감독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4년 전의 막대한 노동에 비하면(<모던보이>는 거의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었다), <은교>는 인물 수가 적은 데다가 로케이션 장소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의 예상은, 그러나 정지우 감독이 박해일을 캐스팅하면서 산산조각났다. “분장하고 나서 테스트 촬영을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사람이 아니었다. (웃음) 박해일도 아니고, 이적요도 아니고.” 이적요를 진짜 노인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STAFF 37.5] 사실적이되 인상적으로
-
Profile
1994 출생
2003 드라마 <대장금> O.S.T <오나라>
현재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때 어린이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정식으로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메라가 코앞에 있으니 음료수 마시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워지더라.
-연기 이전에 <대장금> O.S.T <오나라>로 이미 유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땐 어려서 뭐하는지도 모르고 불렀는데 예상외로 잘됐다. 유명인이 된 건 아니고 가끔 사람들이 알아보더라. ‘너, 오나라 맞지?’ 이런 거. (웃음)
-판소리는 언제부터 한 건가. 영화 속 캐릭터처럼 ‘대를 잇는 판소리 가문의 손녀딸’인가.
=그런 건 전혀 아니다. 7살 때 TV에서 <국악한마당>을 보다가 엄마한테 나 저거 하고 싶다고 했다. 바로 다음날 선생님을 찾아가서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했으니 영화 속 캐릭터가 가
[who are you] 김슬기
-
정지우 감독은 2년 전부터 수염을 길렀다.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마음에서 수염을 깎지 않고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집어들었던 것도 비슷한 때다. 존경을 한몸에 받는 시인 이적요, 혼자 식은 밥을 물에 말아먹는 노인 이적요, 그럼에도 젊은 육체를 갖고 싶은 남자 이적요.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 <사랑니> <모던보이>에 이어 4번째 장편영화로 <은교>를 선택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 선 이적요의 오랜 침묵과 깊은 시름에 마음이 흔들려서였을 것이다.
-수염은 언제부터 길렀나.
=2년 됐다. 처음엔 정말 지저분했는데, 이제는 바리캉 비슷한 도구도 사서 열심히 다듬고 있다.
-원작을 접한 건 언제였나.
=<모던보이> 끝내고 한동안 멍하게 지냈다. 거의 진공상태였다. 그러다 <이끼> 시나리오를 썼고. 원작을 읽었던 건 지지난해 늦여름께였다. 영화로
[정지우] “원작의 지나친 솔직함에 끌렸다"
-
가만히 셈해보니, <코리아>는 배두나가 <괴물> 이후 6년 만에 출연하는 한국영화다. 그사이 배두나는 두편의 드라마(<공부의 신> <글로리아>)에 출연했고, 외국에서 두편의 영화(<공기인형>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었다. 그녀는 그렇게 꾸준히 관객의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코리아>를 통해 만나는 배두나는 이상하게도 참 반갑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전형적인 캐릭터에 올라탄, 조금은 배두나답지 않은 모험이 그녀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끔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제가 참 희한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런 걸 가장 빨리 경험했을 법한데, 이게 웬일이야. 인형으로도 출연했는데 오히려 실화가 처음이라니! (웃음)”
<코리아>에 뛰어드는 순간 배두나는 리분희가 돼야 했다. 그리고 리분희가 된다는 건 곧 스카이 서브와 백핸드에 능한 왼손잡이 셰이크핸드(악수하
[배두나] 승부욕으로 한걸음 더
-
“시나리오 읽고 두번 울었어요. 한번은 감동 받아서, 한번은 해야 하나보다 싶어서요. 몸은 너무 아픈데 마음은 하고 싶고.” 배우 하지원이 <코리아>를 만난 것은 그녀의 온몸이 ‘이제 그만!’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해운대>(2009)를 마친 뒤 <7광구>(2011)로 향하는 시추선에 오른 것이 2년 전. 미리 스쿠버, 바이크, 수영, 복싱 등으로 ‘여전사’에 걸맞은 몸을 만들어두었음에도 촬영 막바지에는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하지만 <시크릿가든>팀이 몇달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그녀는 액션배우 길라임이 되어 와이어를 탔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4일 동안 액션 신부터 찍었어요.” 그 살인적인 드라마 스케줄을 모두 끝내고 “이번에는 무조건 쉬겠다”고 결심한 그녀 눈에 불행히도(?) <코리아>가 들어온 것이다. “이틀 병원신세를 지고 나서 바로 연습 나갔어요.”
시작은 순조로운 듯했다. “첫날부
[하지원] 사귀고 싶은 친구처럼
-
1991년, 남한과 북한은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 탁구팀으로 출전한다. 그리고 현정화와 리분희가 이끈 코리아 단일팀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 <코리아>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원은 현정화가, 배두나는 리분희가 되어 촬영 서너달 전부터 동고동락했다. <코리아>는 두 배우의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론 현실에서 두 배우의 관계가 궁금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정화와 리분희의 만남처럼 하지원과 배두나의 만남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원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촬영으로 바빴다. 결국 인터뷰는 따로 진행됐다. 재밌게도 두 배우는 입을 맞춘 듯 자신들이 흘린 눈물에 대해 얘기했다. 고됐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말했다. 창조와 재현 사이에서 훌륭히 줄타기를 한 두 배우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배두나, 하지원] 그녀들의 환상조합
-
Profile
1980 출생
2002 <하모니>로 데뷔
2009~현재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영화) <황해> <퀵> <코리아>
-<코리아>에서 덩야핑 선수를 모티브로 한 덩야령을 연기했는데, 기자들도 진짜 중국 배우로 착각할 정도였다.
=정말? 그런 말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근데 많은 분들이 덩야핑을 이렇게 못된 모습으로 그릴 수 있냐고 불평하시더라.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심리적인 압박도 꽤 컸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내 스타일로 연기하려고 했다.
-<퀵>의 폭주족 여자도 끝내줬다. <황해>에서 호텔 바닥 피 닦는 역할도 인상적이었고.
=스페인에 플라멩코 배우러 갈 예정이어서 출연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윤제균 감독님이 그랬다더라. “재화 같은 애 또 없어?” 그래서 그냥 했다. (웃음) 아버지는 왜 자꾸 그런 역할만 하냐고 하시는데, 겉모습이 예쁘게 포장된 배
[who are you] 김재화
-
Profile
1965년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2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 당선
“고백하건대, 나는 나쁜 남자다.” 전민식의 데뷔작인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처음 들어갔던 대학을 그만두고 방랑생활을 하며 47살이 된 지금까지 꿈을 접지 않은 그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모든 사람에게 하는 그만의 사과법이기도 하다. 작가와 주인공의 이력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자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인생을 산다는 일에 대한 흥미진진한 보고서와 같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주인공은 임도랑이라는 남자다. 한때 컨설턴트로 제법 잘나갔던 그는 지금 고시원에 살고 있다. 추락의 이유는 산업스파이였던 애인 진주.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더니, 산업스파이의 오명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과거를 묻지 않고 몸만 있으면 되
[전민식]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끝까지 살아내는데서 온다”
-
윤석화의 머리는 짧고, 하얗다. 세 번째 삭발투혼으로 알려진 <봄,눈>의 히로인다운 ‘길이’였지만, 노인을 연기했던 <덕혜옹주>나 <위트> <영영이별 영이별> 등의 공연을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는 낯선 ‘색깔’이다. 기억 속의 윤석화는 커피 CF의 주인공이었고, 단막극 <샴푸의 요정> 속 괴팍한 노처녀 상사였다. 어느 잡지에서인가, 사진작가 조세현이 찍은 짧고, 덜 하얀 머리의 사진을 본 적은 있었다. 공연을 본 적이 없다, 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윤석화는 “연극은 기록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그런 매력 때문에 연극을 했어요. 공연 때 받았던 감동이든 재미든 의미든 그때 반짝였으면 된 거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37년 정도 하고 되돌아보니 남은 건 사진 몇장이더라고. 그런 게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레테의 연가>(1987) 이후 24년 만에 출연한 영화 <봄,눈>은
[윤석화] 어느 봄날, 그녀의 기록들이 하얗게 쌓인다
-
“지구는 여자 손으로 넘어갔다”
-김혜수는 <타짜>의 ‘정 마담’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본인이 이번 출연을 부담스러워했을 수 있겠다 싶다.
=혜수씨는 뽀빠이와 오랫동안 손을 맞춰온 미모의 금고털이인 팹시 역할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잘 못 써서 그런가. 수차례 설득해야 했다. (웃음) 처음엔 선뜻 팹시가 멋지다고 했다가 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배우야 그런 걱정 당연하다. 감독은 배우가 그런 걱정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 캐릭터는 정말 뭐지? 이 캐릭터의 겉과 속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전작을 같이 했던 배우들과 언제나 모든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윤석 선배한테도 시나리오가 안 맞으면 언제든지 ‘No’를 해도 된다, 그런 것에 미안함이나 부담 갖지 말자 했다. 혜수씨와도 전화도 많이 하고 그게 시나리오를 좋은 방향으로 고쳐나가는 힘이 되기도 했다.
-정 마담은 <타짜>에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도 파문을
[도둑들] “지구는 여자 손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