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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km. 마라토너가 점령해야 할 궁극의 거리다. 하지만 모든 마라토너가 전력을 다해 이 거리를 질주하는 건 아니다. 우승이 유력한 동료의 더 좋은 기록을 위해 30km 지점까지 달리는 마라토너를 페이스 메이커라 부른다. 맡은 역할마다 결승점까지 전력질주하는 배우 김명민과 천재 마라토너를 위해 12.195km를 양보해야 하는 <페이스 메이커>의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는 얼핏 보면 닮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달리는 데에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김명민과 주만호는 공유하고 있다. 그 이유를 김명민에게 들어보았다.
집중력과 집요함
“된다, 된다, 된다, 안심이 된다.” 모 보험회사 광고에서 손을 하늘 위로 쭉 뻗으며 흥겹게 CM송을 부르는 이 남자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김명민은 이 회사의 간판 모델로 7년여간 활동하고 있다. 하긴 신뢰가 생명인 보험업계에서 누가 그를 놓치고 싶겠는가. 김명민은 작품의 연출력과 스토리를
[김명민] 뛴다, 뛴다, 뛴다. 인생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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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연극을 해왔는데, 영화에 꿈을 갖게 된 건 언젠가.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보고 영화의 힘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전까지는 영화가 내게 그 정도로 물리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 몰랐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007 어나더 데이>의 본드걸로 데뷔했다.
=첫 촬영이 기억난다. 나의 우상이었던 주디 덴치 앞이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마치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처음 배우는 기분이었다. 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더라. 하지만 두려운 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오만과 편견>으로 만난 조 라이트 감독에게 청혼을 받기도 했다고.
=제인 베넷으로 산 그해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여름이었다.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배우들끼리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이야기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많이 끄집어내주었다고나 할까. 동생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영화가 처음이
[who are you] 로자문드 파이크 Rosamund P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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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급변하는 최근 정치환경에서도 유난히 큰 변화가 일어날 해이다.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와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또한 이러한 정치의 회오리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화에 대한 정책이 실패라기보다 전무(全無)에 더 가까웠던 탓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기도 하고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포함한 문화 정책의 수장인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의지는 중요해 보인다. 표류하고 있는 영화정책을 바로잡아야 하고 혼탁한 시장환경 또한 개선해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부여된 까닭이다. 올 9월17일 취임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광식 장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만났다. 고대사를 전공한 이력으로 인해 고루한 성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그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연극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 ‘멀티문화인’이었다. 게다가 영화업을 했던
[최광식] “동반성장 발로 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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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거나 정겹거나. 친숙하거나 낯설거나. 그녀를 보면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만 20년 동안 수없이 가면을 갈아치워온 그녀는 대중을 상대로 기묘한 거리감을 형성해왔다. 최근 몇년만 돌아봐도 그렇다. 아방가르드 룩을 선보이며 자기보다 스무살쯤 어린 남자 아이돌과 <D.I.S.C.O>를 들고 나왔을 때 그녀는 현실보다 먼 곳에서 당도한 미지의 생물체 같았다. 반면 전작 <마마>에서 푸근한 몸매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며 자식을 품에 끼고 도는 억척어미로 분했던 그녀는 현실법칙에 옴짝달싹 못하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파격적인 무대의상도 자기 피부처럼 소화해내는 관록의 여가수. 민낯과 군살로 연기의 디테일을 채우는 허물없는 여배우. 그 사이를 신속히 오가는 엄정화는 여전히 변신의 희열을 대리 경험케 해주는 몇 안되는 스타 중 하나다.
그 엄정화가 이번에는 바로 엄정화 자신으로 분했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가정주부가 <슈퍼스타 K>를 거쳐 ‘성인돌’로
[엄정화] “내 인생이 여기 다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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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게 얼마 만인가. 임진왜란 직전 혼돈과 광기의 시대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맹인검객 황정학, 부정부패 속에서 허우적대며 선과 악을 오가던 <부당거래>의 강력계 형사 최철기, 그리고 의문의 폭발사건을 수사해나가던 중 더 큰 범죄의 실체와 맞닥뜨린 <모비딕>의 사회부 기자 이방우 등 황정민은 그동안 ‘인상만 쓰고’ 살아왔다. 그 모두 연기자로서 황정민이 지닌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게 해줬지만 <너는 내 운명>의 석중처럼 대책없이 티없이 밝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한 팬들도 많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황정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 어두운 영화들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댄싱퀸> 같은 밝은 영화를 기다렸다. 유치하고 가벼울 수 있다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웃고 떠들고 또 울기도 하면서 이렇게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황정민] 웃고 울고 이토록 와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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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신촌 마돈나’ 엄정화에게 댄스 가수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편 황정민이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다. 시장 후보의 부인과 화려한 신인 걸그룹 ‘댄싱퀸즈’의 리더 사이에서 그렇게 남편과 국민을 다 함께 속이는 엄정화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은 <댄싱퀸>에서 두 사람 모두 본인의 이름 그대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황정민은 자신의 이전 대표 캐릭터과의 정면승부를 원했고, 엄정화 역시 비록 영화 속 설정이지만 자신이 직접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슈퍼스타 K>에 도전자로 출전한다. <댄싱퀸>이 환기시키는 오묘한 현실과 유쾌한 상상은 그렇게 그들의 존재감에 발 딛고 서 있다. 엄정화니까, 황정민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충무로 대표 배우니까.
[황정민, 엄정화] 이중생활 그 여자, 명랑쾌활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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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는 고민이 많았다. <천일의 약속>의 향기와 <원더풀 라디오>의 라디오 작가 난솔을 떠나보낸 지금 그녀는 어느덧 데뷔 8년차 배우가 됐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천일의 약속>에서 향기라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 사랑도 받았고 이름도 널리 알렸지만 감사한 마음만큼 부담감도 상당하다. 정유미에겐 지금의 주목이 지난날의 시간을 보상받는 것 그 이상의 차원으로 보였다. 그녀의 숱한 고민은 지난 7년간 배우 정유미를 꼼꼼히 다져온 시간을 이제야 펼쳐 보일 때가 됐다는 것에서 비롯된 행복과 닮아 보였다.
2012년을 <원더풀 라디오>로 활짝 연 정유미는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너는 펫>, 드라마 <천일의 약속>, 그리고 <원더풀 라디오>까지 그녀는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쉼없이 달렸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정유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정유미] 닫힌 자신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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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예스 브라운이란 듀엣 가수로 데뷔한 적이 있지 않나.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쑥스럽고 부끄럽다.
-연극 무대에 오른 지 오래됐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서 연기 공부를 한 뒤 극단 유에 들어갔다. 당시 연기파 배우로 불리던 선배님들이 다 극단 출신이었기 때문에 극단에 들어가면 나도 깊이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시대극만 4년 하고 나니 침체기가 찾아오더라. 그때 연출가 선생님께서 작품 <백중사 이야기>에 나를 불러주셨다. 개막공연 때 두달 동안 연습하면서 몰랐던 감정이 들어오기에 그대로 했더니 끝나고 꼭 안아주셨다.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점이었는데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김용건 아들, 하정우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겠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형의 명성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스탭 분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것도 다 아버지와 형 덕인 줄 안다. 감사하다.
[who are you] 차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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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 된 여신’이라니.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이 이민정에게 요구한 지시다. 그러니까 <시라노; 연애조작단> 때 보여준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을 좀 줄이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는 게 감독의 뜻이다. 그래서 감독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됐냐고? 글쎄.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DJ까지 하는 등 ‘이민정 종합선물세트’인 <원더풀 라디오>를 보니 그의 매력이 더욱 배가된 느낌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의 사연을 다음 장부터 전한다.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민정은 얼마 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그렇게 말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누구는 그를 ‘여신’으로 칭송하는가 하면 또 누구는 소주를 마시다가 광고 포스터에 있는 그를 바라보며 절로 미소를 보이곤 하는데, 자신이 미인이 아니라니. 이 문제(?)의 발언이 전파를 탔을 때
[이민정] 꽃보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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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성근이 영화를 연출한다. 정치영화다. 제목은 ‘혁신과 통합’. 직접 출연도 할 계획이다. 새해 1월15일에 있을 민주통합당 대표를 뽑는 오디션에도 뛰어들었다. 이쯤하면 뭔 소린지 눈치챌 것이다. 지난해 9월, 문성근은 “배우 안 해도 좋다”면서 시민들이 중심이 된 ‘국민의 명령’ 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재집권을 저지하려면 진보진영이 힘을 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존의 낡은 정치 구조 대신 시민의 역량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정치인 문성근이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시민의 권리를 되찾아오겠다는, 열혈 시민의 정당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대선이 꼭 1년 남은 12월19일, 문성근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인사들로 구성된 시민통합당이 뭉친) 민주통합당 당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 명령’의 대표로, ‘통합과 혁신’의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도 짬짬
[문성근] "통합보다 혁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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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과 선동열의 접전. 팽팽한 긴장 속의 <퍼펙트 게임>. 최정원은 80년대 기자로 변신, 이 격전의 분위기를 기록한다. 그녀의 심리변화가 곧 관객의 감동이 되어 돌아오게 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명. 감정 메신저인 최정원은 영화에서 작지만 큰 공을 세운 장본인이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녀의 연기에 부쩍 성장한 배우 최정원의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 다행이었다. 최정원을 지금 만나서. 일주일 중, 마침 방송 중인 드라마 <브레인>(KBS2)의 촬영이 없는 하루. 최정원은 여유로워 보였다. 차를 마시고 인터뷰를 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늘이 ‘참 좋다’고 감탄한다. “연기를 하면 그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괜히 요즘은 평소에도 말도 착하고 따뜻하게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오늘의 최정원은 <브레인>의 ‘감성닥터’ 윤지혜가 돌아보는 <퍼펙트 게임>의 열혈기자 김서형쯤 되는 셈이다. 현장에서 여배우가 까탈 안 부리고
[최정원] 이미지? 연기로 말해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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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모자를 벗으니 알아보기 힘들다.
=최동원(조승우)의 경남고 은사(최일화)의 아들 현수로 나왔다. 얼굴이 잘 타는 편이 아니라 두달 정도 꾸준히 태닝을 하고 메이크업까지 했다. (웃음)
-어떤 준비를 했나.
=영화 속 대결이 펼쳐진 1987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나름 공부도 하고 야구 오디션과 사투리 오디션을 따로 진행했다. 야구 오디션은 운 좋게 합격한 것 같고(웃음), 사투리 오디션을 위해 부모님 두분이 부산분이기도 하셔서 도움을 좀 얻었고 또 <친구>의 곽경택 감독님 영화를 계속 봤다.
-<퍼펙트 게임>에서 조승우, 조진웅 선배는 어땠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군산에서만 거의 3달 정도 합숙했으니 캐치볼도 하고 술도 마시고 수다 떨면서 재밌게 지냈다. 진웅 형은 거의 분위기 메이커였고 이것저것 잘 챙겨준 승우 형은 ‘나중에 잘돼도 절대 변하지 마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TV드라마 <황금물고기>에 극중 박상원
[who are you]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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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궁금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하나였던 정두홍 무술감독의 얘기를 한동안 들을 수 없었기 때문. 올여름과 가을, 그는 <지.아이.조2: 리탤리에이션>(이하 <지.아이.조2>)에 ‘스톰 쉐도우’ 이병헌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해 뉴올리언스에서 4개월여 촬영하고 돌아왔다. 내년 여름 개봉예정인 2편에서도 이병헌은 강렬한 액션신을 선보이며 천적인 ‘스네이크 아이즈’와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펼친다. 그렇게 이병헌의 대역을 소화하는 가운데 마셜아츠(무술액션)에 관한 코디네이터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두’로 불리며 마치 초창기 스턴트맨 시절의 활력을 다시 한번 느꼈고 무술감독으로서의 여러 고민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미 1편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때도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할리우드 영화현장을 체험하고 싶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끝내고 (이)병헌이가 출연을 고민하
[정두홍] 한국식 무술의 합,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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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했다. “<씨네21>과 인터뷰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농담이, “무대가 나의 시작이고 끝이다”라는 확고한 말이. 그러나 <로맨틱 헤븐> 이후 영화 현장을 떠나 연극 무대와 라이브쇼 세트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장진 감독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2월9일 개막한 기획 연극 시리즈 <연극열전4>의 첫 작품이자 장진 감독이 4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연출자로 복귀한 <리턴 투 햄릿>은 무대 뒤 연극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애환을 그린 연극이다. 2회 방영을 마치기가 무섭게 ‘장진 어록’이라는 말을 양산해낸 라이브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 채널 tvN)는 스타들이 다양한 무대 세트를 넘나들며 ‘생방’으로 한국사회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정치풍자성 강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장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연극, 그리고 그런 연극의 본질을 똑
[장진] 무대와 생방송, ‘라이브’에 목숨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