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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뭇 여성들의 마음을 홀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 대사는, 사실 배우 한가인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말죽거리 잔혹사> 속 사춘기 남학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버스 속 친구를 외면하게 만드는 ‘박카스걸’ 그녀는 잊으려 하여도 절대 잊지 못할, 환상의 여인이었다. 그 환상을 증폭시켜 보여준 <해를 품은 달>의 허연우를 떠나보내고, 30대의 씁쓸함을 간직한 <건축학개론>의 첫사랑 그녀, 서연으로 한가인이 돌아왔다. 자신이 그리 여성스럽지도, 곱게만 자라오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한가인은 이제 배우로서 아름다움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고자, 입증해 보이고자 한다.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 지난주 종영했다. 이제 수·목요일에 <해품달> 못 본다고 서운해하는 시청자가 많다.
=지난주에 막방이었나? (놀라며) 말도 안돼! 끝
[한가인] ‘달’을 닮은 환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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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은 마치 20피스짜리 퍼즐 같다. 그가 이제까지 맡아온 20여개의 캐릭터를 조각모음하면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형사 강선우라는 그림이 완성된다. 간통 현장을 잡으러 다니다가 수진(박시연)에게 홀려 살인죄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는 “2% 부족한 가제트 형사” 강선우를 분해하면 나오는 가장 큰 조각은 아무래도 <세븐 데이즈>의, 구시렁거리는 게 매력이었던 날라리 형사 김성열일 것이다. 조수 기풍이(이광수)를 구박할 때면 열쇠 수리공에게 “직업의식이 없다”며 면박을 주던 성열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런가 하면 본업에서의 특기를 살려 사업체를 차린다는 설정이나 다른 형사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맨발의 꿈>에서 ‘랑숭랑숭’ 패스를 받아내는 연기를 받아줬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현 동티모르 유일 축구화 리스업자 김영광을 똑 닮았다. 또 ‘저한테 왜 이러세요’ 컨셉은 <우리집에 왜 왔니>의 자
[박희순] 이 남자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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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파멸시키는 위험한 여자. 170cm의 큰 키가 매력적인 황금비율의 신체조건, 특유의 큰 눈동자와 함께 이것은 배우 박시연 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떠올려보자. 그는 <사랑> (2007)에서 주현과 주진모 사이를, <마린보이>에서 조재현과 김강우 사이를 오가며 남자들을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드라마는 또 어떤가. 최근의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강사탕>에서 박시연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는 서점 직원을 연기했다. 물론 ‘털털한 매력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 <커피하우스>(2010)는 잠깐 옆으로 치워놓자. 그런데 <마린보이> 이후 거의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가 또 위험한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시연은 극중 살인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여인 ‘수진’을 맡았다. 어떤 사건(?)으로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박시연] 연기, ‘열심히’ 말고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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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만 보고 부부라고 착각하면 큰일난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과 박시연은 묘한 관계다. 간통 전문 형사 강선우(박희순)는 ‘바람’ 잡으러 갔다가 모텔에서 2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목격자는 선우와 죽은 남자의 아내 김수진(박시연) 둘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용의자로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당황한 박희순과 박시연은 현장을 은폐하기로 결정한다. 의도치 않게 한배를 탄 두 사람의 ‘밀당’이 시작되는 것도 이때다. 사건의 비밀을 간직한 두 사람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박희순, 박시연] 밀당의 고수 연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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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조>에서 이 감독 역할을 맡았다. 이광국 감독과의 인연이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라 하던데.
=그때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님의 조연출이어서 <극장전>에 출연했다가 자연스레 인연을 맺었다. 자기가 작품하면 영화에 나와달라고 했는데 진짜 시나리오를 주더라. 그런데 딱 어떤 역할을 해달라고 맡긴 게 아니라 읽어보고서 하고 싶은 역을 말해달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재밌더라. 현실과 판타지가 묘하게 얽히는 데서 나오는 재미. 그중 300만 감독으로 나오는 이 감독이 가장 재밌어 보였다. 나랑 잘 맞을 것 같았고.
-촬영분이 다방 레지(신동미)와 모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거의 전부인데 답답하지 않았나.
=그 모텔이 정말 특이하지 않나. 모텔인데 자개장이 있고. (웃음) 방도 엄청 넓어서 동선이 자유로웠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사람과 깊이 소통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로맨스 조>를 통해서도 그런 소통을 했던
[who are you] 조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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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옥빈이다.” <시체가 돌아왔다>의 반항기 가득한 소녀 동화를 두고,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곧장 김옥빈을 떠올렸다고 한다. 데뷔작 <여고괴담> 때부터 김옥빈과 작업했던 그의 말을 듣노라면 정말 동화는 옥빈이 되는 공식이 명쾌해진다. 이른바 ‘뼛속까지 다크’하다는 이 소녀는 떼인 아르바이트비 78만7천원을 받아내기 위해 편의점 사장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주례 옆에 선 채 압박을 가하는 행동파이자, 잘해주는 남자에겐 대뜸 “아저씨, 나 좋아해요?”라고 물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저돌적 캐릭터다. 동화에 김옥빈을 포개본다. 합기도와 태권도 연마자, IQ 141로 대본을 단숨에 암기하고, 컴퓨터 같은 테크쪽에 능통하다는 예의 그 믿기지 않는 ‘초’능력들. 이 비범한 능력으로 인기를 유지하기는커녕 자유자재의 발언으로 일시에 비호감이 되기 일쑤인 그녀다.
“동화의 모습에 되레 애착이 가고 정이 느껴졌어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이기도 하고.
[김옥빈] 사람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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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 밤샘 촬영을 했다. 사이사이 두어 시간 쪽잠을 잔 게 전부였다. 이범수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드라마 스케줄을 소화하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조금 과장하면 ‘시체’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속 능청스런 유방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집중했다. 연기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추운지 더운지, 위험한지 아닌지조차 당시엔 잘 몰랐다.” 이범수는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스트라이커는 감독이 원하는 순간 골을 넣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버티며 연기했다.
이범수는 유방과의 작별이 유난히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즐기는 배우라면 한 작품이 끝나고 그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된다”면서 개봉을 앞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얘기로 금세 빠져들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하나의 시체를 놓고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이범수가 연기하는 백현철은 행동에
[이범수] 흥행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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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은 <시체가 돌아왔다>의 감상 포인트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관’을 잘 따라가면 됩니다.” 우선호 감독의 <시체가 돌아왔다>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차지하기 위해 덤비는 인물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이성적이고 소심한 현철(이범수)과 반항기 가득한 행동파 소녀 동화(김옥빈)도 시체 때문에 뭉친다. 캐릭터만큼이나 실제로도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났다. 뚝심있고 소신있게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온 이범수와 들쭉날쭉 예상을 뛰어넘으며 개성있는 행보를 보여준 김옥빈의 만남이라니. 당사자들조차 자신들이 함께 맞붙었을 때 불꽃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앞에 두고 이범수, 김옥빈을 만났다.
[이범수, 김옥빈] 뚝심과 개성의 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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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현 감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누구나 쓰는 스마트폰이지만 <접속> <썸> 등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신문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온 그에게는 범상치 않은 대상일지 모른다. <황진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사극인 <가비>에 대한 그의 생각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 <접속>의 PC통신, <썸>의 핸드폰과 디지털카메라처럼 <황진이>의 황진이가 그 시대의 새로운 인물이었다면, <가비>가 묘사하는 조선 최초의 커피도 당대의 신문물이었을 것이다. 그가 구한말의 역사 속에서 찾아낸 동시대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황진이>를 끝내고 바로 <가비>를 준비했다. 준비기간이 꽤 길었다.
=나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CJ와 개발을 시작한 게 2007년 겨울이었다. 1년에서 1년 반 정도 하면 되겠지 했는데, 3년이 지나도 시나리오를 쓰고 있더라.
-어
[장윤현] “우리는 고종의 비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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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의 블루칩이 이제 스크린까지 점령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영화도 무척 하고 싶었다. 사실은 영화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뮤지컬에 빠져버렸다. 뮤지컬에서 연극으로, 다시 드라마로, 이제 영화까지 하게 됐지만 어느 장소에서 연기를 하든 ‘배우는 배우다’란 생각을 하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 처음 연극을 할 때도 “뮤지컬 배우 조정석이 연극한대”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었다. 근데 난 딱히 연극이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의 다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이제 무대에는 안 서는 거냐고 걱정하는데 난 무대를 놓고 싶지 않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분해 제대로 감초 역할을 해냈다. 첫사랑의 풋풋함과 아련함이 물씬 풍기는 <건축학개론>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데, 조연이어도 부담감이 있었겠다.
=이용주 감독님을 굳게 믿었다. 새내기의 마음으로 감독님 디렉팅 열심히 따르고 제훈이와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신을 만들어갔다. 그
[who are you]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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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축가도 있다. 마을에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말에 아예 마을회관을 목욕탕으로 만들어버린 사람. 시공 자리에 서 있던 나무를 보호하려고 그 나무를 감싼 건물을 만드는 사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기적의 도서관’ 설계로 유명한 고 정기용 건축가다. 그는 “건축은 근사한 형태로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말로써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연을 담아 건물을 지어올렸던 그는 한국 건축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말과 흙의 건축가였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고양이를 부탁해> <태풍태양>으로 ‘공간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정재은 감독이 그의 마지막 나날들을 동행하며 기록한 <말하는 건축가>를 만들었다. 정기용 건축가와의 만남은 장편영화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에서 활력을 찾길 원했던 정재은 감독에게도 큰 전환점이 됐다.
-3월11일이 정기용 건축가 사망 1주기다. <
[정재은] “이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법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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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의 종근은 요상한 캐릭터다. 전직 형사 종근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촌동생 문호(이선균)를 도와 선영(김민희)의 정체를 밝히는 것인데, 문호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빠져도 될 시점에서도 자꾸 등장한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특별한 설정 없이도, 별다른 대사 없이도, 종근의 심리 변화가 단계별로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는 거다. 이건 캐릭터의 힘이기도 하지만, 종근을 뒤집어쓴 배우 조성하의 공이기도 하다. 평범한 듯 보이는 마스크는 한때 조성하에게 약점이었지만, 지금 조성하에겐 무엇이든 그려넣을 수 있는 캔버스 같다. 감정을 내면에서 뿜어올리되, 바깥으로 한꺼번에 분사하지 않고 계산해서 터트릴 줄 아는, 컨트롤 감각을 지닌 조성하가 <황해>의 버스회사 사장 태원 이후 <화차>의 종근으로 돌아왔다.
-눈이 충혈된 것 같다.
=(매니저를 보며) 안약 넣자. (웃음) 충혈이 잦은 편이다. 드라마(<한반도>) 촬영 때문에 잠을 못 자서 더 그런
[조성하] 놀 수 있는 판이 있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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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 17회 일명 ‘광견병 에피소드’.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이웃집 굶주린 개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노량진 지나고등학교 박하선 선생은 끝내 측은지심을 이기지 못해 사료를 사들고 월담한다. 제법 스포츠맨스러운 동작이 허리를 졸라맨 빨간 코트에 뾰족구두 차림과 부조화하다. “왜 이렇게 짖어, 이 좋은 날…” 하며 다소곳이 개를 달래던 이 여자, 흥분한 개에게 한입 물려 보건소에서 광견병 가능성을 경고받자 대뜸 입매가 찌그러진다. 그날 밤 옆집 윤 선생(윤지석)은 포장마차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녀를 만난다. “비련의 여주인공이면 병이라도 그럴듯하든지! 광견병이 뭐예요, 광견병이!”
박하선은 지켜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 배우다. 현재 20대 여자 연기자 가운데 이만큼 표정이 풍부한 이가 있나 싶다. 울컥하면 윗입술이 사정없이 말려 올라가고 환하게 웃을 때는 꿀단지를 앞에 둔 새끼곰마냥 혀까지 나온다.
[박하선] 그녀의 표정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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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에 서른다섯살인데 <홈 스위트 홈>에서 기러기 아빠로 나온다.
=<풍산개>의 전재홍 감독님 소개로 문시현 감독님과 만나게 됐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맡기엔 어려운 역할 같더라. 한편으론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남자로서 자존심을 구기기 싫은 태수의 심정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 그래서 아는 선배님들을 소개해드릴까 했는데 직접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믿어주는 마음이 감사해서 당연히 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700만원으로 10회차 만에 만든 초저예산영화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항상 시간에 쫓겼다. 경찰서 장면도 한나절 안에 못 끝내면 보충촬영이 불가능했고, 감독님이 양산에 계신 친척 분께 빌린 아파트에서 찍어야 하는 분량도 이틀 안에 무조건 끝내야 했다. 자연히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부분이 많았을 텐데도 감독님께서 워낙 결단력있게 진행해서 무사히
[who are you]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