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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는 12세 이상 관람가였다.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최동훈의 영화에 굳이 <아바타>와 대전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 순간 흥행사 최동훈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부디 본연의 역할로 돌아올 것! 청소년 관람불가로 규정되는 영역, 즉 인간의 욕망이 각종 범죄와 접점을 이루어 들끓고 아귀다툼하는 그 세계는 최동훈을 최동훈답게 만들어줄 의심할 바 없는 하나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그건 <타짜>(2006)의 고니가 밤거리를 걷는 첫 장면에서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의 고독을, 사정 봐주지 않고 도심을 질주하던 <범죄의 재구성>(2004)의 카체이싱 장면에서 <스피드>의 쾌감을 또 한번 맛보고 싶은 관객의 순진한 바람이었다.
<전우치>(2009) 이후 2년 만의 신작이지만,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이어지는 범죄 3부작으로 따지자면 무려 6년
[도둑들] 첫 공개! 최동훈이 말하는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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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91 출생
2011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2학년 재학 중
단편 <영아> 출연
<은교>
-오디션 볼 때 가족들이 반대했을 텐데요.
=“안돼! 말도 안되는 소리!” 아빠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시던데요.
-원작의 은교와 영화의 은교는 어떻게 다른가요.
=은교는 지금껏 받은 사랑이 없으니까 누군가가 사랑을 주면 자꾸 집착해요. 연기할 때는 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좀더 선명하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번 넘게 테이크가 계속된 적도 있을 텐데요.
=흐흐. 18번 간 테이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뭉뚝한 연필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랬어요. 제가 좀 고집을 부렸거든요. 시선을 조금 옮기면 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답답하다 못해 울컥울컥해요. 그런데요. 테이크가 계속되면 감정의 변화가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 신기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보면 결국 ‘유레카!
[who are you]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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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1986 시 <유리닦는 사람>으로 등단
1995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발표
200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동인문학상 수상
2003~현재 소설 <참말로 좋은 날> <지금 행복해> <인간적이다>,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시인으로 출발한 소설가 성석제의 이야기 샘은 20년이 넘도록 마른 적이 없다. 그는 때로는 칼럼니스트로, 때로는 문학집배원으로, 때로는 인터넷 연재작가로 종횡무진해왔다. 그렇게 소설의 안팎에서 그의 글은 무위의 잡담(雜談)으로서 우리의 심심함을 달래주었다. 하여 간만의 장편 <위풍당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잡담을 청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종일 하늘은 맑았고, 라디오에서는 선거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의 재담은 봄바람보다 청량했고, 개표결과보다 예측불가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성석제] 가벼움의 함량, 웃음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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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분류해보려 해도, 이병헌은 독보적인 세대다. 그는 최민식을 필두로 한 송강호, 설경구 같은 연기파 배우들과 위치를 공유하지 않으며, 스타성을 토대로 연기성을 구축한 원빈, 조인성 같은 배우와도 공통분모로 엮이지 않는다. 훈련이 아닌 타고난 연기.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스타성. 이 두 가지야말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병헌을 구성하는 단일의 것이자 그의 스크린 장악력을 절대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17주년을 맞은 <씨네21>은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광해군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천민 하선이 가짜 왕의 역할을 하며 벌어지는 팩션사극 <나는 조선의 왕이다>에서 그는 광해군과 하선의 두 캐릭터를 오가는 1인2역의 연기로 촬영에 매진 중이며, 곧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에서 달라진 스톰 쉐도우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기생활 20년 동안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자신을 쌓아두었지만,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뒤돌아본 그 길
[이병헌] 이 배우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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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출생
2003 <대한민국헌법 제1조>로 데뷔
2009~현재 <핸드폰> <심장이 뛴다>
<최종병기 활> <인류멸망보고서>
-<인류멸망보고서> 세 번째 에피소드인 임필성 감독의 <해피 버스데이>에 출연한다.
=원래 류승수씨가 맡은 아나운서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며칠 뒤 감독님께서 전화를 해서 “아나운서도 좋은데, 조금 더 큰 역할로 갔으면 좋겠다”며 전형적인 아버지 역을 제의했다.
-1996년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고.
=극단 인혁, 골목길에서 활동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1999년작 <흉가에 볕들어라>이다. 곱사등이이자 성적 장애자이면서 대를 이어야 하는 부잣집 아들 역을 맡았다. 연기란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작업했다.
=“인생도, 무대 위도 남의 것에 묻혀가지 마라, 작은 걸 하더라도 제 것을 해야 한다”
[who are you]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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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식 뒤풀이. 김동원 감독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소식을 안주 삼아 후배 감독들에게 연거푸 술잔을 건넸다.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와 임대 계약만 남겨두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정말?’이라고 속으로 되물은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디스페이스는 영화계 안팎의 후원자들을 모아 극장 물색에 나섰지만, 계약 성사 직전에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여러 차례 겪었고, 이 때문에 개관 시기 또한 애초 예정보다 5개월 가까이 늦춰졌다. 인디스페이스의 부활이 연기되면서 가장 애가 탔던 이는 다름 아닌 민간독립영화전용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원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낮부터 “커피 마실 거면 소주 마시자”고 선술집으로 끌고 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느라 쑥 빠진 아랫니 사이로 극장 문을 열기 전의 설렘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부담이 들숨과 날숨처럼 수시로 교차했다
[김동원] “상영관, 문화적 소통 공간, 사회적 발언의 거점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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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여자를 ‘약 올리던’, 현재의 어리고 능력있는 여자 은채. 고준희가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선 좀비로 활약한다. 큰 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톡톡 튀는 사고방식은 고준희를 규정하는 일차적인 요소이지만, 아직 그녀의 정체를 모두 파악했다고 하기엔 이르다. 고준희의 멋진 스타일에 가려진 많은 것들을 되짚어본다.
-<건축학개론>의 반응이 좋다.
=놀랍게도 난 아직 못 봤다. 부모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다 봤는데 나만 아직이다. 새벽부터 매일 드라마 촬영의 연속이었다. <인류멸망보고서> 시사회에도 아침에 드라마 촬영 끝나고 바로 넘어온 거다. 얼른 나도 봐야 하는데. (웃음)
-tvN <일년에 열두남자>의 ‘탄야’는 사랑과 섹스에 개방적인 역할이다. 덕분에 고준희란 배우까지 탄야처럼 자유분방한 여자라는 이미지에 일조했는데.
=오종록 감독님과 <건빵선생과 별사탕> 때 함께했는데
[고준희] 꽃봉오리를 기다리며 조금씩,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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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처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되길”
-피터 버그 감독 인터뷰
사진기자가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피터 버그 감독은 권투 선수처럼 몸 푸는 시늉을 하더니 멀찍이 떨어져 인터뷰 중인 테일러 키치를 향해 “헤이, 키치. 일어나보라고”라며 감독 행세를 했다(물론 테일러 키치는 인터뷰에 집중하느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천명의 스탭을 통솔해야 하는 블록버스터영화의 감독에게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필수 덕목일 것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배틀쉽>의 배우들은 피터 버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을 전했다. 피터 버그는 어떻게 신뢰받는 함장이 되어 <배틀쉽>을 조종했을까. 두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그를 식목일에 만났다.
-영화를 보고나니 당신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참 많았구나 싶더라.
=나는 단지 사람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l
[배틀쉽] 피터 버그 감독 / 테일러 키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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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요점은 ‘체력’이었지”
브루클린 데커 인터뷰
-이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음, 사실 나는 당시 다른 작품을 촬영하던 중에 <배틀쉽>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 작품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라서 스크립트도 먼저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배틀쉽> 오디션을 보기 위해 내가 LA까지 간 데에는 감독이 피터 버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여러 번의 오디션 끝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총 3번의 오디션을 통과한 끝에서야 피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테스트를 했는데, 매우 재미있었다. 피터는 최종 합격 통보를 할 때도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웃음)
-리한나와 작업하는 것은 어땠나.
=사실 처음부터 무척 기대됐다. 이 작품은 나에겐 두 번째 영화이
[배틀쉽] 브루클린 데커 / 리한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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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7일, 런던의 중심가 소호에 자리한 한 호텔에서 오는 4월11일 개봉하는 영화 <배틀쉽>의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반영이라도 하듯 유니버설픽처스가 기자 시사회에서부터 철통같은 보안 유지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보안 유지를 위한 여러 절차들 때문에 영화의 시작이 다소 늦어졌음에도 시사회장은 불만보다는 기대와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팝의 섹시디바 리한나의 첫 정극 데뷔작이자 220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압도적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라는 점 외에도 이 작품이 주목받을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과 <트랜스포머> 등으로 유명한 하스브로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SF 블록버스터 <배틀쉽>은 특이하게도 동명의 유명 인기 보드게임이 원작이다. 스토리 라인이 정교한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이 아닌 까닭에 영화의 줄거리 역시 비교적 단순하다. 향후 미국을 넘어 세계를 구
[배틀쉽] 외계 우주선과의 혈전, 최고의 비주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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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의 연기는 뚜렷하다. 그런데 송새벽의 얼굴은 “밋밋하다”. 스크린에서만큼은 우리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두지만 길거리에서 그를 스쳐지나간다면? 열에 여덟은 뒤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평범한 얼굴의 놀라운 힘이란 이런 것이다.
지구 멸망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송새벽은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해피버스데이>에 출연한다. <해피버스데이>는 아빠의 8번 당구공을 망가뜨린 민서(진지희)가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해 당구공을 주문하고, 2년 뒤 당구공 모양의 괴혜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는 내용의 단편영화다. 송새벽은 카이스트까지 졸업한 수재지만 딱히 생산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민서의 삼촌으로 등장한다. <마더>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결사> <위험한 상견례> 등에서 보여준 송새벽식 적재적소의 연기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수십 가지의 얼굴을 그려넣을 수
[송새벽] 범상한, 범상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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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웃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카메라 앞에 선 지 10초도 되지 않아 청어람 최용배 대표가 손사래를 친다. 포즈를 취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하단다. 2000년대 중반 청어람은 주목할 만한 투자배급사였다. 당시 그는 메이저 투자배급사와 손잡지 않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몇 안되는 인물이었다. 청어람은 자체 제작 작품만 연간 3편 이상씩 내놓았고, 최 대표는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괴물>(2006)로 한국영화 흥행 톱을 거머쥐며 제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도 모두 가졌다. 그랬던 그가 2008년 이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강풀 원작의 <26년> 제작이 중단된 뒤였다. 외압으로 투자가 무산됐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그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26년>을 되살리고 싶었고, 최 대표의 안간힘은 이후 4년 동안 계속됐다. 인터뷰는 관객으로부터 소액 후원(www.goodfunding.net, www.popfunding.com
[최용배] “대중적인 스펙에도 영화화할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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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동안 총 5번의 오디션을 거쳐 1천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저우위지에 역에 캐스팅됐다고.
=연기 경험이 없다보니 오디션이 약간 긴장되긴 했다. 그렇다고 감독님께 특별한 뭔가를 억지로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드렸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반 친구, TV나 영화 속 배우를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다.
-저우위지에는 수줍은 소년이다.
=린슈유 감독님은 내게 ‘저우위지에는 가정폭력 때문에 상처를 받은 아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가정폭력을 소재로 하는 몇몇 영화를 보여주셨다. 아무래도 저우위지에는 실제 내 모습과 다르니까. 실제 나는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적극적인 아이다.
-첫 연기다.
=감독님은 내게 연기 ‘기술’을 가르쳐주셨고, 나는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아는 만큼만 이해하려고
[who are you] 임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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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용주 감독으로부터 <건축학개론>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불신지옥> 이후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던 그는 동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내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절박했다. “이 영화를 해야 다음 영화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건 그가 큰 산에 봉착해 있다는 걸 의미했다. 첫 작품으로 평단의 관심을 얻었지만 당시 그는 고작 관객 25만명을 동원한 신인감독이었고, 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이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당시 내가 어줍잖은 시선으로 우려했던 지점은 그 역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건축학개론>은 그가 거의 10년을 매달린 프로젝트였고, 주변의 만류엔 이미 이골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수정고 파일만 몇 백개가 존재하는 <건축학개론>은 그에게 결코 놓을 수 없는 첫사랑이었다. 그는 내 의견을 새겨듣겠다고 했지만 몇달간 시나리오 작업 끝에 완성된 최종고
[이용주] “스무살의 나에 대한 반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