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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손 넣으면 혼나는데. (웃음) 집사람이 거만해 보인다고 조심하라고 하더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사서 할 만한 걱정 같다. <도가니>로 단숨에 명품조연으로 등극한 배우 장광.
그는 장애아동을 성폭행하는 쌍둥이 형 교장과 동생 행정실장으로 분해 악마의 가면을 벗겨냈고, 같은 듯 다른 두 악마의 얼굴은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잔영을 남겼다. 하지만 여기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선인이 반전을 꾀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서 광해군의 가게무샤를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살피는 내시조 내관이다. 우직한 무표정과 은은한 미소 속에 비극과 희극을 아울러야 하는 인물을 맡아 그는 또 한번 자신의 최고 무기가 목소리만은 아님을 증명한다. 연기 좀 하는 성우가 아니라 목소리 좋은 배우임이 여실하다. 거기다 <내가 살인범이다> <음치클리닉> <26년>도 대기 중이다. 예순에 변신의
[장광] 아직도 1년차 신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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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피에타>
2011 <최종병기 활>
2010 <무산일기>
2010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2010 <굿바이 보이>
2010 <시>
2009 <킹콩을 들다>
2005 <왕의 남자>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훈철 부인이라는 캐릭터의 분량이 크진 않지만 굉장히 인상에 남는다.
=그 여자의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정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일련의 사건들이 초래한 임팩트있는 부분들만 나온다. 어떻게 보면 신마다 굉장히 극한의 상황에 처한 거다. (웃음) 처음에는 시나리오에서 전해지는 느낌만 보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만약 이 인물을 맡게 된다면 이 여자의 정서가 중요하고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량은 적었지만 그녀의 모습에서 삶과 내면, 이야기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김기덕 감독이 훈철 부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따로 이야기했던 부분은
[who are you]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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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응답하라 1997>
2012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1 드라마 <공주의 남자>
2010 드라마 <세 자매>
2009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007 드라마 <황금신부>
드라마 <응답하라 1997> 15화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태웅(송종호)은 사랑하는 여자 시원(정은지)을 동생 윤제(서인국)에게 양보하는 문자를 보냈다. “형이 미안해”라고. 윤제 역시 시원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번에는 형이 (시원을) 포기할 수 없어”라고 말했던 그가 아니던가. 물론 시원이 선택한 남자가 윤제인지, 태웅인지는 다음주 방영될 최종회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태웅은 동생에게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2주 전 이미 <응답하라 1997>의 촬영을 끝낸 태웅 역의 송종호를 만나 드라마의 결말부터 물었다.
-<응답하
[who are you] 송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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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카사노바에게 마음을 주는 까닭은 그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주지만 당신은 나를 ‘독점’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시시각각 일깨워주며 애간장을 다 녹이니까. 굳이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란 캐릭터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류승룡은 ‘카사노바’ 같은 배우다.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 그리고 지금 <광해>까지. 섹시함과 섬세함, 강인함과 부드러움. 정반대의 단어를 맛깔나게 요리하며 관객을 능수히 유혹하는 류승룡은 자신에게나 관객에게나 절정을 맛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순간, 그가 이번에 뛰어난 지략가가 됐다. 왕의 곁에서서 율도국을 만들고 싶었던 남자, 허균이 된 것이다. 극중 독살 위기에 처한 광해를 위해 왕의 대역을 세우는 지략을 펼치는 허균은 광대 하선을 진짜 광해처럼 보이게 만드는 ‘킹 메이커’다. 역모의 바람이 불어닥친 궁에서 미쳐가는 광해
[류승룡] 나를 누르고 또 끄집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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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다. 그녀가 웃지 않는다는 건. 한효주가 머무는 자리엔 늘 미소가 맴돌았다. 한 나라의 임금(<동이>)이든 오만한 재벌 청년이든(<찬란한 유산>) 시력을 잃어가는 전직 권투선수(<오직 그대만>)든 활짝 웃는 그녀 앞에서 무장해제되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광해> 속 한효주는 다르다. 궁중 생활의 풍파에, 왕의 외면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중전. 해를 품은 달의 숙명을 감내하기 위해 한효주는 웃지 않는다. 그녀의 미소가 없는 궁궐은 더더욱 차가워 보인다. “(캐릭터의 영향으로) 현장에 오면 마음이 무거웠다. 한번은 <광해> 다음 작품으로 준비하는 <반창꼬> 조감독과 프로듀서가 우리 현장에 놀러왔는데, 평소랑 너무 달라 말을 걸 수 없겠다며 나에게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갔다더라. (웃음) <반창꼬> 현장에선 정말 잘 웃고 떠들고 까불었는데, 여기선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있으니까.”
웃음과
[한효주] 그녀가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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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면에 세 버전의 이병헌이 공존한다. 광해를 연기하는 이병헌, 광해와 똑같이 닮은 천민 하선을 연기하는 이병헌, 그리고 광해 앞에 불려와 광해를 흉내내는 하선을 연기하는 이병헌이다. 하선은 광해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말투, 똑같은 제스처를 취한다. 그런 하선이 기특했는지 광해가 하선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자, 당신 눈앞에 보이는 건 매우 간단한 CG 조작이다. 분명 손쉬운 트릭인데 임팩트는 막강하다. 이병헌이 이병헌을 바라보고 자신이 연기한 이병헌을 다시 연기하는 순간은 1인2역을 기반으로 한 이 캐릭터의 핵이다. 17세기 왕의 밀실이란 가상의 공간, 최고로 장식화된 비현실적인 장소에서 이병헌은 근대 연기의 창시자 스타니슬라프스키가 보고도 울고 갈 ‘아주 그럴 법한’ 연기를 이끌어낸다. 이병헌은 말한다. “그 장면은 촬영 초반에 찍은 장면이다. 그 말은 아주 부담 없는, 어렵지 않은 장면이란 뜻이다.” 이상은 <광해>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장면에 대한 풀이였다. 그
[이병헌] 이 남자를, 이 배우를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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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광해가 된다고 했을 때는 왕의 광기를, 류승룡이 허균이 된다고 했을 때는 발칙한 문관을, 한효주가 중전이 된다고 했을 때는 우아한 미소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세 가지 기대를 모두 저버린다. 이병헌은 광대 하선과 광해군, 1인2역을 소화해내며 웃음과 광기를 오갔고 류승룡은 발칙한 유머를 버리고 냉철해졌다. 한효주 역시 환한 미소 대신 건조한 표정으로 관객 앞에 섰다. 모두 자신의 무기를 버린 셈이지만 슬픔 대신 웃음으로, 광기 대신 따뜻함으로, 세 배우는 더욱 견고해진 자신의 결을 내보인다. 역모와 당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다던 광해군 8년, 사라진 15일의 역사를 새로 채우는 세 배우는 자신들의 이야기 역시 새로 지어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A Few Goo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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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CJ문화재단의 ‘Project S’ 지원작 선정을 위한 면접 심사장. 심사위원들은 평범한 한 대학생에게 눈길이 쏠렸다. 카메라를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는 힙합 키드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했고, 심사위원들은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랩을 한번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한때 힙합 키드였으나 지금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청년이라. 연출자의 이력에 호기심이 일었지만 기획안 자체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심사위원들의 짓궂은 질문 앞에서 평범한 외모의 수줍음 많은 청년이 끝내 주저했다면, <투 올드 힙합 키드>(9월13일 개봉)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만든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 및 우수작품상을,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관객상까지 차지한 정대건(26) 감독. “눈빛은 음흉하지만 힙합을 굉장히 긍휼히 여기던 대한의 건아”는 어찌하여 ‘영화’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된 것일까. ‘투 올드 시네마 키드’로 변신한
[정대건] 자격지심이 영화를 찍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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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미운 오리 새끼>
2012 <시체가 돌아왔다>
2006 <한반도>
2003 <실미도>
-누나인 조혜련이 제작에도 참여했고 카메오로도 출연한다. 온 가족이 단체관람하러 갈 법도 한데.
=개봉 첫날, 혜련이 누나가 극장 한관을 빌려서 친지들과 영화를 봤다. 다들 리액션이 너무 과해서 자리에 앉아 있기 민망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비굴한 중대장 역을 맡았다.
=처음엔 행자 역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런데 행자는 거구여야 했다. 감독님 첫마디가 “바지 걷어봐라”였는데 “그 다리 가지곤 안돼. 차라리 중대장을 연습해 올래? 15분 줄게” 그러시더라. 감독님이 내 눈빛에 못된 느낌이 있었다고 하더라.
-비 오는 밤중에 행자한테 목을 졸리는 장면이 있다.
=밤 9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계속 비를 맞았다. 추운 건 둘째치고 죽은 척하고 있는 게 힘들었다. 코로, 입으로, 물이 계속 들어왔다. 물속
[who are you] 조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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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일레븐>만 <오션스13>까지 머릿수를 늘릴 것인가. <익스펜더블>도 결국 이들을 불러모을 것이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척 노리스와 장 클로드 반담까지 가세했으니 결코 이들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을 터. 이들이 캐스팅되지 않는다면 ‘짝퉁 터미네이터’로 출연했던 <샤도우 체이서> 시리즈의 프랭크 자가리노나 ‘제2의 돌프’처럼 등장해 <스톤 콜드>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 브라이언 보스워스도 있다. 물론 메인 스트림에서라면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래볼타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웨슬리 스나입스(1962∼)
현재 서구 액션배우 중 제이슨 스타뎀과 맞짱 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액션 기계’. <블레이드2>(2002)의 무술감독인 견자단도 그 스피드와 파워를 인정했을 정도. 나스타샤 킨스키와 호흡을 맞췄던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1997) 같은 작품도
[익스펜더블2] 다음에는 시걸 형님의 무표정을 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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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떨어지지 않는 총탄, 마치 즐겁게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쓰러지는 적들, 그리고 늘 대등하게 맞서 싸우다가도 갑자기 주인공의 동작에 맞춰 얻어맞기를 기다리는 적들. <람보>와 <코만도>, 그리고 <델타 포스>와 <유니버설 솔져> 등 80∼90년대를 풍미했던 ‘하드보디’ 전쟁물의 영웅들이 귀환했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돌프 룬드그렌,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의 <익스펜더블>에 이어 고대해왔던 장 클로드 반담, 척 노리스가 가세했다. 맛난 불량식품을 향한 은밀한 욕망은 그렇게 업그레이드된 속편을 만들었다. 여기 한가닥했던 왕년의 사내들이 만나 ‘용병의 자격’ 그리고 ‘남자의 자격’에 대해 묻는다.
<뜨거운 녀석들>(2007)의 니콜라스(사이먼 페그)는 마을의 비밀을 알아내고 마을을 빠져나오다 DVD숍에서 우연히 액션영화 진열대를 보고는 눈이 ‘빡’ 돈다. 척 노리스의 <강력계의 영웅>(19
[익스펜더블2] 형님들은 네버 다이! 묻지마 총질도 네버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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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한데, 형식적인 요구가 아니었다. 김휘 감독은 아침부터 8개 매체와 개별 인터뷰를 치르고 있었다. 개봉이 예정보다 한달 가까이 밀리면서 <이웃사람>에 대한 기대치는 이전보다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원작을 충실하게 옮겨냈다”는 호의적인 시사 반응이 나왔으나, <도둑들>을 비롯해 앞서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승승장구를 감안하면, 극장에서 <이웃사람>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웃사람>은 8월29일까지 140만361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보란 듯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선두를 차지했다. <해운대> <심야의 FM> <7광구>의 시나리오를 썼던 김휘 감독은 관객의 이같은 환대가 얼떨떨하다면서도, 자신의 첫 번째 연출작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개봉 첫주 스코어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김휘] 연쇄살인범을 판타지화하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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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른들 손에 이끌려 대학로에 <남자충동>이라는 연극을 보러간 적이 있다.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토해내는 배우들 사이에서 웬 희한한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비해 왜소한 몸이 단연 돋보였는데, 그보다 사투리와 표준어 사이에 애매하게 다리를 걸친 말투나 시퍼런 식칼을 들고 엉거주춤하게 무대 위를 누비는 몸놀림은 더 이상야릇했다. 알고 보니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에게 앞니를 왕창 뽑히고 ‘손모가지’까지 헌납하셨던 그분이었다. 전혀 전형적이지 못한 그 아저씨는 이듬해 <주먹이 운다> <달콤한 인생> <친절한 금자씨>로 3연타를 날리며 한국의 작가 감독들의 키플레이어가 됐고, 지금껏 무려 50여편에서 주•조단역으로 등장하며 높은 승률을 기록해왔다. 올해는 <도둑들>로 지난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2연타 홈런을 날린 참이다. 그에 비하면 그 뒤를 이을 <공모자들>의 경재와
[오달수] “관념을 몸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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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공모자들>
-데뷔작 <공모자들>에서 장기밀매범에게 납치당하는 여자 채희 역을 맡았다. 첫 영화치고 굉장히 센 캐릭터다.
=1년 전 영화 <창수>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임창정 선배가 나를 잊지 않고 김홍선 감독님께 직접 내 얘길 했다고 들었다. 채희 역을 맡게 되고 현장에서 임창정 선배를 만나니 “너 될 줄 알았어” 하시더라. 그 말을 들으니 부담은 더 됐지만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오달수, 임창정, 최다니엘, 조윤희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보니 어땠나.
=모두 나보다 한참 선배지만 현장에서는 나를 신인연기자로 보지 않고 동료로 생각해줬다. 특히 사우나 신을 촬영할 때 감정이 안 잡힌 내가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충분히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소재나 노출 면에서 여배우로서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 게 힘들더라. 계획을 세우고 현장에 가면
[who are you] 정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