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샤는 다른 건 전혀 없어. 그냥 매력적으로 보일 뿐이야. 좀 허영 같기도 하고. 첼시가 오히려 솔직하지.” <짐승의 끝>에서 야구 모자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박해일)는 TV 축구경기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당시 대사에 대해 조성희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글거린다”고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뭐랄까 <늑대소년>은 그런 ‘솔직한’ 감정에 충실한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남매의 집>(2009), 밴쿠버와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됐던 장편 데뷔작 <짐승의 끝>(2010)으로 주목받은 그의 신작 <늑대소년>은 이전작들과는 정반대의 방식과 스타일로 풀어낸 동화다. 지난 몇년간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파수꾼들>의 윤성현 등 영화아카데미 졸업과정작품 출신 감독들이 한국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이었다면 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제도권 영화를
[조성희] “온기가 도는 판타지로 받아들여줬으면”
-
신수원 감독이 자신감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우 정인기라면 <순환선>의 실직한 가장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았다. 옴니버스영화 <가족시네마>의 단편 중 하나인 <순환선>은 배우 정인기의 주름 하나, 표정 하나로 실직한 가장의 고민과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배우가 되기까지의 세월을 합하면 20년도 훌쩍 넘지만 “언제나 현장이 제일 좋다”는 그의 말과 미소에는 신인배우가 가졌을 법한 결연한 의지와 설렘이 보였다. 문득 푸근한 미소 뒤에 감춘 그의 끈기가 궁금해졌다.
-올여름에 <JURY> 현장에서 봤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무엇보다 슈트를 입으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살이 많이 빠졌다. 원래 정말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는데 오늘은 좀 차려입었다. (웃음) 실은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좀 어색하다.
-<순환선&g
[정인기] 단편영화 덕에 다양한 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
-
영화배우 박시후라니. 낯설었다. 지난해 겨울 <내가 살인범이다> 영풍문고 시퀀스 촬영현장에서 박시후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오해하지 말자. 그가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생각은 절대 아니니까. 박시후 하면 드라마 <역전의 여왕>(2011)이나 <공주의 남자>(2011) 등 텔레비전 화면 속 그가 익숙한 게 사실이다. 그 역시 자신의 첫 영화 출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나보다. 스튜디오의 벽에 붙은 여러 배우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사진기자가 찍은 테스트 컷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난생처음 경험한 표지 진행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홍보 활동도 시작됐고. 거리에 영화 광고도 많이 하더라. 관객 반응도 궁금하고. 첫 영화라 그런지 무척 설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박시후가 연기한 이두석은 이상한 연쇄살인범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자신의 살인 행각을 담은
[박시후] 아직 잘 모르는 사내
-
정재영이 걸어왔다. 뒤축을 접어 신은 “슬리퍼 같은 운동화”는 곧 끈 떨어진 운동화가 될 판이었다. 신발 속엔 아디다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흰 양말, 거기에 또 밤새 범인이라도 쫓다 온 것처럼 붉게 충혈된 눈. “아, 해장해야 하는데.” 배우 정재영의 소박함과 털털함이 영화 속 캐릭터와 접선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내가 살인범이다>의 최형구 형사가 걸어 들어온 줄 착각했다.
최형구는 “연쇄살인범을 잡아야 하는데 잡지 못한 형사”다. 이렇게만 설명하고 보면 최형구는 <살인의 추억> 속 형사들과 비슷하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최형구는 머리가 좋은 형사다. 경찰대학 출신에 엘리트 형사다. 그런데 연쇄살인사건에 자신의 연인이 연루되고 끝내 살인범을 잡지 못하면서 승진도 못하고 계속 그 사건에 매몰돼 있다.”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에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두석(박시후)이 등장한다. 자신의 범행기록을 담은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정재영] 여전히 기막힌 사내
-
-
<내가 살인범이다>를 끌고 가는 건 두 남자다. 그들은 쫓고, 쫓기는 관계다. 공소시효가 지나자 자신의 살인 행각을 기록한 책 <내가 살인범이다>를 들고 나타난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과 15년 전 그를 놓친 바 있는 형사 최형구(정재영)가 그 주인공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남자가 오랜만에 표지 촬영을 위해 만났다. 박시후는 “(정)재영이 형 덕분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먼저 다가와서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고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고, 정재영 역시 먼저 농을 던지며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었다. 일단 두 남자의 <내가 살인범이다> 작업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정재영, 박시후] 두 사내
-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도둑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두 번째’라고 표현하니 뭔가 흔한 일인 듯싶지만 그것은 무척 의외의 결과다. <도둑들>에 이은 <광해>의 성공요인은 뭘까. <광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에는 <마지막 늑대> <미녀는 괴로워> <마린보이>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의 힘이 컸다. 당초 강우석 감독이 <나는 조선의 왕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작품이 원동연 프로듀서, 추창민 감독, 그리고 이병헌에 의해 <광해>로 다시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판’까지, 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한 작품이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해 9월경 CJ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공동제작형식으로
[원동연] 이 시대 리더의 조건이라는 화두가 승부수였다
-
Profile
2011 영화 <나쁜 피>
2011 연극 <여행>
2010 연극 <그 놈을 잡아라>
-연극을 하다가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그 놈을 잡아라>를 같이 한 선배가 <나쁜 피>의 오디션을 연결해주었다.
-<나쁜 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데뷔작으로는 부담되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다. 인선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마치 내 일인 양 이해와 연민이 느껴졌다. ‘이건 내가 해야 돼!’ 하는 생각뿐이었다. 잠깐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걸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안 하고 후회할 바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촬영 중에 가장 힘들었던 상황은 뭔가.
=많은 분들이 노출이 제일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그건 나보다 오히려 감독님이 더 힘들어서 식사도 못했다. 노출장면은 하기 전이 힘들지 하고 나니 시원하더라. ‘해냈구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who are you] 윤주
-
-벌써 세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이제 좀 편해졌나.
=처음에는 정말 불안했다. 영화 연출은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도전이었고, 내 능력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첫 영화를 완성했고, 두 번째는 아주 조금 더 편해졌었고, 세 번째는 그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 하지만 내 생각에 건강한 의미에서의 두려움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그걸 깨고 나와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고,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감독으로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라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몇번이고 테이크를 간다. 내가 싫어하는 단 한 조각이라도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나중에 편집실에 혼자 남아서 편집하는 순간이 되면 내게 정말 필요한 조각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가 가장 기다려진다.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할 의사가 있나
[벤 애플렉] “연출은 배우들에게 필요한 경험”
-
감독을 꿈꾸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교과서다. 조지 클루니는 또 어떤가? 지금의 그라면 쉽게 넘보기 힘든 산인 건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이름을 추가해도 될 것 같다. 연출 데뷔작 <곤 베이비 곤>(2007)을 시작으로 <타운>(2010)을 거쳐 곧 개봉을 앞둔 <아르고>를 만든 ‘감독’ 벤 애플렉 말이다. 1979년 이란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르고>를 보고 나면, 취미나 호기심 정도로 감독을 하려는 배우들은 메가폰 잡는 걸 포기해야 할 것이며, 진지하게 연출에 대한 꿈을 꾸는 배우들도 진로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지도.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다. “다시 커리어의 정점으로 올라왔다”는 맷 데이먼의 확신처럼 <아르고>는 벤 애플렉이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 정의할 만하다.
단 세편만으로 감독으로 인정받는 동안 배우로서 벤 애플렉이 오랫동안
[벤 애플렉] 당당하게! 감독 벤 애플렉
-
<아르고>는 텔룰라이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지난 10월12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첫주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각종 영화제에 공개된 이래 2013년 오스카 후보로 강력하게 언급되는 중이다. <곤 베이비 곤> <타운>에 이어 안정된 연출을 보여준 벤 애플렉과, 극중 토니 멘데즈의 상관을 연기한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9월의 마지막 날에 만났다. 각본을 쓴 크리스 테리오와 <와이어드>에 기사를 쓴 조슈아 버먼과 가진 인터뷰도 전한다. 그리고 세편만으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벤 애플렉에 대한 짧은 글도 함께 덧붙인다.
2007년 5월 조슈아 버먼이 <와이어드> 매거진에 기고한 ‘The Great Escape’라는 기사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던 30여년 전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1979년 11월4일, 주 이란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미국을 성토하는
[아르고] 미친 대탈출극? 톡 쏘는 정치 스릴러!
-
언제였더라. 방은진 감독이 연출 데뷔작 <오로라 공주>를 내놓았던 해가 말이다. 전국 관객 110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약간 넘은 성적과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까닭에 두 번째 작품을 내놓기까지 이리 오래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로라 공주> 이후 거의 7년이 지난 지금, 그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용의자 X>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며 전개되는 논리적인 이야기와 강력한 반전으로 유명한 원작이 그의 손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했냐고? 취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겠지만 분명한 건 <용의자 X>는 방은진의 색깔이 녹아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곧 개봉을 앞둔 어느 가을날 만난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예뻐진 것 같다.
=정말? 머리를 길러서 그런가.
-그런 것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
=나 원래 예뻤다. (웃음) 안 그래도 제작보고
[방은진] 내게 없는 것을 원망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즐기겠다
-
아역배우 전성시대다. 얼마 전까지 아역이라 하면 어리지만 ‘연기도 곧잘 하는 영특한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재능있는 아역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최근에는 한 사람 몫의 연기자로 대우받고 있다. 최근 드라마의 초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대부분 아역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고만고만한 아역 연기자들 중에서 눈에 띄기도 어려워졌다. 이전에는 어린아이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우리에게 기억되기 위해서는 영특함 이상의 것이 필요해졌다. 게다가 잠시 반짝이고 스러져간 수많은 아역 연기자들을 봐오지 않았던가. 어릴 때부터 연기에 입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라서 배우로 남기는 더욱 어렵다.
보기 드문 ‘어둠’
그래서, 김새론은 눈에 띈다. 그저 아역이라서, 귀여워서, 연기를 잘해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다. 성인 못지않게 연기를 잘하는 아역 연기자들은 많다. 성인보다 더 예쁘고 귀엽고 발랄한 아역들도 많
[김새론]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
Profile
2012 영화 <회사원>
2011 영화 <최종병기 활>
2011 영화 <글러브>
2010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2008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여기 펜이 있다. 영화에서 칼을 돌리던 것처럼 한번 돌려달라.
=(펜을 잡아 돌리면서) 이렇게 돌리다가, 이렇게 찌르는 거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소품을 받아서 돌리고 다녔다. 그냥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지갑을 꺼낼 때마다 같이 삐져나와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었다.
-무술 훈련은 어떻게 받았나.
=스케줄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자주 와.” (웃음) 매일 스파링을 뛰었다. 영화 속 서민희 대리도 그렇게 남자들과 싸워가면서 대리를 달았을 것 같더라. 그렇게 훈련을 한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회사원>을 본 관객이라면 내부순환로에서 소지섭과 싸우는 장면에서 분명 큰 인상을 받았을 거다.
=그 장면을 찍다가 갈비뼈에 금이 갔다. 바
[who are you] 장은아
-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계속 물어온다. 이상한 풍경이다. 신인배우라면 그럴 법하지만 눈앞에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은 무려 ‘소간지’, 소지섭 아닌가. 으레 하는 좋았다는 말로는 성에 차지 않나보다. 꼼꼼하게 장면 하나하나 물어보더니 회사원의 고충을 잘 담아낸 것 같단 말을 듣고야 표정이 밝아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도 덩달아 마음이 놓인다.
<회사원>을 통해 살인청부업자가 되어 돌아온 소지섭은 여전히 슈트가 잘 어울리는 간지남이지만 재미있다는 말보다 영화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먼저 신경 쓰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신인배우의 그것이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작품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이 성실한 17년차 배우의 한 걸음 한 걸음에는 신중함과 진지함이 가득하고, 그래서 여전히 성장 중인 신인배우다.
-부산영화제 무대인사에서 배우 곽도원과 함께 ‘트윙클’ 춤추신 것
[소지섭] 밥벌이의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