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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그 몸부림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도 성장을 멈춘다. <라자르 선생님>은 모두가 침묵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진정한 선생님에 관한 영화다. 전작들에서 꾸준히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소유자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네 번째 장편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다시 한번 캐나다 교육현장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다. 먼 나라 이야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라자르 선생님>으로 로테르담, 로카르노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껏해야 우리 주의 2, 3개 극장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까지 올라서 기쁘고 놀라웠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어느 날 프로듀서와 함께 에블린 드 라 슈네리에르 원작의 1인극(연극)을 보고
[flash on]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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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환상속의 그대>는 애도에 관한 영화다. 한 여자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그녀를 사랑했던 여러 사람들은 제각기 고통스럽다. 친구였던 기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이 고장난 자전거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친구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기옥은 그 죄책감을 감당해낼 수 없다. 구겨진 상복처럼 방바닥에 널브러져 슬픔에 잠긴 기옥을, 이영진은 때로는 절절하고 때로는 코믹하게 연기해낸다.
영화배우의 이미지란 화려한 감옥과 같다. 영화배우는 자신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모습 속에 갇혀버린다. 이미지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관객의 뇌리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자국이 새겨진다. 우리는 인상적인 데뷔작을 통해 뚜렷한 각인을 남긴 뒤 거짓말처럼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여배우들을 몇명 알고 있다. 그들은 끝내 박제된 자신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는 배우 이영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14년차
[이영진] 진짜 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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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었다. 라일락꽃이 한창인 봄밤이었다. 4월의 밤이었다.” 코끝에서 향이 느껴지려는 찰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이런 문장을 툭 이어붙인다. “그가 군인들에게 이유 없이 당했다는 5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공선옥의 장편소설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80년의 그날이 아닌, 그 전후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선연히 그려낸다. 책 속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국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 앞에 서 있음을 문득 깨닫게 만드는 책을 쓴 소설가 공선옥을 만났다.
-얼마 전 개봉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제주도 사람이 말하는 4.3 사건이고,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역시 그 땅의 사람이 말하는 5.18 민주화운동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그 사건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폭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 일종의 비상경보가 아닐까 생각했
[trans x cross]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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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고령화가족>(2013), <오늘>(2011), <시>(2010),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밀양>(2007),
<강적>(2006), <댄서의 순정>(2005), <역도산>(2004),
<오아시스>(2002), <집으로…>(2002, 미술감독 데뷔작),
<킬리만자로> 미술팀(2000), <박하사탕> 미술팀(1999)
“실제 취향은 리얼리즘쪽이 아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조도로프스키 영화고, 그다음은 타르코프스키? (웃음)” 낡고 평범한 연립주택에 <고령화가족>을 입주시킨 신점희 미술감독의 말에 잠깐 귀를 의심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있긴 했으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실생활 재현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로 데뷔해 이창동 감독과
[STAFF 37.5] 집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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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패밀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커크 드 미코(오른쪽)_2004년 발표한 아이디어 중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원시인과 동굴에서만 사는 미개한 원시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톱모션으로 작업할 계획이었는데,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서 떠나면서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모티브는 계속 가지고 있었고 크리스가 디즈니에서 오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크리스 샌더스(왼쪽)_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에 들어왔을 때는 그루그가 원시인 부족의 족장이었다. 20~30명의 등장 캐릭터가 있었고. 극중 악역은 다른 부족이었다. 마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같다고나 할까. (웃음) 여러 차례 스토리를 교정했지만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가 나는 <드래곤 길들이기>를 하게 됐다. 그동안 커크는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원시인 가족이 삶의 터전인 동굴을 잃은 뒤 인류 처음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발상을 해온 거다.
-2004년? &
[크루즈 패밀리] 인류 최초의 모험이라는 경이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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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루그(크루즈 가족의 가장)
좋아하는 것 가족의 안전 싫어하는 것 모험, 호기심 등 예측 불가능한 것들 질색하는 것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은 장모 글랜 최근 고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큰딸의 호기심.
목소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니콜라스 케이지 인터뷰
-극중 캐릭터 그루그는 지나칠 정도로 가족을 보호하는 엄격한 아버지로 나온다. 실제로는 어떤가.
=난 전혀 엄격하지 않다. 칼릴 지브란의 책 <예언자>에도 나오지만 부모는 활이고 자녀는 화살이다. 가이드를 해줄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손을 놓아야 한다.
-그럼 그루그 역을 이해할 수 없었겠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루그는 극중에서 “새로운 것은 나쁘다. 두려움은 좋은 것이다”라고 가족에게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인생관이거든. 나는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작품 선택에서나 인생에서나. 어떤 때는 좋은 결과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새로운
[크루즈 패밀리] 빰빰~빰~! 크루즈 가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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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저력은 여전했다. 드림웍스의 신작 <크루즈 패밀리>가 북미 개봉과 동시에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두눈으로 확인한 <크루즈 패밀리>의 결과물은 놀라웠다. 비주얼의 완성도에 입을 다물 수 없고 재기발랄한 웃음이 시종일관 이어지는 건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흥겨운 리듬을 잃지 않는다. 놀라운 성적표만큼 놀라운 영상을 선보인 사랑스러운 원시인 가족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보자.
원시인 가족이 일을 냈다.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가 3월22일 북미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더니 5주가 지난 지금도 그 기세가 식을 줄 모른다. 북미 수익만으로도 이미 1억3천만달러의 제작비를 회수했고 이 추세라면 2억달러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지난해 대량해고의 아픔을 안겨주었던 <가디언즈>의 손해쯤은 너끈히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욱 뜨거운데 개봉하는 국가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며
[크루즈 패밀리] 으악! 이 롤러코스터 같은 애니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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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들었는데 철은 들지 않은 자식들이 꾸역꾸역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다. 명색이 영화감독이지만 데뷔작이 망한 뒤 실업자 신세가 된 둘째아들, 벌써부터 엄마 집에 더부살이 중인 반건달 큰아들,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하는 문제의 딸, 그 딸이 낳은 되바라진 어린 딸. 이렇게 엉터리 삼대가 모여 ‘고령화가족’을 이루자, 치고받고 얼싸안는 야단법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송해성 감독은 전작 <무적자>를 만들고 가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문득 이렇게 말했다. “주인공인 혁과 철이가 밥먹는 장면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그의 차기작의 운명은 이미 시끄러운 밥상으로 기울어 있었던 모양이다. <고령화가족>이야말로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가족을 들여다보는 마음에 대해 감독에게 물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쩐지 이걸 만든 사람의 가족사가 궁금해졌다.
=딸 일곱에 아들 하나 있는 집, 그 집의 장남이자 막내가 나다. 돈보다 가
[송해성] 촌스러운 밥상에 모여 밥 먹는 게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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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복도 많은 여자지. 두명의 샤룩 칸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다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그 남자의 사랑법>에서 샤룩 칸은 1인2역을 해낸다. 수리와 라지. 평생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수리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엉겁결에 타니(아누쉬카 샤르마)와 결혼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떠내보낸 타니의 마음에 수리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수리는 타니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기 위해 용감한 라지로 변신한다. 타니는 수리와 라지 중 누구의 사랑을 선택할까. 실제 샤룩 칸은 수리와 라지 중 누구에 더 가까울까. 멀리 인도에서 샤룩 칸이 서면으로 그 대답을 보내왔다.
-보통 샤룩 칸 하면 화려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반면 이 영화 속 수리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수리의 영웅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정한 영웅은 울퉁불퉁한 ‘근육남’도, <GQ>나 <보그>에서 막 걸
[flash on] 우리에겐 평범한 영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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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독립영화를 챙겨본 관객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이종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그는 <불을 지펴라>(2007), <달세계여행>(2009), <앙상블>(2012)을 연출한 감독이자 <적의 사과>(2007), <백년해로외전>(2009)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저씨>(2010)에서 태식(원빈)과 마약, 장기밀매 조직을 쫓는 경찰 무리 중 한명인 노 형사를 연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그가 5월1일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의 메가폰을 잡고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가수가 되기 위해 <전국노래자랑>의 무대에 오르는 봉남(김인권)과 그를 말리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펼쳐지는 휴먼드라마다. 개봉일을 하루 앞둔 4월30일, 그를 만나 일단 상업영화 데뷔 소감부터 들었다.
-내일이 개봉이다
[flash on] 데뷔작에 불을 지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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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연기한 <고령화가족>의 둘째아들 인모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이영진)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았다.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인모는 화장실에서 목을 매려고 하는데,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윤여정)였다. “닭죽 먹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엄마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붙잡았다. <고령화가족>에서 박해일은 때로는 신경질적이면서, 또 때로는 무심하게 가족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가족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70대 노인 분장을 하고 시인 이적요를 연기했던 <은교> 이후 제 나이를 다시 찾은 박해일을 만났다.
박해일이 영화 속 형제 관계에서 ‘둘째’를 연기한 건 <고령화가족>이 처음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7)에서도 그는 강두(송강호), 남일(박해일), 남주(배두나) 삼남매 중 둘째였다. <괴물>과 <고령화가족> 두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둘
[박해일] 무심한 듯 복잡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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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정다정 작가는 차분하고 생각이 깊었다.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 속 빵 터지는 ‘드립’은 작품 속에만 존재했다. 요리를 할 때 소금을 ‘소금소금’ 치고 당근을 ‘탕!근, 탕!근’ 써는 그녀니까 인터뷰를 할 때도 농담을 ‘농담농담’해서 웃음이 ‘웃음웃음’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기대는 이내 사라졌다. 개량 따위는 필요없다며 ‘부친수저’로 간을 하고, 정통 프랑스 요리도 가정용 밥솥으로 ‘취사’ 두번 눌러서 만들어내는 ‘야메요리사’ 정다정 작가와의 만남은 작품 속 ‘야메요리’와는 다른 정갈하고 영양이 가득한 가정식 밥상 같았다.
-<역전! 야매요리>를 연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유학을 띄엄띄엄 갔다오는 바람에 졸업이 2년 정도 늦어졌다. 2011년, 21살에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입을 준비하던 차에 공부를 안 하고 요리 블로그를 열었다. 그게 인터넷에서 반응이 좋았다. 네이버 웹툰 담당자한테
[trans x cross] 야메를 위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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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아이언맨3>
2012 영화 <아르카디아>
2010 영화 <인시디어스>
2008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영화 <프라이드 앤 글로리>
2005 영화 <우주전쟁>
2001 TV시리즈 <원 라이프 투 리브>
타이 심킨스를 흔한 아역배우 중 하나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열세살이긴 해도 웬만한 중견배우 못지않은 베테랑이니 말이다. 생후 3개월 만에 TV시리즈 <원 라이프 투 리브>로 데뷔했지만, 대중에겐 <우주전쟁> (2005)으로 얼굴을 알렸다. <인시디어스>(2010)의 포스터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인시디어스>에서는 유체이탈을 겪는 달튼으로 분했다. 타이 심킨스는 아역배우 라이언 심킨스의 동생이기도 하다. <프라이드 앤 글로리>(2008),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에 이어 <아
[who are you] 타이 심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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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일주일의 6일을 <최고다 이순신> 촬영에 할애하고 있었다. 가끔 보충 촬영이라도 잡히면 일주일 내내 신준호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조정석의 표정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했다. <건축학개론>이 개봉한 지 1년. 조정석의 행복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았다.
납뜩이, 그 뒤 1년
2012년 3월22일 <건축학개론>이 개봉했으니, 딱 네 계절이 흘렀다. 사람들이 <건축학개론>을 보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습작을 써내려갈 때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으로 자신의 배우 인생 제2막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간 일년. 그사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CF를 처음으로 찍어봤고, 작품이 연이어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열심히 오디션 보러 다니던 저였는데. 잊지 못할 한해였어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지난해 말엔 팬
[조정석] 多才多能(다재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