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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보니까 반갑더라고. 또 잘 버텨줘서 고맙고. 버티는 게 쉽지 않거든. 보통은 다 떠나지. 늦게 빛 본 만큼 오래 할 거야.”(설경구)
나이 마흔에 맞은 전성기. 연극 경력 10년이 무색하게 한때는 드라마/영화 현장에서 “보조출연자 취급”을 받기도 했던 진경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민지영으로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켜버린다. “이젠 나를 너무 대접해줘. (웃음) 드라마로 인지도가 생기니까 다들 ‘선배님~ 선배님~’ 하더라고.” <감시자들>의 이 실장 역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덕이 컸다. 드라마를 본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내공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진경을 이 실장 역에 추천했다. “대표님이 굉장히 쿨하다. 이 실장 캐스팅을 놓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이유진 대표님이 ‘뭐가 문제야? 예뻐야 해? 유명해야 해? 진경으로 해!’ 그러셨다고. 그럼 난 안 예쁘단 얘긴가. (웃음) 어쨌든
[진경] 늦게 타올랐으나 오래 타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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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3일. 자그마치 130년 만에 볼 수 있다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 소식으로 모두가 들떴다. 8월12일 저녁에 만난 권오철 작가의 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몇시부터 볼 수 있는지 혹은 어디로 가야 유성우를 볼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방송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의 공식적 직업은 천체사진가다. 전세계 천체사진가모임인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인 그는 밤하늘의 빛을 담는 데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다. 지난 7월21일 SBS 스페셜에서 방영된 <오로라 헌터>에서는 권오철 작가의 특별한 직업이 소개되기도 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기 <신의 영혼 오로라>의 저자이기도 한 권오철 작가를 만났다.
-방송 덕분에 부쩍 바빠졌겠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알았다. 사람들이 오로라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걸. 요즘은 책 관련해서 일주일에 두번 ‘오로라 강연회’도 열고 있는데 늘 정원 초과다. 200명 넘게 사인을
[trans x cross] 죽을 때까지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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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지옥이 뭐가 나빠> <뇌남>
2012 <악의 교전> <왕과 나>
2011 <두더지> <신성 카마테짱!> <8밀리미터>
2009 <사라소이> <두꺼비 기름>
드라마
2013 <Woman> 등 다수
2012 <미래일기-어나더: 월드->
2011 <템페스트>
2010 <아타미의 수사관>
2007 <수험의 신>으로 데뷔
“태어날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니카이도 후미가 14살 때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외모에 호소력있는 연기까지 겸비한 그녀는 데뷔 뒤 이내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고 소노 시온 감독의 <두더지>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희열이 더
[who are you] 니카이도 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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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착한데 잘생기기까지 한 동네 형 같은 사람”이라고 김성수 감독은 말했다. 오지랖 넓게 굴지 말고 자기 몸이나 잘 챙기라고 타박하고 싶을 정도로 “이타적인” <감기>의 구조대원 지구도 그렇다. 장혁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양 지구는 장혁에게 꼭 들어맞는다. 비번인 날 우연히 재난에 휩쓸린 지구는 아무도 그가 구조대원인 걸 모르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 인해(수애)가 도망칠 길을 확보했다며 얼른 가자고 채근하는데도 지구는 사람 좋게 웃으며 제 발로 재난 상황에 뛰어드는 사람이다. “내가 구조대원이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알잖아요. 내가”란 대사로 그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장장 126일에 걸친 촬영 기간 동안 장혁을 가장 힘들게 한 건 “폭염 속의 험난한 촬영”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분투했던 액션도, 300여명의 연기자들과 부대끼는 일도 아니었다. “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감독의
[장혁]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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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는 이번에도 독하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외모에 무슨 힘이라도 있을까 싶지만, 의사 인해(수애)는 하나뿐인 딸을 살려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실상 그것 외에는 시쳇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 영화 속 상대역 지구(장혁)의 말마따나 ‘이기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정치가도 군인도 하다못해 병원의 동료들마저 그녀를 막지 못한다. 남편(엄태웅)을 찾으러 홀로 베트남으로 떠나는 <님은 먼 곳에>(2008)의 여인이나, 목숨이 위태로운 걸 알면서도 묵묵히 궁궐로 들어가는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의 여인이나, 언제나 수애는 불가능한 상황과 마주하며 최대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실존’의 배우였다. 늘 고독하게 자신의 운명과 싸웠던 여자랄까.
얼핏 보면 역시 싱글맘으로 출연한 전작 <심야의 FM>(2010)의 DJ 선영과도 닮아 보인다(그러고 보니 <감기>는 TV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천일의 약속>
[수애] 교차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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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한 차림새로 포즈를 취한 장혁과 수애를 보고 있자니, 치사율 100%의 유례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감기>의 무대에 있었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 오랜 촬영기간 내내 장혁은 계속 얼굴에 흙먼지와 기름때를 뒤집어쓴 채 살았고, 수애도 땀에 전 의사 가운 하나로 버텼다. 말하자면 <감기>는 그들의 스타 이미지를 제로 상태로 초기화하며 시작한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이 보기에 그들은 ‘진짜를 진짜 그대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영화와 TV를 통해 쌓아온 경험을 이제 ‘관록’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에 올라선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감기>라는 작품이 각자의 어떤 ‘방점’으로 남길 기대했다.
[감기] 방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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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사진처럼 포착된 사물의 배치와 일상적 질서에 깃든 서정성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징이다. 때론 그 먹먹하게 아름답고 감상적인 세계가 개인의 내면에 폐칩된 듯도 했다. 전작의 주인공들과 달리, <언어의 정원>의 다카오와 유키노는 얻어맞고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세상과 맞설 힘과 용기를 품었다. 송알송알 내리는 빗방울과 풀빛으로 물든 장마철의 공기가 작품에 가득하다. 아마도 가장 행복했을 한순간, 함께 있는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포근하다. 소슬하게 깔리는 소년의 내레이션도, 먼 하늘을 배경으로 엔딩을 휘감는 백그라운드 뮤직도 여전하다. 네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인 <언어의 정원>을 들고, 8월14일 국내 개봉에 앞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먼저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났다.
-한국에 당신의 팬이 많다. 이번이 몇 번째 한국 방문인가.
=한국에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의 개봉
[신카이 마코토] 세상의 비밀, 사랑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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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사진인가요? 이런, 역기능 가족 같으니!” 사진기자의 셔터가 콩 볶는 소리를 내는 표지 촬영 현장에 봉준호 감독,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와 나란히 선 틸다 스윈튼이 유쾌하게 속삭였다. 그가 쓰는 가족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내 편, 우리 식구’ 같은 배타적인 의리의 느낌과는 다르다. 틸다 스윈튼에게 시네마를 포함한 모든 예술은 사랑에서 비롯된 노동이고, 영화는 집단 창작 과정을 통해 혈연과 국적, 활동 부문을 뛰어넘어 비전의 공동체를 짓는 작업이다. 방한 이틀째 레드 카펫 시사회를 마친 틸다 스윈튼은 새벽 1시를 넘긴 시각임에도 강남에서 따로 모인 <설국열차> 스탭들의 뒤풀이 자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기자가 스윈튼을 스크린 밖에서 처음 본 것은 뒷날 <아이 엠 러브>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였다. 출품작의 제목은 <틸다 스윈튼: 러브 팩토리>. 이 배우를 알아갈수록 절묘하다고 탄복하게
[틸다 스윈튼] 연대의 체험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서 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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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태어나고, 사랑하고, 죽는가. 우리 모두 어린 시절 한번쯤 품어봤을 궁금증인 동시에 어쩌면 아직도 해결 못한 질문들. <나에게서 온 편지>의 카린느 타르디유 감독은 어린 소녀들의 눈을 통해 우리가 묵혀놓고 잊어버린 질문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즐겁다는 그녀가 아이들의 미소를 통해 발견한 삶과 성장의 비밀에 귀기울여보자.
-원작 소설 <무릎을 스치는 바람>의 작가 라파엘 무사피르와 함께 각본을 썼다.
=라파엘 무사피르의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내 모습과 많이 닮아서 마치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몇주 뒤 어린이 도서전에 초대를 받았는데, 마침 옆자리에 라파엘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도서전이 열리는 이틀 동안 그녀 곁에 붙어다녔고 결국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과거 수용소에 갇혔던 경험이 있는 아빠 미셸 캐릭터
[flash on] 아이들의 대화엔 상상 이상의 마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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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의 ‘성수’는 낯설다. 세면대 거울 위로 비치는 얼굴은 분명 1년 전 ‘백홍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울렸던 그 사내가 맞는데, 그의 무표정은 친숙하기는커녕 섬뜩하기까지 하다.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이나 가는 입꼬리, 창백한 피부에는 귀기마저 흐르고, 그 표정의 빈자리는 보는 사람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병적인 결벽증을 지닌 중산층 가장 성수. 피부가 마찰을 못 견디고 찢어질 때까지 닦고 또 닦고, 씻고 또 씻는 저 남자는 무엇을 자신의 손에서, 자신의 얼굴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저리 열심히 지워내려 하는 것일까. 이 스릴러를 꽉 채워주는 그 불길한 공백으로서의 성수를 기다리는데, 누구에게든 선뜻 두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배우 손현주가 다가왔다.
데뷔 때부터 그는 ‘옆집 남자’였다. 마당극을 주로 했던 극단 ‘미추’를 떠나 1991년 KBS 14기 탤런트 공채에 합격한 뒤 처음 맡은 일이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
[손현주] 보통 사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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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회 연재. 그럼에도 마감이 늦거나 펑크를 내지 않았다. 네이버에 직장 개그만화 <가우스전자>를 연재하는 만화가 곽백수는 ‘마감의 신’이다. 그 칼 같은 마감에도 불구하고 <가우스전자>는 야구의 타율로 치면 3할 이상의 빅재미를 보장한다. 이 꾸준함의 비법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내놓은 대답은 너무 쿨하다. “직업이니까… 미리미리 하면 된다”가 전부다. 결국 비법은 없었다. 말하자면 곽백수는 천재가 아닌 그저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이름(본명)처럼 백수로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그는 지금도 마감을 준비하고 있을 거다.
-곽백수 하면 마감으로 유명하다. 비축되어 있는 연재분도 꽤 많을 것 같다.
=지금은 3주치 정도 있다. 처음에 <가우스전자> 연재 시작할 때 1개월치 가지고 시작했다.
-비축된 연재분이 조금씩 줄어들면 초조해지지 않나.
=그렇지 않다. 뭐 그냥 하던 거 하는 거니까. <가우스전자> 연재한
[trans x cross] 그저 평범한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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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더 테러 라이브>(2013), <범죄소년>(2012), <런닝맨>(2012) B팀, <태어나서 미안해>(2011) B팀, <시선 너머>(2010), <파수꾼>(2010), <고백한잔>(2009), <바람만 안 불면 괜찮은 공기>(2009), <웅이 이야기>(2007)
<더 테러 라이브>는 일곱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라디오 스튜디오로 꾸민 좁은 세트장에는 배우와 카메라뿐이었다. 인물을 찍는 A, B, C 세대의 카메라, 앵커 윤영화(하정우)를 정면에서 찍는 방송 카메라, 주진철 경찰청장(김홍파)을 찍는 또 한대의 방송 카메라까지 카메라 다섯대가 항상 현장에 있었고, CCTV 장면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대의 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이 카메라들을 진두지휘한 사람, 변봉선 촬영감독이 있었다.
23개의 챕터로 나뉜 촬영 스
[STAFF 37.5] 우리 모두 다 같이 앵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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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리얼리티쇼 <방송의 적>
2012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리얼리티쇼 <방송의 적>을 보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말을 아끼는 응구라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 응구는 <은교>를 패러디한 이적-존박-응구의 삼각관계 속에서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신비스러운 소녀의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실제의 선아는 응구와 달리 매우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한다. “리얼리티쇼라고 하지만 사실 다 짜고 치는 거 아시죠? 열의 아홉은 연기입니다. (웃음)”
선아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데뷔했다. 일명 ‘가위춤’을 추며 매력을 발산했던 은각하가 바로 그녀다. “중2 때 참가한 댄스 대회에서 JYP의 캐스팅 매니저에게 명함을 받은”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연기를 제일 하고 싶어요
[who are you] 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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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감독으로서 자기 영화의 배우들을 향해 ‘환상의 조합’이라 부르는 건 너무 당연한 인사치레 같지만, 지금도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의 배우들을 ‘꿈의 캐스팅’이라 느낀다. 한정된 세트에서 거의 100% 촬영하다보니 그의 이전 영화들에 비해 로케이션의 다채로운 재미가 대폭 줄었지만, 매 순간 자신의 개인기를 유감없이 펼치고 사라지는 크고 작은 배우들의 매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그에게 <설국열차>는 ‘배우의 맛’으로 버틸 수 있었던 영화다.
먼저 봉준호 감독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장난스럽게 “그레이트 헤어!”라 명명한 크리스 에반스는, <살인의 추억>(2003)과 <마더>(2009)를 챙겨보고 분석하며 <설국열차> 오디션에 적극적으로 응한 배우다. 사실 봉준호 감독에게 그의 첫인상은 ‘몸 좋은 미국 고등학생’이었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반전의 매력을 느꼈다. 특히 인상적인 작품은
[봉준호] 엔진을 움켜쥔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