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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병원의 응급의학과장인 조(케빈 코스트너)는 적십자단의 일원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아내 에밀리(수잔나 톰슨)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6개월이 지나도록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지만 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탓에 조 역시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믿게 된다. ‘만일 내가 죽으면 가까운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아내의 말에 따라, 조는 에밀리가 맡고 있던 소아종양학 병동 환자들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이 잠시 멈추는 위기를 겪었던 제프리라는 소년이 잠시 들른 사후세계에서 에밀리를 만났다고 조에게 말한다.■ Review 남편에게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아내는 저승의 계단으로 오르는 아이들을 도로 내려보내며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고 믿었던 아내 에밀리는 자신의 주술적 상징이었던 잠자리를 이용해 남편 조와의 교신을 꾀한다. 그녀는 잠자리 모양의 문진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창문으로 잠자리를 날려
[Review] 드레곤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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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윤호(이경영)는 상처한 중년의 시나리오 작가다. 아내 하나코(김지연)가 병으로 세상을 뜨자, 그는 딸 유메(정인선)만을 바라보고 산다. 영화감독이 꿈인 속깊은 열두살배기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 그를 곁에서 오래 지켜본 한 일본 여인이 있다. 하야코와 함께 가야금을 배우러 한국에 왔다 스승의 아들인 윤호를 짝사랑하게 된 미야코(하희라). 거동불편한 윤호의 노부와 엄마 없는 유메를 보살피며 한국인 소라로 살아가는 그녀는 윤호의 곁을 맴돌지만, 마음속 깊이 품어온 연정을 쉽사리 털어놓지 못한다.■ Review 사전정보를 챙겼다면, <몽중인>의 요란한 오프닝은 뜬금없다. 갈대밭이 펼쳐지고, 검객이 등장하고, 난데없이 대결이 벌어지니, “이거, 멜로영화 맞아?”라는 반문도 나올 법하다. 데뷔작 <귀천도>(1996)에서 무협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했던 감독은 이 장면에 아예 ‘beyond the film’이라고, 소제목까지 붙여놨
[Review] 몽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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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죽은 줄 알았던 위슬러(크리스 크리스토퍼슨)가 뱀파이어의 포로가 되었음을 알고 그를 찾아나선다. 한편 ‘리퍼’라 불리는 변종 뱀파이어들이 출현하여 인간만이 아니라 뱀파이어까지 닥치는 대로 살육하며 세력을 넓혀간다. 리퍼에게는 일반적인 뱀파이어의 천적인 마늘과 은총알도 효과가 없다. 뱀파이어 왕국의 왕 다마스키노스는 리퍼들을 제거하기 위해 블레이드에게 화평을 제의하고, 블레이드를 없애기 위해 양성했던 정예부대 블러드 팩의 지휘권을 부여한다. 블레이드는 뱀파이어 소굴에서 구해낸 위슬러와 함께, 블러드 팩을 이끌고 리퍼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음모였다.■ Review 귀를 찢을 듯 꽝꽝 울리는 테크노 음악,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붉은 피의 세례. 1998년에 개봉했던 <블레이드>는 ‘테크노 액션’을 표방한 뱀파이어 사냥꾼의 현란하면서도 암울한 영웅담이었다. 4년 만에 돌아온 블레이드는 원작에서 연유한, 비극적인 영웅
[Review] 블레이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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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7살 꼬마 상우(유승호)는 엄마의 손에 끌려 한번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김을분) 집으로 간다. 혼자서 상우를 키우던 엄마는 할머니에게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만 상우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는 온 날을 되짚어 서울로 되돌아간다. 낯선 초가집과 할머니가 어색하고 싫기만 한 상우는 매번 할머니의 정성어린 손길을 내친다.■ Review “상우 애비요? 예전에 헤어졌어요.… 요샌 일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자리 잡는 대로 데려갈게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들려주는 저간의 사정이 보이스오버로 들리는 동안 상우의 시선으로 집안 여기저기가 카메라에 담긴다. 벌레가 기어가는 마룻장 틈새, 깨진 유리창에 걸린 거미줄, 지저분한 검정 고무신. 상우와 함께, 우리 또한 진작의 한국영화가 주목한 적 없는 풍경 안으로 들어간다. 낯선 만큼 친근한, 친근한 만큼 낯선 풍경 속으로.엄마가 떠난 뒤, 이제 산간 오지의 외딴집에 두 사람만 달랑 남는다. 상우는 추레한 데다 말조차 못하는, 난생
[Review]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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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천지의 영기가 모이는 촉산. 정(正)과 사(邪)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수백년 동안 잠자고 있다 부활한 마귀 유천이 나타난다. 촉산 최대 문파인 아미파의 장문인 백미(홍금보)는 제자 단진자(고천락)와 곤륜파 고수 현천종(정이건)을 거느리고 전투에 나서지만 유천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백미의 후계자 영기(장백지)와 무기가 유천을 물리치기 위해 천뇌쌍검의 합체를 시도하는 순간, 현천종은 영기가 오래 전 유천에게 살해당한 자신의 사부 고월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Review <촉산전>은 정말 이상한 무협영화다. 이 영화에는 검과 하나가 돼 수묵화 같은 선을 그리며 대기를 가르는 강호의 고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미 현실을 초월한 듯 장대한 대륙의 풍광이 없다. 허상만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물질은 힘을 가질 수 없는 세계. 싸늘한 칼날 대신 전기뱀장어처럼 요동치는 빛줄기가 공간을 휘감고, 부서져나간 사람의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영원히 이어
[Review] 촉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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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호숫가에서 쉬고 있던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른다. 그중 한 마리가 낚시 그물에 다리가 걸린 채 퍼덕이자 달려온 소년이 그물을 끊어준다. 그물조각을 징표처럼 발목에 단 기러기와 함께,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르는 회색기러기의 이동이 시작된다. 검은목두루미도, 백황새도, 백조도, 생존을 위해 철새들은 제각각 북반구쪽 고향의 봄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의 기나긴 비행에 오른다.■ Review 막연히 한두번쯤 하늘을 나는 꿈을 가져본 날개 없는 족속들에게, <위대한 비상>은 아주 특별한 시야를 열어주는 영화다. 인간의 말로는 ‘귀환의 약속’이라 표현된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자면, 종종 마치 그 무리의 옆에서 함께 날고 있는 일원이 된 듯한 느낌에 빠질 정도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의 미세한 떨림까지 엿볼 수 있는 클로즈업에서 노을진 하늘과 더불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수많은 새들의 롱숏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철새들의
[Review] 위대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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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0세기 벽두의 뉴욕, 콜롬비아대 응용기계공학과 교수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사랑하는 여인 엠마에게 수줍은 청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순간 나타난 강도는 엠마의 목숨을 뺏아가고 하트겐은 그후 4년간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타임머신 연구에 몰두한다. 마침내 타임머신이 완성되고 하트겐은 4년 전 그날 그 장소에 도착한다.■ Review <타임머신>은 실현불가능한 꿈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에너지는 인간에게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상상 속에서는 한 가지 동력이 발견된다. 물론 그것은 ‘사랑’이다. 도입부는 근사하다. 천재과학자의 수줍은 구애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이아몬드 대신 그녀의 탄생석인 문스톤이 박힌 반지를 선사하며 남자는 불면의 밤을 끝내게 해달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때 나쁜 운명이 그녀를 뺏아간다. 남자는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찾겠다며 타임머신을
[Review]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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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스머티노즈섬. 두명의 여자가 도끼에 찍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마렌(사라 폴리)은 올케와 언니의 살인자로 떠돌이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채 사건은 와그너의 교수형으로 종결된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사진기자인 진(캐서린 맥코맥)은 이 ‘숄군도의 비극’을 취재하기 위해 남편 토마스(숀 펜)와 시동생 리치, 그의 연인 에덜라인(엘리자베스 헐리)과 함께 요트를 타고 취재여행을 떠난다.■ Review 100년 전 일어난 끔찍한 도끼살인사건. 수많은 의혹을 남긴 판결.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진짜 범인’은 단지 맥거핀일 뿐이다. <폭풍속으로> <블루스틸>등을 통해 힘있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여성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대신 미묘한 심리극을 택했다.아니타 쉬레브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Review] 웨이트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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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레건 주립교도소에서 함께 지내던 조 블레이크(브루스 윌리스)와 테리 콜린스(빌리 밥 손튼)는 과감히 탈옥을 감행한다. 조의 꿈은 멕시코 아카풀코의 휴양지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것. 자금을 마련하려는 조는 테리에게 은행강도를 제안하고, 스턴트맨 지망생인 조의 사촌 하비(트로이 개리티)가 여기에 가세하며 은행강도단이 결성된다. 이들은 은행장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은행장과 함께 은행을 찾아 조용히 돈다발을 들고 나오는 이른바 ‘숙박강도’로 유명해지며 서부 지역 곳곳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 어느 날 남편의 무관심과 우울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변호사 부인 케이트(케이트 블란쳇)가 강도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가운데 둔 조와 테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생긴다.■ Review <밴디츠>에서 미국 서부의 은행을 줄줄이 털어 명성을 날리는 주인공들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털 만한 은행을 물색하고, 은행장의 집을 알아놓는
[Review] 밴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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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애슐린 테넌바움(안젤리카 휴스턴)의 세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재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채스(벤 스틸러)는 투자 전문가이며 입양된 딸인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극작에 솜씨를 발휘하고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테니스 천재이다. 그러나 로얄과 애슐린의 별거는 이 천재가문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그들의 세 자녀 또한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자라나 각기 집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호텔에 기거하던 로얄은 재정이 바닥상태에 이르자 불치병을 가장하여 애슐린의 저택으로 찾아오고 이 소식을 들은 세 자녀들 또한 그를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거짓은 들통나게 마련. 돌아온 아버지를 계기로 테넌바움가 사람들은 제각기 지니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하나둘씩 꺼내보이기 시작한다.
■ Review 90년대에 등장한 영화광 출신 감독들이 영화사 100년을 누비며 마치 샘플링하듯 영화적 기억을 이리저리 조합, 전시하는
<로얄 테넌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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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류(신하균)는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하나뿐인 혈육인 누나가 신장병을 앓자, 공장에 다니면서 정성으로 누나를 돌본다. 그러나 병원에서 남은 길이 신장이식수술밖에 없다며 누나를 퇴원시킨다. 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장에서 해고까지 당하자 장기밀매조직을 찾아간다. 거기서 모아놓은 돈 1천만원과 자신의 신장까지 도둑맞고 빈털터리가 되자 다니던 공장 사장 동진(송강호)의 8살된 딸을 납치한다. 운동권 출신의 급진주의자인 여자친구 영미(배두나)가 자본가의 돈을 조금 뜯어서 요긴하게 쓰는 건 죄가 아니라며 유괴를 부추기고 동참한다. 동진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그날, 류의 누나가 동생이 자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에 자살한다. 누나의 시체를 묻으러 간 강가에서 마침 동진의 딸이 사고로 물에 빠져 죽는다. 류는 장기밀매조직을 찾아, 동진은 류를 찾아 복수에 나선다.
■ Review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죄진 자는 죗값을 받는다
죽이는 것 조차 부족한 잔혹한 게임,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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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시아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일합동 은행이 개설될 즈음 서울에선 현금강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일본인 형사 하야세 유타로(나가세 도모야)는 우연히 현금수송차를 강탈하고 도주하는 범인들과 마주친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유타로는 72시간의 체류허가를 받고 범인체포에 협력한다. 서울시경의 김윤철(최민수)은 유타로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때로 둘은 주먹다짐까지 일삼는다. 한편, 민족의 새벽이라는 조직이 서울시경 컴퓨터를 해킹해 정상회담을 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일본 외무대신을 납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Review <서울>은 욕심많은 영화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족감정 대립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심지 역할을 한다.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일본인 형사, 그에게 적대적인 한국인 형사의 드라마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서울>은 버디영화의 관습, 서울이라는 공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액션영화의
[Review]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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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든(피터 뮬란)과 필(데이비드 카루소)은 건물의 석면제거를 전문으로 해온 공사팀. 오래된 정신병원의 내부공사를 의뢰받은 둘은 마이크, 행크, 고든의 조카 제프를 끌어모은다. 일거리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고든 일행은 보너스를 위해 1주일 만에 일을 끝내기로 한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음산한 폐곽에 들어선 순간부터, 환청과 함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Review 벽장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살인마도 없고, 따라서 피투성이 시체가 쌓여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헌티드 힐>에서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에 갇힌 것도, ‘귀신들린 집’에 출몰하는 악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션 나인>의 인물들은, 그저 매일같이 석면가루 날리는 일터를 오간다. 다만 이번에는 사탄숭배, 성적학대 등 불행한 사연을 지닌 환자들을 수용하고, 때로 잔인한 치료를 했다는 소문의 정신병원이 일터라는 것이 다를 뿐.하지만 그뿐이라고 생각했던 정신병원 내부의 음침한 어둠이야말
[Review] 세션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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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005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포츠는 모터사이클과 인라인스케이트와 폴로를 결합한 롤러볼. 별볼일 없는 아이스하키 선수 조나단(크리스 클레인)은 새로운 자극을 찾던 중 친구인 마쿠스(엘엘 쿨 제이)와 함께 롤러볼의 본고장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간다. 스타 플레이어가 된 조나단은 롤러볼의 프로모터 페트로비치(장 르노)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간에 격투를 조장하고 위험한 사고를 연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죽음의 게임 롤러볼을 그만두려 하지만, 페트로비치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Review 존 맥티어넌의 옛 액션영화에는 색깔이 있었다. <다이하드>와 <붉은 10월>은 제한된 실내공간에서의 액션연출이 그의 장기임을 보여준 작품들. 현실과 환상세계를 뒤섞으며 액션장르를 풍자한 <라스트 액션 히어로>나 이야기의 무대를 열린 시가지로 옮긴 <다이하드3> 등의 시도가 신통치 않았다는 사실도 존 맥티어넌의 그
[Review] 롤러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