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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택시 기사인 타렉(모리츠 블라입트로이)은 심리 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는 신문광고를 본다. 고립된 감옥에서 2주일을 지내고 4천마르크를 받는 실험이다. 타렉은 전 직장인 신문사에 가서 감옥 체험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제안한다. 사례금도 받고, 충격적인 기사도 발표하겠다는 일거양득이 목적. 20명의 지원자들은 간수와 죄수로 나뉘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대학병원 지하에 마련된 감옥에서 2주일간의 실험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누구나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단 사흘 만에 감옥은 통제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여든다.■ Review 인간은 사악한 존재일까? 한줌의 권력을 쥐어주기만 하면, 그 힘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어버리는 약한 존재일까? <엑스페리먼트>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건 평등한 지원자 20명은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나뉜다. 개인의 지적, 육체적 능력은 상관없다. 단지 누구는 죄수이고, 누구는 간수일 뿐이다. 간수복을
[Review] 엑스페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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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청량리 588에서 빈둥거리는 양아치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는 어느 날 동네 조직의 중간보스 민철(손창민)네 패거리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난생 처음으로 마약거래를 따라나선 이들은 민철이 거래 도중 총을 가진 상대방에게 당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조직의 보스는 이들에게 상대방을 잡아오든지 잃어버린 마약값 2000만원을 게워내라고 협박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동네 꼬마의 푼돈을 긁거나 신장을 팔아보려고도 하고, 중년의 여인과 동침을 하거나 자해공갈을 꾀하기도 하지만 2000만원이라는 고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일이 어찌어찌 꼬이더니 이들은 보스 소유의 마약 한 봉지를 갖게 되고, 창녀 멕(전혜진)과 함께 줄행랑을 치게 된다. 두 양아치와 창녀 한명을 민철이 쫓고, 민철을 경찰이 쫓는 가운데 요란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Review <정글쥬스>는 변칙 장르영화다. 한데 뭉쳐놓으면 퉁겨져나갈 것 같은 요소들이 두루 엉겨있다.
[Review] 정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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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수의 만화 <발바리의 일기>의 주인공 달호는 여자하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매번 잘 안 풀린다. 이게 행운인가보다 하고 쫓아갔다가 쪽팔린 처지에 놓이거나, 잔머리를 굴리다가 뒤통수를 맞기 일쑤다.
<생활의 발견>은 거칠게 비유하면 ‘홍상수판 발바리의 일기’다. 경수는 달호보다 잘 생기기는 했지만 백수인 달호처럼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여자는 좋아해서 처음 만난 선영을 쫓아 예정에도 없던 경주로 빠지는 것도 비슷하다. 달호의 줄무늬 티셔츠 대신 춘천 사는 선배에게서 얻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서 여자에게 기웃대지만 그것도 잘 안 풀린다. 명숙을 만난 날 밤에 함께 자면서 일이 잘 되나 싶더니, 명숙은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며 무섭게 대든다. 도회지 깍쟁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영은 다를 것 같아 매달리지만 안정적인 가정의 유부녀인 선영에게는 자신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그런 경수를 보며 낄낄대는 재미는 &l
홍상수판 발바리의 일기,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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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짐 카비젤)는 아름다운 여인 메르세데스(다그마라 도민칙)와 약혼한 데다가 이른 나이에 선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한 행운아이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거기까지. 메르세데스에게 흑심을 품은 단테스의 친구 페르난드 몬데고(가이 피어스)는 그를 시기하여 그에게 반역의 누명을 씌우고, 단테스는 샤또 디프 형무소에서 13년간이나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단테스는 주저앉는 대신 아베 신부(리챠드 해리스)로부터 지식과 검술을 전수받으며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다. 마침내 감옥을 탈출한 단테스. 그는 신부가 건네준 보물지도를 보고 몬테 크리스토 섬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되어 세상에 귀환, 복수를 시작한다.■ Review 알렉산더 듀마의 고전소설을 각색한 케빈 레이놀즈의 <몬테 크리스토>는 기존 스토리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안의 감정과 세세한 이야기 흐름은 가볍게 흘리는 편을 택했다. 고전을
[Review] 몬테 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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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추수감사절 전날 밤, 정신과 의사 네이선(마이클 더글러스)은 긴급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간다. 동료 의사는 그에게 간호사에게 칼을 휘두른 소녀 엘리자벳(브리타니 머피)을 한번 봐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네이선은 딸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다. 곧이어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범인의 요구는 딸의 몸값이 아니다. 납치범은 네이선에게 엘리자벳이 알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라고 요구한다.■ Review <돈 세이 워드>는 <랜섬>처럼 ‘자식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싸움’을 담은 영화이다. 납치된 아들의 몸값 대신 유괴범의 현상금을 선포하면서 흥미로워지는 <랜섬>처럼 <돈 세이 워드>의 아버지도 특이한 선택에 직면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은 정신병을 앓는 소녀가 숨기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이다. 딸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
[Review] 돈 세이 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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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결벽에 가까운 금욕주의와 어두운 뒷골목의 범죄가 공존하던 1888년 런던, 어느 창녀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세기를 뒤흔든 살인자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성기와 자궁, 내장이 도려진 채 살해당한 창녀들은 모두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 아편에 중독된 수사관 애벌린(조니 뎁)은 피해자 주변을 수사하다가 만난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창녀 메리(헤더 그레이엄)와 사랑에 빠진다.■ Review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자 잭 더 리퍼는 끝끝내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유대인 상인과 러시아 의사, 앨버트 왕자 등 수많은 사람이 용의자가 됐지만, 그중 누구도 범인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외과의사처럼 정교한 솜씨로 희생자의 내장을 들어낸 잭 더 리퍼는 항상 그림자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프롬 헬>은 잭 더 리퍼를 둘러싼 숱한 소문과 의혹 속에서도 가장 인기있었던 왕실과 관련된 스캔들을 지목해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시도했다.그러나 칼날과 피와 창자가
[Review] 프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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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스물네살의 구청 공익근무요원 준이(김현성). 제대가 아닌 소집해제를 한달 남겨둔 그는 무료한 근무와 세탁소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지워 나간다. 유부녀이자 구청 직원인 미영(방은진)과의 애정없는 육체관계에 회의가 들 무렵, 우연히 구청에 들른 첫사랑 은지(변은정)를 만난 준이. 은지와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만 약속장소에는 바쁜 언니 대신 은지의 동생 현지(김민선)가 나온다. 준이는 왠지 모르게 우울한 은지와 달리 밝고 귀여운 현지를 보며 새로운 이끌림을 느낀다.■ Review ‘워너비’(wanna be)도 ‘워너두’(wanna do)도 없는 삶. <그들만의 세상>의 임종재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스물넷>은 구속해줄 학교도 군대도, 혹은 여자도 없는 무형의 공간으로 내몰리기 직전의 스물넷 젊은이에 대한 소고다.각기 다른 세 여자에 둘러싸인 대략의 시놉시스만 보자면 헤세의 <지와 사랑>의 골드문트가 그러했듯, 농염한 여인의
[Review] 스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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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공장에서 일하는 존 Q. 애치볼드(덴젤 워싱턴)는 평범한 가장. 어느 날 열살배기 아들 마이크가 야구를 하다 쓰러지는데, 병원에서는 마이크가 심각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고, 당장 심장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고 일러준다. 심장 전문의 터너(제임스 우즈)와 원무과 직원 레베카(앤 헤이시)는 존이 의료보험 혜택은 물론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는 냉정히 퇴원을 권고한다. 궁지에 몰린 존은 닥터 터너와 응급실 환자들을 잡아 인질극을 벌인다.■ Review 할리우드가 ‘강한 아버지’를 내세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만도>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부터 <랜섬>의 멜 깁슨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협하는 이들은 누구든 매운 맛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좀 달라보인다. 세상물정 모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힘도 세지 않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그 사랑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총을 든다. <
[Review] 존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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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91년, 평생을 CIA에 몸담아온 베테랑 요원 네이선 뮈어(로버트 레드퍼드)는 은퇴를 하루 앞두고 있다.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그는 직속 부하였던 톰 비숍(브래드 피트)이 중국 감옥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본부의 승인없이 단독 작전을 수행하다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비숍은 24시간 내에 처형될 위기. CIA 간부들은 비숍을 요원으로 발탁하고 키운 뮈어에게 사건의 내막을 묻지만, 비숍의 구출보다는 중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해결책을 더 고심하는 눈치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무역협상을 앞둔 시국에서, 여차하면 비숍을 포기할 태세. 수년 전 사이가 벌어진 뒤 헤어졌지만 10년간 한팀으로 동고동락했던 비숍을 구하기 위해 뮈어는 혼자만의 게임을 시작한다.■ Review 은퇴를 앞둔 베테랑 요원 뮈어와 독단적인 작전의 실패로 처형 위기에 직면한 중견 요원 비숍. <스파이 게임>은 이 두 남자의 관계, 그들이 벌이는 현재와 과거의 첩보게임을 둘러
[Review] 스파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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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테헤란 거리의 세 여자 나르게스(나르게스 마미자데)와 마에데, 어레주(마리암 파르빈 알마니)는 오늘 감옥에서 빠져나온 처지다. 마에데가 곧장 체포된 뒤 나르게스와 어레주는 나르게스의 고향 라질리크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꾼 어레주는 나르게스의 차비만 구해주고 테헤란에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역시 버스에 오르지 못한 나르게스는 같은 날 출옥한 친구 파리(페레스테헤 사드르 오라파이)를 찾는다. 그러나 아버지와 오빠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 파리는 처형당한 남자의 아기를 임신한 상태. 출감 뒤 간호사가 된 친구 엘험을 찾아가 낙태를 부탁하지만 과거를 숨기고 결혼하려는 엘험은 도움을 거절한다. 다시 거리로 나온 파리는 가난 때문에 딸을 버리려는 여자 나예레와 마주친다. 딸을 버린 뒤 모르는 남자의 차에 올라탄 나예레는 매춘 단속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도망치고 같은 장소에서 붙잡힌 매춘부 모즈간은 투옥된다. 그 감방에는 나르게스, 마에데, 어레주의 모습이 보인
[Review] 써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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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65년 코네티컷주 웰링턴시의 작은 마을. 글재주 있는 15살 소녀 베브(드루 배리모어)는 뉴욕으로 가서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지만 어느날 파티에서 짝사랑하던 남학생에게 퇴짜를 맞고 별볼일 없는 고교 중퇴생 레이 헤섹(스티븐 잔)을 만나 인생이 바뀐다. 그의 위로를 받으며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진 결과는 상상도 못했던 임신. 베브는 가족을 위해 고교를 중퇴하고 레이와 결혼한다. 베브는 대학 진학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들 제이슨의 양육과 남편의 무능력 등 주변환경 때문에 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Review “인생의 수많은 날들 중에서 단 하루가 당신의 인생을 근사하게 만들 수도 있고 망쳐버릴 수도 있다. ”-비벌리 도노프리오때로 인생의 단 하루를 극복하느라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15살의 단 하루 때문에 장밋빛 인생으로부터 20년 동안 ‘버림’받았던 소녀 비벌리 도노프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영화다. 15
[Review] 라이딩 위드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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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서른두살의 보습학원 강사 재섭은 거리에서 만난 창녀가 유일한 대화상대이고 자신을 따르는 학생들에게도 냉소적인 농담 따먹기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열일곱살의 학원생 소희는 그런 재섭의 내면을 금세 알아본다.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을 오가면서 친해진다. 원조교제를 하는 모범생과 아웃사이더 인텔리 사이에 서서히 이해와 사랑이 싹튼다.■ Review 때로는 쉼표 하나가 많은 말을 대신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의 제목 속에 들어 있는 쉼표는, 당신이 어느날 버스 정류장에서 스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조용한 여고생과 후줄근한 학원 강사의 모습에 눈길을 한번 주어보라는 조용한 권고다. 휙휙 내달리는 일상의 리듬에 잠시 쉼표를 찍었을 때라야, 낮고 뜨거운 그들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재섭(김태우)은 지나친 침묵과 다변 사이를 오간다. 친구나 동료들에게는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말수가 적고 냉소적인 반면, 분필을 들었을 때에는 정답 찍는
[Review]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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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작가 아이리스 머독(케이트 윈슬럿, 주디 덴치)과 영문학 강사 존 베일리(휴 본빌, 짐 브로드벤트)는 1950년대 초 옥스퍼드대학에서 처음 만난다. 존은 빛나는 재능을 가진 아이리스를 사랑하고 숭배하지만 아이리스의 자유분방한 양성애적 사생활은 그를 번민에 빠뜨린다. 결혼 뒤 40년간 더없이 친밀한 동반관계를 지속하는 아이리스와 존. 그러나 노년의 어느날 아이리스를 습격한 알츠하이머병은 그녀의 명철한 정신을 무너뜨리고, 존은 갓난아기처럼 변한 아내를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간간이 되살아오는 젊은 날의 질투와 아이리스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워하면서.■ Review 아이리스는 존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자주 먼 곳을 헤맨다. 존은 아이리스를 사랑한다. 그의 눈은 평생 아이리스를 ‘엿본다’. 영화 <아이리스>의 한 장면은 다른 남자와 열렬한 정사를 나누는 아이리스를 훔쳐보는 청년 존 베일리를 보여준다. 영화가 부부의 노년을 비출 때 우리는 비스듬히 열린
[Review]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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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죽마고우인 세 친구 중 순둥이인 대런(제이슨 빅스)에게 지적이고 섹시한 애인이 생긴다. 그런데 웨인(스티븐 쟌)과 제이디(잭 블랙)는 대런의 여자친구 주디스(아만다 피트)가 영 마뜩찮다. 주디스가 대런을 자신의 노예나 꼭두각시쯤으로 생각한다는 데 경악한 그들은 어떻게든 둘의 사이를 떼어놓으려 하지만, 주디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마침 대런의 첫사랑인 샌디가 돌아오지만, 그녀는 곧 수녀가 될 몸. 이들은 대런과 샌디의 만남을 주선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주디스를 납치하기로 한다.■ Review 패럴리 형제는 섹스와 배설물로 관객을 웃겼다. 그땐 그게 신선했다. 정작 패럴리 형제 당사자들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후 한결 점잖아졌지만, <아메리칸 파이>로 정점에 오른 섹스코미디의 제작 붐은 아직도 가실 줄 모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악마같은 여자>도 패럴리식의 저속한 농담에 매혹된 영화다. 하지만
[Review] 악마같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