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최민식)는 영문도 모른 채 어딘지도 모르는 건물 안 8평짜리 사설 감금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다. 오대수는 자신이 갇히게 된 이유를 돌이켜보며 ‘악행의 자서전’을 써가는 한편, 그를 감금한 자를 향해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15년 되는 해에 다시 풀려난 오대수는 우연히 일식집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난다. 그 즈음 걸려오는 이우진(유지태)의 전화. 오대수를 가둬놓았던 이우진은 5일 안에 자신을 찾아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오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조종하는 이우진과 그를 찾아내 복수하려는 오대수 사이의 대결이 벌어진다.
■ Review박찬욱의 5번째 장편영화 <올드보이>는 쓰치야 가론이 글을 쓰고,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그림을 그린 일본의 동명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다시 한번 ‘복수’라는 행위를 영화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올드보이>는 주인공이 이유를 모르고 오랜 세월 갇혀 지낸다는 원작의 기본적인 플롯 위에 여러 설정들이 변경, 확장되어 있다. ‘성인 남자, 과거의 사람, 명문 출신의 사람, 쾌활한 중년 남성, 졸업생, 교우, 동창생, 악마’ 등의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는 ‘올드보이’는 이 제목만으로도 영화의 퍼즐을 맞추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거리이다. <올드보이>는 머리로 따라가는 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오·대·수.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살자”로 자신의 이름을 풀이하길 좋아하는 오대수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그는 헐렁하기 그지없는 자신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를 가둬놓은 이우진은 “오대수는 말이 너무 많다”고 한다. 말이, 너무, 많다. 끈질기게 조종하고, 또 추적하면서 이 둘 사이에 놓여져 있던 비밀이 밝혀진다. <올드보이>는 소재적으로는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 끈을 대고 있고, 스타일상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미스터리 복수극으로 시작하여, 심리적 퍼즐로 변모했다가, 다시 신화적 교훈극으로 막을 내리는 <올드보이>는 영화 속 이우진의 말처럼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에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