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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는 이처럼 황량하고 음울한 것인가. 우리는 ‘교통 사고처럼’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고 헤어지는가. 어차피 우리네 삶이 근원적으로 외롭고 불안정한 것이라지만 광기로 버텨내야 할 만큼 공포스럽단 말인가. 사는 것이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거듭되는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의 착각으로 끊임없이 빨려들어가는 ‘구멍’ 속 같은 것일까. 이곳은, 사랑이란 어디에도 없는 마음의 연옥인가.
‘나’라는 중년 남자, 직업은 외과의사, 평온하게 살 것 같은 인텔리다. 하지만 ‘나’는 매일 술을 마시고 밤거리를 배회하다 난잡한 파티에도 따라간다. 끝을 알 수 없는 쾌락에 탐닉하며 고립 무원의 소외감을 이겨보려 한다. 존재의 불안에서 비롯된 공포는 미치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수술을 하다가 메스를 떨어뜨릴 정도로 손을 떤다. 외과의사에게 손떨림 증세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알코올 중독 탓인가, 위기의식이 들지만 이혼소송 때문에 법정에 나가야 한다.
‘
낯설고 폭력적인 도시 공간과 현대인들의 음울한 정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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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대아시아연방공화국은 50년 동안의 처참한 전쟁 끝에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전쟁은 끝났지만 제7관구에서는 국지전이 벌어지는 등 어지러운 상황이다. 세포학의 권위자인 아즈마 박사는 모든 세포로 변화 가능한 ‘신조세포’를 이론적으로 완성하고 군사병기에 관심을 둔 군부의 은밀한 지원으로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한다. 이 와중, 아즈마 박사의 아들 데츠야는 약혼녀 루나를 남긴 채 전선으로 향하고 얼마 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날, 실험실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실험 용액 안에서 세포들이 저절로 결합해 인간들이 만들어진 것. 이들 ‘신조인간’은 대부분 경비병들에게 사살되지만 살아남은 극소수는 제7관구로 들어가 인간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광기에 휩싸인 아즈마 박사는 데츠야의 시신을 용액에 집어넣어 부활시킨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쯤 한국 TV에서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던 <캐산>이 실사영화로 부활했다. 실사영화라곤 하지만, 엄밀히
햄릿과 오이디푸스의 고뇌를 품은 ‘신조인간’, <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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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는 공포영화의 천국이다. 비명이 넘쳐난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씨네21>에 기고한 글에서 옥사이드 팡이 만든 공포영화 제목을 빌려 ‘귀신들린 방콕’이라고 썼을 정도다. 숫자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타이에서 상영된(이월작 포함) 자국영화는 모두 48편. 한국보다 연간 제작편수는 적지만, 이중 호러로 분류되는 영화는 9편이나 되며, 코미디(2004년 기준 16편) 다음으로 대접받고 있다. 여타 장르영화들도 호러 장치들을 심심찮게 혼융한다. 연중 내내 덥고 습한 날씨 탓일까. 영화뿐 아니라 오싹한 광고도 적지 않다. 심지어 정치인들의 선거 유세 포스터에도 사람 놀라게 하는 이미지가 버젓이 등장한다.
2004년 1억1천만바트를 벌어들이며(30여억원. 현지 물가가 한국의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이다) 그해 타이영화 흥행 톱을 차지한 <셔터>는 “타이 공포영화는 <셔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후한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던 영
셔터에 포착된 핏빛 과거, <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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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세명의 유명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스티븐 소더버그, 왕가위가 각각 에로스라는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영화이다. 그러나 좀더 정확히 말하면 에로스라는 욕망의 주제어보다는 사랑하는 기술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고, 사랑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관찰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정의하는 에로스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엮여 있는 셈이다. 안토니오니는 권태감에 빠진 한 부부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은유의 세계로 마침표를 찍고, 소더버그는 정신상담을 받으로 온 환자와 치료 중에 엉뚱한 짓을 하는 의사를 보여주며 유쾌한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반면, 왕가위는 수년간 한 여자만을 보고 사는 어떤 재단사의 연정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화양연화>와 <2046>의 어디쯤 끼어 있는 화첩으로 만들었다. 이 각각의 영화는 감독들 특유의 작품세계를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장편에서 선보인 일면들을 집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에로스라고는 하지만, 굳이 그 소
사랑하는 기술에 대한 보고서,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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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실사를 조종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미키 루크가 빌딩 숲 위를 날아다니고 물속으로 자동차를 몰고 떨어진다 해도, 망사 스타킹과 가죽 브래지어 차림의 여전사들이 악당들을 기관총 세례로 몰살시킨다 해도, 왕년의 명형사 브루스 윌리스가 ‘올드보이’처럼 8년 만에 감옥을 벗어나 여자를 위해 복수를 펼친다 해도 <씬 시티>가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란함이야 3분 이상 지속되면 곧 지루해질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그 휘황한 네온사인 뒤편으로 누가 지금 걸어들어오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 이야기는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담배를 늘 입에서 떼지 않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얼굴이 피로에 전 주름살투성이인 채로 자신의 연인을 구하는 로맨틱한 영웅들의 귀환담이다.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의 주인공들이 컬러 만화용 잉크를 뒤집어쓰고 나온 듯한 이들 면면은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많다. 과묵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좋아하며, 잔인한 복수
로맨틱한 영웅들의 귀환담, <씬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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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공포영화 리메이크는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 붐과 더불어 요즘 할리우드 공포영화를 이끄는 주류. <아미티빌 호러>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흥행에 고무된 마이클 베이의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플래티넘 듄스의 두 번째 작품이다.
1974년 11월, 뉴욕시 외곽의 작은 마을인 아미티빌에서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가족의 장남으로, 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살인을 사주, 자신이 부모와 네 형제들을 총으로 쏴죽였다고 자백한다. 그리고 1년 뒤, 조지와 캐시 러츠 부부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이 집으로 이사온다. 싼 가격에 입주한 아름다운 집, 하지만 어린 딸이 상상의 친구와 이상한 대화를 계속하고, 가장인 조지가 환청을 듣기 시작하면서 화목했던 집안 분위기는 악몽에 물들기 시작한다.
일가족이 침대에 누운 채 장남이 쏜 총을 맞고 몰살당한 1974년 아미티빌 마을의 실화는 소설로 만들어졌고, 영화화의 기반이 되었다. 실화를 바탕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트 작품의 리메이크, <아미티빌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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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부정을 목격한 안과의사 선재(김혜수)는 어린 딸 태수(박연아)와 단 둘이 살기 시작한다. 그즈음 선재는 지하철 칸막이에 주인없이 놓인 분홍색 구두를 집어오고, 그걸 신어보고 싶다는 태수까지 거칠게 밀쳐낼 정도로 집착하게 된다. 이미 여고생 한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이 있는 분홍신. 그 마력에 사로잡힌 선재와 태수는 분홍신을 두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조금씩 불길한 기운을 느끼던 선재는 자신의 병원 인테리어를 맡은 인철(김성수)이 들고온, 분홍신을 품에 안은 무용수의 사진을 보고선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분홍신에 수십년 전 원한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데르센의 동화와 모티브가 겹치는 <분홍신>은 그 동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비슷한 동력원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안데르센은 빨간 구두에 매혹된 가난한 소녀 카렌이 영원히 춤추라는 저주를 받고 스스로 발목을 자르기에 이르는 잔혹한 동화를 들려주었다. 사형집행인이 도끼로 잘라준,
덧없는 물욕으로 환생한 원한,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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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없는 <노팅힐>을 수긍하기 어렵듯, 송강호 없는 <넘버.3>를 상상하기 힘들듯, <신혼여행>에 엄춘배가 없다면 너무 허전할 거다. 신혼여행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꽤 여러 겹의 복선으로 엮어낸 <신혼여행>은 분명히 범죄스릴러 모양새지만, 능청맞은 조연들의 좌충우돌이 본론과 여담을 흐려놓을 만큼 맛깔스런 영화다. 엄춘배가 연기하는 송충호는 교명이 너무 노골적인 ‘남녀혼합교’ 신자. 개량한복을 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외우고는 변태성교에 돌입한다. 강도강간 전과가 밝혀져 용의자 조사를 받는 데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엉터리 주문을 외우고 앉아 있는 그를 보노라면 조형기, 권해효, 박상면의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웃기는 조연은 더 있다. 신혼여행팀에 잘못 끼어든 중년 이인철-신신애 부부의 고뇌에 찬 정사도 외면하기 힘들며, “저도 뭔가 조사를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왔는데요”라며 괜히 경찰서를 기웃거리는 호텔 보이 역의
신혼여행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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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의 친구들은 엉망진창이다. 로나는 천연덕스럽게 아스피린을 환각제로 속여팔아 엄청난 매상을 올리고, 사이몬 패거리는 고급 스포츠카를 훔치고 살인 미수를 저지르고 호텔에 불을 낸다. 순둥이로 보이는 클레어는 거칠고 막돼먹은 마약 딜러와 사랑에 빠진다. 그래도 이 아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 하고 걱정할 건 없다. 벼랑 끝을 향해 무모하게 질주하는 것 같지만 이들 누구도 죽지 않고 누구의 영혼도 망가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전야를 보낼 따름이다. 아직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이들에겐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치명적이긴 하지만 그 가능성이야말로 젊음의 매력이다. 다시 아침이 돌아오면 이들은 멀쩡하게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진짜로 걱정스러운 건 오히려 안팎이 다른 ‘어른’ 버크다. 법과 제도를 상징하는 경찰 버크는 아담과 잭을 끄나풀 삼아 마약파는 아이들을 소탕하려 하지만, 정작 그는 불법인 피라미드 판매로 치부하려는 인물이다. 위선덩어리인
미국 10대들의 ‘탈주의 욕망’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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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킬러가 이사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인 야드>는 할리우드영화의 오랜 흥행공식인, 한줄로 요약되는 컨셉을 갖고 있다. 잔잔한 수면 위로 파문을 일으키며 튕겨나가는 조약돌처럼 외부의 충격은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을 불러온다. 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사연들이 순간순간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원제인 ‘The Whole Nine Yards’는 ‘엄청난 행운’을 일컫는 말인데, 그런 축복을 받자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도입부에서 주인공 오즈의 가정을 만신창이로 설정한 것은 멋진 보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치과의사 오즈는 시카고 출신이지만 아내를 따라 몬트리올에 눌러앉았다. 번듯한 직장과 아담한 집이 있지만 장인이 남긴 엄청난 빚에 눌려 허덕이는 오즈의 가정은 좀처럼 햇빛이 들지 않는다. 남편이 죽기만 바라는 아내, 장모와 함께 산다면 이 남자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여기서 살인청부업자 지미 튤립의 등장은 오
할리우드영화의 오랜 흥행공식, <나인 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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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누군가로 변하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신성한 마지막 순간 이렇게 말하리라. 그것은 복수였다고.” 남자로 변장하고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다음, 혼돈스런 격정으로 출렁대는 삶을 살다 요절한 이자벨 에버하트는 이렇게 썼다. 하지만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티나 브랜든에게 남장은 앙갚음도 시위도, 울혈진 그 무엇도 아니다. 브랜든이 남자로 행세하는 동기는 투명하고 천연스럽다. 좋아서, 편안해서, 즐거워서, 사내의 차림새로 거울을 볼 때 자신이 덜 낯설어 보여서다. 그래서 애인 라나에게 ‘양성’임을 고백하는 순간 브랜든은 변명한다. “사실보다 훨씬 복잡하게 들릴 거야.”
그러나 누구도 해칠 의사가 없는 정직한 몸짓이 경천동지할 위협으로 둔갑하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브랜든은 기어코 박멸돼야 할 역병이 되어 가혹한 징벌을 받는다. 백인여성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40년 전 피살된 버지니아의 흑인 청년 에멧 틸처럼. 그러나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 1993년 실화를
노동 계급 젊은이들의 청춘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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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심각해져도 주인공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떤 금연 영화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도 <인사이더>는 동시에 강력한 사회파 영화다. <인사이더>는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폭이 만만치 않은데, 수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 기자와 정보원과의 관계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자칫 사회면 톱기사를 밋밋하게 옮겨버린 듯한 장광설을 사뿐히 기워낸 것은 전적으로 마이클 만의 연출력이다(<인사이더>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포함,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특히 2시간45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낮은 포복으로 일관하는 클로즈업이 없다면, 영화의 긴장감은 아예 증발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큐감독 출신답게 마이클 만은 <라스트 모히칸>의 안이한 로맨티시즘을 뒤로 하고 <히트>를 전환점 삼아 점점 더 날카로운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드
어떤 금연 영화보다 강력한 영향력,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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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상업영화의 틀에서 비껴나 독립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자신의 취향과도 관련 있겠지만, 이와이 순지 영화의 주인공 중엔 아웃사이더들이 많다. 엔타운 안팎에서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의 유랑자들이나 이지메를 당하면서(또는 하면서도)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아이들, 그리고 <피크닉>의 세 주인공들이 그렇다. 코코, 쯔무지, 사토루, 세상과 격리된 정신병원에서 환자로 서로를 알게 된 이 삼총사는 이상하게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가까워진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오해한 이들은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정신병원을 나와 ‘피크닉’을 떠난다. 바깥 세상으로 탈출했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한 가지 족쇄만큼은 벗어내지 못한다. 그것은 담장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다. 담장과 다리 난간과 건물의 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천생 경계인, 즉 아웃사이더들인 것이다.
이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진짜 아웃사이더는 단연
X같은 세상아, 엿 먹어라!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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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한쌍의 커플이 있다. 남자 유키오의 일이 다소 바쁘고 여자 모에미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점만 빼놓는다면.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듯 한 사람에게 ‘사소한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고 고통이 될 수’ 있는 법.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유키오는 애완용 거북이가 노끈으로 돌돌 묶인 것을 발견한다. 그 다음에는 책이 묶이고, 가위가 묶이고, 집안의 집기가 모두 묶인다. 모두 모에미가 한 짓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육체까지 결박하기 시작한다.
이와이 순지의 첫 영화 <언두>에서 파국은 일찍 시작된다. 모에미의 ‘강박성 속박 증후군’은 생각 외로 완강하고 집요하다. 모에미는 모든 것을 묶음으로써 자신으로부터 떠나고 있는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키오에 대한 기다림이나 사랑까지도. 하지만 아무리 굵은 동아줄이나 쇠사슬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묶을 수는 없다. 모에미의 매듭이 단단하고 촘촘해질수록 둘 사이의 관계는 오히
묶어야 사는 여자, <언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