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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재미 지수 ★
김홍도의 마초 지수 ★★★
하악하악 지수 ★★★★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팩션에서 이 질문은 곧 호감의 표현이다. 흥미로운 팩션은 실제를 향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빈치 코드>의 열풍이 일으킨 루브르 박물관의 순례행렬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신윤복은 여성이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미인도>는 이 호감어린 질문을 갈구하는 영화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오프닝 크레딧의 자막이 무색해 보이는 <미인도>는 세 남녀의 치정극이란 설명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다.
이야기는 ‘타고난 재능’에 얽힌 비운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가문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그림쟁이 아비는 아들의 입신양명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은 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다. 타고난 재능은 딸에게 있다. 재능을 추구하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에 아들은 자살을 택하고, 아비는 딸에게
세 남녀의 치정극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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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유혹 지수 ★★★★☆
케이크 유혹 지수 ★★★☆
최지호 코믹 지수 ★★★☆
참으로 훌륭하신 오빠들이다. 특별히 동성애 혐오증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오직 단맛으로만 이뤄진 달콤한 세계다. 종종 만화적 기법의 특수효과가 삽입되고 뮤지컬 장면도 느닷없이 등장해 반짝거린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남자들의 향연이라 할 만한 <앤티크>는 영화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성 그 자체를 보는 즐거움으로 상쇄해버리는 영화인 것. 한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대낀다는 점에서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화 버전이라 말할 수도 있고, 드디어 ‘야오이’ 세계를 만난 충무로의 부지런한 주석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껏 한국영화 중에서 남자 동성간의 키스신이 가장 많이, 또한 가장 자연스럽게, 그것도 가장 군침 돌게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앤티크>라고나 할까. 그런 세계와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관객이라면
단맛으로만 이뤄진 달콤한 세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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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투어 효과 지수 ★★★☆
와인 흡수 충동 지수 ★★★★☆
역사적 사실 엄수 지수 ★★☆
존 스타인벡이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가족의 쓰라린 이야기를 <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으로 담아낸 것은 농장주들에게 쫓겨나 비참한 삶을 꾸려나가던 농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아우성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줄리아 워드 하우의 <공화국 군가> 또는 요한계시록에서 유래된 이 제목은 포도송이처럼 영글던 캘리포니아 이주 노동자들의 성난 마음을 상징한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캘리포니아의 포도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제 포도는 호주 와인 생산량의 2배 이상을 만들어내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핏줄을 뜻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포도의 함의를 문학적 상징에서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로 바꿔낸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한 이벤트였다. 1976년 한 영국인이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이 행사에서 캘리포니아 와
1973년산 샤토 몬텔레나의 탄생 과정 <와인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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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에 혹할 지수 ★★★★★
평생 남을 이미지 각인 지수 ★★★★★
뱀파이어 장르의 신선 지수 ★★★★★
무조건적인 찬사를 줘도 아깝지 않을 영화. <렛미인>은 섣부른 평가에 행여 영화의 순수함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초대받지 않으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인간의 공간. 뱀파이어의 속성에 기초한 원제 ‘Lat Den Ratte Komma In’은 ‘들어가도 되니?’, ‘들어가게 해 줘’라고 허락을 구하는 뱀파이어의 언어를 일컫는다. 그러나 정작 뱀파이어 장르는 <렛미인>으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로에 불과하다. <렛미인>은 <언더월드> <반헬싱> 등 최근 뱀파이어 영화가 흔히 보여줬던 강렬한 음악과 특수효과, 화려한 액션 모두를 철저히 무시한다. 섬뜩한 유혈이 존재하지만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이자 사랑 이야기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12살 오스칼(카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이자 사랑 이야기 <렛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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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쾌감 지수 ★★★★
전통 복귀 지수 ★★★★
본드 섹시 지수 ★★★★
<카지노 로얄>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재부팅했다. 그런데 이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역사서를 참고해보시라. 이미 제작사 EON 프로덕션은 조지 레젠비의 <여왕폐하 대작전>으로 본드를 재탄생시킨 바 있다. 액션은 당대 무협영화의 영향으로 더욱 빨라졌고 심지어 본드는 사랑에 빠진 채 MI6를 떠나는 비극의 히어로로 거듭났다(데자뷔!). 또 한번의 변화는 티모시 달튼의 <살인면허>였다. 본드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살인면허를 버리고는 다이하드 액션을 펼쳤다(또 데자뷔!). 그러나 관객은 두번의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아직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카지노 로얄>은 시대를 잘 만난 영화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본드팬들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얄궂은 본드-판타지에 지쳐 있었고 마침 ‘본 시리즈’는 액션 스파이물을 새롭게 정의하며 관객층을 넓혀놓았다. &
전통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로의 복귀 <007 퀀텀 오브 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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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 지수 ★★★★
신파 지수 ★
꽃 파는 소녀 등장 지수 ★★★★
베트남에서 <누들>을 만들었다면 이런 영화가 나왔을까. <러블리 로즈>는 베트남의 항구도시, 사이공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열살 소녀 투이의 이야기다. <누들>에서 국제 미아가 된 중국 소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녀가 제 발로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투이는 탐욕스런 공장주인 삼촌의 타박을 피해 사이공으로 도망친다. 집도 없고 돈도 없는 그녀지만 사이공에는 이미 투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 투이는 같은 또래 친구로부터 교복을 입고 장미꽃을 파는 일을 소개받고, 도시의 밤거리를 누비며 꽃을 팔기 시작한다. 거리에서 만난 스튜어디스 란과 동물원 사육사 하이는 소녀의 좋은 말동무가 되어준다. 곧 단짝 친구가 된 세 사람은 란이 머무는 호텔과 하이가 일하는 동물원을 오가며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된다.
<러블리 로즈>가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다
베트남의 현재를 충실히 기록 <러블리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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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지수 ★
인물들 말 안 하기 지수 ★★★☆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 지수 ★★★★
<중경>은 장률의 네 번째 장편영화이며 동시에 다섯 번째인 <이리>와는 쌍둥이처럼 연관되어 있다. 애초 한 작품으로 구상되었지만 제작 중 두편으로 갈렸고 한주 간격으로 개봉한다. 장률의 지난 작품들과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가지면서도 조금씩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인구 3천만명이 모여 살아가는 중국의 거대 도시 중경. 쑤이(궈커이)는 거기 사는 많고 많은 사람 중 한명이다. 그녀의 무표정을 보아서는 삶이 그다지 행복한 것 같지 않다. 어머니는 벌써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쑤이는 다들 사투리를 쓰는 이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표준어인 베이징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좀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이 쑤이에게는 있는 것 같고 어딘가 힘겨워 보인다.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더 힘들게 한다. 종종 매춘부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던 그가
폭발 직전의 위험천만한 도시의 느낌 <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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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지수 ★★★★★
CG 지수 ★
에베레스트산의 변덕 지수 ★★★★★
2007년 4월, 두 그룹의 한국인 원정대가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네팔로 떠난다. 머리가 희끗한 원로 원정대는 30년 전 그들이 이룬 에베레스트 첫 등정(이들은 세계에서 8번째로 정상에 올랐다)을 추억하기 위해, 다부진 체격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박영석 원정대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다는 목적으로 산에 오른다. 그리고 또 한명의 산악인이 이들을 쫓아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20년 등반 경력의 김석우 감독이다. 그는 한국인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록 영상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 원정대를 오가며 산과 사람들의 모습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석우 감독은 한국 산악계의 에이스, 오희준과 이현조 대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길>은 예상 가능한 장면과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찼다.
산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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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지수 ★★★★
역사 재현 충실도 ★
다큐로서 무책임 지수 ★★★★
‘탱고가 태어난 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탱고의 거장 23명이 다시 모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는 2007년 아르헨티나에서 실제 있었던 동명의 공연 실황과 그 준비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1940~50년대 탱고의 황금기를 추억하며 그 화려한 시절의 주인공들을 다시 무대에 세운다.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는 탱고 피아니스트 아틸리오 스탐포네, 중국·러시아·일본 등을 돌며 투어를 다니던 바이올리니스트 에밀리오 발카르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탕게리아를 떠나 일본에서 활동하던 보컬 버지니아 루케 등. 23명의 거장은 스튜디오에 모여 합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는 프로듀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영향력이 아니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는 거장들의 과거와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 공연 준비 모습 등을 교차로 보여주는데 이는 모두 지나간 시절에 대한 헌사다.
<부에노스
지나간 시절에 대한 헌사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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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공연 체험 지수 ★★★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지수 ★★★
역사 충실 지수 ★
연극을 그대로 찍어서 극장 개봉한다면 그건 과연 영화일까. 하긴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담은 <샤인 어 라이트>도 영화였으니 ‘영화’라는 매체의 정의 앞에서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약간 기분이 찜찜했던지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의 일본 제작사는 아예 ‘게키*시네’라는 단어를 하나 만들어버렸다. 연극의 일본어인 ‘엔게키’와 영화의 ‘시네마’를 합성해서 만들어낸 ‘게키*시네’는 무대에 올려진 공연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재편집한 영화를 의미한다.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의 무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대륙의 통일을 노리던 시절이다. 간토 평야 지역은 도요토미의 야망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무법자들의 마지막 자유지대다. 그러나 스스로를 간토 지역을 대표하는 촉루성의 수장이라고 주장하는 검정 갑옷의 천마왕이 나타나자 자유지대는 혼돈으로
연극을 그대로 찍어서 극장 개봉한다면? <촉루성의 7인: 레드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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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 흥미있다 지수 ★★★
이 영화 좀 때깔난다 지수 ★★★
이 영화 재미있다 지수 ★★☆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7년. 수용소에서 일상을 보내는 고아 종두(이완)와 태호(송창의)는 빼돌려진 미군 물품으로 가득한 수용소 창고를 대담하게 털고 그곳을 탈출한다. 두 소년은 인근 시장을 장악한 만기파를 찾아가 노점 자리를 얻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훔친 미군 물품을 팔면서 돈을 모은다. 두 소년의 꿈은, 시장 바닥을 전전하거나 수용소에 갇혀 겨우 목숨 정도 부지하는 삶을 벗어나 원하는 만큼의 돈을 갖고 새 인생을 사는 것이다. 순남(박그리나)과 또 다른 소년 무리들이 태호와 종두의 일에 합류하지만 곧 이들 중에 배신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종두와 태호를 보호해주던 만기파 서열 2위 명수가 서열 3위인 도철 손에 죽으면서 종두와 태호 무리는 신변의 위협을 강하게 느낀다.
소년들은 이 세상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곳임을 안다. 방법이 다를 뿐이다. 태호는 “무조건 많이 가진 사람이
장르적 클리셰를 갖춘 누아르 비극 <소년은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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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 멋져부려 지수 ★★★
조마조마 긴장 지수 ★★☆
세월아네월아 킬링타임 지수 ★★★
리들리 스콧의 <바디 오브 라이즈>는 ‘거짓말의 실체’라는 거창한 제목만큼이나 큰 스케일의 영화를 지향한다. 러셀 크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최고의 스타를 캐스팅하고,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의 윌리엄 모나한에게 각색을 맡겼으며, 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요원을 추적하고 보호하는 프레데터(Predator) 시스템을 완벽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워싱턴과 요르단·이라크·레바논·두바이 등 다양한 도시와 국가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숨가쁜 첩보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리들리 스콧은 <글래디에이터> <어느 멋진 순간>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러셀 크로와 호흡을 맞춰왔지만, 궁극적으로 <바디 오브 라이즈>는 러셀 크로가 아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다. 리들리 스콧은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를 통해 미간의
정당화된 거짓 혹은 거짓의 정당화 <바디 오브 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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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스타뎀 액션 지수 ★
사회파 영화 지수 ★★
실화 재창조 지수 ★★★★
‘런던판 <범죄의 재구성>’이라고나 할까. 너무나 간단명료한 제목의 영화 <뱅크잡>은 은행만 털고 나오려던 일당이 더 큰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다. 1971년 런던, 카 딜러 테리(제이슨 스타뎀)는 옛 애인 마틴(새프런 버로스)으로부터 경보장치가 24시간 동안 해제되는 로이드 은행을 털자고 제안받는다. 마침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하던 테리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는 포르노 배우 데이브(대니얼 메이스), 사진작가 케빈(스티븐 캠벨 무어), 콘크리트 전문가 밤바스(알키 데이비드), 양복 재단사 가이(제임스 폴크너), 그리고 곧 결혼할 예정인 새 신랑 에디(마이클 집슨)를 불러모은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아마추어 7인의 일당은 13m의 지하 터널을 뚫고 은행에 도착, 수백개의 안전금고에 보관 중이던 돈과 보석을 챙겨 짜릿한 한탕에 성공한다. 그런데 테리는 마틴이 돈에 별 관심이 없고 특정한
런던판 ‘범죄의 재구성’ <뱅크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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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샘 라일리 매력 지수 ★★★☆
사운드트랙 충족 지수 ★★★★
조이 디비전 팬 만족 지수 ★★★
조이 디비전과 이언 커티스에 관한 두 번째 영화 <컨트롤>은 2002년 마이클 윈터보텀의 <24시간 파티 피플>과 정반대의 영화다. 소재는 같지만 윈터보텀의 영화는 1980년대 초 클럽 하시엔다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영국 록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얼터너티브·레이브 사운드 ‘매드체스터’의 시초로서 조이 디비전을 다룬다.
<컨트롤>은 밴드보다도 이언 커티스라는 한 젊은이의 삶에 초점을 맞춘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시를 읽는 것과 짐 모리슨,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했던 소년은 열아홉살에 불쑥 결혼을 했고, 밴드 보컬과 분윳값 벌이의 공무원 생활을 병행하다 밴드의 성공 속에서 간질과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다. 또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었고, 미국 투어를 하루 앞둔 날 자살했다.
<컨트롤>은 23년이라
이언 커티스라는 한 젊은이의 삶 <컨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