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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광신도 지수 ★★★★
매정한 아버지의 떫은 반응 지수 ★★★★
멜로드라마 지수 ★★
<더 킹>은 이제 막 군복을 벗은 남자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짧은 머리에 러닝 한장을 걸쳐입고 부대를 나온 그의 이름은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다. 사창가를 찾아 서둘러 일을 치르고 텍사스의 어느 마을을 찾아간 엘비스는 그곳의 명망 높은 목사인 데이비드(윌리엄 허트)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어머니가 당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당황한 데이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하필 주일에 찾아오다니… 오늘은 2부예배도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엘비스는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실수로 만났던 여자”가 낳았고, 이 죄는 한참 전에 주님이 용서했다. 난생처음 만난 아버지의 냉담한 반응에 상처를 입은 엘비스의 증오는 곧바로 이복동생인 맬러리(펠 제임스)를 향한 애정으로 나타난다. 그러던 어느 날 맬러리의 오빠인 폴(폴 다노)이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엘비스를 협박한다. 엘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복수극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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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지수 ★★☆
감성 자극 지수 ★★★☆
필승 의욕 고취 지수 ★★★★
연영석. 스스로를 문화노동자라고 부르고, 관객을 동지라고 부른다. “태어나서 가슴이 움직일 때가 세번 있었다”는 연영석은 한때 미술과 운동에 심취했다. 그리고 지금은 음악에 빠진 상태다. 물론 그의 관심 이동이 직업 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쉬지 않고 노래로 거리의 지친 노동자들을 위무하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그려 보여주니 말이다. 노동자뉴스제작단 출신으로 <꼭 한 걸음씩> <인간의 시간> <우리는 구본주가 아니다> <또 다시 봄> 등을 만들었던 태준식 감독이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주봉희 위원장에 이어 필승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으로 주저없이 연영석을 택한 건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사회에 대한 고민을 증폭시키는 그의 끝모를 의지에 끌렸기 때문이 아닐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필승 ver 2.0 연영석>은 ‘민중가요 뮤직비디오’다. 청바지
민중가요 뮤직비디오 <필승 ver 2.0 연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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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들의 호흡 지수 ★★★★
이경실의 영화배우 가능성 지수 ★★★★
김선아의 김삼순스러운 매력 지수 ★★
핸드볼이 아닌 떼인 곗돈으로 똘똘 뭉친 또 다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라고 할까. <우생순>의 제작자이자 언니 심재명 대표의 MK픽처스에서 그간 만만찮은 커리어를 쌓아가던 심보경 대표가 차린 보경사의 창립 작품이 바로 <걸스카우트>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거기에는 묘한 연대감이 흐른다. <우생순>의 여자들처럼 전혀 메이크업하지 않은 얼굴에다 종종 추리닝 차림으로 등장하는 <걸스카우트>의 그녀들 역시 영화 속 그 어떤 남자 캐릭터들보다 강하고 매력있다. 그들의 남편들은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사별한 상태고 그나마 있는 아들이라곤 늘어난 러닝셔츠 차림으로 늘어져 있다. <우생순>의 여자들이 꼭 금메달을 따야 했던 것처럼 <걸스카우트>의 여자들이 꼭 곗돈을 되찾아야 하는 이
여성주의적 해방감 <걸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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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쾌활 지수 ★★★★
쿵후액션 지수 ★★★☆
이야기 예측가능 지수 ★★★★
하루에 22시간씩 자야 그 둥글둥글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다가 쿵후를 한다니. <쿵푸팬더>는 게으르고 느리기로 유명한 판다가 물살을 출렁이며 무공을 발휘한다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을 장전하게 하는 영화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한 이야기와 지극히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스크린 위를 뛰어놀고 있다고 해서 이 영화의 공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매 장면이 흥미롭고 주기적으로 큰 웃음을 주는데다 나름의 교훈까지 제시하는 이 가족영화는 훌륭한 수련을 거친 고수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포(잭 블랙)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판다. 그의 꿈은 쿵후의 최고 달인이 되는 것이지만 한심한 몸매와 빵점짜리 운동신경은 그를 좌절하게 한다. 게다가 국숫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우리 피에는 육수가 흐르고 있다’면서 포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한다. 그런 그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기
훌륭한 수련을 거친 고수의 손길 <쿵푸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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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출몰 지수 ★★★★
귀신 비주얼 지수 ★☆
반전 충격 지수 ★★
타이 공포영화는 이미 한국 관객에게 낯설지 않다. <셔터>(2005)와 <샴>(2007)은 말초적 자극에 질린 한국의 호러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 미덕은 “꼼꼼한 드라마투르기”(<씨네21> 509호, <셔터> 리뷰)와 충실한 기본기에 있었다. <바디>는 이 두 영화를 만들어 타이의 공포영화 붐을 주도한 제작사 GTH의 최근작으로, <셔터>와 <샴>의 후예를 자처한다. 초반 5분까지는 그 말이 맞다. 프리마돈나의 고혹적인 미성이 오페라 홀에 울려퍼지는 순간, 어두운 뒷골목에는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자의 토막 시체가 나뒹군다. 긴장과 공포, 슬픔과 공포를 적절히 섞을 줄 알았던 GTH의 두 영화를 떠올린다면, <바디>가 아름다움과 공포의 결합을 도모할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영화
찰나의 공포만 선사하는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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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노가다’ 지수 ★★★★
인명 경시 지수 ★★★
살인게임 지능지수 ★★
존 애브넛 감독이라, 이름이 머릿속을 어른거릴 만하다. <레드 코너>(1997) 이후 제작에 열중하고 주로 TV무대에서 활동하다 무려 10년 만에 연출한 영화라 더 그렇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가 데뷔작이었다고 말하면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이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작은 전쟁>(1994)과 로버트 레드퍼드, 미셸 파이퍼 주연의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에 이르기까지 만장일치의 작가적 평가를 얻은 건 아니지만 가족·멜로 장르에서 제법 솜씨 좋은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 감독이다. 그에 비하면 R등급 수준의 묘사가 제법 포함된 범죄스릴러 <88분>은 전혀 의외의 선택이다. 그의 변화를 가늠해줄 수 있는 전조는 그가 연출한 TV영화 중에도 없었다. 게다가 영화는 88분이라는 꽉 짜인 시간 안에서 펼쳐지는 ‘예고 살인’의 스릴러
‘예고 살인’의 스릴러 <8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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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들의 몸고생 지수 ★★★★
그 고생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고생 지수 ★★★★
(의외의) 화장실 유머 시도 지수 ★★★★
박구(신구)는 이기적이고 퉁명스러우며 씩씩한 노인이다. 감옥과 가출을 밥먹듯 시도하는 아빠(김영호)가 간만에 선물한 방울 토마토 화분을 품고 잠이 드는 박구의 손녀 다성(김향기)의 되바라진 말투 역시 평범한 무구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성의 아버지는 철거보상금이 담긴 통장과 함께 사라지고, 이웃들의 결사투쟁에도 불구하고 철거는 당연히 진행되며, 개발업자는 물론 이들의 항의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박구와 다성은 이 개발업자의 집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먹을 것이 가득한 저택을 안식처 삼는다. 이들의 안식이 짧고 불안할 것임은 예상 가능한 기정 사실. 날은 추워지고, 눈이 나쁜 다성이 넘어지는 횟수도 잦아지며, 할아버지와 손녀를 향한 우리 사회 불특정 다수의 인심은 무심하고 모질다.
그러니까 <방울 토마토>는 철거촌 빈민을 배경으로 가족애와 이웃
가족애와 이웃사랑을 강조하는 ‘착한 영화’ <방울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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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대비 음악 나오는 시간 ★★★★
제작진의 밥 딜런 이해도 ★★★★
이 영화‘만’으로 밥 딜런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 ★★
밥 딜런을 아시나요. 기타 하나로 시대의 양심을 대변했던 음유시인? 일렉 기타를 집어들자 변절자 소리를 들어야 했던 록가수? 오토바이 사고 이후를 포함하여 50년 가까이 잠적을 반복했던 은둔자? 지면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모두 다른 정체성을 지닌 그 누군가들? 그의 대표곡(처럼 되어버렸으나 그가 평생 벗어나려 애썼을) <Blowin’ in the Wind> 속 한 구절로 진부하게 대답하자면,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짧은 필모그래피 속 변덕으로 치자면 밥 딜런 뺨 칠 만한 토드 헤인즈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 대답은 인간의 일생 혹은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얼마든지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나이, 외모, 인종, 성별이 다른 여섯 배우를 동원하
밥 딜런에 대한 일곱개의 초상 <아임 낫 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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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튼 커처 완소 지수 ★★★☆
과음 경각 지수 ★★★☆
영화적 사고력 지수 ★☆
“생각하는 것 빼곤 다 저질러라!”(Do it without thinking!) 시 차원의 슬로건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카지노의 대박 또는 쪽박을 맞을 수 있으며, 결혼과 이혼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속 남녀 주인공은 결혼과 대박이라는 두 종류의 일을 동시에 겪게 된다. 보기에 따라 커다란 겹행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스트리트에서 숨가쁜 나날을 보내는 조이(카메론 디아즈)는 “넌 너무 숨막힌다”는 말을 들으며 공들여온 남자친구에게 잘리고, 아버지의 가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며 느슨하게 살아온 잭(애시튼 커처)은 “넌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해버리는 성격”이라면서 회사에서 잘린다. 인생의 중요한 끈을 잘린 남녀는 친구 한명씩 대동한 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스베이
‘어른아이’들이 떨어대는 수선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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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쾌감지수 ★★★
도시밤의 향락지수 ★★
조마조마 긴장지수 ★★★
제임스 그레이의 세 번째 작품 <위 오운 더 나잇>은 갱스터영화로 시작해서 경찰영화로 마무리짓는 작품이다. <리틀 오데사>(1994)와 <더 야드>(2000)에서부터 갱스터영화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던 제임스 그레이는 다시 한번 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로 시선을 향하지만, 전작과 달리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갱과 경찰간의 도시 쟁탈전과 그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바비(와킨 피닉스)의 심리적 혼란이다. 특히 와킨 피닉스는 도시의 밤을 만끽하는 활력에 찬 모습에서부터 표정이 거세된 무표정한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1980년대 말 뉴욕 나이트클럽의 매니저로 있는 바비는 경찰 서장인 아버지와 촉망받는 뉴욕 경찰인 형 조셉(마크 월버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가족과 거의 관계를 끊고 살아가던 바비는 아버지의 승진 파티에 초대받지만 가족과의 거
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 <위 오운 더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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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유발 지수 ★
이종장르 교배 지수 ★★★★
박정아 팬 예상 만족 지수 ★★
저물어가는 조폭코미디의 그림자가 뼈대있는 종가(宗家)에까지 드리웠다. <날나리 종부전>은 이질적 배경을 가진 커플의 결합을 X축에 놓고 조직폭력단의 대결을 Y축에 배치한, <조폭 마누라>와 <가문의 영광>의 후예다. X축에는 출중한 미모로 남자들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천연수(박정아)와 휴대폰을 잘못 가져간 뒤 연수의 공략 타깃이 되는 이씨 총탄공파의 종손 이정도(박진우)가 있다. 여기에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연수의 무뇌적 세계와 21세기 속에서도 15세기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는 정도의 집안이 자리한다. Y축에는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 어디쯤에선가 부동산업을 펼치고 있는 연수의 아버지 천 회장(이원종)과 그의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 사장(이일재)이 있다. 이들은 조직폭력단 비슷한 장정들을 수십명씩 데리고 있다. 이야기는 대부분 X축에서 진행되는데, 뜻하지 않은 임신
‘조폭 마누라’와 ‘가문의 영광’의 후예 <날나리 종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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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자위 선호도 지수 ★★★★★
(영화보기 전에) 엄청 음탕할 것처럼 보이는 지수 ★★★★
(영화보고 나서) 실제 음탕함 지수 ★
아이바 히데오(니노야마 아쓰시), 고2.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반 교우들 중 누구도 이 녀석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는 그만큼이나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주로 하는 일이란 책상에 한 쪽 팔을 축 늘이고 머리를 기댄 다음 선생이 떠들거나 말거나 마냥 공상에 젖는 것이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 낭만 클럽이란 곳도 실은 바보들이 모인 집단처럼 보일 지경이다. 집으로 돌아가서야 아이바가 집중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자위다. 그가 2층에서 자위를 시작하면 아래층의 어머니와 동생은 “음… 형이 방에 있나봐요”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자위는 공공연하다. 또한 그의 자위는 청소년기 통과의례의 수준을 지나 단 하나의 취미 생활 혹은 인생의 목적에 가까워져 있는데 그에게는 그만큼이나 절실하다. 그때쯤 아름다운 여학생(이라기보다는
육체파 여학생이 주인공인 코믹 청춘물 <슨도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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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지수 ★★☆
음악과 장면의 싱크로 지수 ★★★★
‘프란츠’의 은근한 귀여움 지수 ★★★☆
“3살 때 은행을 턴” 전설을 간직한 미모의 여도둑 레이라(지오바나 메로지오노)는 평소처럼 남자를 유혹해 지갑과 여권을 훔친다. 우연히 훔친 지갑에서 발견한 보관함 열쇠는 그녀를 400만유로가 든 돈가방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데, 사실 그 돈은 대기업 총수, 전직 정부요원 마테라, 마피아 가피아로가 오매불망 찾고 있는 마이크로칩에 걸린 포상금이다. 심각한 범죄에 끼어든 것을 직감한 레이라는 도주하고 때마침 지나는 야간 버스의 운전기사 프란츠(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가 맨발로 뛰어오는 그녀를 태운다. 위기를 모면한 레이라는 프란츠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데 둘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아르, 로맨스, 액션에 코미디까지 섞고 균형잡기에도 성공한 <나이트 버스>의 무게중심은 캐릭터에 있다. 소심한 주변인 프란츠와 대담하면서도 고독한 레이라가 티격태격 쌓아가는 코믹
누아르, 로맨스, 액션에 코미디까지 <나이트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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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외모발산지수 ★
실제액션비트지수 ★★
벤치마킹&봉합지수 ★★★☆
재기는 인정받았으나 감독이 아직 지명도가 약하다. 배우, 아직 내세울 만한 급은 아니다. 소재 또한 귀 쫑긋해질 ‘하이 컨셉’이라고 하기엔 모자란다. 당신이 제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썩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관객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면? 모든 관객을 단박에 만족시킬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여러 취향을 가진 관객의 관심을 조금씩 모으는 식이다. 삼각관계 틴에이저물은 시시하다. 신종 스포츠로 자리잡은 MMA(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로 자극을 더한다. 머리없는 발차기영화라고 오인되면 불안하니 여기에 가족, 성장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과 인물을 덧붙인다. 종합격투기에서 경기 시작을 의미하는 영화제목 ‘겟썸’은 뭔가를(some) 더 얻기(get) 위해 다종장르 혼용을 택한 영화의 욕구처럼 들리기도 한다.
올랜도의 고등학교로 전학 간 제이크(숀 패리스)는 이전
다종장르의 적절한 혼용 <겟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