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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루마니아 혁명 2년 전”이라는 작은 글씨체의 자막이 지나고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첫 장면이 시작되면, 젊은 여자가 화면 안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카메라 바깥에서 다른 여자가 그녀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화면 속의 여자는 화면 밖의 여자가 고마워할 무언가를 해주기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 약속한 모양이다. 대학 기숙사의 룸메이트 가비타(로라 바질리우)가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둘은 많이 분주하다. 담배, 비누, 돈 등을 챙겨야 한다고 정신없이 서두르면서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트를 가져가야 할지를 걱정한다. 둘은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오틸리아는 남자친구에게 급히 돈까지 빌리고, 아마 지상에서 가장 불친절해 보이는 호텔 두 군데를 들러 그중 한곳에 겨우 방을 마련한다. 그들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이렇게 아무 드러냄없이
루마니아의 어느 밤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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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파리의 공항이다. 끝은 서울의 집이다. 그 사이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었다. 감독은 ‘화가 김성남의 34일의 감정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파리의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두달간의 여정은 그 자체가 긴 꿈 같다. 하지만 그는 정녕 귀환한 것일까? 집에 돌아온 그가 지난 한달간의 기묘한 꿈에서 마침내 깨어났는지, 집으로 돌아온 사실이 행여 또 다른 꿈은 아닌지, 혹은 집에 와서 그가 꾼 꿈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돌아온 남편이 잠을 자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자, “그건 꿈 아니야”라고 다그친다. 남자는 “그건 그냥 꿈이야”라고 대답한다. 꿈과 꿈이 아닌 것 사이. 혹은 몽상과 이상 사이. <밤과 낮>은 그 ‘사이’에 있으며,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160분 동안 그 ‘사이’를 함.께. 흐른다는 것이다. 이 여행은 행복하고 두렵다.
홍상수의 영화는 대체로 길 위
김성남씨의 감정 여행 <밤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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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아침을 먹고, 푸껫에서 서핑을 즐긴 뒤, 파리에서 석양을 감상하고, 도쿄에서 디저트를? <점퍼>는 한순간에 전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순간이동 능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등학생 시절 자신감없는 외톨이 소년이던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슨텐슨)는 우연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잠재됐던 자신의 능력을 자각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폭압적인 아버지와 살아가던 그는 즉각 집을 뛰쳐나와 뉴욕으로 향하고, 순간이동을 이용해 은행 금고에서 거액의 돈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8년 뒤. 양말을 개켜놓듯 각국의 화폐들을 착착 쌓아놓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데이비드는 첫사랑 밀리(레이첼 빌슨)와 함께 로마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자신을 ‘팔라딘’이라고 밝힌 낯선 남자(새뮤얼 L. 잭슨)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데이비드는 지구상에 자신뿐 아니라 순간이동 능력을 지닌 ‘점퍼’라는 이들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또 다른 점퍼 그
순간이동 블록버스터 <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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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부의 흠집없는 일상에 미동이 시작된다. 사토코(미원)는 어느 날 동창회를 다녀온 뒤부터 자신의 또 다른 욕망을 자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미동에 남편은 진동한다. 옷을 갈아입는 아내의 몸이 달리 보인 그는 아내와의 정사를 포르노처럼 상상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들의 갑작스러운 변덕은 결국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호기심에 모바일 채팅에 응한 사토코는 야쿠자에게 걸려 매춘을 하게 되고, 남편은 야쿠자가 찍은 아내의 외설스런 사진을 보게 된다. 게다가 사토코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느낀 신문배달 청년은 그녀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에 분노한다.
<도발적 관계: M>은 <바이브레이터> 이후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히로키 류이치의 영화다. 그동안 여성의 욕망을 일관되게 추적해온 그는 <도발적 관계: M>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누구나 감추고 있는 비틀어진 욕망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많은 것을 비밀에 감춰둔다. 왜 사토코는 매춘에서 벗어나지 못
비틀어진 욕망의 세계 <도발적 관계: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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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열전: 아키하바라 트라이올리지>는 오타쿠들의 판타지를 소재로 한 3편의 핑크영화 묶음이다. 1편인 <사랑하는 메이드 카페>는 제목 그대로 메이드 복장을 한 미소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2편인 <고양이 귀 소녀 키키>에서는 길거리에서 주운 새끼고양이가 미소녀로 변신해 주인을 위해 메이드복, 세일러복을 갈아입는다. 그런가 하면 3편 <미소녀 인형이야기>는 더욱 직설적으로 오타쿠를 가져온다. 미소녀 피겨에 집착하는 오타쿠가 어느 날 우연히 얻은 인형을 조립했는데, 갑자기 인형이 그 포즈 그 동작 그대로 사람으로 현신하여 메이드복, 세일러복, 수영복,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며 주인님에게 헌신한다는 이야기다. 유명 그라비아 배우들을 히로인으로 내세운 영화는 수많은 오타쿠 중에서도 미소녀 코스프레 오타쿠들의 판타지를 묘사한다. 직접 조립한 미소녀 피겨가 사람으로 현신해 일상생활부터 잠자리까지 수발을 드는 오타쿠의 판타지가 흥미로울지는 모르
오타쿠들의 판타지 <오타쿠 열전: 아키하바라 트라이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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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하나없는 이들에게 욕망은 치명적인 독이 되곤 한다. 달콤한 유혹 끝에는 언제나 곱절 이상의 쓰린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일견, <IT 버블과 같이 잔 여자>의 미도리의 삶도 그렇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도쿄에 온 미도리(마쓰야 요코). 낮에는 시부야의 도시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극단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지만, 그의 꿈은 곧 IT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젊고 매끈한 사장 사토루(가네코 노보루)를 만나면서 시들해지고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의 신혼생활도 곧 파탄에 이른다. 1990년대 IT 버블을 맞았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체없는 거품 시대에 진실한 사랑의 감정이 도대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을 영화는 끝까지 지속하지 못한다.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미도리와 사토루의 데이트에 할당하고서는 급작스럽게 파국으로 몰아가는 건 제목만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인데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잣집 마나님이 되었다가 다시 나락으
신데렐라 스토리 < IT 버블과 같이 잔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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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감독의 독립장편 <나비두더지>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이야기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달리며 살아가는 이들은 지하철 선로에 몸을 내던지는 자살에 어쩔수 없는 죄책감을 갖는다. 그 횟수가 잦아 면역이 됐다 해도 죄책감은 마음의 주름을 깊게 할 뿐 삶의 무게를 덜어주진 않는다. 마흔이 넘은 기관사 경식(판영진)에게도 지하철 선로에서의 자살은 익숙하다. 갑자기 닥친 죽음에도 그는 동료들과 손에 묻은 피를 씻고 술을 한잔 마신 뒤 단란주점에 가서 기억을 씻는다. 현실은 힘들지만 그 현실을 계속 살기 위해선 스스로의 삶을 세뇌시켜야 한다. <나비두더지>는 세상의 어둠에 매인 이들이 자신의 출구를 찾아 발버둥치는 이야기다.
경식의 고민은 아내와 동생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내는 집을 나갔고 건축업을 하던 동생은 쌓이는 고지서를 감당하지 못해 종적을 감췄다. 영화는 이후 실종사건 수사를 위해 만난 형사와 경식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 경식은 실종
지하철 기관사들의 이야기 <나비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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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주가 있다.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남자 영주(배용근)와 클럽에서 디제이를 하며 사는 여자 영주(양은용). 어둠과 지하를 연상시키는 두 공간의 영주는 모두 답답한 현실에 갇혀 있다. 남자 영주는 자신이 운행하던 지하철 앞으로 한 남자가 뛰어들어 자살한 사실에 괴로워하며, 여자 영주는 클럽에서 우연히 본 한 남자에게서 옛 애인의 모습을 발견하며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고 이후 떠오른 군대에서의 기억과 친구로 지냈던 진(정유미)의 애정 고백은 이들의 상황을 더 조여온다. 남자 영주는 사소한 일로도 여자친구와 싸우게 되고 여자 영주는 룸메이트로 지내던 진과 떨어져 살기로 한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과제가 조금의 여유도 없이 힘겹게 맞물려 있다. 2006년에 완성돼 2년이 지나서야 정식 개봉하는 <내부순환선>은 조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두 남녀의 같은 이름, 서울의 위와 아래를 끝없이 돌고 도는 2호선 내부순환선 등 영화는 이야기의 의도를 예상케 하는 각종 상징들로
꽉 막힌 일상의 비극 <내부순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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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년 아주르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소년 아스마르. 빛과 그림자처럼 다른 두 소년은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인 제난의 손에서 형제처럼 자라난다. 제난은 소년들에게 머나먼 검은 산에 갇힌 아름다운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든 것에 경쟁심을 불태우던 두 소년은 서로 먼저 진을 구하겠노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아들이 유모의 자식과 어울리는 것에 못마땅해하던 아주르의 아버지가 그를 도시의 기숙학교로 떠나보내고 제난과 아스마르를 쫓아내면서 두 소년은 뿔뿔이 흩어진다. 세월이 흘러 청년으로 성장한 아주르는 꿈꾸던 요정 진을 찾아 나서고, 그 여정의 와중에서 아스마르를 만나게 된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와 마녀> 등 환상과 전설의 세계를 진귀한 수공예품으로 직조해냈던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장인 미셸 오슬로의 작품으로, 그가 최초로 시도한 3D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아라비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관용의 철학 <아주르와 아스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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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전설적 악당 벤 웨이드(러셀 크로)는 한 철도회사의 현금을 싣고 가는 마차를 습격한다. 하지만 방심한 웨이드는 마을에서 붙잡히게 되고 웨이드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입어온 철도회사는 그를 유마에 있는 재판소로 보내 교수형에 처하려 한다. 문제는 그를 어떻게 기차역이 있는 도시 컨텐션까지 보내느냐다. 벤의 부하들이 살기등등하게 따라오는 와중 가난한 목장주인 댄 에반스(크리스천 베일)가 그의 호송임무에 뛰어든다.
<3:10 투 유마>는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델머 데이비스 감독이 1957년에 만든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이 영화는 <하이눈>(1952)과 비견되는데, 그것은 두 영화 모두 마을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한명의 시민이 고독하게 악당과 맞선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먼에 따르면 “<3:10 투 유마>는 <하이눈>의 간결한 드라마를 갖지 않은 대신 미국인의 두 가지
21세기판 서부극 <3:10 투 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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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데스노트는 없다. 노트에 이름이 쓰여지면 죽게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 <데스노트> 1, 2편과 달리 스핀오프 작품인 <데스노트 L>엔 데스노트가 없다. 주인공 L은 데스노트를 태워버린다. <링>으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데스노트 L>은 2편에서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썼던 L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23일간을 엿보는 이야기다. 전편에서 대립을 이뤘던 라이토와의 대결은 없으며 L(마쓰야마 겐이치)의 23일을 구성하는 건 새로운 사신 마토바(다카시마 마사노부) 일당과의 대결이다. 마토바 일당의 목적은 전편 라이토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썩어가는 인간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인간을 말살해야 한다는 것. 범죄자를 택해 살인을 저질렀던 라이토와 달리 바이러스로 인류 전체를 말살하려 한다는 점은 <데스노트 L>의 규모가 전편보다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확장된 영화의 세계관은 너무나 단순해 허황스
더이상 데스노트는 없다 <데스노트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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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돈가방과 시체가 있었다. 아마도 잘못된 마약거래의 결과물인 듯한 현장을 지나가던 사냥꾼 모스(조시 브롤린)가 돈가방만 챙겨 건조하고 치밀한 도망을 계획하자,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소통을 들고 다니는 살인마 쉬거(하비에르 바르뎀)는 무표정한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25살부터 보안관이었고 은퇴를 앞둔 벨(토미 리 존스)은 쉬거보다 앞서 모스를 만나 그를 구하려들지만, 점점 나빠지는 세상이 점점 피로해지는 그의 통제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파고>의 하얀 눈밭을 떠올리게 하는 텍사스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익히 본 적이 없는 유머를 무표정하게 구사하는 인물들이 뚜벅뚜벅 폭력과 공포의 심장으로 향하는 영화의 곳곳에는 코언 형제의 인장이 선연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는 형제 최초의, 그것도 아주 성실한 각색작이다.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을 향한 항해>의 한 구절을 제목 삼은, 노년의 보안관의 내레이션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코
기이하고 폭력적인 모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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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딩 게이트>는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출신 영화감독의 계보를 잇는 감독 중 하나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작품이다. <아마베프> <데몬 러버> <클린> 등을 통해 다국적 배우와 작업하기를 즐겨왔던 아사야스는 <보딩 게이트> 역시 여러 국적의 배우를 기용하여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사랑과 음모, 배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산드라(아시아 아리젠토)는 큰손으로 통하는 증권업자인 마일즈(마이클 매드슨)를 위해서 성 상납까지 마다하지 않을 만큼 그를 사랑했지만, 그 헌신의 대가는 이별이다. 이후 마일즈는 이혼과 사업 실패 등으로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그런 마일즈 앞에 산드라가 다시 찾아온다. 마일즈는 산드라에게 관계의 복원을 청하지만, 산드라는 그의 머리에 총알을 박는 걸로 그 요청에 화답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산드라의 이러한 행동 뒤에는 또 다른 연인인 레스터(오가룡)가 있고, 그의 뒤에는 마일즈의 살인
인간관계의 복잡한 그물망 <보딩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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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난 브라이오니 탤리스(시얼샤 로넌)가 생애 최초로 쓴 희곡은 결국 연극이 되지 못한다.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의 희열을 깨달은 소녀는 대신, 핑크빛 꿈을 꾸기 시작한 젊은 연인의 인생을 뒤바꿔버린다. 1930년대 영국 상류층의 매너를 답답해하던 언니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와 가정부의 아들로 명문대를 졸업한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사랑싸움과 잘못 전달된 편지, 첫 정사를 목격한 브라이오니는 연정과 오만에 휩싸인 채 의심없이 거짓을 증언한다. 탤리스가에 놀러온 사촌을 겁탈한 것이 로비라고. 연인은 헤어지고, 세계대전이 유럽을 집어삼킨다.
데뷔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원작자의 숨겨진 의도와 이를 가능하게 했던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한 바 있는 조 라이트는 객기를 모르는 현명한 연출가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대모 오스틴의 최고작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에 겁없이 뛰어들었던 그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팽팽한 서스펜스에 담는 베스트셀러 작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통절한 회한 <어톤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