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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삶의 이유로 삼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10대 때 만나 줄곧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남편에게 갑자기 버림받은 여자 카롤(헬렌 플로랑)은 말한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해. 난 평생 그 사람만 사랑했어.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내가 죽어.” <카페 드 플로르>는 그처럼 꿈에도 대안을 상상한 일 없는 절대적 러브스토리 둘을 따라간다. 21세기 몬트리올에서는 성공한 DJ 앙투완(케빈 파랑)이 소년 시절부터 운명으로 믿어온 카롤과 행복하게 결혼해 두딸을 두고 산다. 영화의 내레이터는 그를 “행복할 수밖에 없고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자”라고 부른다. 한편 40여년의 시간 너머 1970년대 파리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아들 로랑(마랭 게리에)을 하루라도 오래 살게 만드는 것이 인생 목표인 홀어머니 자클린(바네사 파라디)이 분투하고 있다. 영화는 로랑을 “행복할 수 없으며 그 사실조차 모르는 소년”이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처럼 배신
절대적 사랑이야기 <카페 드 플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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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멤버 중에서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이름이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작사·작곡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음악의 성격을 규정했으며 인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나 존 레넌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리드 기타리스트 혹은 매카트니와 레넌 사이의 중재자 또는 그들 이후의 삼인자가 조지 해리슨이었다. 그가 비로소 자기의 음악적 활력을 펼친 건 비틀스가 결성된 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조지 해리슨은 자기가 만든 노래들이 발표할 길은 없고 쌓여만 가는 것에 조바심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그의 독창적인 음악적 세계가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의 노래 <Something>을 두고 엘튼 존은 “지금까지 쓰인 역사상 최고의 연가다. 모든 면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들려준다”고 극찬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핸드 메이드’라는 제작사를 차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테리 길리엄의 <시간 도둑들>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조지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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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나 코언 형제를 흉내낸 가장 나쁜 예를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권하겠다. 내용은 간단하다. 캣이란 가명을 쓰는 콜걸 카탈리나(파즈 베가)가 우연히 정치권 파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파티를 주최한 무기 딜러가 고용한 전문 암살자 헬렌(재닛 맥티어), 그리고 마침 탐정사무소를 차린 앤소니(스콧 메크로위즈)와 줄리안(알폰소 맥올리)의 출현. 이들과 함께 얽히고설킨 캣의 도주가 시작이다.
<캣 런>은 코믹스릴러다. 쫓고 쫓기는 기본 얼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감독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잦은 분할화면, 다종다양한 캐릭터의 나열, 과도한 욕설과 잔인한 폭력의 사용이 버라이어티하게 전개된다. 진중한 앤소니와 에디 머피를 카피한 줄리안의 조합이 버디무비의 구성까지 더해준다. 전반적으로 어떤 식의 진지한 시도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유치함 일색의 상황과 대사들이 되레 고도로 의도한 결과가 아닐까 의심해야 할 정도다.
거침없이 쫓고 쫓기다 <캣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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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된 지 5년여 만에 한국에 개봉하는 <로스트 인 베이징>은 이제 ‘말’이 만들어낸 영화가 됐다. 중국 정부는 도박장면과 성적인 묘사를 문제삼았고, 제작사는 2년간 제작 불가란 통보를 받아야 했다. ‘도대체 영화의 수위가 어느 정도이기에?’라는 호기심이 당길 법하지만, 사실 중국 정부가 문제삼은 건 성이 아니라 마사지였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의 이미지 개선에 나선 정부로서는 베이징 발마사지 업소의 실태를 묘사한 장면이 삽입된 이 영화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스트 인 베이징>의 이야기도 섹스를 중요한 화두로 삼는 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섹스보다 중요한 건 ‘임신’이다. 핑궈(판빙빙)와 안쿤(동대위)은 돈을 벌기 위해 베이징으로 온 동거커플이다. 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던 핑궈는 어느 날, 사장인 린동(양가휘)에게 겁탈당한다. 이 일로 안쿤이 린동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핑궈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과
염치를 잃은 사람들 <로스트 인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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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용어로 이제 감옥은 구속을 위한 곳이 아닌 탈출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 같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가 제공한 탈주의 긴장과 속도전을 따져본다면, 감옥의 영화적 기능이 한층 명쾌해질 거다. <애니씽 포 허> 역시 교도소 탈출기다. 감옥 안의 아내와 바깥에서 그녀의 탈주를 보조할 남편이 한 세트다. 애초 감옥과 인연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정은 아내 리사(다이앤 크루거)의 살인죄로 초토화된다. 20년형 선고, 확실한 증거와 목격자 때문에 번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그녀의 결백을 믿는 건 남편 줄리안(뱅상 랭동)뿐이다. 곧 아내와 가정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건 국어교사의 분투기가 전개된다.
프랑스영화 <애니씽 포 허>는 폴 해기스 감독의 <쓰리 데이즈>(2010)의 원작이다. 두 작품의 비교분석 사이에는 원작의 감독이자 리메이크 버전의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프레드 카바예가 교집합으로 걸쳐 있다. 두 영화가 스토리, 극적 구
탈주극의 묘미 <애니씽 포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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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온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대기업 회사원 닉(윌 페렐)은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음주 사고로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받은 그가 집에 돌아와 목격한 건 정원에 한가득 널린 자신의 짐이다. 어떤 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내는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닉의 물건을 마당에 내놓고, 남편의 계좌를 정지했다. 이런 날 닉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마당 세일’ 팻말을 내걸고 과거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팔며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춤 좀 추지 그래?>(Why Don’t You Dance?)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남자는 마당에 물건을 잔뜩 내놓고 이웃에게 판다. 물건을 구경하러 온 소녀는 남자가 마당 세일 이상의 사연을 안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끝내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원작의 소녀 대신 임신한 몸으로 홀로 살
일상의 틈을 응시하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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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보이즈’(Boys)가 참 많기도 하다. 일본영화에서 유독 스포츠 성장드라마가 자주 눈에 띄는 건 활성화된 그들의 고교클럽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력의 땀방울과 소년의 순수함(내지 엉뚱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콤비 아닌가. 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우정, 꿈, 희망 같은 성장의 양분을 얻어 어른이 되어가는 것, 거기에 적당한 코미디가 곁들여져 그야말로 엉뚱 발랄 상큼한 ‘청춘의 맛’이 완성된다.
여기 또 한 그룹의 독특한 ‘보이즈’들이 왔다. 대부분의 운동부가 전국대회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며 먼지를 뒤집어쓸 때 이들은 팀원만 모으면 자동으로 전국대회 직행이다. 사가현에는 남자 소프트볼팀이 없기 때문에 만들기만 하면 바로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노구치(가쿠 겐토)는 소프트볼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를 꿈꾸는 오니즈카(나카야마 겐토)도 노구치의 프로젝트에 휘말린다. 하지만 남학생이 전교 40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에서 9명을 모으
청춘의 참맛 <소프트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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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 이후 6년째 다음 작품을 못 만들고 있는 영화감독 민수(백현진)는 어느 날 농염한 매력의 여인 주원(서정)을 만난다.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 민수는 자신의 집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함께 지내자는 그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다. 민수는 함께 살면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그녀의 비밀에 점점 집착하며 그녀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받아들인다. 자신에 대한 굴종과 학대가 계속될수록 집착을 더해가는 민수와 그럴수록 가학적인 행위를 멈추지 않는 주원의 위험한 관계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오스트리아 작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마조히즘’의 유래가 된 소설인 <모피를 입은 비너스> 또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 한다. 최초의 영감이 된 이 그림에서 가학성이나 폭력의 흔적은 찾아볼
미숙한 사랑과 집착 <모피를 입은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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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동명의 영화와 아무 상관없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에로영화가 명함을 내밀던 1996년을 무대로 불러들인다. 에로영화 감독 경태(이무생)와 에로 배우 판섭(심재균)은 다방 주인 형수(고수희) 몰래 다른 비디오방과 계약한다. 형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다방에서 에로영화를 틀어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경태에게 투자하는, 이른바 불법 비디오 업계의 투자·배급사다. 경태가 배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형수는 사채업자 ‘소보로’를 시켜 빌려준 돈을 모두 갚으라고 독촉한다. 그때 궁지에 몰린 경태와 판섭에게 한 줄기의 희망이 나타난다. 신이 내린 몸매의 소유자 주리(티나)가 마카오 유흥업소로 진출하기 위해 에로영화를 찍겠다는 거다. 각기 다른 속셈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공유한 세 사람은 마지막 에로영화에 도전한다.
컴퓨터 앞에서 몇번의 클릭만으로 이미지를 재생하는 ‘야동 소비시대’에 에로의 거장 봉만대 감독이 돌아왔다. 극장용 장편영화로는 &
다른 속셈, 같은 목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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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영화는 많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1978), <플래쉬댄스>(1983)부터 최근 <스텝업> 시리즈까지 음악과 춤은 영화가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성찬을 구성하는 메뉴다. <스트리트댄스2: 라틴 배틀>이 다른 댄스영화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음악과 춤 자체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즉, 인물들 각자의 사연이나 배틀을 통한 좌절과 성장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거두절미하고 댄스를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매력적일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댄서들의 결집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주인공 애쉬(폴크 헨셸)와 그의 동지 에디(조지 샘슨)는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 등에서 출중한 춤꾼들을 발탁하여 팀에 합류시킨다. 마치 <오션스 일레븐>처럼 각기 다른 장기를 지닌 인물들이 모여 스트리트 댄스 팀이 결성되는 것이다.
비보이 애쉬는 스트리트 댄스 배틀을 앞두고 파리에서 마지막 작전을 짠다
서로 다른 두 요소의 결합 <스트리트댄스2: 라틴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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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빗나간 예언’의 리스트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 롤링 스톤스에게 ‘미래가 없다’며 드러머 제안을 거절했던 카를로 리틀이 바로 그다. 그런데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공무원이다>의 주인공 한대희(윤제문)의 마지막 보이스오버이기도 한 이 궁금증은 사실 이 영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마포구 환경과 생활공해팀에서 일하는 한대희는 평정심을 깨뜨리는 어떤 (이 영화의 원제였던) ‘위험한 흥분’도 피하자는 신념을 지닌 10년차 7급 공무원이다. 어느 날 그는 소음공해 단속 중에 알게 된 홍대 인디밴드의 사정에 휘말려 자기 집 지하실을 이들의 연습 공간으로 내주게 된다. 고요한 호수에 이는 파문은 더 크게 마련. 우여곡절 끝에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공개 오디션까지 참가하게 된 한대희의 일상은 그의 바람과 달리 출렁이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내 꿈은 어디에’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윤제문의 능청스럽지만
선택과 후회 <나는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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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사진작가 가모시다 유타카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츠카하라(아사노 다다노부)는 ‘술이 깨지 않아 집에 가지 못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폭언과 난폭한 행동들이 이어진 끝에 만화가인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가고 결국 츠카하라는 스스로를 병원에 가두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알코올 의존증, 아니 알코올 중독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는 말에 이 영화에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음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영화는 작정하고 경쾌하려 애쓴다. 이혼한 아내는 살을 맞대고 사는 다른 어떤 아내보다 상냥하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랐을 어린 남매의 모습 속에는 어떤 구김살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영화는 츠카하라가 술만 끊으면 만사형통이라는 듯 그의 퇴원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불안하다. 문제는 영화가 오로지 츠카하라(혹은 아사노 다다노부)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그를 제외한
인생의 깨달음 <술이 깨면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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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는 마감일이 다가와도 컴퓨터 앞에서 한줄도 쓰지 못하는 SF소설가다. 어느 날, 에디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전처의 동생에게 뇌의 기능을 100% 가동시켜주는 신약 NZT를 받는다. 한알을 삼키자마자 에디는 하루 만에 끝내주는 SF소설을 탈고한다. 약이 더 필요해진 에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처남의 집에서 수백알의 알약을 발견하고,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며 금융계의 천재로 변신해 월스트리트의 거물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리미트리스>는 SF소설가 앨런 글린의 원작 <더 다크 필스>(The Dark Fields: 한국에는 <리미트리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를 각색한 영화다. 사실 약물을 통해 초인간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그리 독창적인 건 아니다. <아키라>,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켄 러셀의 <상태 개조> 같은 영화가 약물의 도움으로 초인이 되거나 초자연과 접
욕망의 꼭대기 <리미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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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야마나시현 기타코마군, 아름드리나무 아래 엎드린 한 남자가 흙냄새에 취해 있다. 일본인 임업기술자 아사카와 타쿠미(요시자와 히사시)다. 그가 조선총독부의 부름을 받아 조선에 온다. 선로 놓으랴, 공공시설 지으랴, 민둥산만 남은 조선에서 더 많은 나무를 더 빨리 키우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쿠미의 눈길은 더 낮은 곳으로 향한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선 오엽송의 싹을 틔울 수 있을지를 넘어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일, 사라져가는 조선의 일상어와 서민문화를 기록하는 일에까지 가닿는다. 그런 그와 백지장을 맞든 조선인이 있었으니, 조선인 임업기술자 청림(배수빈)이다. 두 사람은 임업시험소에서 함께 근무하며 조선의 종자와 흙을 바탕으로 한 양묘법을 개발하고, 조선 백자를 보존하기 위한 ‘조선민족미술관’을 건립한다. 주변에서는 그들이 실현하려는 공동의 이상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자들의 허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꿋꿋이
누구를 위한 위로인가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