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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들은 그의 영화적 이력이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까닭인지 다큐멘터리와 피처 필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적으로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장르적 관습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외모를 가공하는 정제된 화면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실제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배우들의 정사 여부로 논란이 된 <나인 송즈>나 관타나모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태를 고발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 아프간 난민 수용소를 탈출하는 소년의 모험을 그린 <인 디스 월드> 등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에브리데이> 역시 픽션이지만 실제 인물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영화는 네 남매가 동트기 전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시리얼을 먹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직 어린아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에브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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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험을 기대하며 도착한 가파파 마을. 조로리(정태호)와 이시시(류점희), 노시시(한신정) 콤비는 마을 아이들을 덮친 무늬무늬병을 보고 놀란다. 온몸에 가로줄이 생긴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전설의 명약뿐! 조로리 일행과 마을 선생님 아리우스(신보라)는 가파르산으로 전설의 명약을 찾으러 떠난다. 고생 끝에 조로리 일행은 전설의 명약을 손에 넣지만 약이 너무 쓴 탓에 아이들은 잘 먹지 못한다. 조로리 일행은 아이들이 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부르르(이장원)의 과자 공장에 초콜릿을 구하러 간다. 과연 조로리 일행은 만만치 않은 적수인 부르르에게서 무사히 초콜릿을 받아올 수 있을까.
하라 유타카의 원작 동화 <쾌걸 조로리>는 1987년, <드래곤 퇴치 대작전>편이 처음 발간된 이후 현재까지 누계 발행부수 3200만부를 돌파한 초대형 인기작이다. 주인공 조로리는 미즈시마 시호의 원작 만화 <시금치맨>의 악역이었으나 하라 유타카가 스핀오프 시
정태호&신보라와 함께 떠나는 모험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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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소재로 한 이색적인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썬더일레븐>과 원격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조그만 로봇들의 전투액션게임 <골판지 전기>가 영화에서 만났다. <극장판 썬더일레븐 GO vs 골판지 전사 W>(이하 <썬더일레븐>)는 일본의 유명 게임회사 Level-5의 히트작 두편을 엮어 기존 게임 소프트가 형성해온 팬덤의 충성심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썬더일레븐>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강수호의 축구팀 썬더일레븐과 강수호의 수제자였던 천마루의 신생 썬더일레븐간의 경기가 열리던 날, 시합이 한창이던 그라운드에 갑자기 애스터라는 정체불명의 소년이 나타나 엄청난 위력의 필살슛으로 강수호를 쓰러뜨린다. 게다가 하늘 위에 등장한 비행선에서 소형 전투로봇 LBX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와 관중석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자 썬더일레븐팀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LBX 조종사 최반과 이하늘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천마루와 신생 썬더일레
건전하고 의미있는 대결 <극장판 썬더일레븐 GO vs 골판지 전사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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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스테이션>은 미끈하게 잘빠진 중소형 첩보액션물을 표방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밀실 스릴러가 되고 만 작품이다. CIA 요원인 엠머슨 켄트(존 쿠색)는 비밀유지를 위하여 무고한 인명까지 살상해야 하는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낀다. 결국 현장에서 머뭇거리다가 임무를 실패의 위기까지 몰고 간 그는 상관이 암호화한 난수방송을 중계하는 어느 외딴 ‘넘버스 스테이션’으로 재발령받는다. 숫자암호 전문가인 캐서린(말린 에커먼)을 경호하며 조용한 시간들을 보내던 어느 날, 출근하는 캐서린을 데리고 넘버스 스테이션에 도착한 엠머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당에 습격당한 중계기지를 발견한다. 괴한들에게 협박을 당한 캐서린의 전 당번 근무자가 CIA의 간부 열다섯명을 암살하라는 난수방송을 보냈음을 알게 된 엠머슨과 캐서린. 모든 통신이 끊긴 채 기지에 고립된 둘은 잘못된 명령을 되돌리고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해야 한다.
덴마크 출신의 감독 카스페르 바르포에드의 &l
비밀기지에 고립되다 <넘버스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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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국제 결혼한 타이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가족도 직업도 없이 빚만 잔뜩 진 채 전전하는 남자 수영(배수빈). <마이 라띠마>는 오갈 데 없는 두 남녀의 극적 만남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수영은 길거리에서 한국 가족의 학대로 위험에 처한 마이 라띠마를 아무런 조건없이 구해주고, 함께 서울로 향한다.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중, 수영은 호스티스 영진(소유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마이 라띠마를 저버린 채 떠난다.
<마이 라띠마>는 영락없는 신파 멜로 구조의 영화다. 서울에 온 라띠마와 수영이 주인 없는 건물에 숨어 유사 신혼생활을 해나가는 장면과, 수영이 팜므파탈인 영진을 만난 뒤 마이 라띠마가 겪는 고초는 정확하게 대구를 이루며 둘의 사랑에 닥친 비극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온전히 감정적으로만 빠져들기에는 곁가지들이 다소 많은 편이다. 절절한 멜로의 감정을 기술하는 대신에 영화는 수영과 마이 라띠마 그리고 영진으로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그녀 <마이 라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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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이별하던 날, 거짓말처럼 부모의 로또 1등 소식을 전해 들은 앵두(류현경). 부모는 세계 일주를 떠나고, 앵두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함께 살기로 한다. 그 이후로 5년이 지났지만 앵두와 친구들의 사정은 변한 게 없다. 작가지망생 앵두는 매번 낙방하면서도 다시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소영(하시은)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롭게 산다. 미술관 큐레이터 윤진(강기화)은 결혼을 앞둔 오랜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고, 마음 여린 미술교사 나은(한송희)은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 교사와 부쩍 가까워진다. 네 여자는 각자의 사정으로, 꼬여가는 연애문제로 울고 웃으며 관계를 돈독히 쌓아간다.
영화는 20대와 30대 사이에 걸쳐 있는 세대의 여자들에게 건네는 친근한 편지 같다. 타깃이 또렷하고 목적이 명확하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한계지만, 친구와의 관계나 결혼할 타이밍,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들은 퍽 와닿는다. 소소한 재미를 남기는 유머러스한
28살의 여자들이 보내는 편지 <앵두야, 연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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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시아란 힌즈)은 고등학교 목공예 교사로 일하면서 매년 아일랜드 코브에서 열리는 문학 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내를 잃은 마이클은 14살, 11살의 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문학 축제에 다녀온 날 밤 마이클은 아래층에서 유령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장인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본다. 다음날 마이클은 장인이 요양 중인 요양소를 찾아가고 장인은 어젯밤에 죽은 마이클의 부인을 보았다고 한다. 문학 축제 일을 하면서 마이클은 유령을 다룬 소설 <더 이클립스>의 저자 리나(이븐 야일리)를 보좌하게 되고 점차 그녀의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녀와 친해진다.
영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유령과 환상의 존재는 영화의 극적 전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영화 전체에 탄력성을 부여한다. 내러티브의 전개도 관객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끌면서 진행되고 유연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배가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환상장면도 깜짝 하는 놀라움으로 다가오지만 공포로
현실처럼 느껴지는 환상 <더 이클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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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의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점령한다. 한달여 뒤 개봉할 롤랜드 에머리히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는 전혀 다른 영화다. 테러리스트들이 빌딩이나 여객기를 점거하고, 통신시설을 마비시킨 적은 있어도 이처럼 대놓고 백악관을 뒤흔든 적은 없었다. 이제 이라크 전이나 아랍계 테러리스트는 식상했던지 <백악관 최후의 날>은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난해 개봉한(국내 미개봉) 댄 브래들리 감독의 <레드 던>(2012)처럼 북한을 소재로 삼았다. <레드 던>에서는 북한군이 직접 미국을 침략했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영화 속의 어색한 한국말처럼 황당하고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크리스 헴스워스만큼이나 <300>(2007)의 제라드 버틀러 역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거기에 아론 에크하트와 모건 프리먼까지 나름 호화 캐스팅이다.
국제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고위급회담이 열리고, 한국쪽 경호
북한 테러리스트들과의 악전고투 <백악관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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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조지 스톤(랠프 브라운)이라는 남자가 살해된다. 간밤에 그는 애나(샬롯 램플링)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과 함께 있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같이 살던 애나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커플이벤트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조지를 만났던 것이다. 형사 버니(가브리엘 번)는 사건 현장에서 마주친 애나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비밀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된다. 버니는 또다시 짝을 찾아나선 애나에게 우연을 가장해 접근하고, 이후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이, 애나>는 애나 그리고 조지의 아들 스티비(맥스 디콘), 스티비와 한탕을 모의한 친구까지 범인으로 추정될 만한 세 사람을 먼저 제시한 뒤에, 산발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사건 당일에 벌어졌던 일들을 재구성해나간다. 감독 버나비 사우스콤은 주연을 맡은 샬롯 램플링의 아들로 <아이, 애나>는 그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엘자 르윈이 쓴 동명 소설을 직접 각색해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가 런던 주택단
쓸쓸한 중년의 욕망, 그리고 좌절 <아이, 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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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2>는 네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민규동 감독의 <444>와 김성호 감독의 <절벽>, 김휘 감독의 <사고> 그리고 정범식 감독의 <탈출>이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 전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한다. 보험회사의 신입사원 세영(이세영)은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박 부장(박성웅)은 세영의 능력을 이용해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사건들의 전말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첫 번째 보험 사건은 <절벽>이다. 동욱(성준)은 성균(이수혁)과 함께 산행을 떠난다. 경치가 좋은 절벽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두 사람은 바위가 부서지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다행히 절벽 바로 아래에 튀어나온 바위에 떨어져 목숨은 구했지만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영화는 극한 상황에 갇힌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그려낸다. 두 번째 에피소드
올 여름 첫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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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다. HUN(최종훈)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을 사랑한 팬들과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이후 장철수 감독의 차기작을 고대했던 팬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기대하는 팬들까지, 설렘 반 우려 반의 심경으로 영화를 기다린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기대는 절반 정도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다소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상업영화로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원작의 내용을 지나치게 충실히 옮긴 탓에 웹툰에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신파적 요소가 화면에 돌출되었고, 그것이 때때로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북한의 특수 공작부대 조장 원류환(김수현)이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한다. 그는 뛰어난 신체기술과 사격 능력을 가진 엘리트 요원이지만, 정작 그가 맡은 남파임무는 동네 바보다. 그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하루에 세
청년들의 순정 <은밀하게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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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레이몽 드파르동은 2010년에 <프랑스>(la France)라는 표제의 사진 전시회를 연다. 그가 수년간 한적한 시골마을을 다니며 찍었던 풍경을 담은 전시회였다.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는 이 전시회에서 공개되었던 사진들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레이몽이 대형 카메라를 들고 시골 농장, 카페, 이발소 등지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기록한다. 노작가가 한곳에 멈춰 서서 빛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거나 카메라를 덮은 붉은 천을 들어 렌즈를 들여다보고 노출을 계산하는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따금 레이몽이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어 사진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한가로운 여행길 사이사이에 지난 반세기 동안 레이몽이 작업했던 다큐멘터리 클립과 미공개 자료들이 회상처럼 끼어든다. 덕분에 1960년대 초반에 사진작가로서 이력을 시작해 베네수엘라, 아이티, 비아프라 등 분쟁지역을 돌아다니고, 이후 관
레이몽 드파르동의 시간 <프랑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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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수호하는 영웅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장군은 아들 키타이(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레인저 훈련 행성으로 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은 자연의 역습으로 인류가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3072년의 지구다. 생존자는 단 두 사람, 게다가 사이퍼는 두 다리가 부러진 상황, 조난 신호를 보낼 장치를 찾기 위한 키타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요약하자면 M. 나이트 샤말란표 보이스카우트 영화다. 사랑하지만 소통하지 못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불의의 조난을 당하고, 서로의 손발이 되어 역경을 헤쳐나가는 사이 마음속 앙금을 털어낸다. 아들은 성장하고 아버지는 솔직해지는, 익숙하지만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문제는 이야기와 배경 묘사 사이의 개연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SF에서 배경 디자인은 그 자체로 작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애프터 어스>의 배경들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계속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낚싯바늘 없는 낚시질이 계속 되어봤자
미래의 지구 <애프터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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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다이어리>는 14살 소녀 오다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다. 어머니의 죽음 뒤 오다가 갓 도착한 에스토니아는 낯설고 우울한 나라다. 새어머니는 관리인과 불륜에 빠졌고 아버지의 실험실에는 절단된 시체들이 가득하다. 이 속에서 조숙한 오다에게 일기 쓰기란 절규를 대체한 무엇이다. 죽음과 고독과 악의 예감 속에 휩싸여 있던 오다는 우연히 에스토니아 아나키스트 도망자를 만난다. 오다는 무명의 그를 ‘슈납스’라 부르며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함께 도망가기를 꿈꾼다. 독일과 러시아가 갈등하던 1차대전 직전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나 영화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전쟁의 근원이 되는 악의 문제, 인간의 잔혹성, 교양주의의 기만 등을 에둘러 보여준다. 도저한 전쟁의 전조는 생체실험을 통해 우생학을 합리화하는 아버지의 음울한 실험실을 통해 드러난다. 비정상적 실험을 일부 소재로 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다소 힘들 수 있다.
이 영화는 기존에 알고 있는 전쟁
전쟁의 근원 <폴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