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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7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7인에 의해 차례로 불려나와 지난 5월9일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자백하기를 강요받는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그림자들은 권력의 중심과 일대일로 맞서기 위해 과격한 폭력을 동원한다. 이들은 권력(공수부대, 경찰, 미군, 조직폭력배, 국정원 직원 등)의 가짜 복장을 입고 권력이 가한 수위를 능가하는 폭력을 용의자들에게 가한다. 피해자들이 권력의 옷을 입고 더 큰 폭력을 가하게 되는 서글픈 아이러니다. 영화는 10일 동안 10회차의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감독, 각본, 제작, 촬영 모두 김기덕이 담당했다. 김기덕 사단의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이어 마동석은 그림자7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수취인불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 김영민은 용의자1 및 기타 그림자의 가해자들로 등장하여 1인8역의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이이경, 조동인, 테오, 안지혜 등 젊고 가능성
김기덕의 스무 번째 영화 <일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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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 중인 테오도르(와킨 피닉스)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고백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이 음성인식으로 작동되는 근미래에 살고 있는 러브레터 대필 작가이며, 깊이 아꼈던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다. 그런 그가 의외의 여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바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란 이름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다. 사만다는 따뜻한 목소리와 뛰어난 전산처리 능력을 통해 테오도르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테오도르는 자신의 육체를 통해 사만다가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둘은 직접적인 접촉보다 밀도 높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보통의 연인들처럼 함께 기승전결을 헤쳐 나간다.
<그녀>는 상투적인 로맨스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나 그럼에도 충분히 특별해 보이는 영화다. 연애의 과정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면면을 단순히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차원으로만 환원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표정들을 시청각적 경험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연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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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 감독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엑스맨> 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다시금 샘솟게 만든 훌륭한 프리퀄이었다.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 이야기, 즉 찰스 자비에와 에릭 랜셔가 어떻게 만났고 또 반목하게 되는지를 그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돌연변이들의 힘의 과시에만 집중했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돌연변이들의 능력보다 그들의 사연과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이것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2000), <엑스맨2>를 통해 보여준 장기이기도 하다. 그가 11년 만에 귀환해 만든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자장 안에서 시리즈의 새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적인 복귀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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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감독의 <유령>,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을 묶은 3D 옴니버스영화다. <신촌좀비만화>는 장르나 주제가 아니라 3D라는 기술을 공유한다. 세 감독 모두 3D영화는 처음이다. 류승완 감독의 <유령>은 2012년 일어난 ‘신촌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고등학생 승호(이다윗)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짝사랑하게 된 여우비(손수현), 승호의 또 다른 온라인 친구 비젠(박정민)을 통해 가상의 세계에 갇혀 사는 10대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린다. 류승완 감독은 “냉혹하게 현실을 구현하는 방식으로서의 3D를 고민했다”라고 말했는데, <유령>에서 3D는 판타지를 위한 요소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한지승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멜로 장르에 좀비물을 결합해 <너를 봤어>를 만들었다. 인간과 좀비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 좀비들은
3D 옴니버스영화 <신촌좀비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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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한 줄 알았던 공룡이 비밀의 섬에 살고 있다? 오래전 조로리(김정은)는 위험에 처한 공룡을 구해준 뒤 공룡들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조로리는 섬에 거대한 비밀문을 만들어 공룡들을 숨겨준다. 어느 날 조로리는 공룡 부부에게서 곧 태어날 아기 공룡을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공룡섬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던 조로리는 공룡의 흔적을 쫓는 이들을 만난다. 조로리는 그들을 따돌리고 비밀의 섬으로 무사히 들어가지만 때마침 들이친 비바람에 공룡알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버린다. 거친 물살에 조로리와 공룡알은 바다 멀리 떠내려간다.
<쾌걸 조로리> 시리즈는 하라 유타카의 어린이 동화를 원작으로 만든 TV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동화는 누적 발행부수 3200만부를 넘어선 인기 시리즈였고 현재 국내 케이블채널 애니맥스에서 TV시리즈가 방영 중이다. <쾌걸 조로리의 공룡알을 지켜라>는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개봉하는 극장판이다. 가장
국내에서 개봉하는 두 번째 극장판 <쾌걸 조로리의 공룡알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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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보는 태준식 감독의 작품. 실제 기사와 객관적 지표를 꼼꼼히 살피면서 자기 길을 잃지 않는 균형감을 갖춘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듯 보수 언론은 집요하고, 꼼꼼하고, 성실하다. 그런 언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영화답게 끈기 있게 주제를 파고든다. “중립적 언론이란 허상”이라는 인터뷰 내용처럼 어차피 중립적인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핵심은, 불편부당하다는 미명으로 거짓 슬기로운 해법을 설파하는 짓이 문제라는 것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2012년 7월 태풍에 관한 뉴스를 전하는 언론들의 태도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태풍이라는 자연재해를 스펙터클 거리로 보여주는 전반적인 뉴스 중에서도 일간지에 실린 해운대 사진은 압권이었다. 이 사진이 2009년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신문사는 조그마한 사과문을 게재하고 파문은 마무리된다.
언론에서 오보는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기획
뉴스를 전하는 언론들의 태도 <슬기로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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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백업 가수’들을 통해 팝의 역사를 돌아보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음악에서 시작해서 사회와 인생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다큐멘터리다. 1960년대부터 활약한 백업 가수들은 1980년대까지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린다. 음악 산업과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백업 가수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업 가수의 전성시대는 로큰롤의 개화와 더불어 열린다. 로큰롤 가수들은 백업 가수와 적극적인 협업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발전시킨다. 특히, 블랙 뮤직을 지향한 영국 뮤지션들은 백업 가수의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 1970년대, 음악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보컬은 가수 이상의 역할을 갖게 되고 백업 가수의 활약도 커지게 된다.
과거 공연 영상은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조 카커, 데이비드 보위, 비틀스, 마이클 잭슨과 백업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에서 음악이 제공하는 환희와 열광을 느낄 수 있다.
‘백업 가수’들을 통해 보는 팝의 역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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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지던 바로 그해, 런던의 한 병원에서 동시에 태어난 진저(엘르 패닝)와 로사(앨리스 잉글러트)는 둘도 없는 단짝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하에서 쿠바를 둘러싸고 핵전쟁의 공포가 극대화되어가는 가운데, 반전평화시위에 참가하며 사회 변화를 꿈꾸는 진저는 ‘심각함’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로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사의 사랑이 진저의 삶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하고, 둘의 우정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샐리 포터는 우리에겐 <올란도>(1992)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터인데, <올란도>에 이어 <진저 앤 로사>에서도 여전히 여성감독 특유의 장점과 그로 인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역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이를 영화적으로 포착해내는 연출력일 것이다. 샐리 포터는 진저가 겪는 심적 변
1962년의 런던 <진저 앤 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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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을 뜻하는 <트랜센던스>는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밝혀진 인간의 능력을 아득히 넘어선 과학기술과 그로 인한 파국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윌(조니 뎁)과 에블린(레베카 홀) 부부는 원숭이의 뇌를 컴퓨터로 ‘다운로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개발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연구에 반대하는 급진적 테러단체가 과학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하고, 윌 역시 이들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하지만 에블린은 윌이 죽기 전 그의 뇌 안에 있던 정보를 컴퓨터로 전부 옮겨버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로 퍼진 윌의 존재는 세상을 바꿀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나노 기술을 사용해 물질은 물론 인간의 신체와 정신까지 마음대로 조종할 힘을 얻은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하고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에서 촬영을 맡았던 윌리 피스터가 연출한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이란 흥미로운 소재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다음 상황을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과학기술 <트랜센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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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돌아온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은 출중한 능력과 함께 장군이 장인이라는 훌륭한 백그라운드, 거기에 남편의 출세를 위해 적절한 지략을 쓸 줄 아는 ‘내조의 여왕’ 숙진(조여정)을 아내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출세에 큰 관심도 없고 베트남전 후유증으로 심각한 불면증과 미약한 환각 증세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느 날 그의 휘하로 들어온 경우진 대위(온주완)는 상관의 무공과 취향은 물론 생일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 출세에 목마른 인물이다. 어느 날 밤, 요란스럽게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갔다 우연히 경우진의 처 종가흔(임지연)을 만나게 된 진평은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인간에 대한 애착을 사랑이 아닌 ‘중독’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관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음란서생> <방자전>으로 에로티즘과 마술적 언변의 환상적인 조합을 보여주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은 내면적 상처와 결핍을 금지된 사랑을 통해 치유하고자 했
금지된 사랑 <인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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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한 아이가 있다. 벨기에로 입양돼 간 그는 양부모와 형제자매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자랐지만 결국 자신은 이방인이란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런 자각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모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깊어지면서 이런저런 말썽도 많이 피웠고, 한번은 아예 집을 나가 살다가 몸에 병이 나 다시 양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대면하고자 한다. <피부색깔=꿀색>은 수십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혹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한 묘사력이다. 애니메이터 융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렇게 드러난 그의 마음속 풍경 중에는 누구든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해외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 <피부색깔=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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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뉴욕, 경찰의 꿈을 접고 경비업체에 취직한 크리스(리암 헴스워스)는 현금운송차량의 경호를 맡게 된다. 강도와의 총격전 끝에 크리스의 파트너는 숨지고 크리스는 야간에 현금보관창고를 지키는 경비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창고는 3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보관하고 있지만 돈 가방 하나는 슬쩍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다. 동료의 유가족에게 돌아가는 보험금이 얼마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크리스는 돈 가방 하나를 훔쳐 그 돈을 유가족에게 준다.
영화는 1982년 당대 절도금액 중에선 최고인 3천만달러가 도난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처럼 전문가들의 치밀한 계획과 두뇌게임을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먼저 크리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왜 그가 돈을 훔치게 되었는지 그의 상황과 고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보여준다. 크리스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퇴직금 한푼 못
어떻게 범죄자가 되어가는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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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우정을 지켜온 ‘무적의 4인방’이 간만에 뭉칠 기회가 생겼다. 빌리(마이클 더글러스)가 31살짜리 ‘베이비’와 결혼을 발표함에 따라 샘(케빈 클라인)과 아치(모건 프리먼)가 총각파티를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내 장례식에 오지 않은 빌리에게 토라져 있던 패디(로버트 드니로)도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그리하여 라스베이거스에서 ‘꽃할배 4인방’으로 재결성한 그들은 어릴 적 기분에 휩싸인다. 샘은 아내가 챙겨준 콘돔과 비아그라를 가슴에 품은 채, 아치는 아들 몰래 털어온 연금을 복대에 품은 채, 환락의 도시를 만끽한다. 빌리와 패디도 예전처럼 한 여자를 두고 수컷끼리의 싸움을 벌이는데, 이번에는 패디가 한발 물러선다. 그렇게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탈을 즐긴 뒤 그들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최근 들어 중년 혹은 노년에 사랑, 가족, 우정 등의 의미를 되찾는 내용의 ‘실버’영화가 많아졌다. 그중 <라스트 베가스>는 신뢰할 만한 호화 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띄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탈 <라스트 베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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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교외에 위치한 어느 고등학교에 헨리 바스(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임시 교사 자격으로 부임한다. 현재 이 고등학교는 주변의 문제아들이 모여들면서, 아이들이 일으킨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감이 방문해 교장 등과 학교의 존폐 여부를 상의하는 가운데,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교사들은 제각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난처해하고, 몇몇은 사임의 뜻을 내비친다. 그러던 중 헨리가 맡은 학급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그에게 주어진 한달이란 기간 동안, 그는 학생들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타협적인 자세로 학급을 이끌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학급의 외톨이 메레디스(베티 케이)가 일으킨 심리적 사건이 모든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게다가 헨리는 거리에서 몸을 팔며 연명하는 가출소녀 에리카(사미 게일)를 우연히 만나 보호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만다.
과거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인종차별주의를, <레이크 오브 파이어>(2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립’ <디태치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