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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만 요코하마 앞바다에서 표류 중인 요트가 발견된다. 같은 시각 도쿄만 해양 터널이 정체불명의 충격으로 침수되고 내각관방장관 야구치 란도(하세가와 히로키)는 거대 해양생명체의 소행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부에선 지지부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이 거대 생명체는 바다를 나와 도쿄 시내로 접어든다. 한편 미국에서 파견된 요원 카요코(이시하라 사토미)는 야구치와 만나 ‘고질라’라고 적힌 기밀문서와 함께 괴물의 정체를 예견한 남자의 존재를 알려준다.
일본 거대 괴수의 전설 ‘고질라’가 다시 부활했다. <고질라> 시리즈의 29번째 작품인 <신 고질라>는 일본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 일본에 나타난 고질라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재난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능,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공포, 방사능과 핵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시대정신을 건드린다. 하지만 영화가 가장 집중
일본 거대 괴수의 전설 ‘고질라’가 부활하다 <신 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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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홀로 살아돌아온 톰(마이클 파스빈더)은 무인도 야누스의 등대지기에 자원한다. 세상과 격리된 채 고독을 감내하고자 해서이다. 근처 섬에서 만난 맑은 영혼의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이 성큼 다가와 톰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둠을 차츰 몰아낸다. 야누스에서 시작된 둘만의 신혼생활은 행복했지만, 두 차례 유산을 경험한 이자벨은 점차 고립된 섬 생활을 버거워한다. 어느 날 죽은 남자와 갓난아이가 탄 보트가 떠내려온다,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톰은 자신들의 아이로 키우자는 아내의 간청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아이의 친모 한나(레이첼 바이스)의 존재를 알게 된 톰은 아내의 행복과 타인의 고통 사이에서 죄책감에 빠져든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한국어 제목으로 삼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원작인 M. L. 스테드먼의 장편소설 <바다 사이 등대>에 더 어울린다. 한없이 거칠고 적막한 바다의 풍광은 전쟁 후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허감을 시각화했다. 예기치 않
바다 사이 등대 <파도가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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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오이(사쿠라바 나나미)는 요양을 위해 삼촌이 사는 오키나와 섬을 찾는다. 마을에 들어오던 날, 아오이는 해안가 절벽에서 트럼펫을 부는 남자를 발견한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지오(엘조)는 바다를 보며 트럼펫을 부는 게 낙이다. 마을 곳곳에서 자꾸 마주치던 둘은 함께 산책하고 수영하고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가까워진다. 시간이 흘러, 투병과 함께 멀어졌던 아오이의 남자친구 코이치(구보타 유키)가 섬에 찾아온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해 <첫눈>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 <와스레 유키> 등 한·일 합작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한상희 감독의 작품이다. 일본의 지역 문화와 자연환경, 이방인과 현지인의 사랑 등 감독의 전작을 관통하는 테마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여기에 더해 이 영화는 장기 기증자와 환자 사이의 교감을 멜로의 주된 정서로 삼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인물간의 감정이 켜켜이 쌓이고 그 폭이 깊어지는 대
장기 기증으로 맺은 새로운 인연 <절벽 위의 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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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소년 꾸제트(가스파르 슐라터)는 집 나간 아빠 때문에 슬픔에 젖어 살아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실수로 엄마마저 잃게 된 꾸제트는 친절한 경찰 아저씨 레이몽의 안내로 퐁텐 보육원에 보내진다. 보육원에는 제각각의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친구들이 있다. “아무도 우릴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보육원의 대장 시몽(폴린 자쿠), 부끄러울 때면 앞머리로 얼굴의 반을 가려버리는 알리스, 경찰을 싫어하는 아메드 그리고 예쁘고 당찬 까미유(시스틴 뮈라)까지 꾸제트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새 삶을 시작한다.
원작인 질 파리의 소설 <내 이름은 꾸제트>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자기 앞의 생>처럼 어린아이를 화자로 내세운 성장담이다. 질 파리의 소설에 반한 클로드 바라스 감독은 이 소설을 3년간 정성들여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다. CG애니메이션과 3D애니메이션이 도달하려는 사실성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내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감흥을 안겨줄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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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발굴할 수도, 만들 수도 있는 세상이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과하게 포장되고 부풀려지는 아트비즈니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과연 내 앞에 있는 저 그림이 진짜인지, 진짜인 척하는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예술을 향한 문제제기이자 결국 삶의 방향성까지 캐묻는 질문이다. 영화는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아티스트 지젤(류현경)의 흥망을 따라간다. 지젤은 재능과 자존심이 있지만, 실상은 그림을 구입한 부유한 고객의 딸에게 그림 과외를 하며 돈을 번다. 평범한 그녀의 인생은 아티스트들을 들었다놨다 할 정도로 업계에서 소문난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을 만나면서 반전된다. 소위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나는 순간, 영화는 지젤의 죽음이라는 또 한번의 카드를 꺼내든다. 본론은 지젤의 죽음 이후부터다. 재범은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지젤을 ‘요절한 천재작가’의 카테고리에 넣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주목받는다는 흥에 도
세상에 ‘진짜’는 존재하지 않아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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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에서 2년째 잠복수사 중인 형사 빈센트(제이미 폭스)는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해 코카인 25kg을 수중에 넣는다. 마약을 뺏는 과정에서 빈센트가 두명의 범죄자를 사살하면서 현장에는 경찰의 탄피가 남는다. 내사과 형사 제니퍼(미셸 모나한)는 해당 사건 현장을 기웃거리는 빈센트를 보며 비리 경찰로 의심한다. 한편 마약을 도난당한 마피아 조직의 두목은 빈센트의 아들을 납치한다. 빈센트는 마약의 절반만 몸에 지니고 반은 숨겨둔 채 마피아들을 만나러 간다. 빈센트를 미행하던 제니퍼는 그 모습을 보고 빈센트를 비리 경찰로 확신하고, 그가 숨겨둔 나머지 마약을 회수한다. 마약 절반이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빈센트 아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무대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납치극을 그린다. 주방, 클럽, 스파, 주차장 등 카지노 내부 시설에서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액션 신이 흥미롭다. 어두운 주차장에선 화약을 터뜨려 공간이 가지는 서스펜스를 키우고, 주방에선 마약을
카지노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납치극 <슬립리스: 크리미널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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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프랑스 변두리 서커스단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광대 푸티트(제임스 티에레)는 식인종 연기를 하던 흑인 배우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 푸티트는 그에게 광대로 콤비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그는 쇼콜라(오마 사이)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금세 유명해진 푸티트와 쇼콜라 콤비는 파리의 누보 서커스단에 스카우트되어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급작스런 인기에 취해 방탕한 생활을 하던 것도 잠시, 쇼콜라는 이내 인종차별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흑인을 비하하는 자신의 연기에 회의를 느낀 쇼콜라는 푸티트와 불화를 겪고 끝내 결별의 길을 걷는다.
<쇼콜라>는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 쇼콜라와 그의 콤비 푸티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들 콤비가 선보인 무대는 뤼미에르 형제가 <쇼콜라와 푸티트의 시소의자>란 필름을 찍었을 정도로 당대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흑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대한 비하와 조롱의 시선이 깔려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 쇼콜라와 그의 콤비 푸티트의 이야기 <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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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경기도 북부의 신도시. 강남에 개업했다가 도산하고 아내와도 이혼한 의사 승훈(조진웅)은 선배의 병원에 페이닥터로 취직하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과 치매에 걸린 그의 아버지 정 노인(신구)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승훈은 정 노인의 수면내시경을 하던 중 살인 고백을 듣게 되고, 정육식당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는다. 한편, 조용했던 도시에 살인사건이 다시 시작되고, 승훈은 자신을 찾아왔던 전처(윤세아)마저 실종되자 성근과 정 노인에 대한 의심과 공포로 혼란에 빠진다.
사건의 외부가 아닌 내부를 탐사하는 스릴러다. 서사는 가수면 상태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탐험하듯 사건의 안팎을 넘나들고, 결정적인 순간 안과 밖을 뒤집어버린다.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것은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 한순간에 몰락한 중산층 화이트칼라 남성인 승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고, 이것은 한 개인의 내면세계를 넘어 사회현상으로 확장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기득권 계급에
사건의 외부가 아닌 내부를 탐사하는 스릴러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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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11일. 유대인의 강제 이주와 학살을 주도한 나치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이 이스라엘에서 열린다. 재판 중계의 총책임자인 제작자 프루트만(마틴 프리먼)은 매카시즘 광풍에 공산주의자로 내몰려 퇴출당한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허위츠(앤서니 라파글리아)를 <아이히만 쇼>의 감독으로 섭외한다. 재판부를 설득해 TV중계를 허락받은 프루트만은 세기의 재판을 최고의 TV다큐멘터리 쇼로 제작하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반면 유대인인 허위츠는 아이히만이 “괴물이 아니라 만들어진 파시스트”임을 증명하고자 재판 과정에서 아이히만이 보이는 반응에 집착한다.
<아이히만 쇼>는 프로듀서 프루트만과 감독 허위츠를 내세워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중계 과정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이 구성의 중심에는 아이히만의 실제 재판이 있다. 재판 과정은 1961년 <BBC>에서 방영된 원본 필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기소 절차상 저는 무죄입니다”로 시작하는 아이
악의 민낯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히만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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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미국 버지니아주는 백인과 타인종간 결혼을 금지한다. 백인 남성 리차드 러빙(조엘 에저턴)과 흑인 여성 밀드레드(루스 네가)는 워싱턴 D.C에서 결혼하고 돌아오지만 주 법원은 이들에게 25년간 버지니아를 떠나라고 명한다. 너른 밭에 ‘우리들의 집’을 짓겠다던 리차드의 말은 아득해진다. 내쳐진 러빙 부부는 몇 차례 귀향을 시도하나 다시 체포되거나 숨어 살아야 한다. 1960년대 인권운동의 흐름을 타고 마침내 1967년 타인종간 결혼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난다. 실화이기도 하다.
제프 니콜스 감독이 ‘승리’의 순간을 그린다는 건 어색한 일이다. 역시나 감독의 방점은 인정 투쟁을 이룬 부부의 환희 대신 사랑의 지속을 가로막는 것들이 부른 인물의 불안에 가 있다. 불안한 사랑은 감독이 줄곧 골몰해온 테마다. 숨죽여 사는 존재들인 만큼 대사는 절제됐으나 자연이 빚는 흔들림과 음악들이 틈을 메운다. 차창 너머로 고향 풍광을 맥없이 좇다가 타지의 메마른 보도블록을
제프 니콜스 감독이 그린 '승리'의 순간 <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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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시각,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통근 열차의 같은 좌석에 앉아 창 너머의 ‘그녀’를 본다. 레이첼은 ‘그녀’가 자신은 잃어버린, 그러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한다. 한때 레이첼은 ‘그녀’의 이웃집에 살았다. 지금은? 남편과 이혼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전남편은 애나(레베카 퍼거슨)와 결혼했다. 레이첼의 ‘그녀’는 메건(헤일리 베넷)인데 애나의 집에서 보모로 일한다. 전남편과 애나를 향한 레이첼의 화가 커져갈 때쯤 메건이 실종된다.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성간의 물리적, 감정적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그 방식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 레이첼의 욕망이 투사된 내레이션과 메건을 중심으로 한 플래시백은 이들 세 여성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려는 형식적 시도다. 그런데 외형적으로 어수선할 뿐 서스펜스를 쌓지는 못한다. 관객의 의심을 사려고 의도적으로 등장시킨 인물도 그렇다. 세 여성은 저마다 남성들에게 상처를 입었다. 그로 인해 남편의 마음을 온전
같은 시간, 같은 열차, 같은 풍경 그녀가 사라졌다 <걸 온 더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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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일본이 미국의 통치 지역과 유니온 정부의 통치 구역으로 나뉘면서 남북이 분단된다는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미국의 통치 지역 중 하나인 아오모리현에 사는 히로키(요시오카 히데타카)와 타쿠야(하기와라 마사토)는 분단 때문에 갈 수 없는 유니온 구역 하늘에 떠 있는, 우주로 향해 있는 탑을 동경한다. 그들은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서 언젠가는 높은 탑 근처까지 날아갈 계획을 세운다. 히로키가 흠모하는 소녀 사유리(난리 유카)도 계획에 가세하지만 세 사람은 어떤 이유 때문에 탑으로 가지 못하고 훌쩍 자라버린다. 그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히로키는 다시 한번 유니온 하늘에 솟아 있는 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가상의 역사와 과학을 배경으로 한 SF 배경의 설정 위에 소년 소녀의 꿈,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이어진 초월적 사랑 등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특정 장면이
서사가 아닌 특정 장면이나 구도와 배치가 전해주는 정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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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도시에 살던 민식(박진영)은 부모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고성으로 내려온다. 낯선 고장에서 이방인인 민식은 남학생들의 위계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고, 그들이 괴롭히는 예주(지우)에게 마음이 쓰인다. 살인자로 지목된 남자의 딸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예주 역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민식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민식과 예주는 어느 날 구덩이에 빠진 염소를 발견하고 함께 돌보지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그들에게 냉담하고 염소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인다.
공동체는 약자에게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위선과 기만 위에 옹립하는가. <눈발>은 그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영화다. 한 소녀의 살인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의 딸은 집단적 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소년은 자신이 먹던 보약이 자신이 아끼는 염소였음을 알게 된다. 보편적인 선에 대한 믿음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그에 대한 폭력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내면의 나약함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고, 비겁함에 굴복하기란 너무도 쉽다 <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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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김향기)은 부잣집 막내딸에 공부도 잘하는 영애(김새론)가 마냥 부럽다. 일본으로 유학간다는 영애를 보고 자신도 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떼를 쓸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종분은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일본군에 끌려가 열차에 내던져진다. 거기엔 일본으로 유학을 간 줄 알았던 영애도 있다. 함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 종분과 영애. 끔찍한 현실 속에서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꿈꾼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살아남았던, 혹은 돌아올 수 없었던 소녀들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작품이다. 소녀들이 옆방에 있는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손짓은 애틋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눈길은 하염없이 길고 서럽다. 재현의 윤리에도 충실하다. <눈길>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극을 물리적으로 전시하지 않는다. 그들이 당한 직접적인 폭력 장면은 배제되고, 은유적으로만 전달된다. 사려 깊은 만큼 극적인 재미도 있는 작품이다. 꿋꿋한 ‘캔디’ 종분과
피해자의 고통을 과거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연대의 가능성을 넓히다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