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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전쟁고아 1500명이 폴란드로 보내졌다. 북한의 김일성이 전쟁을 계속 하기 위해 동유럽의 사회주의 동맹국가들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한 아이들 중 일부다. 아이들은 폴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시골 마을인 프와코비체에 도착했고, 폴란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외모가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치료하며,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마마”나 “파파”로 부르며 전쟁의 상처를 극복한다. 8년이 지난 뒤 천리마운동을 시작한 북한은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유럽 곳곳의 전쟁고아들을 북송시킨다. 우연히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들에게 관심이 생긴 배우 겸 감독 추상미는 탈북 소녀인 이송과 함께 이들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폴란드로 간다.
영화의 한축은 70년 전 폴란드 선생님들과 전쟁고아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유대감을 그려내는 것이고 또 다른 축은 추상미와 이송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폴란드 선생님과
<폴란드로 간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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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의 전설적인 호러영화 <할로윈>(1978) 이후 많은 후속편이 제작됐지만, 2018년판 <할로윈>은 마치 그 속편들이 없었던 것처럼 시작한다. 팟캐스트 방송을 만드는 사건 조사 전문 기자들은 1978년 보모 살인사건 이후 정신병원에 수감된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를 찾아가 그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그는 병원 이송 도중 사람들을 죽이고 탈출해 40년 전 살인을 저질렀던 해든필드로 향한다. 한편 생존자였던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수십년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산다. 두번의 결혼 생활은 실패로 돌아갔고, 딸 캐런(주디 그리어)에게 8살때부터 총쏘는 법을 가르치다가 부적격 엄마로 판정받아 자식과 떨어져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고립된 생활은 언젠가 다시 마주칠 마이클에게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2018년에 재탄생한 <할로윈>의 주인공은 명백히 마이클이 아닌 여성들이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은
<할로윈> “모든 공포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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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은 어른들의 불장난 같은 게임이 불러일으킨 대참사를 다룬 블랙코미디영화다. 현대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휴대폰은 한 개인의 사생활이 전부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흥미로운 진실게임의 소재가 된다. 30년지기 친구 태수(유해진)와 수현(염정아) 부부, 준모(이서진)와 세경(송하윤) 부부가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 부부의 집들이에 참석한다. 애인을 데려온다던 영배(윤경호)는 뒤늦게 혼자 합류한다.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 석호와 정신과 의사 예진 부부와 그들이 새로 장만한 집을 앞다투어 칭찬한다. 은근히 서로를 상처주고 헐뜯는 것 같으면서도 대범하게 받아넘기는 이들의 대화 중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사건의 발단은 예진의 급작스러운 제안에서 시작된다. 지금부터 테이블에 놓인 7명의 휴대폰에 걸려오는 모든 통화와 메시지를 공유할 것.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고 심지어 잘 알고 있다고 여겨왔던 친구 부부 사이에서 잠시 동
<완벽한 타인> 지금부터 걸려오는 모든 통화와 메시지를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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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교수 재윤(박호산)은 아내 미현(최유하)이 같은 학교에서 버젓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 조교 지수(조은빛)에게 열심히 작업을 건다. 스스로는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멋진 중년이라 믿지만, 실상 재윤은 지위를 이용해 젊은 여자와 스킨십을 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로맨스인양 포장하는 지질한 중년이다. 마음이 밖으로 도는 건 재윤만이 아니다. 임신한 미현의 외출이 부쩍 잦아지던 어느 날, 재윤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그 외도의 상대가 재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영화 초반, 재윤은 수업 중 학생들에게 2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남편의 동성애를 목격하는 여자의 이야기인 <파 프롬 헤븐>(2002)과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냐는 아내를 둔 남자의 이야기인 <아내가 결혼했다>다. <이,기적인 남자>는 위기의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파 프롬 헤븐>과 <아내가 결혼했다>의 설정을 섞는다. 2편의 영화가 그
<이,기적인 남자> 40대 초반, 결혼 10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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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동화(서영주)의 반에 은정(한보배)이 전학 온다. 동화는 말이 없고 쓸쓸해 보이는 은정을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은정의 아버지 장호(김도현)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동화의 동네로 이사 온 것이었고,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동화의 아버지이자 목사인 진석(권철)을 압박해온다. 그리고 동화의 친구 준상(이찬희)도 재개발 사업으로 쫓기듯 마을을 떠나게 되자, 동화는 장호를 만나기 위해 은정의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된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은정과 동화의 풋풋한 사랑은 재개발 사업과 장호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되고, 영화는 그런 은정과 동화를 연민한다. 침탈당하는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다. 주제가 어둡고 무겁기도 하지만 어두운 조명은 이 분위기를 더욱 배가한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개성이 부족하고 다소 투박하다.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독특한 에피소드와 대사들, 관습적이지 않은 촬영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
<동화> 그게..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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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던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통해 영국 록 밴드의 전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전기영화다. 잔지바르 출신의 이민자 파록 버사라(래미 맬렉)는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밴드 ‘스마일’의 보컬이 탈퇴하자 그 자리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을 증명해 새 멤버 ‘프레디 머큐리’로 합류한다. 완벽한 무대 체질에 천재적인 작곡 능력까지 갖춘 그는 드러머 로저 테일러(벤 하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그리고 베이시스트 존 디컨(조셉 마젤로)과 함께 밴드 이름을 ‘퀸’으로 바꾼 후 성공가도를 달린다. “부적응자를 위한 노래를 하는 부적응자들”이라고 밴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퀸은 제작자와 어떤 타협도 하지 않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밀고 나간다. 심지어 오페라를 섞고, 6분이나 되는 노래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음반 제작자에게 퇴짜를 맞은 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히트, 퀸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황색언론이 프레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의 굴곡진 인생과 퀸의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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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류승곤)는 철이 없지만 축구 실력만큼은 알아준다. 그의 동생 럭키(안현서)는 축구 선수인 형을 항상 자랑스러워한다. 치키는 여자친구 산드라(김유림)를 좋아하지만 산드라의 엄마인 피오나(이명희)는 딸의 남자친구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어느 날, 치키는 문어 외계인 옥토퍼스(이인석)로부터 ‘마법 부적을 가져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내용의 전화 한통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피오나를 데려가라’고 대답한다. 피오나의 생일날, 옥토퍼스는 지구에 내려와 피오나를 데려가고 치키는 피오나를 구하기 위해 마법 부적을 찾으러 모험을 나선다.
이 영화는 닭 캐릭터인 치키가 말을 쉽게 내뱉었다가 사고치고, 자신보다 더 의젓한 동생 럭키와 함께 문제를 수습하면서 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모험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철드는 모습에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으로서 매력이 있는가 하면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 치키와 럭키 형제가 옥토퍼스
<스페이스 치킨: 마법 부적의 비밀> 치키와 럭키, 꼬꼬 형제의 지구 구출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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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여름, 6살 프리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프리다는 다시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카탈루냐 시골의 외삼촌 집에서 살게 된 프리다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한구석 외로움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더 사랑받는 것을 사촌 아나에게 과시하려 하지만 미묘한 애정의 차이가 프리다를 계속 슬프게 한다. 어느 날 깜박 잊고 숲속에 동생을 두고 온 이후 가족들의 꾸지람이 늘어나자 프리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찾겠다며 집을 나선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지만 정작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린다는 건 굉장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카를라 시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영화다. 첫 장편 데뷔작에서 체험과 기억을 소재로 삼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어린아이의 시점을 이만큼 충실하게 구현하는 영화는 사실 드물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랑받는 게 당연했던 소녀는 부
<프리다의 그해 여름> 사랑받고 싶은 여섯 살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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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팔이 아프다는 아들 알베르토(마놀로 크루스)를 데리고 병원에 간 어머니 로사(비키 에르난데스)는 아들이 근육긴장이상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병이 진행되면 온몸의 근육이 굳는다고 의사는 경고한다. 성인이 된 알베르토는 의료 기기에 의지해 바다 위의 집에서 로사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그의 유일한 벗 지셀(비비아나 세르나). 알베르토와 지셀은 서로에게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로사는 아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걸 반대한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콜롬비아 바닷가 마을의 환상적인 풍경이 우선 눈길을 끈다. 마놀로 크루스는 콜롬비아 카리브해의 이국적이면서도 고요한 풍경을 배경으로 세 인물의 강렬한 감정에 집중해 정서적 울림이 큰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바다에서 펼쳐지는 어머니와 아들의 통렬한 드라마가 압권이다. 로사를 연기한 콜롬비아의 국민배우 비키 에르난데스는 물고기를 잡아 근근이 먹고사
<엘 마르> “바다는 우리에게 베푼 만큼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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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 시절에는 유명했지. 요샌 한물갔지만.” 한때 오스카 여우조연상까지 타며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글로리아 그레이엄(아네트 베닝)이 영국 순회공연 중 갑자기 쓰러진다. 그는 그저 소화불량일 뿐이니 금방 회복할 수 있다며 28살 연하인 연인 피터 터너(제이미 벨)와 그의 가족과 함께 리버풀에서 머물고 싶다고 전한다. 피터의 가족은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에게도 병을 알리지 않으려는 글로리아는 그의 집에서 죽음을 준비한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배우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피터 터너와 만난 1979년부터 암으로 삶을 마감한 1981년까지를 다룬다. 화려한 벽지로 꾸며진 복도에서 문을 여닫으며 시간을 오가는 플롯은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과 죽음의 임박을 자연스레 공존시킨다. 또한 글로리아의 속내를 미리 노출하지 않는 구성은 시한부 설정이 과한 신파로 빠지는 함정을 피한다.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로맨스를 믿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들의
<필름스타 인 리버풀> 사랑하라,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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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부유한 중국계 재벌들의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가장 보고 싶은 것만을 모아 화려한 진열장을 완성시켰다. 천박하거나 얄팍한 것, 북미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재조립된 것들도 숨기지 않았다. 가장 잘 팔리는 틀 안에 주요 배역으로 100% 아시아계 배우들을 채워넣고 할리우드를 정밀 겨낭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그러나 정교한 스펙터클을 기대한 이에겐 시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은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이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의 1순위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혼란스럽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주인공이 계급 차로 인한 멸시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 신데렐라 서사를 정직하게 따른다. 레이첼처럼 반쯤은 불편하고 또 반쯤은 짜릿한 상태로 거침없는 부유함의 향연을 맛보는 것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만족스러운 본론이다. 하지만 오로지 부유함을 상징하는 볼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부자들에겐 그들만의 룰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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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준공되었고 1999년에 재건축 논의가 시작돼 2018년에 마침내 이주와 철거가 모두 진행된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 143개동, 5930세대가 거주했던 오래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기 전, 누군가는 이 공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둔촌주공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이인규씨는 독립 출판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펴냄으로써 아파트 단지에 깃든 사사롭지만 기억할 만한 시간들을 정리한다. 라야 감독의 <집의 시간들>은 그 기록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영화는 여러 개인의 구술 인터뷰와 아파트 내외부의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로선 드물게 녹지를 끼고 있는 아파트. 그곳에서 20년 넘게 살며 자식들을 키운 중년의 여성과 남성,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곳에서 자식을 낳아 키우는 여성 등 10여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둔촌주공에서 살며 느낀 것들을 들려준다. 휴식 공간으로서의 집, 공동체의 토대로서의 집에 대한 얘기를
<집의 시간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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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무능한 임금 이조(김의성)가 간신배에 둘러싸여 왕권을 잃어가던 조선시대. 청나라에서 수학하던 왕자 이청(현빈)이 세자이자 형인 이영(김태우)의 부름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때 야귀떼가 창궐하면서 백성들의 터전이 쑥대밭이 된다. 세자 이영을 비롯한 그의 수하들이 반역을 꾀했다는 죄를 물어 숙청을 당하면서 조정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궁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틈타 무능한 이조에 맞서 다른 뜻을 품고 있는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이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왕위는 물론 국가의 안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이청은 자신을 지도자로 모시려는 반란군들의 등쌀에 못 이겨 일단 야귀떼를 무찌르기 시작하는데 그 수가 점점 불어나 한성까지 위험해진다. 좀비라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를 조선시대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창궐>이 택한 전략은 재난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야귀란 존재는 좀비와 뱀파이어의 성격을 일부 차용해 만든 괴물이다. 이에 맞서 이청을
<창궐> 야귀떼가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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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골목 귀퉁이 작은 카페 안. 노트북을 펼쳐놓은 아름(김민희)은 상념에 빠져 있다. 아니, 카페 안 사람들의 말을 훔쳐 듣는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시차를 두고 카페에 들어온 사람들의 대화는 가지각색이다. 죽은 친구를 언급하며 책임을 추궁하는 여자(공민정)와 이에 반발하는 남자(안재홍), 극단에서 나와 오갈 데 없어 후배(서영화) 집에 얹혀살아보려는 남자(기주봉), 그리고 직접 글을 써보지만 잘 풀리지 않아 작가인 후배(김새벽)에게 같이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배우(정진영).
마주앉은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반응이 이어지는 카페 안의 작은 테이블들. 끊임없는 대화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잠깐의 휴지기를 주는 순간은, 이 다종다양한 인물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카페 바깥에 늘어선 화분들을 바라볼 때뿐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의 영희(김민희)가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던 배추꽃처럼, 이 영화의 화분 안 풀잎들도 화려하지 않다. 조금은 한심하고
<풀잎들> 한적한 골목 귀퉁이 작은 카페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