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작품으로 일약 스타가 되는 배우들도 많은 충무로에서,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스타덤을 향한 지난한 코스를 밟아온 배우가 있다. 이범수가 그렇다. 1990년, 대학 3학년일 때 영화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는 12년이 지난 서른셋에야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포스터에 새겼다.
20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한 뒤 30대 중반에 이르는 시간. 성실하고 착실하게 영화에 몸담았던 그에게 1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각종 인터뷰에서 “영화에 단역, 조역, 주연이 따로 있냐”는 말을 유난히 많이 하던 배우. 그런 그라, 주연이 된 것에 대해 담담할 법도 하건만, 웬걸. 이제사 밝히는 바, 그는 처음부터 주연을 향한 욕망에 몸사래쳤었다. 쉬 드러내지 않았을 뿐.
자꾸만 지연되곤 하는 욕망이 있었기에, 더욱 길었던 12년. 그 시간들은 이범수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해낸 훈련과정”이라거나 “오너가 되기 전 수위나 경리로 일해본 실무경험의 시간들”일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1]
-
아쉬움 남는 조연 시절, “나도… 했다면…”
어쨌건 힘들게 출연한 영화 <태양은 없다>로 이범수는 처음 뜰 수 있었다. 홍기(이정재)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단발머리 깡패 고리대금업자 병국이 그의 역. 병국은 멋지구리한 정우성, 이정재와 또 다른 맛으로 시선을 끌었다. <태양은 없다>의 병국이 된 이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때 처음 들어온 인터뷰 요청이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기분이 방방 뜨기보다는 그동안 도와준 선후배들께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이범수는 그때를 떠올린다. 인기 하나 없던 자신을 캐스팅해준 김성수 감독은 지금까지 은인이나 다름없고.
조연으로의 입성 이후, 달라진 것은 언론의 관심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었다. 촬영현장에서, 그는 그동안 자제하던 것들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촬영현장이 대부분 배우 위주로 굴러가잖아요. 무명 시절에는, 만약 내가 인정을 받는다면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하고 연기도 열연을 할 수 있을 텐데, 했었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2]
-
[흥행배우] 나는 흥행배우란 말을 믿지 않는다. 배우 때문에 흥행이 되나? 결코 그렇지 않다. 흥행은 주위의 힘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메이저 배급사에서 극장 100개 잡고 트는 영화와 처음부터 작게 가는 영화가 있을 때, 배급사 잘 만나 흥행이 되면 그 영화의 출연배우는 흥행배우가 되는 것 아닌가. 작품에 대해서라면 몰라도 배우에게 흥행배우란 말은, 그래서 쓸 수 없다.
[거품] 나는 거품이 없는 배우다. 아니, 거품이 없다기보다는 세제가 없다. 세제를 안 넣어주어도 깨끗이 빨아 온 게, 내 연기인생이다.
[불안]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일 두려운 건 나 자신이었다. 초심만 잃지 않으면 서른 전에 뭔가 된다는 확신이 20대 때는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자 “어차피 될 거 빨리 되지 되게 늦게 되네” 하는 생각은 들었다. (웃음)
[외모]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이범수의 `서른세살의 쿠데타` [3]
-
드디어 폐쇄회로를 벗어나다
홍상수 감독의 네번째 작품 <생활의 발견>이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3월4일 첫시사회에서 선보인 <생활의 발견>은 충분히 홍상수적이지만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홍상수는 더이상 출구 없는 미로에 자기를 가둬두지 않고, 자신의 인물들과 세상을 거닐기 시작했다. 이건 홍상수의 새로운 단계다. <생활의 발견> 작품평, 그리고 어느 전작에서보다 감독의 모습이 짙게 배인 주연 김상경에게 홍상수와의 조우기를 들었다. <생활의 발견>은 3월22일 개봉한다. 편집자
개인적인 기억 하나. 1996년, 낯선 감독의 이상한 제목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만났다. 도시인의 추레한 일상을 담은 풍경에 걸맞는, 어딘지 옛날 극장 냄새가 나는 코아아트홀에서. 신나게 웃으며, 가슴 한 구석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 걸 느끼며 나오니, 찬바람이 거리를 휘감고 있었다. ‘닮지 않았어?’, ‘똑같아.’ 그런 말들을 내뱉
<생활의 발견>의 감독 홍상수 [1]
-
-
-시나리오 없이 트리트먼트로 출발하여, 현장에서 모든 것을 썼다고 들었다. 공간이 주는 어떤 특정한 느낌이 있는가.
=여러 가지가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나, 뭐가 정해져 있을 때는 안 되면 이걸로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있는데 아예 정해지지 않았을 때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배우들이 전날 한 말도 있을 수 있고, 트리트먼트 과정에서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부분도 있고.
-처음 장소를 헌팅할 때와 촬영 당시 공간에 대한 느낌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가.
=헌팅 때는 몰입을 미룬다. 내가 그런 타입이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까지 완전 몰입을 미룬다. 헌팅 때는 채집 정도의 몰입이다. 촬영 직전에 몰입해서 본다. 헌팅 때와 달라지는 것은 있다.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한다. 춘천 공지천 호수를 갔더니, 헌팅 때에는 없던 영화세트가 들어와 있었다. 원래는 그쪽을 통해 넓은 호수로 나아갈려고 했는데, 없던 게 생겨 풍경이 바뀌었다. 그것도 괜찮다. 더 아담하고
<생활의 발견>의 감독 홍상수 [2] - 홍상수 인터뷰
-
<생활의 발견>은 김상경(극중 이름은 경수)이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클로즈업(그러고보면 이만한 클로즈업은 홍상수 영화에선 흔치 않다)으로 잡힌 김상경의 얼굴은 홍상수 감독과 많이 닮았다. 기른 건지 그냥 며칠 안 깎은 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염소 수염, 술기운과 잠기운이 반쯤 섞여 정상보다 1.2배쯤 부어오른 얼굴, 나 말하기 귀찮다고 써놓은 뚱한 표정, 입은 지 최소한 사흘은 지난(그렇게 보이는) 하늘색 와이셔츠…. 홍상수 감독과는 어떤 식으로든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기자시사회라 여기저기서 킥킥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떤 이는 홍상수 감독이 카메오 출연한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김상경과 홍상수는 닮지 않았다. 나란히 앉아 있으면 확실히 알 수 있다. 12살 차이 띠동갑이고, 한 사람은 매끈한 미남 배우 또 한 사람은 후줄그레한 차림새의 감독이다. 영화에서 둘이 닮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착시효과다. 아니면, 뭔가 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너스레를 떠는
<생활의 발견>의 감독 홍상수 [3] - 홍상수·김상경
-
등장인물 소개① 아이디 ② 좋아하는 스릴러 ③ 왜 반전인가 ④ 학교 때 전공 ⑤ 인생관 ⑥ 취미 ⑦ 모임 출사표① 껨Boy ② 오션스 일레븐 ③ 현실엔 반전이 없잖아? ④ 역사학 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극장에서 배웠다. ⑥ 컴퓨터 게임 ⑦ 나는 뭐 모임이 좋아서 개근하는 줄 알아?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런 거지.① 겨뤄보者 ② 유주얼 서스펙트 ③ 내 머리가 감독보다 낫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④ 수학 ⑤ 뒤통수 맞기 전에 내가 먼저 친다. ⑥ 퀴즈 응모하기 ⑦ 반전을 싫어한다면서 안티郞은 반사모 모임에 왜 나오는지 몰라.① 슬퍼Man ② 식스 센스 ③ 반전에 짙게 배인 슬픔에 사로잡히다 ④ 국문학 ⑤ 나의 삶은 태어남에 대한 망설임 ⑥ 덕수궁 돌담길 걷기 ⑦ 그녀 떠난 뒤 괴로운 이 마음… 모임에 나갈까 말까.① 무섭君 ② 프라이멀 피어 ③ 배우의 연기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④ 연극영화학 ⑤ Trust No One ⑥ 진실 게임 ⑦ 나 없는 데서 욕할까봐
`배반당하는 재미`, 반전의 매혹 설·왕·설·래 (1)
-
#3.밤 10시, 광화문의 술집-반전의 조건안티郞: 도대체 어떤 게 효과적인 반전이라는 거야? 관객이 치열하게 예측했는데도 빗나가게 만드는 거야, 아니면 아예 반전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을 때 후려치는 거야?슬퍼Man: 난 뒤쪽이라고 생각해. ‘식스 센스’를 생각해봐. 사실 마지막 반전은 없어도 충분히 얘기가 되는 거였다구. 그런데도 그 마지막 반전은 이제껏 봤던 내용 전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잖아? ‘존재론적 반전’에서 브루스 윌리스 머릿속으로 플래시백이 주마등처럼 짧게 스쳐갈 때 관객들은 그 영화의 의미를 처음부터 되짚어보게 되지. 반전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오는 훌륭한 반전은 훨씬 더 큰 충격을 주지.무섭君: ‘최고의 죽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몽테뉴의 말이 떠오르는군. 반전이 서스펜스의 완성이면서 서스펜스의 죽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말이야.껨Boy: 수많은 관객들이 머리를 굴리는 상황의 절정에서도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감탄스러운 거 아냐?
`배반당하는 재미`, 반전의 매혹 설·왕·설·래 (2)
-
검은 코트를 입고 검은 가방을 든 남자가 런던 빈민가 골목에 스며든다.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은 아마도 길고 날카로운 외과용 칼과 뼈를 가르는 데 필요한 도구일 것이다. 그는 비명 지를 틈도 없이 한 여자를 죽일 수 있고 30분 안에 자신이 원하는 내장을 가지고 그 자리를 떠날 수도 있다. 누구도 그 얼굴은 알지 못한다. <프롬 헬>이 되살려낸 살인자 ‘잭 더 리퍼’는 그처럼 완벽하게 살인을 집행한, 안개 속에 녹아들지 않고서는 가능할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른, 연쇄살인마였다. 그는 빅토리아시대의 불분명한 회색 공기와 함께 태어났고 그 시대의 종말과 함께 사라졌다. 그를 키운 위선의 시대. 빅토리아시대 섹스와 죽음의 기록이 여기에 있다. 편집자1888년 8월31일 새벽, 런던의 악명 높은 빈민가 화이트차펠 거리에 한 여자가 누워 있다. 날카로운 칼로 목을 찢기고 창자가 사라졌으며 치마가 허리까지 올라간 채 버려진 창녀. 그때까지도 약간의 온기가 남아 있던 그녀는 ‘폴리’라는
스크린 연쇄살인마의 원형 잭 더 리퍼 이야기
-
<프롬 헬>과 현실이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무엇보다 희생자들의 외모다. 영화 속의 창녀들은 모두 젊고 아름답다. 그중 한명은 영국 왕자와 남몰래 사랑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100년 전 살해된 창녀들은 잭 더 리퍼가 아니었다면 손님을 찾기도 힘들었을 늙고 추한 여자들이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출신에 선량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메리 켈리가 유일한 예외였다. 살해된 순서나 이름은 사건 파일을 그대로 따랐지만 한창 때 억울하게 살해당하는 여인들은 현실보다 훨씬 드라마틱해 보일 것이다.잭 더 리퍼의 정체에 대해서도 <프롬 헬>은 극적인 요소를 많이 추가했다. 영화 속에서 창녀 앤과 비밀 결혼식을 올린 앨버트 왕자는 1880년에 실제로 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비천한 여인과 비밀리에 결혼했는데, 그 여자의 친구인 메리가 영국 왕실을 뒤흔들 로맨스에 관해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메리가 이 놀라운 비밀을 거리의 친구들과 공유했고
<프롬 헬> 영화 vs 현실
-
“Oh! my God!”파리공항을 거쳐서 무려 14시간가량의 육중한 시간을 버텨내며 도착한 포르투갈의 포르투공항. 설레던 마음도 잠시뿐, ‘택택’거리며 힘겹게 돌아가는 컨베이너 위의 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공항의 분주하던 사람들도 차츰 사라져갈 때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예감. ‘혹시? 내 짐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 순간, ‘덜커덩’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멈춰서는 컨베이너. 아앗앗! 신이시여 아니되옵니다. 그러나 가차없이 내리쳐지는 신의 매서운 손. 그 손에 비참히 나가떨어지고 마는 서글픈 나. ‘으흐흐흑….’ 함께 짐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공항사무실에서 어눌한 영어로 열심히 짐 찾는 신고를 접수한 뒤, 어쩌면 내일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며칠 걸릴지도 모른다는 전혀 위로가 안 되는 공항직원의 말을 듣고는 힘없이 터벅터벅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저 멀리서 하얀 종이 위에 쓰인 내 이름이 보였다. 순간, 눈물이 막 터져나올 듯한 격한 심정. 이렇게 힘들 때 내 이름 하나라도 적어들고
민동현의 유쾌한 판타스포르투 영화제 기행 (1)
-
<프롬 헬>의 프로듀서 돈 머피는 영화제작 여부를 가르는 제작사와의 첫미팅 때 휴즈 형제가 얼마나 당돌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20세기 폭스 부사장이 왜 그들에게 영화를 맡길 수 없는지 설명하려하자 앨버트가 거칠게 말을 막고 나섰다. “결국 우리가 흑인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당황한 그 중역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지만, 디즈니와 뉴라인에게 퇴짜맞고 폭스까지 굴러온 <프롬 헬>은 마침내 촬영에 들어갈 자금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즈 형제가 흑인이라는 사실은 영화를 찍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완성한 뒤에도 <프롬 헬>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백인영화를 만드는지 물었다. 그들은 흑인문화가 백인문화 주변에서 함께 자라난다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고 말하는 휴즈 형제는, 우습게도 반은 아르메니아 혈통이 섞인 ‘하얀 흑인’에 속한다.사람들이 <프롬 헬>을 걱정한 까닭은 감독이 흑인일 뿐만 아니라 유독 폭력적인 영화를
휴즈 형제가 <프롬 헬>을 상영하기까지, 6년간의 제작 `전투`
-
판타스포르투에 날아든 한국의 꿈들호텔에 짐을 풀고서는 홍보용 딱지와 영화포스터를 들고서 극장을 다시 찾았다. 그때 지난번 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왔던 스탭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서는 가방은 잘 있냐며 환히 웃는다. 그의 첫인사말에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리곤 순간, 그때 고맙다는 인사로 건넸던 컵라면이 생각나서 먹어봤냐고 물어보니, 매운 줄 모르고 바로 먹었다가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단다. 어찌나 미안스럽던지, 정확한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는 선물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활의 지혜를 깨달으며 그와 헤어지고는 이곳저곳 상영관을 돌아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원봉사자인 듯한 사람이 내 영화포스터를 들고 와서는 사인을 해달란다.약간은 창피한 맘에 난 안 유명하다고 사인은 무슨 사인이냐고 하니, 지금 안 유명할 뿐이지 미래에는 어찌될지 모른다며 피터 잭슨도 92년엔 아무도 몰라보는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바빠서 오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나? 그러면서 나보고 언제 유명해질지 모른다며 자신의 아버지
민동현의 유쾌한 판타스포르투 영화제 기행 (2)
-
‘떨어져 죽느냐, 날아오르느냐. 스스로 벼랑에 선 김득구.’1982년 11월12일. 국내의 한 신문은 이틀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질 WBA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앞두고 그렇게 썼다. 챔피언 맨시니에 비해 펀치력, 테크닉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상황에서, 도전자 김득구에게 승산이 있다면 그것은 의외의 상황이 가져다줄 미지의 결과일 뿐. 그저 “잡초같이 살아온 스물셋 청춘”에게 가능한 ‘기쁨’이 있다면, 머나먼 타지의 링에 오르는 것만으로 1500만원의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끝맺었다.그리고 한국시각으로 11월14일 오전 7시45분. 비유는 현실이 됐다. KO로 패한 직후, 김득구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2시간30분에 걸친 뇌수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 어머니 양선녀씨의 동의하에 그의 힘없는 맥동을 지탱해 주던 산소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오직 두 주먹만으로 세상을 버텨내던 강원도 청년은 불귀의 객이 됐다. 누구나 예상한 패배였으나, 누구도 예상치 못
<챔피언> LA 촬영현장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