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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 친구들, 오늘은 뭐하고 지냈나, 싸우진 않았나, 아프진 않았나, 궁금함에 오늘도 TV 앞에 앉는다. <네 멋대로 해라>에는 영웅이 없다. 대신 친구와 동생, 그리고 이웃이 있다. 복수와 전경과 미래의 안부가 궁금하고 한 기자, 전강, 복수 아버지, 꼬붕이, 양찬석, 우찬석 심지어 정달이의 근황까지 궁금한 것이다. 이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와 PD의 몫도 크겠지만 33%는 역할들을 완전히 체화시킨 배우들의 몫이다. 양동근과 복수가, 이나영과 전경이, 공효진과 미래가, 다른 독립된 인물이라 상상하기 힘들다. 이들의 동물적이면서 본능에 가까운 메소드 연기는 드라마를 살린 1등 공신이다. 하여 이 세 배우와 드라마 속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잊을 수 없는 대사를 모았다.
송미래
“니가 뭐하러 소매치길 좋아하냐? 니가 나 같은 년도 아닌데, 뭐하러 걜 좋아하냐? 걔가 잘났냐? 너같이
<네 멋대로 해라> [4] - 캐릭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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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문을 열고 그가 성큼성큼 들어와 마른손을 내민다. 다문 입에 꾸벅 건네는 허리인사나 악수를 청하는 폼이 꼭 전경 같구나, 생각한다. 불쏘시개같이 가는 담배가 재떨이에 쌓여가고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자 이 사람, 미래 같군,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이 똘아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복수 같기도 하다. 아직 4회 분량이나 대본을 써야 하는 그는 처음에, 방송이 끝난 다음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했고, 몇 주간 전화 끝에 “한 시간, 아니 두 시간만 뺏을게요” 라는 속보이는 거짓말을 믿어주었다. 그때까지는 그 두 시간이 3일간의 동행으로 이어질지 미처 알지 못했다.
“감독과 작가가 같은 박동수로 호흡하는 것 같아요.”
“이데올로기와 정서, 둘 다 통했으니까요.”
인정옥 작가가 박성수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박성수 감독이 스티븐 호킹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불치병에 걸린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을 때 그의 머리속엔 이미 고
<네 멋대로 해라> [5] - 작가 인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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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짜증나게 사랑스런 드라마다, 쿠쿡∼
민동현/ 영화감독·<지우개 따먹기> <외계로부터의 제19호 계획>
이상타. 좀체 이상타.나란 사람은 말이다. 정말 TV드라마를 안 본다. 아니 정확히 TV를 잘 안 본다. TV가 재미없다거나 뭐 그런 것도 있지만 가뜩이나 집안에서 비생산적 다소비적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라 빈둥거리면서 TV 앞에 죽치고 있기가 영 화면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일주일 내내 난 TV를 기다리면서 살고 있다. 거기다 수요일, 목요일에는 어떠한 저녁 약속도 잡지 않는다(뭐 사실 약속도 그리 많진 않지만…). 내가 그토록 TV 앞에서 움직이질 못하는 것. 그건 바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때문이다. 정말 우연히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본 첫회를 시작으로 지금의 16회까지 한회도 빼놓지 않고. 한회당 평균 3회 정도의 반복시청률을 기록하며 열심히 보고 있다. 수요일날 저녁에 본회를 보고나서 바로 다음달 아침이나 오후에
<네 멋대로 해라> [6] - 민동현 · 성기완 · 김정영의 시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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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장가의 가을 시즌 개막일은 추석연휴 직전인 9월13일이 될 전망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가문의 영광> <연애소설> <보스상륙작전> <마법의 성> 등 한국영화 개봉작만 5편인데다 <로드 투 퍼디션> <레인 오브 파이어> <작별> 등 외화 3편이 함께 개봉한다. 9월13일부터 극장가는 본격적인 가을 흥행전을 시작할 것이다. 11월까지 개봉예정인 영화들은 한국영화만 줄잡아 30편, 외화를 합치면 80편에 달한다. 여름 동안 블록버스터의 위세에 눌렸던 아기자기한 영화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상대적으로 직배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도 어깨를 펴는 시기다. 올해 가을엔 어떤 영화들이 찾아올까? 가을영화 80여편을 미리 살펴본다.편집자----------------가을영화 리스트 업9월 6일<이 투 마마>9월 13일<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가문의 영광><연애소설&g
가을을 기다리는 가을영화 80여편 올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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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감독 김상진 출연 설경구, 차승원, 송윤아 제작 감독의 집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 10월 중순컨셉┃우리의 탈주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왜냐고? 쪽팔리니까.온 스테이지┃<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에 이은 김상진-박정우키스톤 콤비의 세 번째 작품. “‘쌈마이 코미디’의 완결판이 될 것”이라는, 김상진 감독의 호언을 거들기 위해 설경구, 차승원이가세했다. 이들이 각각 맡은 재필과 무석은 광복절 사면대상에 포함된 줄 모르고 탈옥을 감행하는, 억수로 운없고 지지리도 복없는인생들. 그러나 상부에 탈옥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교도소 보안과장의 지침에 따라, 재필과 무석은 경찰에 노출될 때마다교도관과 죄수로 이뤄진 2인조 특별경호팀(?)의 보호까지 받는다. 너무 일찍 담을 넘은 두 죄수가 교도소로 무사히 귀환할 수있을지의 여부가 스토리 라인의 초점. 시소를 타듯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는 재필과 무석의 언밸런스가 뜻하지 않은 사건을 불러와긴장을 더한다. 전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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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감독 박영훈 출연 이병헌, 이미연, 이얼제작 씨네2000 배급 쇼박스 개봉 10월 중컨셉┃사랑하는 이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갔다. 그가 사랑을 호소해올 때 당신은?온 스테이지┃대진(이병헌)과 호진(이얼)은 형제다. 은수(이미연)는 호진의 부인이다. 셋이 함께 사는데, 공교롭게 같은 날 대진과 호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됐다. 먼저 깨어난 대진이 호진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자신은 호진이라며 은수에게 사랑을 호소한다. 사랑은 영혼끼리 나누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영혼의 짝, ‘솔 메이트’라는 컨셉을 끌어온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중독>도 같은 이데올로기에 호소한다. 그 컨셉은 ‘빙의’(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빙의가 일어났을 때 사랑은 어떻게 될까.오프 스테이지┃<번지점프를 하다> 같기만 하다면 은수와 대진(호진의 영혼)과의 사랑에 걸림돌은, 형수와 시동생이 사랑해도 되냐는 관습과 제도의 시비뿐이다. 그러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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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감독 김기덕 출연 장동건, 김정학제작 LJ필름 개봉 11월중컨셉┃민간인을 쏴죽인 해안초소 군인, 그 사건으로 미친 여자, 그리고 감독 김기덕…. 온 스테이지┃간첩을 잡아 영웅이 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강 상병은 어느 날 밤 해변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에게 총을 쏜다. 남자는 처참하게 죽고 여자는 살아남았지만 미쳐버린다. 이 사건 이후 강 상병의 정신상태도 이상해진다. 부대에선 그를 전역시키지만 강 상병은 번번이 초소로 돌아온다. 군부대와 해안마을, 모두가 이상한 광기에 사로잡힌다. 인간의 율법으로 가늠할 수 없는 기이한 남녀관계를 다룬 <나쁜 남자> 다음으로 김기덕 감독이 선택한 <해안선>은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수취인불명>을 연상시킨다. 분단된 나라, 철책으로 갈라진 민간인과 군인의 경계, 계급장이 만든 위계질서 등 김기덕이 고발하는 대상은 충분히 짐작할 만한 것이지만 김기덕의 드라마는 낯설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던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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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상륙작전감독 김성덕 출연 정운택, 김보성, 이지현제작 조이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라인 개봉 9월 13일조폭들이 MBA 출신의 엘리트 조폭 독사(김보성)를 내세워 룸살롱을 배경으로 불법 선거자금 로비를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검찰은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회의중 “그럼 우리가 룸살롱을 하나 차리죠”라는 검사 태훈(정운택)의 농담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택되면서 검사들이 룸살롱을 오픈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된다.2424감독 이연우 출연 전광렬, 정웅인, 김래원제작 JR픽쳐스 배급 개봉 10월18일젊은 검사 최두칠(정웅인)에게 국내 최대의 마약밀매단을 소탕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조직두목의 여자인 광자가 이사한다는 소식을 접한 두칠은 파트너 독고 진(소유진)과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위장하고 그녀의 아파트로 잠입한다. 한편 두목의 오른팔인 건달 태호(전광렬)는 300억원짜리 물건을 고추장단지 안에 숨기고 뒤늦게 이를 안 두칠은 그를 쫓는다.굳세어라 금순아감독 현남섭 출연 배우나, 김태우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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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 출연 임은경, 김현성, 김진표, 진싱제작 기획시대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9월13일100억원대의 초대형 프로젝트. 장선우 감독이 만드는 액션영화라는 점만으로도 궁금증이 절로 생기는 영화다. 현실과 가상현실, 실재와 허구 등의 경계구분이 없는 세계를 액션이라는 그릇에 담아 전달한다. 게임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1, 2, 3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가 발전할수록 액션의 강도와 스케일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고 한다. 과연 성냥팔이 소녀는 재림할 수 있을까.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감독 이무영 출연 공효진, 조은지, 최광일제작 에그필름 개봉 11월 15일코미디언 두찬(최광일)과 태권도 사범 금숙(공효진)은 모두 한 여자를 위해 몸바치는 인생들이다. 그들이 힘들게 일하거나 감옥까지 가면서 헌신하는 대상은 철없는 아내 은희(조은지). 그러나 은희를 참다 못한 두찬은 금숙에게 비밀스런 제안을 해 평화를 찾고자 한다. <…태권소녀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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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감독 박광춘 출연 조인성, 신민아제작 프리시네마 배급 청어람 개봉 11월 중소설가를 지망하는 대학생 지석(조인성)과 헤어 디자이너인 희진(신민아)은 중학교 동창. 두 사람은 지석이 우연히 희진의 미용실에 들르면서 오랜만에 재회한다. 숫기없고 매사에 진지한 지석과 당차고 화통한 희진은 성격도, 환경도 다른 서로에게 조금씩 끌린다.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사랑의 기억을 일깨우는 ‘마들렌’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는, 두 청춘남녀의 아기자기한 연애의 기록. <퇴마록>의 박광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마법의 성감독 방성웅 출연 구본승, 김지은제작 씨네필름(주) 개봉 9월13일키가 크고 얼굴이 멀끔한데다 성격도 좋은 약사 성빈(구본승). 이상적인 남자인 것만 같은 그에게, 약혼녀 지혜가 파혼을 선언한다. 감정이 변치 않은 것과 별개로, 그와 사귄 2년간 한번도 성적 만족을 얻지 못했기 때문.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훈련에 나서는 성빈의 여정을 좇는 <마법의 성>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한국영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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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Austin Powers in Goldmember감독 제이 로치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 마이클 케인, 비욘세 놀즈개봉 11월 15일컨셉┃오스틴과 나이젤, 70년대로 건너간 두 ‘파워’ 부자의 못 말리는 첩보코미디.온 스테이지┃2편에서 미니 미와 함께 우주로 떠났던 닥터 이블은,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오스틴 파워에게 체포된다. 하지만 미다스 행성을 녹일 트랙터 빔을 개발해 지구를 물바다로 만들겠다는 닥터 이블의 음모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블의 새 파트너 골드멤버가 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오스틴이 기사 작위를 받던 날, 아버지 나이젤은 골드멤버에게 납치된다. 아버지를 구하고 닥터 이블의 음모를 막기 위해 골드멤버의 소굴이 있는 70년대로 가는 오스틴. 그곳에서 재회한 옛 파트너이자 연인 폭시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오스틴은 골드멤버와 탈옥한 닥터 이블을 추적한다.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는 제임스 본드 같은 60∼70년대 스파이영화에 대한 패러디와 오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외국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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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감독 샘 멘데스 출연 톰 행크스, 폴 뉴먼, 주드 로개봉 9월13일컨셉┃알 카포네와 금주의 시대, 운명이 엇갈린 두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갱스터영화의 변주곡.온 스테이지┃1931년 공황기 미국. 마이클 설리반은 아일랜드계 갱단의 보스인 존 루니를 위해 살인청부업자로 일한다. 자신에게 집과 지금의 삶을 준 존은 아버지 같은 존재. 존 역시 충직한 마이클을 아들처럼 아끼지만, 존의 친아들 코너는 마이클의 아들에게 부하살해현장이 노출되자 입막음을 위해 마이클의 아내와 작은 아들까지 살해한다. 큰아들과 함께 도피하며 복수를 다지는 마이클과 못난 아들이라도 지키기 위해 그를 제거해야만 하는 존. <로드 투 퍼디션>은 제목의 중의법대로 퍼디션이란 마을로 향하는 마이클 부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파멸에 이르는’ 두 아버지와 아들들의 관계에 대한 영화다. 원작은 맥스 앨런 콜린스가 쓰고 리처드 피어스 레이너가 그린 동명만화. <아메리칸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외국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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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Red Dragon감독 브렛 래트너 출연 앤서니 홉킨스, 에드워드 노튼개봉 10월18일컨셉┃살인마 한니발 렉터, 마지막에 들려주는 그의 첫 번째 이야기.온 스테이지┃FBI 수사관 윌 그래험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붙잡아 감옥에 보낸 뒤 FBI를 그만뒀다. 한니발을 체포하기까지, 한니발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정체모를 충동을 감내하느라 육체와 정신이 다 탈진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니발이 수감된 지 수년이 지나 또다시 유사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윌은 마지못해 복귀한다. ‘레드 드래곤’이라는 별칭의 이 새로운 살인마는, 한니발 못지않은 지능과 잔인함의 소유자이다. 그에게 다가서려면 연쇄살인범의 정신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윌은 한니발을 찾아간다. 끔찍했던 공포와 충동의 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소설 <레드 드래곤>은 <양들의 침묵>보다 먼저 1981년에 나왔다. <양들의 침묵>과 설정이 비슷하지만 수사관과 한니발의 심리대결, 한
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외국영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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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강같은 로맨스 넘치네
로맨틱코미디는 뻔하다고 모두 쉽게 말한다. 비단 우리 관객만의 생각은 아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여자애들이나 보는 영화’(chick flick)라고 은근히 무시하는 영화의 많은 수도 로맨틱코미디 소속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잊을 만하면 한편씩 여자뿐 아니라 남자 관객도, 20대 커플뿐 아니라 30대 외톨이 관객도 즐겁게 하는 로맨틱코미디들이 런던으로부터 극장가로 날아들었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새로 개봉하는 <어바웃 어 보이>까지. 영국의 인디 프로덕션에서 유니버설이 5년간 7억5천만달러를 투자하는 파트너로 성장한 영화사 워킹 타이틀이 휴 그랜트, 리처드 커티스, 헬렌 필딩, 닉 혼비 등의 영국 대중문화의 스타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 로맨틱코미디들은 여자와 남자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덜어낸 자리에, 안 풀리는 캐리어와 각기 제몫의 실패담을 안고 술자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