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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도포 입은 선수들이 머리 속에 노닐다2000년 3월15일동대문야구장에 고교야구를 보러 갔는데, <한국야구사>가 3만원에 팔리고 있었다.아, 그 진중한 史觀이 이렇게 무시돼도 좋단 말인가….2000년 7월1일<한국야구사>를 읽은 지 1년 만에 드디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다. 지난 1년간 몸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에선 짚신 신고, 도포 입은 야구선수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었다.2000년 7월김병현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해에 올스타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2000년 7월26일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다. 야구가 처음 들어온 1905년이 을사조약이 체결된 해라는 데 착안을 해서, 일본의 간섭으로 힘들어하는 당시의 시대상을 극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고리로 구성하다.2000년 8월<…JSA> 기술시사에 가다. 영화가 잘 나와서인지 다들 들떠 있다. 초고를 보낸 뒤 첫 만남인데도, 심재명 대표나 이은 감독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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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4월, 연습을 빙자해 야구한다2002년 1월27일시나리오 최종본 완성. 공식적으로는 14고다. 8고가 11월에 나왔으니, 마지막 2달은 거의 1주일에 한번씩 수정을 한 셈이다. 무척 만족스럽다. 무엇보다도 분량이. 가장 길었던 버전과 비교하면 30% 정도 슬림해졌다.2002년 2월콘티작업 시작하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화법으로 보여주자는 원칙하에 컷을 나누다보니 1천컷 정도 나온다. CG컷도 꽤 된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던 이규희의 도움으로 만화책 같은 콘티를 만들어간다.2002년 2월14일여자주인공 정림 역으로 김혜수씨를 캐스팅하기 위해 마련된 식사자리. 시나리오에 호감을 갖고 있던 그녀에게 정림의 캐릭터 보강 계획에 대해 얘기하며 설득하다. 중학생 때 김혜수 사진 코팅해서 모았었다는 얘기는 안 하는 건데 그랬다.2002년 2월17일야구단의 막내인 쌍둥이 형제로 량현량하를 확정함으로써 야구단 캐스팅이 완료됐다. 가수활동을 쉬는 동안, 량현량하의 키가 많이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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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8월~ 9월, 명필름 지독하다2002년 8월2일촬영이 끝나면 숨 좀 돌릴까 했는데, 바로 편집작업에 들어가다. 지방 촬영을 가 있는 동안 김상범 편집감독님이 작업을 해놓으셔서 순서편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25분 분량의 순서편집본이 나왔다. 순서편집에서 3시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감안하면 정말 양호한 길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혹시 이야기 구조가 허술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다.2002년 8월25일108분짜리 H편집본을 마지막으로 편집을 완료하다. E, F, G, H본은 매일 한번씩 보고 고쳤다. 역시 명필름 지독하다.2002년 9월1일예상했던 바지만, 녹음작업도 쉽지 않다. 현장에서 잡은 음향들을 쓸 수가 없다. 대부분의 신의 효과음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집어넣을 소리가 마땅치 않다. 새소리, 벌레소리, 개소리 등을 번갈아 넣어보지만, 신들을 연결해서 보니, 그 소리가 그 소리 같다. 믹싱을 맡은 블루캡에서는, 그래도 신별로 다른 종류의 새가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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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 너무너무 오랜만이다.” <YMCA야구단> 촬영에 <쓰리> 개봉까지, 한여름을 다 바쳤던 김혜수에게서는 오랜만에 가진 달콤한 휴가의 여운이 온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반면 <YMCA야구단> 촬영을 마치자마자 <살인의 추억>이 오버랩된 송강호는 거뭇거뭇 아무렇게 난 수염에, 회복기에 접어든 아폴로 눈병까지, 이미 며칠 잠복근무 마친 형사냄새를 폴폴 풍기며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마치 한여름과 한겨울의 전선이 뒤엉키는 듯한 기이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타이트한 드레스와 깔끔한 슈트를 갈아입고서 카메라 앞에선 송강호와 김혜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100년 전 가을의 귀여운 신여성 민정림과 엉뚱한 선비 호창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호창을 알고 싶소?
“사람들은 호창을 보자마나, 저건 송강호 스타일이네, 연기하기 편하겠네, 했는데 정말 반대였어요. 오히려 <복수는 나의 것>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드러나는 강렬한
의 김혜수·송강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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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씨는 이렇소
“혜수는 연기자로 보면 엄청나게 선배잖아요.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대중적인 스타로서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외형적 메리트를 뛰어넘는 뭔가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다는 증거란 말이죠. 굉장히 똑똑해요. 단순히 머리가 영리하단 말이 아니라 주변의 일들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좋은 연기, 더 좋은 영화를 많이 할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난 가족>에 출연하는 걸 결정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더라구요. 이제 김혜수란 배우의 놀랄 만한 진폭을 느낄 거예요.
송강호씨는 이렇습니다
“강호 오빠는 영화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가 생활이고 모든 인생의 중심이고 축인 사람이죠.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요. 사실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작품하기 전부터 알았지만 <YMCA야구단> 촬영을 하면서 또
의 김혜수·송강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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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야구단>의 화면 속 송강호는 통통한 볼살의 20대 후반의 청년이지만 지금, 소파에 걸터앉은 그는 분명 붉게 충혈된 눈과 거뭇한 수염, 미칠 듯이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최전선을 지키는 형사 박두만의 모습이다. <플란더스의 개>의 봉준호감 독이 메가폰을 잡은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일어났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형사들 이야기. 이미 호창의 저고리를 벗고 후질한 체크남방을 입은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허허’ 사람좋은 말투에서 낮선 흥분이 묻어나기도 했다.
송강호는 코미디를 좋아하오
“그런 것 같아요. 흥행을 하고 안 하고는 배우한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복수는 나의 것>을 하고 났으니까 <YMCA야구단>을 선택한 건 아니라는 거죠. 다하고 싶었고 다 해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송강호가 사실 코미디를
의 김혜수·송강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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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딩동.<씨네21>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한가위 선물, 영화, DVD, 추리소설, 컴퓨터 게임으로 이어지는 4부작 베스트 시리즈가 도착했습니다. 택배비 따로 없구요. 내용은 엄청 풍부하답니다. 1부는 '영화 스탭들이 말하는 베스트5'입니다.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편집, 음악 등 네 분야에서 각각 10명의 전문가가 말하는 최고의 영화들입니다. 영화를 보는 색다른 시각을 확인하실 겁니다. 2부는 DVD로 출시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아봤구요. 3부에선 공포, 추리소설 10편을 소개합니다. 영화도, 책도 지겹다고 하실 분은 4부에서 컴퓨터게임 추천작을 만나보시면 되겠네요. 그럼 심심할 때 읽으시고 알찬 연휴 보내세요. 꾸벅.편집자김형구 <무사> <봄날은 간다> 촬영<마지막 황제>(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촬영 비토리오 스토라로)오랫동안 베르톨루치의 파트너로 일했던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내가 촬영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 관심을 갖고 지켜봤
영화,추리소설,DVD,게임 베스트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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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형 <해피엔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촬영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촬영 야누스 카민스키)<지옥의 묵시록>이 정공법의 교과서라면 이 영화는 현재의 교과서가 된 것 같다. 최근 거의 모든 액션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다. 과거 전쟁영화가 관객을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 상황으로 데리고 가는 식이었다면 이 영화는 당시 찍은 필름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40년대 뉴스릴에 찍힌 이미지처럼 만들었다. 더러 고장난 카메라나 상태가 나쁜 렌즈로 찍은 것 같은 이미지도 들어 있고 컷마다 일부러 색감을 달리하는 등 정상적인 촬영을 일부러 피해간다. 개각도 촬영의 경우 <친구>나 <무사>에서도 쓰였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질감 역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② <지옥의 묵시록>(감독 프랜시스
촬영감독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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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대표작 <세기말> <인디안 썸머>①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 프로덕션디자인 와타베 다카쿠)이 작품이 미친 영향력이란! 사이버 펑크적 근미래의 도시적 이미지의 향연은 이 작품 전의 영화와 이후의 영화를 구분짓게 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져가는 산업화 단계에서 그 작품의 주제나 철학을 구현하는 가장 적합하고 뛰어난 비주얼(시간과 공간, 시대성)을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또한 이후의 작품들에 끼친 인식론적 측면 못지않은 강력한 비주얼 이미지들의 절대적 영향력- 굳이 특정 장면이나 이미지의 인용을 차치하고라도- 으로 볼 때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② 씨클로(감독 트란 안 훙/ 프로덕션디자인 베누아 바루)구체제가 남긴 빈곤과 밀려오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혼재된 베트남의 현실을 페인트, 어항, 코피 등 강렬하고 상징적 색채와 이미지로 표현.③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프로덕션디자인 장숙평)불안한 듯 미세한 사랑의 감정, 사라져버린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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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대표작 <하루> <킬러들의 수다>① 브라질(감독 테리 길리엄/ 프로덕션디자인 노만 가우드)내가 영화미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미술이 그 영화의 컨셉을 서포트하는가, 또는 앞서서 끌고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보다 미래의 생활모습을 더 뛰어난 시각적 효과로 보여준 많은 작품들이 있음을 나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장면장면에서 테리 길리엄은 우리에게 위트와 재치, 그리고 진지한 사고가 듬뿍 칠해진 그만의 상상력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촌스러운 느낌과 세트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고전적인 디자인 언어를 현재에 사용하여 지나친 개인주의 성향,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허구와 과장의 욕구를 모든 공간의 시각적 표현에 의해 느껴지도록 한다.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더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불멸의 걸작. 스토리와 주제가 모든 장면의 미술과 일체감을 보여준다.③ 위험한 관계(감독 스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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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흑수선><오아시스><연애소설>
① <대부>(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편집 윌리엄 레이놀즈, 피터 진너)
무슨 상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숏까지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상영시간이 길어도, 긴 줄 모르겠다. 처음 본 게 신필림에 입사한 지 3년쯤 되던, 아마 1972년쯤이었을 것이다. 그 뒤에도 극장에서만 서른번 넘게 봤다. 이 영화로 편집을 배웠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DVD로 보면 탄탄한 구성이 느껴지는데, 세부장면을 따로 언급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압도한다.
② <디어 헌터>(감독 마이클 치미노/ 편집 피터 진너)
비극을 암시하는 편집, 베트남으로 가기 전 결혼피로연을 보라.
③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감독 로버트 벤튼/ 편집 제리 그린버그)
한치의 오차도 없는 법정장면. 대사편집의 교본.
④ <불의 전차>(감독 휴 허드슨/
편집 스탭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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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집으로> <복수는 나의 것> <버스, 정류장> <YMCA야구단>
① <대부>(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편집 윌리엄 레이놀즈, 피터 진너)
단순히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리듬을 조절하는 편집만으로 감독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옮겨낼 순 없다. 애초 주어진 소스를 가지고 조합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편집은 그 영화의 격을 한 차원 더 높게 상승시켜야 한다. 물론 그게 도드라져선 곤란하고 최종적으로 봤을 때 영화 안에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 딱히 뭐가 좋다고 집어내기 힘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영화가 장르영화로 분류되기보다 해석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인 이유도 편집에 힘입은 바 크다. 언젠가는 한국영화에서도 이만한 작품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② <디 아더스>(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편집 나초 루이즈 카피야스)
놀라게 하려는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럽다
편집 스탭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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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봄날은 간다> 등 영화음악
①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음악 반젤리스)
<블레이드 러너>는 영화음악을 기능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킨, 즉 영화음악이라고 하는 것에 음악적인 스타일을 창조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전자음악, 클래식 악기, 대중악기를 한데 모아 아주 이상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팝에 쓰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팀퍼니 같은 클래식 타악기를 영화음악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훌륭한 영화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즉 리들리 스콧의 상상력이 없이는 나오기 힘든 음악이란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영화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감독 빔 벤더스/ 음악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악이 주연인 영화. 아프로쿠반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렸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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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스탭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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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규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영화음악
① <사보타주>(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음악 루이스 레비)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음악은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에서도 그런 원칙을 가지고 좋아하는 영화들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사보타주>의 음악은 과잉이다. 음악이 넘치고, 음악이 끌고 나가고, 음악이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전혀 부담감이 없다. 음악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 영화 전체를 그렇게 끌고 나간다는 건 영화음악가에게나 감독에게나 힘든 결정이고 힘든 선택인데, 새로운 음악형식의 창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② <언더그라운드>(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 음악 고란 브레고비치)
말이 필요없다. 음악이 이토록 유머를 담고 있을 수 있나, 미친놈들 같고 자연스럽고, 배워보고 싶었던 음악.
③ <델리카트슨 사람들>(감독 장 피에르 주네/ 음
영화음악 스탭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