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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의한, 독일을 위한두 편의 독일영화, <불빛>과 <굿바이, 레닌!>2월12일치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전날 상영되었던 한스 크리스티안 슈미트의 <불빛>을 크게 다루면서 마이클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와 <불빛>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상영작 299편 중에 가장 중요한 2편의 영화라고 과감히 적었다. 독일과 폴란드 국경지방을 무대로, 폴란드에서 독일로 넘어오는 난민들과 두 나라의 국경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은 영화 <불빛>은, ‘이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세상에서>와 한 카테고리에 묶여야 할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 상영작 중 100편이 독일영화인 올해 베를린영화제 프로그램의 구성을 고려해볼 때, 이 영화는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과 함께 독일영화의 르네상스를 증명해주는 증거자료로 더 큰 존재가치를 지닌 듯하다.&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화제작4 <불빛> <굿바이,레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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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사람 손들어보라"<밀애> <동승> <경계도시> 등 한국영화 뜨거운 관심 불러한편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작을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영화 장르의 전 스펙트럼을 커버하며 각국 영화계의 현주소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포럼부문 등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베를린영화제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리 아쉬워만 할 일도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올해 한국영화는 베를린에서 성공했다.포럼부문에 관심을 집중시킨 <밀애>관객의 관심을 자로 잴 수는 없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밀애>인 듯하다. <밀애>는 시사 뒤 극장에 불이 켜지고 감독이 무대에 오른 지 한참이 지나도록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한 차례 극장쪽 사고로 1시간가량을 영화상영이 끊겼던 날에도 관객은 이 화제작을 보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좋게 표현해 비밀스런 사랑, 까놓고 말해 불륜을 다룬 작품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변 감독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한국영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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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밤그림자처럼<검은 물밑에서> <링> 시리즈 만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영화세계그가 웃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나카다 히데오(中田秀夫)를 한번 인터뷰한 적이 있다. 2000년 여름, 국내에서 열린 어느 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나카다 히데오를 만난 것이다. 그는 <링> 시리즈로 국내 영화 마니아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나기 전엔, 막연하게나마 딱딱하고 말주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공포영화 감독 같겠지. 그런데 의외였다. 실례일지 모르지만 정훈이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다고 할까? 엉뚱하고 유머감각이 있었다. 자기표현이 확실하며 말주변이 좋은 편이었다. 감독에게 예상보다 인상이 좋아서 다행이다, 라며 농담을 하자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선입견이란 위험하다.당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일본의 장르영화, 그중에서 공포영화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링> 시리즈 이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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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밑에서><여우령><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흉내내 성인용 영화를 만들었고 구로사와 기요시는 고다르의 정치적 영화, 이론적 영화에 경도되어 또한 연출활동에 발을 디뎠다. 나카다 히데오 역시 비슷한 흐름의 끄트머리에 합류해 영화계에 입문한 경우다.영화사적 기억나카다 히데오는 1961년생.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도쿄대학 재학 시절, 비평가로 명망높던 하스미 시게히코의 강연을 듣고 영화에 뜻을 두게 되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와 같은 경로를 밟은 것이다. 졸업 이후 영화현장에 뛰어든 그는 성인영화와 TV시리즈, 그리고 비디오용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공부를 하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영화계에 입문했지만 그가 이름을 걸고 영화연출을 할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가능했다.<여우령>(女優靈, 1996)이라는 공포물을 찍은 뒤 “진짜 공포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나타났다”는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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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링>유괴극을 중심으로 범인과 형사,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이 얽혀든다. 그런데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뻗는다. 시간대는 뒤죽박죽으로 배열되며 영화의 시점 역시 명확하지 않다. 사건 순서는 현재에서 불쑥 과거의 사건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좀더 앞선 시간대의 사건으로 건너뛴다. <카오스>는 등장인물부터 사건의 흐름, 그리고 이야기의 순서까지 어떤 규율을 차례로 허물어간다. <큐어>를 만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간파했듯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고, 공범자도 배반자도 존재하지 않는” 괴상한 스릴러가 되어버린 것이다. <카오스>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벽돌을 허물듯 해체해버린, 실험작이라 할 만하다.“공포영화 감독이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기회가 있었고, 어쩌다가 성공한 게 전부다. 앞으로도 돈을 벌기 위해선 공포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나카다 히데오의 솔직한 고백이다. 기실 나카다 히데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에게 ‘공포영화감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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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에게 묻는다
유일 메이저의 독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20인의 질문
1938년 미국에선 이른바 ‘파라마운트 소송’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제작, 매니지먼트, 배급, 상영 등 영화와 관련한 모든 공정을 메이저 영화사가 총괄 관리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무너지는 데 결정적 계기였던 이 소송은 거의 모든 영화사 책에서 언급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당시 미국 법무성은 파라마운트를 비롯한 메이저 영화사들이 극장체인까지 소유하면서 영화를 묶어 팔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삼았다. 극장체인의 프로그램을 독점공급함에 따라 중소영화사의 작품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고, 따라서 시장의 자유경쟁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10년을 끈 이 소송은 1948년 법원이 파라마운트사에 극장체인을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됐다. 이후 10년간 메이저 영화사들은 극장체인을 매각했고, 독립영화의 제작편수는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월29일 CJ엔터테인먼트는 플레너스 주식 28.3%를 인수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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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서비스 입장에선 CJ의 극장체인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그 목적은 분명하다. 제작, 배급, 상영 3가지 모두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고하게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CJ와 시네마서비스의 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제2, 제3의 회사가 크는 것은 사전에 막겠다는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양립하고 있으면 동양이나 롯데나 시장에서 절대 못 큰다. 오히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몸을 섞은 지금이야말로 또 하나의 메이저 집단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안 돼서 분명 나온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이런 관계가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는 건 쇼박스 같은 곳이다. 충무로에 안티 강우석 세력이 있지 않은가. (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나한테 안 오는 사람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 거기로 몰려간다. 심정적으로 강우석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면 어나더(another) 시네마서비스 하나 더 나오게 돼 있다. 쇼박스가 됐든 어디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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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아니라 군소극장쪽에서 보면 두 회사가 힘을 합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대단하다. CJ와 시네마서비스, 두 회사의 영화를 못 받으면 작은 극장은 바로 문닫을 수도 있는 환경인 것이다. 경쟁할 만한 오리온의 메가박스나 롯데도 선발주자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센 영화를 무기로 경쟁 극장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글쎄. 프로를 안 줘서 극장 죽이는 거? 생각 안 해봤다. 해코지를 그런 식으로 하면 되나. 낯 뜨거운 짓이다. 그냥 무관심하면 되는 거지. 극장 사업이라는게 우리가 프리머스한다고 해서 우리 영화 위주로 개봉하나? 그게 아니다. 손님 드는 영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망하니까. 안 되는 영화를 큰 관에 건다고 해서 손님이 더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래 건다고 해서 관객이 와? <반지의 제왕>처럼 검증이 끝난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진 못한다고. 단관극장들의 경우라면, 어쩔 수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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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못 주면 영화계 떠난다”
신작 <실미도>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지난해 3월, 미국 컬럼비아영화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영화 <실미도>가 오는 3월1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발표시점에서 1년여 만에, 10여 차례 시나리오 수정을 거쳐 콘티 작업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출연진의 윤곽까지 정했다.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결정된 설경구를 비롯해 안성기, 정재영, 임원희, 허준호 등이 가세하기로 했다. 전체 영화의 70% 정도를 찍을 실미도 훈련장 세트가 들어설 지역도 확정됐다. 한때 경기도 화성 앞바다에 있는 입하도가 거론됐으나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실제 북파부대 훈련을 했던 실미도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제작에 필요한 여러 사항이 결정됐지만 영화 <실미도>의 실체는 아직 모호하다. 무엇보다 강우석 감독이 <실미도>에서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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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의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가. 설경구가 맡게 될 역할은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출신 이정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행적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이정진의 소원은 평양 가서 김일성의 목을 따는 거다. 아버지로 인해 연좌제에 걸리게 되고 살아남으려 하다보니까 살인을 저지르게 돼 사형선고를 받게 된 인물이다. 이제 그가 새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 하나뿐이다. 다른 실미도 부대원들 대부분이 그런 처지다. 기록상으로는 사형집행이 된 이들이니까 훈련받으면서 맞아 죽어도 어느 누구 하나 말하는 이가 없었다. 증언자의 표현대로 1회용 인생들이다. 방전되면 아웃인 거지. 영화는 작전이 취소된 이후에 자신들이 사살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의 분노를 담아낼 것이다.
-<공공의 적>에 이어 <실미도>에 설경구를 캐스팅했다.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해 강한 신뢰가 있나.
=자기가 지난번 촬영 때 앞으로 내가 감독하는 영화에 주연하고 싶다고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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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작 만드는 9명의 감독에게 듣는다 - 충무로에 나를 던진다!아무리 한국 영화계가 데뷔하기 쉬운 곳이라고 하지만 막상 첫 작품을 만들게 된 감독들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러는 캐스팅 단계에서 좌절을 맛보고, 더러는 3년간 매달린 시나리오를 휴지통에 버리는 아픔을 겪으면서 데뷔에는 재능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는 걸 실감하는 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 첫 영화를 만드는 여기 9명의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일찍 능력을 인정받아 데뷔의 기회를 잡은 감독도 있지만 상당수 감독들이 여러 차례 데뷔할 뻔한 경험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들을 영화의 길로 인도한 것은 무엇이었나? 첫 영화는 어떻게 나왔는가? 그들은 데뷔작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2003년 데뷔작을 내놓는 임필성, 이철하, 이우현, 김현성, 이수연, 윤학열, 최동훈, 민준기, 김용화 등 9명 신인감독의 출사의 변을 들어보자. - 편집자극한의 땅, 하얀 갈림길에서 | 출사표1- <남극일기&g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남극일기>의 임필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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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들을 위한 만찬 | 출사표2 - 의 이수연 감독이러다 감독됐지요이수연(32) 감독은 행동파다. 뭔가를 가만히 보기만 하는 건 그녀의 몫이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직접 해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정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차츰 영화가 좋아졌다. 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 후루룩 넘겨보는 초보 애니메이션일지라도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그런 그이다보니 대학 시절 “영화는 안 만들고 사회과학 토론부터 하는” 영화 동아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 대신 대학 1학년 때 한 단체에서 개최한 8mm 영화강좌를 들었고, 아르바이트한 돈을 쏟아부어 장만한 8mm 카메라로 아마추어영화 몇편도 찍었다.그녀의 열정은 졸업 무렵 기막힌 우연으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스크립터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들은 “친구 하숙집의 옆방 언니의 친구”가 대학 4년 내내 “평생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부르짖었던 ‘친구 하숙집 옆방 동생의 친구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4인용 식탁>의 이수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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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가족이 있는 풍경! | 출사표3 - <오! 해피데이> 윤학열 감독이러다 감독됐지요사람들은 ‘세 번째’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하다. 세 번째 만남, 세 번째 기회, 세 번째 실패는 왠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꼭 붙잡거나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윤학열 감독은 십년 넘는 세월 동안 영화를 탐내다가 그 세 번째 기회에 몸을 던진 사람이다. 이야기하는 재능을 타고나 작가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희곡과 방송,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아오면서도“어린 마음에 멋있어 보였던” 감독이 될 기회를 노려왔다. 선우완 감독과의 작업이 첫 번째, 원안을 쓴 <블루>가 두 번째. 기약없이 미뤄지는 일정 때문에 떠나보내야 했던 두번의 기회가 지나고, 마침내 세 번째 <오! 해피데이>가 왔다. 그리고 “이번에 놓치면 영영 영화를 못할 것 같아” 두 아이의 아빠 윤학열은 나이 서른여덟에 감독이 됐다.극작과를 다닌 그가, 결혼하면서 “작가의 아내가 되게 해주겠다”고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오! 해피데이> 윤학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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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계 100만불의 사나이, 충무로로 가다 | 출사표4 - <라디오 스타>의 이철하 감독이러다 감독됐지요1997년, 광고회사 코래드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이철하(33)는 무서울 게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찌감치 근성을 인정받아 특채로 프로듀서 직책을 얻었고 이후에도 승승장구, 남들보다 먼저 광고업계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 광고 제작을 따냈던 그는 두려움을 몰랐다. 첫번째 자동차 광고를 제작하면서 연출료만 100만달러를 호가하던 콧대 높은 마이클 베이 감독을 픽업하겠다고 무모하게 나선 것도 그 때문. 거액의 개런티 문제로 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지만 감독 섭외를 위해 벌였던 잦은 해외 출장은 그에게 엄청난 자극을 줬다.당시 그가 드나들던 프로파갠더는 마이클 베이를 비롯, 데이빗 핀처, 마크 로메닉 등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넘나들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할리우드의 에너제틱한 감독들을 키워낸 프로덕션. “영상작업을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비주얼 교육 한번 받지 못했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라디오 스타>의 이철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