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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 정말 헷갈리게 하는 군<패왕별희>의 첸카이거가 <투게더>로 돌아왔다. 한국영화 제작문제로 재작년에 잠시 방한한 적이 있을 뿐, 그는 실패한 <풍월> 이후 7년 동안 한국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세계의 관객의 뇌리에서도 조금씩 잊혀져갔다. 장이모는 그나마 간혹 대중적 성공이라도 거뒀지만, 동세대인 그는 제대로 거론조초 되지않았다. 그는 그래도 괜찮을만큼 조락한 감독인가? <투게더>는 헷갈리는 영화다. 퇴행과 부활의 가능성 모두를 품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의 근작들을 다시 훑어보며, 미완의 첸카이거론을 다시 쓴다. - 편집자첸카이거가 찍은 <황토지>는 내 고향과 비슷했고,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그렇게 감동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결심했다. “영화를 찍을거야, 딴 건 필요없어.” -<지아장커, 중국영화의 미래 중에서>-첸카이거는
<투게더>로 돌아온 첸카이거의 진실 혹은 모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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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능가하는 <황제와 암살자>한국에서 첸카이거는 시네마테크의 보물에서 예술영화의 거장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국제화의 시작을 알린 <현 위의 인생> 이후 첸카이거는 칸에서 <패왕별희>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영화에 관한 평가들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다시 보아도 분명한 건(내 입장에서) <패왕별희>에서의 역사적 지표들은 이 영화를 알레고리적으로 읽도록 유혹하고 있는 함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황토지> <대열병> <해자왕>에 들어 있는 내셔널 알레고리, 또는 미학적 창조력을 어떻게 포장해야 서구의 관심권 안으로 더 진입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황토지><패왕별희>영화 속 주인공인 샬로와 데이의 동성애적 애증의 소사는 마치 중국 현대사의 분기점들과 다면적으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만 평행할 뿐이며, 비스듬히 지나치고 있다.
<투게더>로 돌아온 첸카이거의 진실 혹은 모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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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첸카이거는 다시 <투게더>로 돌아왔다. <황제와 암살자> <킬링 미 소프틀리> <투게더>는 그 의미상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 오히려 <황제와 암살자>는 알레고리화의 속임수를 덜어낸 첸카이거의 솔직함을 보는 것에 반갑다. <킬링 미 소프틀리>는 철저한 실패작이지만, 그 실패의 의미를 장르에 대한 인식부족과 시스템에 대한 역부족으로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그러나 <투게더>는 그 둘 모두와 다르다. <투게더>는 테크니컬한 면에서 결코 뒤처지는 영화가 아니다. 또 <황제와 암살자>에서 보여준 인성에 대한 연구는 이제 이 영화에서 소박한 믿음의 차원으로 승화되어 있다. 때문에, 이 영화를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때 입을 막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첸카이거가 다시 한번 외국소설 중 하나를 골라 취향에 기대어 휴머니즘을 말했더라도 모순은 별로 커보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첸카이거는 이
<투게더>로 돌아온 첸카이거의 진실 혹은 모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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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보러가자!! 3월20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일본영화 거장 15인전우리에게 1950년대는 암흑의 시대였다. 빈곤과 민족분단의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일본의 1950년대, 특히 일본영화는 새로운 ‘황금기’를 누렸다. 연합군 총사령부, 즉 GHO는 일본영화에 대한 검열을 철폐했으며 영화작가들은 숨통을 틔웠다. 영화산업 역시 전성기를 누려 1958년 일본의 영화관람객은 11억이라는 천문학적 수치에 달했다. 패전의 쓰라린 기억을 간직한 대중을 위로하는 영화에서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작가영화까지 일본영화의 스펙트럼은 전쟁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고전영화가 특별상영된다. 이번 행사는 영상자료원과 일본국제교류기금,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가 공동주최하는 행사이며 3월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특유의 댄디즘을 구현하는 청춘영화에서 특촬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l
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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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鍵 1959년 감독 이치가와 곤 출연 교 마치코 상영시간 107분 컬러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 일본영화의 ‘스타일리스트’ 이치가와 곤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겐모치는 부인에게 비밀로 한 채 정력증진을 위해 병원을 다닌다. 겐모치는 병원 인턴인 기무라와 절친한 사이다. 기무라가 겐모치의 집을 방문해 술을 마시는 도중 부인이 벌거벗은 채 욕실에서 잠이 들자 겐모치는 부인을 기무라에게 맡긴다. 한편 기무라는 겐모치의 딸과 비밀스런 만남을 갖는 중이다.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은 이치가와 곤의 영화에 대해 “순수한 쾌락의 세계”라고 표현한 적 있다. 탐미적 영상을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는 의미. <열쇠>는 어느 중년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과 한 의사에 관한 영화다. 네 사람은 성적으로 서로 복잡한 관계에 놓이게 되고 관능의 세계에 몸을 맡긴다. 영화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원작에 비해 관능의 분위기는 다소 퇴보한 듯하지만 인물의 심리묘사는 더 치밀하다. 이
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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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개의 눈동자 | 二十四の瞳 1954년 감독 기노시타 게이스케 출연 다카미네 히데코 상영시간 155분 흑백1950년대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이 영화는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음은 물론이고 말 그대로 전국의 남녀노소를 울렸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영화이자 걸작”이라고 평했다. 패전 이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인들은 <스물네 개의 눈동자>를 보고 자신들을 위로할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전쟁 이전의 일본인들이 얼마나 순수한 존재였는지 스크린을 통해 깨닫는 것이었다.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은 부자관계, 혹은 그것을 대체할 만한 관계를 영화에서 곧잘 표현하곤 했는데 <스물네개의 눈동자>에선 가족과 유사한 ‘사제관계’에 주력했다. 어느 분교에 젊은 여교사가 부임한다. 서양식 의상을 입은 오이시 선생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오이시 선생은 차츰 섬 생활에 적응해 가고 열두명의 학생들은 선생에게 많은 애
일본영화의 황금기 1950년대 거장 15인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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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슈퍼히어로 <데어데블> <헐크> <엑스맨> 그들은 왜 우리를 흥분시킬까“환상적이다. 이 이상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 앨런 립슨의 이야기는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리라. 2000년 <엑스맨>과 지난해 <스파이더 맨>에 이어 최근 자사 캐릭터인 <데어데블>이 엄청난 관객몰이에 성공했지만, 마블엔 앞으로도 더 ‘좋아질’ 일이 많다. <엑스맨2>와 <헐크>가 올 초여름 시즌 출정을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맨-씽>, 2004년 <판타스틱 포> <고스트 라이더> 등 마블의 또 다른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스크린 위로 차례로 올라갈 예정이며, 앞으로도 많은 마블의 영웅들이 만화책의 사각틀을 벗어나 영사기의 빛 속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4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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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오브 뉴욕<데어데블>의 `악마들` 그리고 영화 이야기문석 ssoony@hani.co.kr<데어데블>의 주인공 데어데블은 마블 코믹스에서도 독특한 존재다. 그에게는 다른 영웅과 달리, ‘변신’ 모티브가 없다. 그는 그저 맨몸과 곤봉만으로 악당에 맞선다. 데어데블이 슈퍼히어로계에서 ‘2류’로 치부된 것도 이런 탓이다. 하지만 데어데블은 현실적이다. 낮에는 제도로 법을 지키는 변호사지만, 밤엔 데어데블의 옷을 입고 잔혹한 폭력으로 법을 수호하려는 그는 우리 내면의 이중성을 반영한다. <데어데블>의 다른 캐릭터 또한 이런 아이러니 위에 서 있다. 연약한 여성인 듯한 일렉트라는 밤이면 복수의 한으로 거리를 떠돈다. 훌륭한 사업가로 보이는 킹핀은 사실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다. 이처럼 데어데블의 소우주는 낮과 밤에 따라 마음의 가면을 쓰고 벗는 캐릭터들로 이뤄져 있다. 데어데블은 어쩌면 우리 내면의 그늘이 투영된 이상한 슈퍼히어로인지도 모른다.데어데블 Dar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데어데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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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아이 Bullseye1. Who are you? 본명은 나도 모른다. 직업은 암살 청부업자. 전직 군인이지. 그때도 암살병이었다. 킹핀과는 계약을 맺고 있지, 쫄따구가 아니다. 알겠나?2. What do you have? 혹시 내 이마에 타깃이 새겨져 있는 게 보이나? 그만큼 표적을 맞히는 데 능하단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난 연필이건 카드건 클립이건 가리지 않고 던져서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었지. 주로 표창을 들고 다니지만, 궁하면 궁한 대로 다 무기로 쓴다. 영화 후반부에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을 깨서 그 조각을 던지는 걸 봐라.3. What is your faith? 살인은 즐겁다, 이거다. 됐나? 한때 야구선수를 하면서도 살인욕에 시달렸다. 물론 부도 좋아한다. 만화책에선 돈을 가로채려고 대부호를 살해했다가 데어데블의 추적을 받게 되지. 결국 내 당면 목표도 데어데블의 심장에 표창을 박는 거다.4. Character vs Cast 내 역할을 빈 디젤이 맡을 뻔했다는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데어데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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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나의 힘<헐크>, 스크린에 귀환하는 `슬픈 괴물`박은영 cinepark@hani.co.kr리안은 헐크를 가리켜 “슬픈 괴물”(Sad Monster)이라고 했다. 수천명을 맨몸으로 상대할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인 헐크의 추동력은 극심한 분노와 고통의 스트레스. 더 크게 분노할수록 더 큰힘을 발휘하게 되는, 그러나 그 힘 때문에 인간들의 사냥감이 되고 마는, 헐크의 딜레마는 조용하고 예민한 이국의 영화감독을 매혹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것이다.헐크 Hulk1. Who are you? 로버트 브루스 배너. 원자화학자죠.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답니다. 가끔 뚜껑이 열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몸집이 평소보다 서너배가 커지고 눈도 머리칼도 피부색도 녹색으로 변해버립니다. 사람들은 그럴 때의 나를 ‘헐크’ 또는 ‘살아 숨쉬는 파괴 엔진’으로 부르더군요.2. What do you have? 힘이 장사죠. 한번에 탱크 몇대 날리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일당 천’이라고 들어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헐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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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축복, 축복받은 저주<엑스맨2>, 다시 대결전에 나선 돌연변이들박은영 cinepark@hani.co.kr유전자 변이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돌연변이들. 그들에게 재능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나약하고 소심한 인간들은 돌연변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 파멸시키려 하고, 생존을 위협받은 돌연변이들은 같은 방법으로 인간에게 보복하거나 어렵사리 인간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유색민의 권익을 부르짖던 말콤X와 마틴 루터 킹의 시대에 태어난 <엑스맨>은 ‘다르다’는 것에 대한 차별과 관용이 충돌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정교하고 신랄한 은유다.울버린 Wolverine1. Who are you? 이름은 로건. 울버린이라고도 하지. 내가 누구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자세한 건 기억을 못해.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 좋게 말하면 모험가고 나쁘게 말하면 부랑자라고 할까. 난 돌연변이거든. 그래서 받아주는 데가 없어. 세상,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엑스맨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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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데쓰스트라이커 Lady Deathstriker1. Who are you? 글쎄요. 좀 복잡한걸요. 일단 유리코 노리야마라고 해두죠. 스트라이커님을 도와 자비에 사단의 돌연변이들을 제거하는 일을 맡아서, 레이디데쓰스트라이커라고도 불리지만요. 제 이름에서 죽음의 향기가 나지 않나요?2. What do you have? 울버린이라고 아시죠? 그 녀석을 제 맞수라고 말하긴 자존심 상하지만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어요. 강철 갈퀴가 손에서 나오는데요, 난 손등이 아니라 손끝에서 손톱처럼 그 갈퀴가 뻗어나온답니다. 아시아의 처녀귀신을 연상하시면 되겠네요. 아, 그리고 전 가라테 같은 동양무술도 뛰어나요.3. What is your goal? 타도! 울버린! 이게 제 존재 이유이자 필생의 목표랍니다. 스트라이커님이 말씀하시길 그 녀석이 제 부모의 원수라더군요. 기필코 제 손으로 없애버릴 거예요.4. Character vs Cast 아주 좋아요. <동양특급 로형사>에서
슈퍼히어로 3인방이 온다 - <엑스맨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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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는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갱스 오브 뉴욕>의 하비 웨인스타인, <디 아워스>의 스콧 루딘,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조엘 실버, 이들 3인의 프로듀서는 오랫동안 할리우드에서 일했지만 올해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은 없다. 지난해와 올해, 그들은 각자 일생 최고의 프로젝트라 할 만한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지만 그리 많은 나이 차가 나지 않는 그들의 경력에는 몇 군데 겹치는 지점도 있다. 하비 웨인스타인과 스콧 루딘은 <다 아워스> 등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했고, 스콧 루딘과 조엘 실버는 로렌스 고든 밑에서 프로듀서 일을 배웠으며, 세 사람 다 유대인이다. 또한 그들은 불같은 성격에 저돌적인 스타일로 일하는 프로듀서들이다. 목표를 향해 전진할 뿐 퇴각을 염두에 두지 않는 그들은, 어쩌면 그래서 할리우드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의 밑바탕에는 그들 각자가 이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하비 웨인스타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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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천재하비 웨인스타인이 다혈질이라는 사실은 비즈니스 스타일에 대한 은유만이 아니다. 작가 켄 올레타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자기통제력 결핍이다. 그의 목소리 톤과 보디 랭귀지는 때로 위험스럽다. 꼭 쥔 주먹과 앙다문 이는 분노로 터질 것 같고 참기라도 할라치면 커다란 머리가 부들부들 떨린다”라고 문인답게 묘사했다. 따라서 미라맥스는 사무실 분위기가 썩 화기애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함도 울음도 잦고 긴장이 높다보니 퇴사한 직원들은 마치 알코올 중독자 회복 프로그램 참가자들처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마음을 다독인다고 한다. 그러나 하비 웨인스타인은 이 모든 고발에 대해 감독들이 계약의 확정 요소를 잘못 알아서, 젊은 직원들이 업계의 현실을 파악 못해서 나온 오해라고 일축한다.그러나 우리가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본령을 이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의 퍼스낼리티가 투박하고 고약하다는 점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교묘하고 악명높은 네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하비 웨인스타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