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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달인<다이하드> <매트릭스> 시리즈 제작자 조엘 실버(Joel Silver)“난 예술을 하려고 영화를 시작한 게 아니다. 예술품을 살 돈을 벌려고 영화를 한다.” 조엘 실버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언젠가 빈정대며 뱉은 말 그대로 이 사내는 영화로 번 돈을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는 데 썼다. 현대 건축의 대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집 두채와 무게만 20t인 리처드 세라의 철근 조각품이 실버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정치적 올바름을 잣대로 시비를 거는 저널리스트들에게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처럼 눈에 이쑤시개를 박아서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영화 <설리반의 여행>을 보도록 만들었으면 싶다. <설리반의 여행>에선 사회적 의식이 있는 영화를 만들려던 주인공이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편이 훨씬 할말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잘못된 일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그게 바로 내가 하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조엘 실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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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비판을 제기했지만 실버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실버는 관객이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는 쇼비즈니스의 정신을 충실히 따랐다. 신디 크로퍼드가 주연을 맡은 <페어 게임>을 제작한 것은 하나의 예가 될 만하다. 영국 신문 <가디언>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페어 게임>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젊은 관객이 신디 크로퍼드를 좋아하는데 왜 그녀를 액션영화에 출연시키지 않는가라고 권해서 만들게 됐다. 그녀를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 출연시켰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그 정도로 똑똑하진 않다.” <리쎌 웨폰4>로 맛보기를 보인 다음 이연걸을 주연으로 <로미오 머스트 다이>를 제작한 것도 비슷한 경험이었을 것이다.제리 브룩하이머와 더불어 80년대 이후 액션장르를 다시 발명해낸 인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한때 실버의 명성은 위태로웠다. <페어 게임>을 전후로 매컬리 컬킨 주연의 <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조엘 실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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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최후의 탐미안
<로얄 테넌바움> <디 아워스> 제작자 스콧 루딘(Scott Rudin)
작가 마이클 커닝햄은, 높낮이 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자신의 소설 <세월>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에이전트에게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요. 아무도 이 괴물을 영화로 만들려 하지는 않겠죠.” 그러나 커닝햄의 전화는 얼마 안 가서 울렸다. 스콧 루딘(43)이었다. 영화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문학물에 대한 특별한 투지와 수완으로 이름난 제작자 루딘은, <빌리 엘리어트> 이전부터 지켜봐온 스티븐 달드리 감독과 <세월>의 여인들과 감수성이 상통하는 캐릭터를 묘사했던 작가 데이비드 헤어를 엮고, 최고의 세이렌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을 일급 조연들로 감싸 아트필름계의 ‘이벤트영화’를 만들어냈다.
왕성한 제작이력
영화저널리스트들이 제작자 스콧 루딘을 거명할 때 습관처럼 끼워넣는 수식어는 ‘다산’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스콧 루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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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루딘은 1987년 폭스를 떠나 독립 프로덕션을 차리고 파라마운트와 독점적인 계약을 맺었다. 게이 친구이자 동료인 작가 폴 루드닉이 쓴 <아담스 패밀리>와 <시스터 액트>, 그리고 같은 해 제작한 <꼬마 천재 테이트>로 시장과 예술에 대한 기본 감각을 입증한 그는 “얼굴 보기도, 말 섞기도, 같이 밥 먹기도 싫은 인간투성이인” 할리우드를 떠나 문학과 연극의 좋은 소재를 낚시질하기 좋은 뉴욕으로 1994년 이주해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정착했다. 루딘의 존재로 인해 파라마운트 스튜디오가 뉴욕 지사나 문학 전문 에이전트에 들일 비용을 대폭 절약하고 있다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다.
결코 시계를 차지 않지만 늘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나타나는 스콧 루딘의 습성은, 예술가와 보헤미안의 세계에 한발을 두면서도 그것을 상품으로 가공하기 위해 세상의 어떤 사업가보다 각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그의 일상을 대변한다. 루딘의 불같은 성격과 잔인한 매너는 무례함이 권력의 제스
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스콧 루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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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드레스를 입고 밤거리 사냥에 나서는 네 여자 이야기, <섹스 & 시티> 다섯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됐다. 케이블 채널 캐치온에서 금요일마다 만날 수 있는 <섹스 & 시티>는 원하는 건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는 뉴욕에서의 삶을 향한 동경과 함께 여자도 섹스와 담배와 술을 좋아할 수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몰고 전세계 여성을 강타했다. 정면으로 가슴을 드러내고 정면으로 욕망을 과시하는 여자들, 무리수처럼 끝없이 되풀이되는 섹스 행각을 질리지도 않는 수다로 들려주는 이 여자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서봤다. - 편집자
400달러짜리 하이힐을 신는다 해도 흐르는 시간을 밟아 뭉갤 수는 없다. 이십대를 불안하고 나약한 시절이라 비웃었던 삼십대의 독신여성들, <섹스 & 시티>의 캐리와 미란다, 사만다, 샬롯도 “뉴욕에서 결코 결혼할 수 없는 나이”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3월7일부터 케이블 채널 캐치온에서 방영을 시작한 <섹스 &a
<섹스 & 시티>, 세계 여성을 사로잡은 초특급 ‘음담패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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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분 안에 완결된 이야기 하나를 뱉어내야 하는 드라마의 한계 때문에, 이들은 여성의 다양한 측면 중에서도 유독 고개를 내미는 특징 몇 가지만 골라 캐리커처로 스케치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설명만으론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비난을 부인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완하는 건 에피소드 하나마다 캐리가 던지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 반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흘러가는 네 여자의 뉴욕생활이다. “뉴욕 여성들은 정말 사랑보다는 권력을 택하는 걸까?” “여자의 미모는 지성이나 유머감각보다 중요한가?” “성공한 여자들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 주변엔 우리를 기죽게 하는 여자들이 있는 걸까? 그들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걸까?” 진부해 보일지 몰라도, 어떤 여성도 감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직접 던지지는 못한다. 심지어 캐리마저 “여자들은 모두 구출받기를 원한다”는 샬롯의 단언에 삼십대 독신여성이라면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일단 질겁한 뒤에야 정겨운 검은색 노트북으로
<섹스 & 시티>는 어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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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
수시로 바뀌는 머리스타일과 때로는 지나치게 모험적인 요란한 색의 스커트, 그리고 트레이드마크가 된 캐리라는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 캐리의 패션을 보면 뉴욕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섹스 & 시티>라는 제목은 극중 캐리가 연재하는 칼럼의 제목이기도. 연애경력 20여년에 안타 두어개, 홈런 없음. 스스로 연애운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비관하지만, 4시즌에서 에이단의 청혼에 기겁을 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 주위 남자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 5시즌을 맞아 캐리에게도 새로운 로맨스가 싹튼다고 하니 기다려볼 일이다. 사라 제시카 파커(38)는 <화성침공> <조강지처 클럽>에 출연했다. <섹스 & 시티>의 제작에도 참여한 그녀는, 실생활에서는 배우 매튜 브로데릭과 7년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구가하고있다. 2002년 10월, 아들 제임스를 낳았으며, 그 때문에 5시즌은 8화까지 녹화된 뒤 촬영이 중단
<섹스 & 시티>의 등장 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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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실패한다. <섹스 & 시티>의 화려한 여주인공들이 여자들의 섹스구루(도사) 역할을 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대목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답고, 직업적 성공도 거머쥔 네 여인. 하지만 그들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불발된 연애의 아픔이다. 미란다는 때로 “왜 우리는 남자 얘기밖에 하지 않는 거야!”라고 게거품을 물기도 하지만 걱정마시라. 그들에게 있어 연애는 한철이지만 우정이야말로 영원한 벗이니까. 남자들은 “바보같아”라고 비웃지만 “어제 그 대사 봤어? 딱 내 얘기야” 하는, 그 금성 여인들의 수다를 엿들어보자.
사만다: 남자에게 “당신을 증오해”라고 하면 사상 최고의 섹스를 하게 되지. 하지만 “당신을 사랑해”라고 하면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구.-캐리가 미스터 빅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말을 듣고
샬롯: 내가 사귀는 남자에게 문제가 있어. 말하기 그런데… 그 사람 항상… 그걸… 만지는데….사만다: 쌍방울? 캐리가 말해줬어.캐리:
<섹스 & 시티>의 명대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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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홍상수에 빠진 날
한 감독의 세 작품이 한 도시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건 희귀한 일이다. 파리의 홍상수가 그랬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이 지난 2월26일 한꺼번에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곳 매체들은 홍 감독을 거의 최상급 찬사로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평단은 이젠 꽤 두터워진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 중에서도 유난히 홍상수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관심을 나타낸다. 파리의 성지혜 통신원이 그 편애의 이유를 따져보았다.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세 작품이 동시에 지난 2월26일 파리에서 개봉했다. 이미 칸영화제나 파리영화제,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제 등을 통해 비평가나 시네필들에게 소개된 이 작품들은 그동안 비평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개봉을 기다려왔는데 ASC라는 용기있는 배급사에 의해 마침내 파리의 3개관을 비롯해 지방 4
프랑스의 홍상수 편애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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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한 인간본성을 관찰하다
프랑스 평단이 홍상수 감독을 발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샤를 테송을 통해 왜 프랑스 평단의 지지가 홍상수 감독으로 집중되는지에 대한 좀더 미학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테송은 서슴없이 홍상수 감독을 최근 등장한 감독 중 가장 중요한 감독의 하나로 꼽는다. 왜일까? 테송은 그 이유로 “홍상수는 유니크하다”고 말한다. 한국영화에서도, 아시아의 거장감독의 영화들과 비교해도 나아가 전세계의 다른 주요 감독들의 영화와 비교해도 홍상수의 영화는 유니크하다는 것이다. 테송은 99년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한 <돼지…>에 대한 평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주목을 끄는 것은 점차 이미지와 스타일을 믿는(즉 기타노 다케시나 왕가위 하면 바로 그들만의 스타일이 떠올려지는 것과 같은) 아시아영화들의 경향에 정반대되게 거의 곤충학자에 가까운 태도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인간 본성의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프랑스의 홍상수 편애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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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지성의 연금술<르몽드> 2003년 2월26일 게재된 비평 요약문
마침내 홍상수의 세편의 영화가 안목있는 작은 배급회사인 ASC 덕택에 극장에 소개되었다. 그들이 선택한 작가는 지금부터 반드시 주목을 해야 할 감독이다. 단지 또 하나의 걸출한 세계적인 감독이 될 아시아 대륙의 새로운 재능으로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드물게 나타나는 귀한, 까다로운, 정확한 또 그러면서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표현을 위한 장치들을 사색의 도구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지녔고 그러면서 또 오늘날의 애정과 섹스생활에 대한 냉철한, 또 가끔은 씁쓸하고 비관적인 초상을 그려낸다. 이것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세 영화에서 표현된 세계보다 더 보편적이고 더 직접적이고 그러니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세계는 없을 것이다.
심리극을 넘어, 모더니티를 향해
세 영화는 각각 아주 조금씩 그들의 비밀을 드러낸다. 이는 느리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뤄지는데 이야
프랑스의 홍상수 편애 이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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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보이나요? 여전히 웃기고요? 그럼 됐군요."
부패 교사 ‘김봉두’가 온다. <신라의 달밤>으로 일약 코믹 캐릭터의 중심으로 도약한 차승원은 <라이터를 켜라>와 <광복절특사>에까지 그 이미지를 밀어붙였다. 차승원의 입장에서 보면 ‘삼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코믹한 캐릭터가 짙어질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선생 김봉두>는 조심스럽게 전환을 모색하는 차승원의 행보가 보인다. 차승원은 결코 화려한 연기 인생을 살아온 노배우가 아니다. 약력을 펼쳐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흔치 않은 출구를 통해 배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가 살아온 ‘또 다른 나’, 영화 속 캐릭터를 따라가며 그를 물어본다.
“리딩할 때부터 열심이더니 차승원은 갈수록 에너지를 쏟아낸다. 처음 만난 날이었던가. 문어체 대사를 원래 싫어하니까 그냥 쉽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도 좋다고 했더니 그는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다면서 시나리오를
차승원 스토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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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동은 내가 좋아하는 남성상”
차승원은 자신의 얼굴과 표정과 몸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면서 뒤집힘의 전략과 설정을 강화하고, 또 따라갔다. 차승원이 맡는 캐릭터에는 점점 더 인간적인 빈틈과 허술함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시나리오에서 제일 첫 번째로 보는 점, “정말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서 더없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멜로라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단선이잖아요. 여자한테 너무너무 헌신적인 사랑을 하고, 누굴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다는 게… 좀. 다른 드라마에 그게 끼어 있으면 모를까, 처음부터 끝까지 멜로인 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아요. 안 하는 건 사실 저 반 남의 반 그런 거 같은데요. 내가 생각하는 멜로는 그런 게 아니니까. 아마 선생 김봉두가 결정타일 거예요. 아, 얘는 다시는 여자하고는 안 하겠구나….” (웃음) 이것이 바로 차승원이 생각하는 멜로드라마며, 그가 멜로드라마를 하지 않는 이유이다(물론 그 정의에 대해서는 오해의 여지가
차승원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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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쓴 다큐, 감독은 말했다데즈카 오사무에서 앨프리드 히치콕까지, 평전과 자서전으로 들여다본 거장 10인의 삶 혹은 고백“영화감독의 표현방식은 육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이, 자신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등장인물의 뒤로 얌전히 숨을 수 있어서 좋다.” 장 르누아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감독은 영화로만 말한다”는 금언은 수많은 감독들과 시네필들이 되풀이해왔다. 물론이다. 감독의 진정한 무기가 입이나 펜이 아니라 빛에 의해 스크린에 뿌려지는 필름이라는 사실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과 소리의 마법에 걸려본 사람이라면 분명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 마법의 세계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마술이 스크린 뒤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알기 위해선 다른 매개가 필요하다. 감독을 다룬 소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외한다면, 이 신비로운 순간을 폭로하고 재연하는 매체는 책이다. 우리는 감독의 자서전, 혹은 평전을 통해 스크린 속 소우주를
48권의 책으로 읽는 감독의 길 -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