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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미 감독의 <그대와 함께>는 무엇보다 작가의 이름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그대와 함께>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인정옥. 열혈시청자를 낳았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렇다면 <네멋대로 해라>처럼 신선한 감각의 멜로드라마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그대와 함께>는 놀랍게도 호러영화다. 인정옥 작가가 쓴 호러영화는 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지금,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기본적인 설정을 말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엘리베이터걸로 일하는 임청하와 교통경찰을 하는 공수창이다. 임청하는 동네에서 사이드카를 몰고 다니는 공수창이 마음에 들지만 쉽게 내색을 못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롭게 홀로 지내는 임청하의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인물이 귀신처럼 나타나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의 정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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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타나는 실존 인물과의 관련은 순전히 우연이 아님을 밝힙니다.”
신인감독 남선호의 입봉작 <영화감독이 되는 법>의 서두에는 이런 자막이 흘러야 할 판국이다. 1990년대 초까지 극단 한강에 몸담았다가,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남선호 감독은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또 지웠다. 지난해 심리스릴러의 시나리오를 들고 다니던 그에게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지 않겠냐?”고 제안한 사람은 민문연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영화사 마술피리의 오기민 PD였다.
자기 경험에 밀착한 영화가 남선호 감독에게 처음은 아니다. 영화학교 졸업 작품으로 그가 제출한 단편 <기억>은 민중운동을 하다가 먼 나라로 떠나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옮김으로써 기억의 멍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까지의 울적한 체험을 장편 시나리오로 써보라는 오 PD의 제안에 남선호 감독은 반신반의했다. 내가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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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타이틀 따라하기가 아니라 워킹 타이틀 따라잡기.” 박제현 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와 워킹 타이틀 로맨틱코미디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과연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워킹 타이틀의 두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 힐>을 과감히 끌어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29살 여자 현주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진 유머러스한 소훈이 그 남자로, 현주는 올해는 꼭 소훈의 프로포즈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청난 사건이 생긴다. 스타인 여배우 은다영이 우연히 소훈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현주는 불안해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친구를 동원해 은다영과 소훈의 만남을 방해하지만 그게 거꾸로 둘을 가깝게 만든다. 설상가상 현주는 회사에서 잘리고 구직에도 애를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은다영은 소훈에게 함께 하와이로 가자는 제안을 한다. 궁지에 몰린 현주는 은다영이 하와이로 간다는 그날,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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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형 감독은 <라이어>를 진정한 데뷔작처럼 만들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원래 마음속에 품었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도 팔린 레이 쿠니의 희곡이 원작이고, 국내에서도 연극으로 크게 성공한 <라이어>는, 그가 99년 무렵부터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다. 김경형 감독은 아내의 권유로 본 연극 <라이어>가 매우 재미있고 탄탄한데다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메타포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택시기사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결국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탓이다. 김경형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는 내미는 족족 퇴짜맞고, 집에서 놀면 뭐하나”라는 심정으로 각색을 시작했고, 4년이 지난 지금 막연했던 꿈을 실현하게 됐다.
원작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조금 고친 <라이어>는 택시기사 만철의 생일 하루 동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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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감독이 <달마야 놀자>의 속편을 연출하게 됐다는 건 의외의 전갈이었다. 수락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이는 육상효 감독 본인에게도 “의외의 제안”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축제> <장미빛 인생>의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 <아이언 팜>으로 연출 데뷔한 그에게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는 포기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 이미 남의 손을 타고 세상에 나온 어떤 영화의 속편을 연출하게 될 거라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사람”과 “작품”이었다. 조철현씨를 비롯한 제작진과의 호흡이 좋은 예감을 전해주었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코미디, 심각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삶에 대해 얘기할 여지가 있는 코미디”로서의 가능성을 <달마야, 서울 가자>를 통해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전편에 비해 인물과 사건이 불어났고, 사건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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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의 신인 류장하 감독은 영화 <파이란>을 볼 때마다 차마 견디지 못해 지나치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중병을 얻은 파이란이 월급을 떼어가는 사내에게 자비를 구하다 거절당하는 대목이고, 또 하나는 강재가 기어이 목 졸려 숨지는 순간이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으로 각본에 참여했던 그가 쓴 초벌 시나리오에서, 상우와 은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결별의 눈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류장하 감독 버전의 <봄날은 간다> 초안에서는 소리를 채집하러 떠난 상우가, 그의 부재를 모르고 찾아온 은수의 전화를 받는 데에서 영화의 시계가 멈춘다. 말하자면 류장하 감독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그려 보이는 입봉작 <꽃 피는 봄이 오면>도 얼마쯤 닮은 영화다. 봄날은 언젠가 간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끝내 “그리고는, 다시 온다”고 들릴락 말락 덧붙이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주인공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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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교습소’는 그림 같은 제목이다. 듣자마자 선명한 심상이 피어난다. 소녀들이 흰 새처럼 스커트를 퍼덕거리는 드가의 스케치도 스쳐간다. 하지만 변영주 감독은 신작 <발레 교습소>가 그런 만만한 상상에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나아가 “<빌리 엘리어트>를 예상하면 뒤통수를, <워터보이즈>를 생각하면 앞통수를 얻어맞는 영화”가 될 거라고 유쾌하게 예고한다.
만약 우리에게 ‘내가 어른이 된 날’이라고 동그라미를 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 <발레 교습소>는 그 특별한 하루에 관한 영화라고 감독은 말한다. 그 잊을 수 없는 하루는, 세상에서 당한 그릇된 폭력을 처음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날일 수도 있고 담배를 처음 피운 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튿날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우유부단하며 바람의 방향도 공기의 냄새도 그대로다.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쩐지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영화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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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인터뷰> 이후 3년 만에 연출하는 변혁 감독의 신작은 <주홍글씨>다. <주홍글씨> 하면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이 우선 떠오르지만 이 영화는 호손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은 아니다. 엉뚱하게도 변혁의 영화 <주홍글씨>의 원작은 김영하의 단편소설들이다. <사진관 살인사건> <바람이 분다> <거울에 대한 명상> 등 단편소설 세 작품에서 이야기와 캐릭터와 설정을 빌려 만들 예정. 이들 세편 소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모두 불륜을 다루고 있으며 낭만적 상상 뒤에 숨어 있는 시커먼 욕망과 구차한 현실을 냉정히 고발하는 작품이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살해된 사진관 주인의 아내에게 숨어 있는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아내의 외도에 상처받았던 형사는 사진관 살인사건에서도 불륜의 드라마를 발견하게 된다. <바람이 분다>는 불법 CD를 판매하는 남자가 직원으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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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시대를 맞았지만 국내에서 1년에 제작하는 영화 편수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흥행작이 많았고 <실미도>가 <친구>의 흥행기록을 깰 것으로 보이는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입장에선 새 영화를 준비하는 게 예나 지금이나 힘들다.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준비과정에 들어간 감독의 땀과 정성은 정작 촬영을 시작한 뒤보다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산고’라는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다. 여기 소개하는 영화 10편은 그런 통증을 통해 이제 막 나오려는 신생아들이다. 더러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는 재기작이기도 하고 일부는 신인감독의 패기만만한 데뷔작이기도 하며 또 어떤 영화는 데뷔작의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과 싸워야 할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선보일 올해의 신작 10편, 각각 감독의 말을 통해 이들 영화의 전모를 들여다보자.
“호러, 아닙니다. 심리드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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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그 다음이 필요하다
자, 이제 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한국영화의 2003년의 경향에 대해 패배주의적 진단을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전 지구적 동시적 사유, 포스트 휴먼적 경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니, 아닌 것에 더 가깝게 쓰려고 한다. 한국영화의 경향은 분명 그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 영화사가 축적해온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는 관행, 장르, 양식, 그리고 사고의 진행방향과 비동시적 동시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가 넘었다고 해서 우리가 사실은 “순수한” 한국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피식민은 탈식민적 전화의 과정으로 틈입하지 않고서는 식민을 복제하고 재생산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것, 자신의 성취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세계사적으로 비서구, 비헤게모니 국가로서의 “한국적”인 영화 사유란 바로 이 사슬, 이 매듭을 단절시킬 때 혹은 왜
해체에 나선 남성감독들, 장도에 오른 여성감독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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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 우주를 끌어들여 남한 현대사를 폭파하다
이제 <지구를 지켜라!>를 보자. 이 영화에서 병구(신하균)는 안드로메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인물 병구의 이러한 믿음에 처음부터 공유, 공감할 관객은 물론 아무도 없다. 병구의 가공할 고문도구, 신신 물파스 하며 그의 정신병력 경력, 심지어 병구의 젤소미나(극중 이름 순이)도 병구를 믿지 않고 떠나는 마당에야. 영화는 스릴러, 코미디, 순이 주연의 멜로드라마, 게다가 다큐멘터리풍의 장면들까지 동원해 홀로 지구수비대를 자청한 병구의 이야기를 한편으로는 한국 근대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교육의 희생자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것으로 기인한 광증으로 환원하게 한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관객이 영화적 개연성을 받아들여, 불신을 유예시킴으로써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 대한 불신의 지속이 영화를 연속하
해체에 나선 남성감독들, 장도에 오른 여성감독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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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영화를 진단하는 연속기획, 이번주에는 김소영 교수가 바톤을 건네 받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인터넷 소설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관객의 문제를 사유했던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네21 436호 참조)에 이어 김소영 교수는 <올드보이> <지구를 지켜라!> <그 집 앞> 등의 문제작들이 이룬 비상한 성취와 한계를 명료하고 유려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올드보이> - 당신의 꿈은 복제된 것이다
2003년의 경향, <올드보이>와 <지구를 지켜라!>로부터 시작하자. 코드명: 나는 네가 꾸는 꿈 혹은 너는 내가 꾸는 꿈!
<올드보이>에는 의미화 과정을 붕괴시키는 전략들이 있다. 서사적 시퀀스, 비주얼을 끊임없이 자체 훼손시켜, 방금 단단해지려고 했던 영화의 진정성, 숭고함 내지 그럴듯함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대수(최민식)가 내뱉는 문어체 말투, 때아닌 농담, 벽지와 머리모양, 감금된
해체에 나선 남성감독들, 장도에 오른 여성감독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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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성 -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
2004. 1. 5 37회차 촬영장
부천에서의 촬영 마지막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자 배우들이 나타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본은 A4 1장짜리다. 이날도 2컷을 찍는다(여느 영화라면 하루에 10컷 정도는 찍는다). 배우들이 대본을 열심히 보기 시작하고, 감독은 연출부를 데리고 동선을 점검한다. 갑자기 배우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형, 시나리오 봤지. 오늘, 고생 좀 하겠네.”(유지태) “그러게. 이거 어떤 표정을 해야 되나.”(김태우) 그들이 말한 대목은 이런 것이다.
약수물이 가득 담겨진 보온병을 들고 내려오는 선화, 한발 뒤로 따라 내려오는 헌준. 오른손을 가슴에 대보는 헌준. 몸이 너무 오래 지속된 긴장에 저절로 이상현상을 보이는 것. 심장이 이상하게 벌럭벌럭 뛰는 거 같고, 아, 내가 참 고민 지독하게 하고 있구나, 하면서, 그런 게 이렇게 몸으로 바로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 표정. 어이없고, 피곤하고, 비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장 동행취재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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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인 한 문장
16번 찍고 정작 첫 번째 것을 택했는데.초반의 에너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흐트러진다. 좀더 완벽한 걸 기대하면서 자꾸 찍게 되는 데 어느 순간에 가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 순간을 넘어서면 연기자만 힘들어지고 마이너스 효과만 나올 뿐이다. 서너컷이 좋았고, 그걸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리허설도 그렇고 놀랄 정도로 꼼꼼히 챙기고 지시한다.내가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건 아니다. 예전부터 내 영화를 두고 표면이란 말을 많이 쓰던데, 표면을 좌우하는 그 밑의 어떤 이데올로기 같은 것을 중시하는 뜻에서 표면을 중시하고 다루는 건 아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우선순위 안에서는 디테일하게 챙기지만, 어떤 부분은 놀랄 정도로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감독이 모든 걸 다 통제하고 챙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때 그럴 뿐이다. 내 영화가 늘 그렇지 않나? 순간순간은 리얼할지 몰라도 엮어놓으면 아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장 동행취재기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