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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은 `재미`를 무기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중 `5%만이라도`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그 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새로운 야만의 시대 혹은 럼스펠드의 말처럼 ‘4차대전’의 시기에 마이클 무어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끔찍한 진실>이나 을 보았다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카메라는 정의를 향한 공평한 무기이다. 무엇보다 좌파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한 구절이 있다. 웃음을 비난하는 행위에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분명, 너무나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데 농담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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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할리우드의 세계로 오세요추천작 Part III - 심야가 좋다 :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사진 왼쪽부터 아이작 줄리언, 고든 파크스, 멜빈 반 파블스, 잭 힐 감독.1971년, 같은 시기에 공개된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과 <샤프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ck+Exploitaion)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 두 작품이 예상치 못했던 돈을 움켜쥐자 할리우드는 흑인 관객이란 새 광산을 찾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두편의 처지는 꽤 다르다. <…배다스 송>은 온전한 독립영화의 승전보였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멜빈 반 피블스가 시나리오, 감독, 제작, 주연, 편집을 도맡았고 그는 흑인 소유의 극장이 전무했던 배급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게다가 미국영화협회(MPAA)는 X등급을 ‘선물’로 안겨주며 정상적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했다. 스튜디오에 의해 배급된 <샤프트>는 적어도 이런 혹독한 운명은 피해갔다(MGM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원해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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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꿈틀대는 전주로!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5일 개막, 추천작 38편 프리뷰가끔은 고된 정신노동을 강요하기도 했던 전주영화제가 친근하고 문턱 낮은 영화들과 함께 네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맞은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35개국 171편의 영화를 초청해서 예년보다 덩치를 줄였지만, <애니매트릭스> <스파이더> <원더풀 데이즈>(상영취소) 같은 화제작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처럼 낯선 장르의 영화를 두루 체험할 기회를 줄 것이다. 전주영화제가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을 포진시켜왔던 ‘전주 불면의 밤’은 올해도 역시 밤새는 일이 두렵지 않을 프로그램을 다섯밤 동안 선보인다. 일본 뉴웨이브의 일원이었지만 국내에선 크게 소개된 적 없는 하니 스스무와 <샤프트> 원작을 볼 수 있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 <피아니스트>로 논란을 부른 미카엘 하네케의 초기작들이 불면의 밤을 가득 채울 영화들. 브라질 시네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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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폭력·섹스, 피폐해지는 영혼들추천작 Part I - 심야가 좋다 : 하니 스스무의 밤하니 스스무는 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작가로 분류된다. 오시마 나기사 등이 주도한 일본 뉴웨이브는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마찬가지로 정치, 폭력, 섹스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열린 형식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좌파 역사학자였던 아버지와 자유주의적인 교육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하니 스스무는 사회와 학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하니 스스무의 영화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피폐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폭로하면서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오지의 자연에서 하나의 대안을 찾았다.대학 졸업 뒤 공동통신사에 입사하여 신문기자로 일했던 하니 스스무는 1950년 이와나미 영화제작소 창립에 참여한다. 52년 후생성이 예산을 댄 <생활과 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연출을 시작했다. 55년에 만든 <교실의 아이들>은 교육영화의 정형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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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감정적 빙하추천작 Part II - 심야가 좋다 : 미카엘 하네케의 밤1998년 런던에서 열린 미카엘 하네케 회고전에서 한 비평가는 그를 ‘논쟁적인 실존주의자’로 다소 느슨하게 규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일관되게 지닌 불편함에 대해 관객에게 경고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미카엘 하네케와 그의 전작들에 대해 이렇다 할 노출이 없던 국내에 하필 가장 ‘악명’ 높은 <퍼니게임>(1997)이 만들어지자마자 곧바로 찾아왔으니 경기를 일으킬 만하다.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실실 웃으며 일가족을 끔찍하게 고문하고 몰살시켜버리는 가공스런 뻔뻔함이라니. 그런데 상종 못할 듯했던 그 인간이 이번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비평적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피아니스트>(2002)를 보내왔다. 이자벨 위페르의 놀랍도록 치밀한 연기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뿜어내는 이 영화를 보면 하네케란 작자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 궁금해진다.‘폭력에 관한 3부작’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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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속에서 거꾸로 허구를 찾다추천작 Part IV - 거장의 다큐, 다큐로 그린 거장장 외스타슈 <0번>데릭 저먼 <블루>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극영화의 거장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띈다. 상상과 허구의 문턱을 넘나들며 창조를 갈망하던 그들이 기록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극영화, 그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장이 여기 있다.장 외스타슈는 누벨바그의 주류로 활동한 적이 없지만 줄곧 누벨바그의 동조자였다. 혹은 누벨바그의 영화적 원칙을 흡수했지만, 그들 몇몇이 지닌 중산층적 맥락과는 거리를 두며 가난한 삶과 계급문제를 화두로 끌어들였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양쪽에 관심을 갖고 1963년부터 영화를 시작했던 장 외스타슈는 198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엄마와 창녀>(1973)는 내용적으로는 냉혹한 전개를,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는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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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루이즈 <루이즈가 본 미오뜨>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첫사랑>알렉산더 소쿠로프 <긴 여정의 엘레지>라울 루이즈가 3년간이나 프랑스 남부, 함부르크, 뉴욕을 오가며 16mm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 <루이즈가 본 미오뜨>(2001)는 현대 추상-서정주의 화가로 불리는 장 미오트의 예술행위를 뒤따라가며 관찰한 영화이다. 라울 루이즈는 장 미오트의 작품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시도하기보다 그가 이루어내는 작업의 행위들을 세밀한 리듬으로 꼼꼼하게 포착함으로써 한 예술가에게서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내적인 긴장관계들을 담아낸다. 영화감독 요나스 메커스는 장 미오트의 회화자체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작업 자체의 여정, 바로 영화와 회화 둘 모두의 근본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극찬한 바 있다. 칠레 출신의 강경 좌파 라울 루이즈는 100여편이 넘는 아방가르드 희곡을 거쳐, 1968년 <슬픈 호랑이>로 영화를 시작했으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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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폭력의 미학추천작 Part V - 글라우버 로샤, 쓰치모토 노리야키<바라벤토>장 뤽 고다르의 영화 <동풍>(1969)에는 두팔을 벌리고 교차로에 선 한 남자가 어느 젊은 여자에게 영화의 길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미학적, 철학적 탐구로 향하는 길과 제3세계 영화에의 길을 알려주는 그 남자는 바로 브라질의 영화감독인 글라우버 로샤(1938∼81)다. 그런데 왜 로샤였을까? 이 질문은 당시에 그가 세계의 지적인 영화감독과 관객에게 어떤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따져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올 것이다. 요약하자면, 당시의 로샤는 매혹적인 미학과 도발적인 지성, 그리고 혁신적인 정치적 의식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고 하는 영화, 즉 ‘제3세계 영화’의 이미지를 한몸에 요약하는 시네아스트였다. 다시 말해 그는 고다르의 영화 속에서처럼 또 다른 ‘새로운 영화’를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현대영화의 교차로에 놓아도 좋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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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모토 노리야키 회고전가혹한 노동의 착취를 외친 투쟁가<미나마타-환자들과 그 세계>1960년대에 진입하면서 일본 경제는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전후 복구를 완성했음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각 가정에 TV 수상기가 속속 보급됐던 것도 이 시기다. 그와 반대로 일본 다큐멘터리 진영은 침체일로에 빠져든다. 사회 폐부를 민감하고 깊숙하게 헤집는 다큐멘터리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극장은 다큐멘터리를 멀리했고, TV는 삐딱한 기록을 거세했다.이런 시대에 오가와 신스케와 쓰치모토 노리야키는 반기를 들었다. 농민들의 나리타공항 건설반대투쟁을 담은 산리쓰카 7부작으로 잘 알려진 신스케에 비해 국내에선 덜 알려진 쓰치모토는 1928년생으로 전후 좌익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인물. 와세대대학 졸업 뒤에도 좌파그룹에서 활동했던 그는 1956년, 하니 스스무의 <교실의 아이들>(1955)에 영향받아 다큐멘터리 세계에 발을 들인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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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타노 다케시를 보여드립니다.추천작 Part VI - 숨겨진 수작 베스트 6타지키스탄 천사의 우화●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 Angel on the Right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 감독 잠셋 우스마노프 | 타지키스탄 | 2002년 | 89분캄로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 사람들은 어머니의 관이 명예롭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문을 고치라고 요구하지만, 캄로는 그렇게 수리한 집을 팔아 빚을 갚을 생각뿐이다. 마침내 집수리가 끝난 날, 죽어가던 어머니는 멀쩡하게 일어나 열살 난 어느 소년이 캄로의 자식이라고 선언한다.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는 <벌이 날다>의 공동감독 잠셋 우스마노프가 연출한 영화다. 고향 타지키스탄 아쉬트를 배경으로 택한 우스마노프는 가난하고 무력한 마을을 냉소적으로 스케치하면서도 문득 따뜻한 인정 한 조각을 주워들곤 한다. 현실과 어긋나지 않는 초현실적 결말이나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굴곡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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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다케시의 젊은 날의 초상●아사쿠사 키드 Asakusa Kid디지털 스펙트럼 | 감독 시노자키 마코토 | 일본 | 2002년 | 111분기타노 다케시의 자서전 <아사쿠사 키드>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청년 기타노 다케시는 연예인과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드는 아사쿠사 지구의 스트립 클럽 ‘프랑스 좌’에 일자리를 얻는다.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하다가 코미디언 후카미의 제자가 된 기타노는 차츰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댄서와 코미디언들과 어울려 지내며 여러 밤을 보낸다.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로도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의 무명 시절을 담았지만, <아사쿠사 키드>는 재능과 행운이 빛나는 성공담과는 거리를 둔다. 시노자키 마코토는 일정한 직업이 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들의 이야기 <타임리스 멜로디>로 한국에 알려졌다. 활기차야 할 젊음을 느린 몸짓으로 보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사쿠사 키드>를 지배하는 정서는 좌절과 불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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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애니 <애니매트릭스><애니매트릭스>는 4년에 걸친 전주영화제 상영작 중 드물게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할 만한 영화들이다. 전주영화제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디지털 프로젝트로 상영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가 ‘못다한 이야기’를 담는 <애니매트릭스>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극장 상영된 바 있는 <오시리스호 최후의 비행> 등 6편의 에피소드와 2편의 메이킹 필름을 묶어 상영할 예정이다. 매트릭스가 탄생한 배경과 <매트릭스>를 거꾸로 뒤집은 설정 등을 짧지만 강렬한 영상으로 전달하는 시리즈. <무사 쥬베이>의 가와지리 요시아키, <청의 6호>의 마에다 마히로, <이온 플럭스>의 피터 정 등 감독들의 이름만으로도 매진을 예감하게 한다.한편,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페셜’ 섹션에서 함께 상영될 예정이던 <원더풀 데이즈>는 상영이 취소되었다. 전주국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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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뒤발이 되어가는 배우들, 아… 감독들은 전부 지옥갈거다”
봉준호/ <살인의 추억> 감독
영화가 마술이라고? 과연 그럴까. 여기 스크린 위에 투사된 이미지만을 바라보는 관객이 상상하지 못한 세계가 있다. 우아한 듯 보이는 백조가 물밑에선 발을 X나게 저어야 하듯, 영화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이면에는 힘겹고 뻐근한 스탭과 배우의 노동이 있다. 이곳엔 좌절의 허탈한 웃음과 성취의 기쁜 눈물이 교차하며, 서로간의 우애와 증오가 겹겹으로 꼬인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얼굴없는 범인을 쫓는 집념어린 두 형사의 이야기 <살인의 추억>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40여곳의 로케이션 장소를 돌아다녀야 했고, 한겨울 응달에서 쏟아지는 찬비를 맞아야 했으며, 동트는 광경을 보며 밤 촬영을 접어야 했던 6개월 동안의 강행군을 봉준호 감독이 정리했다. 촬영기간 동안 찍힌 이들 사진을 보며 그는 제작진들의 살내음을 그리워했고, 즐거운 사건들을 추억했으며, “죽으면 지옥에
봉준호 감독이 쓴 <살인의 추억> 포토 코멘터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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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땐 좋았지
탁 트인 논 한복판에서 천막 아래 식사를 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사진 왼쪽). 이때만 해도 화창한 9월 날씨에, 가을 소풍이라도 나온 듯 상쾌했지만…. 앞으로 닥쳐올 엄동설한의 대환난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왜 비오는날 저질렀누
그리고 비. 이 영화에는 비오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실제 사건에서도 범인이 비오는 날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강우기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일제히 바라보는 스탭들의 눈빛(사진 오른쪽). 빗줄기 하나하나를 화면 속에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촬영, 조명 스탭들은 줄기찬 땀줄기를 쏟아내야 한다. 굵은 호스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특효팀은 말할 것도 없고….
꺄악, 강호 오빠~
그렇게 만들어진 빗줄기 속에서 배우들은 펄펄 난다. 비를 피해 몰려든 한복 여고생들 틈에서 낄낄낄 웃어대는 송강호 선배(사진 왼쪽). 모처럼 여고생들에게 둘러싸여 오빠부대의 판타지(?)에 젖는 듯…. 무식형사 조용구 역을 맡은 김뢰하 선배도 시위진압 현
봉준호 감독이 쓴 <살인의 추억> 포토 코멘터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