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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될거야 Va Savoir
누벨바그의 맏형 자크 리베트의 2001년 칸영화제 진출작. 파리에서 한편의 짧은 연극이 상연되는 동안 세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 사랑의 삼각구도를 만든다. 유머와 사유가 함께하면서 자크 리베트식의 로맨틱 스토리가 전개된다.
요컨대
자크 리베트가 사랑을 말하면 그건 ’철학’이 된다.
바람의 검, 신선조 壬生義士傳
일본 막부시대 말기, 교토의 도시 치안을 위해 결성된 무사단 신선조에서 활동하는 무사들의 이야기. 칸이치로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촌스러움에 오로지 돈을 위해 칼부림을 하지만 검술은 최고다. 반면 사이토는 정통 무사도를 따르는 사무라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갈등과 우정을 그린다. <러브레터> <철도원> 등 일본에서 흥행한 영화들의 원작소설을 쓴 아사다 지로의 소설 <미부기시전>이 원작.
요컨대
의를 훼손하느니 할복하리라는 무사도 + 시대를 뛰어넘는 사나이들의 우정.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3] - 12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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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몸부림칠 때
몸부림치는 고독이 아니라 고독을 털어내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는 따뜻한 희극. 반농반어 촌락인 경남 남해의 물건리는 오랜 친구, 오랜 앙숙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유황오리, 황소개구리를 거쳐 타조농장을 경영하는 배중달과 노총각 동생 중범, 조숙한 손녀와 친구처럼 사는 필국, 건망증 심한 천생연분 찬경 내외, 중달과 매일 싸우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조진봉이 물건리가 자랑하는 ‘물건’들. 오늘도 예외없이 진봉과 중달이 드잡이를 벌이고 이웃들이 뜯어 말리느라 들썩이는 마을 한가운데로 선녀처럼 고운 한 부인이 당도한다. 모종의 사연을 안고 서울에서 내려 온 송인주 여사는 이내 마을에 연분홍 바람을 일으킨다. 한편 결혼에 뜻이 없는 중범은 형 중달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등장하는 꿈에 가위눌리게 하고 그를 짝사랑하는 횟집 여인 순아를 가슴 아프게 한다. (내용 확인!!!!)
박영규, 진희경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니어 축에 끼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4] - 1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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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베어 Brother Bear
인간에게 곰은, 곰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1만년 전의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키나이는 부락의 무당 타나나에게 토템을 내려받는 의식을 받는다. 그러나 큰형 시트카에게는 리더십의 독수리, 작은 형에게는 지혜의 늑대를 준 것에 비하여 자신은 사랑의 곰을 받자 삐쳐버린다. 어느 날 곰 사냥에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키나이는 시트카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키나이는 그 곰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며 곰으로 변하고 만다. <브라더 베어>는 키나이가 곰으로 변한 뒤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다. 곰을 단지 포악한 맹수라고만 생각하며 공격했지만, 사실은 그들 역시 인간과 다름없는 생명인 것이다. <브라더 베어>는 ’인간 중심’의 오만에서 벗어나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사랑과 관용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라이온 킹> 이후 오랜만에 나온 동물애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5] - 1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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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Drive
<먼데이> <총알주자> <포스트맨 블루스> 등 쾌속질주, 기상천외의 영화를 만든 사부의 연출작. 이상하게 생긴 인물들이 평법하지 않은 상황으로 뒤얽혀가는 사부식 릴레이영화. 평범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자신의 차에 올라타 앞차를 추격하라고 협박하는 강도들에 끌려 어느 어설픈 추격전에 동참하게 된다.
요컨대
죽도록 달리거나, 달리다가 죽거나.
레이디스 앤 젠틀맨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남과 여>로 66년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영화. 지난해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모로코의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변장에 능한 영국 출신의 천재 보석 도둑과 바람난 애인에게 버림받은 재즈가수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나누고 사랑을 키워간다.
요컨대
부분기억상실증을 치료받아 사랑을 완성하라.
열두명의 웬수들 Cheape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6] - 1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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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티카 Gothika
여죄수 감화소에서 근무하는 범죄심리학자 미란다 그레이는 광기에 휩싸인 일상 속에서도 좀처럼 이성과 평상심을 잃지 않는 존경받는 인물이다. 폭풍우 치는 어느 밤, 미란다는 귀가길에 다리 한가운데에서 겁에 질려 서 있는 소녀와 마주친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는 미란다의 눈앞에서 소녀의 몸은 불길로 화하고, 다음 순간 미란다는 병동에 감금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잔혹하게 남편을 살해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악마에게 농락당했다”고 주장해온 죄수 클로에가 있다. 미란다는 부조리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사태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잔인하리만큼 명징한 의식으로 땅을 향해 추락하는 인간의 독백을 들려주었던 <증오>의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은, 지옥 밑바닥에서 지상의 빛을 구하는 인간의 몸부림을 <고티카>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캐나다 퀘벡의 생 뱅상 드 폴 감옥에서 촬영했고 대런 애로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7] - 2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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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2
슈야와 노리코가 악몽의 섬에서 탈출한 지 3년. 슈야는 저항 조직 ‘와일드 세븐’의 지도자로 성장한다. 정부는 반군이 수도를 파괴하자 슈야를 테러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두 번째 배틀로얄 법령을 발동한다. ‘BR2’에 강제로 동원된 10대들은 목숨을 담보로 2인1조가 되어 3일간 또래 테러리스트를 사냥하는 과제를 받는다. 2인1조란, 짝이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의 목숨도 없다는 의미. 모든 어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던 ‘와일드 세븐’은, 공격해오는 적이 비슷한 나이의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반격하고 섬은 또다시 젊은 피로 젖는다. 제작초기에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유명을 달리해 아들 후카사쿠 감독이 완성했다.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예전에 나의 청춘은, 어른들이 남긴 불탄 흔적 속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다 저편에서는 ‘정의’라는 이름하에 오늘도 불탄 흔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평화롭다고 일컬어지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싸워나가는 작업을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8] - 2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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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혼탁한 시대로 되돌아가다
영화 촬영장을 엿보는 건 신기한 일이다. 몇초짜리 한 장면을 얻어내기 위해 수 시간, 수십 시간 아니 며칠 동안 노력하는 감독과 스탭, 그리고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스크린 이면에 자리한 뜨거운 진실을 알게 되는 듯해 흐뭇해진다. 일반적인 영화현장이 그럴진대 시대의 거장이 지휘하는 촬영장은 어떻겠는가. 그건 분명 살아 움직이는 영화사의 주요한 순간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99번째 작품 <하류인생>을 만들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촬영장을, 그것도 3일 동안이나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과분한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 갸우뚱거리는 고갯짓 하나에도 영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고 있었던 거장과의 황홀한 만남.
11월16일 서울시 중구 저동 중부경찰서 앞
“그는 아무리 잊고 싶어해도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그 한국적 시간이라는 영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타임머신으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1] - 촬영현장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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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정일성, 이태원, 한국영화 최고의 트리오가 11번째 뭉쳤다. 정일성 감독은 촬영장에서 가장 활기차게 움직이는 스탭이었고, 이태원 태흥영화 사장은 매일같이 촬영장에 나와 현장을 둘러봤다. 이들 외에도 60살 이상 '노장' 스탭이 세명 더 있으니, 김동호 조명감독, 김호길 소품감독, 신중현 음악감독이 그들.
완성된 테이크를 보니 42초 동안 숨 쉴 틈 없는 액션이 엄청난 스피드 속에 살아난다. 그런데 임 감독은 왜 어려움을 무릅써가며 액션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었을까. “사실감나는 액션이 최고로 중요한 거요, 여기서는.” 임 감독은 요즘 유행하는 와이어 액션을 인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기예”일 뿐이란 거다. <하류인생> 액션신의 모토는 사실감이다. 그 사실감이란 말 그대로 정말 때리고 정말 맞고 정말 그 충격에 턱이 돌아가고 벌러덩 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실제로 격투를 하란 얘기는 아니지만, 당사자들의 육체가 스크린 안에서 충돌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성환 무술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2] - 촬영현장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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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조승우, 김민선
“<춘향뎐> 때부터 조승우에게 깡패 역할 시키고 싶었다”
<하류인생>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대개의 반응은 의외라는 쪽이었다. 최태웅 역의 조승우는 <춘향뎐>에서 임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지만, 깡패로 출연하기에는 다소 유약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박혜옥 역의 김민선은 5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를 살아온 여인이라고 하기엔 신세대 이미지가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은 두 주인공을 확신을 갖고 선발했다고 말한다. 특히 조승우의 경우, <춘향뎐> 공개 오디션 때부터 깡패 역할로 기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응모서류에 벽에 기대고 찍은 전신사진을 같이 보내왔더라. 아니, 무슨 생각으로 그 따위 사진을 보내왔는지….
하여튼 그걸 보는데 언젠가 깡패를 내세워서 영화를 찍으면 이놈을 쓰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올해 초부터 캐스팅을 통보받은 조승우는 2개월 동안 태권도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3] - 촬영현장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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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도 정권도 자신이 3류임을 모르고 사는 비극 담는다”
몇 나절을 촬영장에 붙어 있는다 한들, 아니 설사 전 촬영 기간 동안을 따라다닌다 해도 <하류인생>이 어떤 모양새를 갖춘 영화일지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콘티북은 물론이요, 시나리오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영화를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영화의 모든 장면 장면은 오직 한 사람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존재한다. 그 ‘절대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임권택 감독이다. 곧, <하류인생>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임권택 감독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누구 못지않게 임 감독의 새로운 영화를 고대하고 있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가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부천 오픈세트을 찾아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 편집자
“비애로운 세월을 살았던 우리 이야기”
-우선, 아주 무식하게 여쭙겠습니다. <하류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영화입니까.
=스스로가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4] - 허문영vs임권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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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실 같은 격투를 아주 힘있는, 힘있는 영상으로”
-듣다보니 이야기 구성이 참 까다로울 것 같다는 예상이 됩니다.
=이게 자칫 잘못하면 우스운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재미로만 좇아가 찍은 영화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결과지어진다면 문제가 많은 거지. 주인공들은 흙탕물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흙탕물인지 모르고, 관객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얘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돼야 하는데.
-양식미에 좀더 노력을 기울였던 <취화선> <춘향뎐>에 비하면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건 <춘향뎐>은 이미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고, <취화선>은 많은 부분이 새롭게 창조가 됐다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이라는 틀이 있으니까 그 틀 안에서 만들면 됐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짜여질지, 기승전결이 어떻게 될지 짐작이 안 돼서….
=이야기야 그렇게 살았던 체험담이 있으니까 별로 어려운 게 아닌데,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5] - 허문영vs임권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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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본위, 친절본위! 청와대 옆 이발관으로 오세요
스페인 세빌랴 거리를 활보하던 입심 좋은 피가로가 아니다. 굵은 시가를 입에 문 채 무심하게 머리를 자르던 ‘거기 없던 그 남자’도 아니다.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눈, 그는 바로 대한민국 효자동의 우직한 이발사 성한모다. 그러나 만두가게 왕씨가 아니라 청와대 대통령의 가르마를 2:8로 나누게 되면서 반듯하게 살아오던 이 남자의 인생 역시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었다.
<살인의 추억>을 끝낸 송강호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주연하고, 배급사로 알려졌던 청어람이 첫 번째로 제작에 뛰어든 <효자동 이발사>는 억눌린 시대의 공기와 한 가족의 비극을 건강한 코미디 속에 녹여낸 깔끔한 한편의 우화다.
지난 11월16일, <씨네21> 앞으로는 시골의 한 이발관으로부터 ‘이발 우대권’이 날아왔다. 차를 타고 3시간 뒤, 작은 화분이 놓인 소박한 이발관 문을 빠끔히 열었을 때, “의사하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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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을 통해 삶의 문화를 오픈했다
<흑수선> <YMCA야구단> <황산벌> <실미도> 등 굵직굵직한 시대극을 책임져왔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지난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2달에 걸쳐 이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세트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이전에 영화의 내용을 먼저 설명하려드는 그에게선 “영화라는 게 미술 혼자서 잘할 수 없다”는 직업철학이 드러났다.
부분작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통째로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사진자료가 많았고, 그 시절 장년이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효자동의 유래에 대한 문헌들도 참조했다. 효자동은 주로 왕실의 외친척이나, 내시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제력가들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청와대 경호정책으로 개발과 발전이 멈춰지면서 외식가옥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했나. 열린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썼다.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2] - 강승용 미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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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 목에 칼 들이대는 직업 매력적 아닙니까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년 정도 일했던 임찬상 감독은 “집에서 쫓겨날 각오하에” 사표를 쓰고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입학했다. 이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조감독과 “김태용, 민규동에서 조근식, 이수연까지” 다른 동기들이 속속들이 감독을 데뷔하던 ‘암흑기’를 거쳐 1년 동안 도서관에 출퇴근하면서 쓴 <효자동 이발사>라는 (송강호의 말에 따르면 “놀라운”) 시나리오와 함께 광명을 찾았다.
이발사라는 직업을 설정한 이유는. 처음에 요리사를 할까, 운전사를 할까 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이발사라는 직업이 누구보다 밀접하게 대통령과 상대할 수 있고, 시각화하기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또한 면도를 하기 위해 통치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 극적인 긴장감도 살릴 수 있고.
쉽게 짐작할 순 있지만 영화 속에서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박정희를 그저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3] - 임찬상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