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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과의 30년 전 추억을 되새기며”
일본을 대표하는 네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기노시타 게이스케, 고바야시 마사키, 그리고 이치가와 곤(84).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앉힌 건 ‘죽어가는 일본영화를 살리자’는 사명감. 1969년 스튜디오의 쇠락과 함께, 침체에 빠진 일본영화를 구하기 위해, 이들은 인디 영화사 ‘네 기사의 모임’을 만들었고, 함께 연출할 요량으로 <도라 헤이타>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나 구로사와 아키라가 <도데스카덴>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크게 상심하자, 나머지 세 사람은 합의 하에 이 기획을 접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세상을 떠난 동지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치가와 곤은 그 영화 <도라 헤이타>를 30년 만에 완성해냈다. 74번째 작품.
<도라 헤이타>는 마약과 매춘과 강도의 도시 호리소토에 급파된 치안감사 사무라이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고헤이타라는 이름을 두고 ‘도라 헤이타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7] - 이치가와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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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라는 마법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우연일지 몰라도, 올 베를린에서 프랑스 감독들은 그다지 환대받지 못했다. 파스빈더의 희곡을 영화화한 <타는 바위에 떨어지는 물>의 프랑수아 오종이 “평가절하됐다”는 것은, 독일 언론의 자백이기도 하다. <작은 도둑> <귀여운 반항아>의 클로드 밀러(58) 역시 신작 <마법사의 방>(La Chambre Des Magiciennes)으로 “새로움이 없다”는 매질만 당하다가, 국제예술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마법사의 방>은 그러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메시지와 디지털 카메라 촬영 등의 신기술이 결합한, 주목할 만한 영화다. 그간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만들어온 클로드 밀러 감독은, 이번에도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류학자 클레어는 논문을 준비하다 까닭 모를 구토와 설사,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6] - 클로드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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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 원했던 것이 혁명이었을까”
영화는 15살 소년 미치오가 아버지를 여의고, 미션 스쿨 독립학원으로 전학오는 데서 시작한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말더듬 증세가 심해진 미치오는 따돌림을 당하지만, 중성적인 외모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합창반 소프라노 야스오가 그의 곁에 선다. 친구가 된 두 소년은 합창반 지도 교사를 믿고 따르는데, 사토미라는 여인의 방문으로, 그가 과거 학생운동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폭탄 테러를 벌이고 도움을 청하러 온 사토미가 경찰에 쫓기다 그들 앞에서 자폭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방학 동안 목소리를 잃고 학교로 돌아온 야스오는 합창대회에 나가 혁명가를 부르자며 학생들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미치오는 그런 야스오의 목소리가 돼준다.
<놀라운 20세기>라는 TV 다큐시리즈를 만들던 93년부터 오가타 아키라 감독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이렇듯 잔인한 역사가 개인의 정신에 그리고 행동에 대체 얼마만한 영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5] - 오가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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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이라는 비판만은 못참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들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폴커 슐뢴도르프는 새 영화 <리타의 전설>(Die Stille Nach Dem Schuss)에서 ‘무너진 장벽, 그뒤’를 이야기하고 있다. 서독 적군파의 테러리스트 출신인 리타는, 동지들이 제3국으로 떠날 때 동독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테러금지협정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리타를 공개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비밀경찰은 그녀에게 새 이름과 새 삶을 제공한다. 동독으로 건너간 리타는 서독을 동경하는 타티아나와 친구가 되지만, 새로운 신분도 그녀에게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리타의 전설>은 ‘테러리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그 흔한 로맨스와 스릴도 없이, 줄곧 건조하고 냉정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호평과 혹평을 오가며,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독일사회를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 없었던 만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4] - 폴커 슐뢴도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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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센세이션이 아니라 캐릭터다”
‘미식축구’는 오래도록 정치와 전쟁을 이야기해 온 올리버 스톤에게 구미 당기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필드에서 뛰고 뒹구는 선수들의 모습은, 사생결단으로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의 모습이며, 구단주의 권력과 돈, 언론의 스피커가 뒤엉킨 거대 스포츠산업은 정치판에 흡사하니 말이다. 개인기 과시나 지나친 승부욕을 경계하고 팀 스피리트를 강조하는 코치, 가업으로 물려받은 구단을 어떻게 굴리면 돈이 될지가 유일한 관심사인 구단주의 만남은, 처음부터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팀이 연패의 늪에 빠지고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실려가자, 구단주는 오만한 신참을 쿼터백 자리에 앉히고 완치되지 않은 선수들을 필드로 불러내는 등 독단으로 새 진용을 짠다. 코치와 구단주가 사사건건 부딪치고, 팀닥터까지 구단주편에 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간다.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는 맹수가 우글거리는 거칠고 삭막한 ‘정글’의 이미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3] - 올리버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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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관한 영화가 자유를 줬다”
“폴란드 감독인 내가 지금 베를린에 심사위원으로 와 있고, 다음달엔 오스카상을 받으러 미국으로 간다. 이건 좋은 징조다.” 올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이자, 오스카 평생공로상 수상자인 안제이 바이다는, 그의 영화가 국경을 넘어 다른 민족까지 관객으로 포섭해 왔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있었다. 평생을, 민족과 사회에 대한 걱정에 바친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 얘기에 믿음을 싣게 된다. 안제이 바이다는 자신의 레지스탕스 경험을 영화화한 <세대>로 데뷔해, 폴란드 민족진영의 주도로 일어난 바르샤바 봉기를 다룬 <지하수도>, 2차대전 직후 민족 내부의 이념 갈등을 그린 <재와 다이아몬드> 등을 내놓았다. 70,80년대 사회 상황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대리석의 사나이> <철의 사나이>도 빠뜨릴 수 없는 대표작이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오마쥬’의미로 특별 상영된 99년작 <판타데우스>(Pa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2] - 안제이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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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거장에게 바친다
올 베를린영화제는 유난히 거장을 사랑했다. ‘오마쥬’라는 주석을 단 특별상영 프로그램 중에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잔 모로의 작품도 있었지만, 동·서양을 대표하는 노장 두 사람의 신작이 나란히 올라 이채를 띠었다. 폴란드의 역사, 민주주의, 자유에 대해 예술적인 통찰을 보여준 안제이 바이다 감독, 그리고 휴머니즘의 영화들로 74편의 긴 필모그래피를 이룬 성실파 이치가와 곤 감독이 그들이다. 안제이 바이다의 <판타데우스>는 폴란드에서 <타이타닉>을 앞질러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경이적인 작품. <도라 헤이타>는 이치가와 곤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등 30년 전 동지들과 함께 쓴 시나리오를 뒤늦게 영화화한 것이다. 이들은 칠순, 팔순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과시해, 베를린에 모여든 젊은 영화인과 기자단을 감동시켰다.
늘 논란을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이들보다 한수 위인 올리버 스톤과 폴커
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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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메이크업 코스프레 파워~
선문대 애니메이션 동호회 ‘애니세대’ 코스프레 팀
“얘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토론토 피어슨 공항 근처 한 일식당. 한국 동포인 여사장은 갑자기 성깔이 돋았다. 손님이 한참 밀려드는 시각인데 웨이트리스가 앞치마를 벗어두고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여사장이 직접 주문을 받는 동안 문제의 웨이트리스는 근처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눈요기만 하러 슬쩍 나온 그녀는 급기야 코스프레 행렬을 뒤따라 애니메이션 상영관으로 직행했고,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었다.
6월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 광장. 코믹월드가 주최한 코스프레 콘테스트 첫날에 만난 편예정 씨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스무살, 대학 새내기다. 이날 <환상마전 최유기>를 흉내낸 코스프레팀을 보더니, 그는 문득 몇년 전 캐나다에서 열렸던 재패니메이션 전시회와 코스프레 행사에 홀딱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을 게
특이한 영상동호회의 세계 [3] - 애니메이션 코스프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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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아들딸, 여기에 다 모였네
호러영화 커뮤니티 ‘호러타임즈’
웅웅거리는 전기톱을 든 살인마가 구석에 몰린 핫팬츠 차림의 여주인공에게 야수처럼 달려든다. 이쯤되면 나올 만한 비명. 객석에서는 소식이 없다. 얼음, 캔, 나무선반 온갖 집기를 두동강내던 살인마가 자신을 토막내려는 순간, 벌벌 떨던 여주인공은 뜬금없이 이렇게 말한다. “나랑 결혼하지 않을래요?” 벽에 기대기도 하고 발을 쭉 뻗기도 하며 삼삼오오 영화를 보던 호러팬들은 허탈함에 살짝 키득거릴 따름이다. 그들은 호러영화 커뮤니티 ‘호러타임즈’의 회원들. 세 번째 상영회를 위해 이곳 오!재미동에 모인 그들 앞에 고영남 감독의 <여자, 여자>에 이어 텍사스 오스틴 출신 토브 후퍼가 1986년에 만든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2>가 스크린에 흐른다. 과장된 비명이나 웃음은 호러타임즈 상영회에는 거의 없다. 그저 고요하게 ‘프란체스카’처럼 화면을 응시할 뿐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은 천천히 상영
특이한 영상동호회의 세계 [2] - 호러영화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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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입이 딱 벌어지는 인도영화도,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끔찍한 사지절단 호러영화도, 코흘리개들의 전유물이라고 치부되기 일쑤인 만화영화도 일단 한번 매력을 느낀 이들에겐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활력소이고 해방구가 된다. 극장에서 개봉영화를 관람하고,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다운받고, DVD로 희귀영화를 소장하는 것으로는 2%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들이 한 군데 모였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과 호흡하기 위해 함께 모여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 속 춤과 노래를 따라하고, 주인공들의 겉모습까지 재현하는 사람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영화를 통해 삶을 바꾼 이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즐기는 이들에게 일상의 지루함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호러타임즈, 애니세대 코스프레팀의, 조금은 낯설고 특이해 보이는 영화 향유법을 소개한다.
영화는 춤추고, 관객은 따라하고∼
춤추며 영화 보
특이한 영상동호회의 세계 [1] - 인도영화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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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찐 게 낫다고? 너무하지 않나?”
김선아는 씩씩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제주도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고, 얼굴엔 과로의 증표인 뾰루지의 흔적이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와 애드리브로 스탭들을 웃기곤 했다. 김윤철 PD는 자신의 웃음소리 때문에 NG가 나기도 여러 번이어서, 큐사인만 주고 나가달라는 김선아의 애교스런 투정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도회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했던 남성 화장품 CF 이후 김선아는 급격한 커브길을 돌아왔다. <몽정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위대한 유산> <S다이어리>에서 소심하고 로맨틱한 대한민국 ‘평균’ 여성을 체현해온 김선아는 4년 만의 TV 출연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그간 선보였던 ‘삼순이스러운’ 연기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모를 망가뜨리는 모험과 비슷한 연기의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5] - 김선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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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너도 딴 여자랑 눈 마주치지 마”
“나 너무 비참하다. 그래, 둘이서 알콩달콩 로맨스를 만들어가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로비에 김선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스탭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진다. 가업인 호텔 오픈 행사에 가짜 여자친구 삼순(김선아)을 대동하고 내려온 진헌(현빈)이 호텔 로비에서 옛사랑 희진(정려원)과 그의 친구 헨리(대니얼 헤니)와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다. 삼순은 옛사랑의 등장에 마음이 흔들리는 진헌이 야속하기만 하다. 희진이 달려와 진헌의 팔을 잡아 끌자, 삼순은 이에 질세라 진헌의 또 다른 팔을 잡아 끈다. “너도 딴 여자랑 눈 마주치지 마. 나한테만 귀기울여.” 리허설을 하던 김선아는 현빈이 자기를 너무 째려본다고 PD에게 이르질 않나, 정려원과의 신경전에서 자긴 빠지겠다고 투덜대질 않나, 진헌과 희진 사이에 어색하게 가로놓인 삼순의 처지가 자신의 일인 양 서러운 눈치다. 신세 한탄의 주어가 ‘삼순이’가 아니라 ‘나’인 것을 보면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4] - <…김삼순> 제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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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덕에 ‘음메~, 기 살어’
아는 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삼식이밖에 없다. 삼순이에 대해 뭘 써야 하나 고민한다.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본다.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기껏 한다는 생각이 그래도 24부가 아니라 아직까지 4부밖에 안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위안 아닌 위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작정하고 <내 이름은 김삼순>을 주말 동안 몰아 본다.
먼저 약간의 진부함으로 여겨지는 것들. 주인공 김삼순(김선아)과 그의 적수이자 (아직까지는 가짜) 연인인 현진헌(현빈), 그리고 그의 옛사랑 유희진(정려원), 삼순의 옛사랑 민현우(이규한), 현우의 현재 애인 장채리(이윤미), 뒤에 유희진의 또 다른 파트너로 등장할 헨리 킴(대니얼 헤니)까지 그들의 관계 구성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척척 장단을 맞추며 서로 막가고 있는 김삼순과 현진헌의 관계가 재미있기는 해도, 그 한쪽 현진헌의 캐릭터는 솔직히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의 변형인 듯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3] - <…김삼순> 인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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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닌 일상의 판타지
<싱글즈>의 노혜영 작가는 “나난(장진영)은 내 모습에 가깝지만 동미(엄정화)는 우리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을 해내는 캐릭터”라고 말하면서도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의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일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던 후배가 <싱글즈>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화를 했다. 스물아홉이니까 결혼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렸던 친구도 결혼을 미루기로 했다고 하더라. 괜히 민폐만 끼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누구나 동미처럼 창업을 하고 미혼모가 되는 길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동미는 어느 정도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백마 탄 왕자님이나 완벽한 솔메이트를 기다리는 동화가 아니다. 하고 싶고, 누군가는 할 수도 있는, 일상의 판타지인 것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는 <싱글즈>와는 달리 작위적이긴 하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신영(명세빈)은 치과 의사와 항문외과 의사, 병원장 아들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2] - 김석윤 PD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