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오즈적인 것에 대한 통념
그래서 살아생전 오즈는 언제나 영화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단지 이런 점들은 확연하다. 오즈는 우선 화면의 ‘구도’를 중시한 감독이다. <꽁치의 맛>에까지 오즈의 영화는 언제나 스탠더드 표준화면으로만 만들어졌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 것에 항상 늦은 편이었지만 그가 토키영화와 컬러영화 모두를 만든 것에 비해 당시 유행하던 시네마스코프로 한편의 영화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언제나 50mm 표준렌즈만을 썼다. 오즈의 촬영감독 아쓰다 유하루는 오즈가 화면의 구도를 맞추기 위해 식탁 위에 큰 맥주병과 작은 맥주병을 가져다놓고 번갈아 사용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또한, 전후로 넘어가면서 광학적인 방식, 즉 디졸브나 페이드 인 아웃으로 숏을 넘기는 법도 없었다. 오직 커팅뿐이었다. 오즈의 편집감각은 유명하다. <동경이야기>를 만들 때는 3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그 신화의 현장 도쿄를 가다 [3]
-
1. 오즈를 추억하는 일본의 풍경
이제 오즈 야스지로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고, 그가 죽은 뒤로 40년이 흘렀다. 그는 태어날 때 이미 약속이나 한 듯이 12월12일 육십 번째 생일날 다시 돌아갔다. 자신의 영화처럼 ‘완전한 구도’로 살다간 그 우연성을 작은 신화로서 보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오즈 100주년에 맞춰 현지의 공기를 직접 느낀다는 취지하에 도쿄로 향하기 전날, 엘비스 프레슬리를 찾아 멤피스로 향하는 <미스터리 트레인>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때때로 제어할 수 있는 신화가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오즈 100주년에 맞춰 일본의 NHK는 거의 매일 저녁 그의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행선지 곳곳에서 그들의 취재카메라를 마주하기도 했다. 아카이브이면서 상영관이기도 한 도쿄필름센터는 11월18일에서 2004년 1월25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오즈의 회고전을 상영 중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그 신화의 현장 도쿄를 가다 [2]
-
현대 영화의 무의식이 된 거장
오즈는 미조구치 겐지와 구로사와 아키라가 시대극으로 서구의 영화진영에 제국의 매혹을 뿌리고 있을 때조차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전전 할리우드 모방기를 거치고,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이른바 오즈 스타일의 영화에 이르고 나서는 반복 속에 차이를 두면서 천천히 시대를 타고 갔다. 오즈 영화의 인물들은 일본의 전통 가옥 안에 앉아 날씨와 음식에 대해, 장례와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시에 모던한 바와 사무실에 앉아 네온사인과 기계소리를 보고 듣는다. 오즈는 변해가는 시대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소박하다’는 착각을 주는 상상불허의 방식으로 상업·예술영화를 만들었다.
오즈 탄생 100주년을 맞아 <씨네21>은 ‘오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일본 현지의 공기를 마시고, 그의 묘지에 물을 뿌리고, 전시장과 상영관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오즈를 말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평론가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그 신화의 현장 도쿄를 가다 [1]
-
<반지의 제왕>은 도박과도 같은 프로젝트였다. 성경 다음으로 많은 독자를 거느린 판타지의 고전을 실사영화로 만들어내겠다는 시도 자체도, 3부작을 한꺼번에 촬영해 1년에 한편씩 개봉하겠다는 전략도 무모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의아했던 것은 촬영은 물론 후반작업까지도 뉴질랜드에서, 현지 인력과 함께하리라는 결단이었다. 이런 규모의 영화를 감당할 수 있고, 그런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춘 것은 ‘오직’ 할리우드뿐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뉴질랜드로 가져왔고, 결국 뜻대로 만들어냈다. 이 반전은 경이로웠다. 중간계의 웅대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뉴질랜드의 자연 풍경은 그렇다쳐도 소품과 의상, 세트와 컴퓨터그래픽까지 아우른 솜씨는 선발주자인 할리우드 부럽지 않았다. 이제 뉴질랜드 영화인들은 “할리우드에서라면 <반지의 제왕>을 절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게 된다. 뉴질
<반지의 제왕>으로 전환점 맞은 뉴질랜드 영화산업 [1]
-
-
안녕, 프로도. 안녕, 네오. 안녕, 터미네이터… 설마, 안녕 맞겠지?
2003년은 많은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흘러갔다.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3부작이 막을 내렸고, 그레고리 펙과 캐서린 헵번, 엘리아 카잔, 장국영이 부고를 전해왔다. 누군가 다시 들어온다 해도, 이들이 떠난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비워진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해를 정리하는 지면은 쓸쓸하기보다 기운차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내놓은 걸작 <미스틱 리버>를 필두로 잊지 못할 영화들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두고두고 전해질 명대사들이, 올해도 가득하다. 마음대로 뽑아본 올해의 베스트와 워스트 부문 수상자들을 추억하며, 행복한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 스물여덟명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열편을 다시 보는 일도 한해를 보내고 한해를 맞는 괜찮은 숨고르기 방법이 아닐까 한다.
알뜰상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40만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탓인지 올해는 유독 절약
2003 한국영화 결산 [7] - 올해의 기상천외 BEST 10
-
화질 / 사운드 / 서플먼트 / 한국영화 - 부문별 BEST 5
화질 부문
1. <니모를 찾아서>(44점)
2.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확장판(36점)
3. <원더풀 데이즈>(20점)
4. <엑스맨2>(19점)
5. <매트릭스2 : 리로디드>(18점)
설문조사를 진행한 시점에는 아직 <니모를 찾아서>가 출시되기 전이었고, 리뷰용 샘플을 본 사람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베스트 1에 올려놓았을 정도로 탁월한 화질로 압도적인 투표 수를 얻어 픽사의 명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확장판은 두 번째 디스크에 비해 첫 번째 디스크의 화질이 다소 불안정하고 낮장면의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높은 해상도로 실사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었다.
3D애니메이션의 이점이 있기는 하
2003 한국영화 결산 [6] - 올해의 DVD BEST 5
-
올해의 감독 장준환 - 괴팍한 상상력의 제왕
“상상력의 독창성만 따진다면 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만큼 독보적인 존재를 아직 보지 못했다. 어쩌면 한국 영화사의 가장 개성적인 감독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이가 바로 우리 시대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흥분감마저 느끼게 한다.”(홍성남)
이제 첫 영화를 찍었을 뿐인데, 어떤 이는 장준환 감독을 김기영 감독에 비교하기도 한다. 괴이한 상상력과 B급 감수성으로 충만한 <지구를 지켜라!>가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어떤 ‘반역적인’ 기운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리라. 전국 6만8천여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내외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은 점 또한 그러한 감성을 높이 산 탓일 것. “괴팍하고 귀여운 몽상가”(박평식), “장르적 기본기가 튼실하면서도 B급 영화적 상상력이 충만한 진정한 할리우드 키드의 탄생”(심영섭), “영화적으로 사유하고 영화적으
2003 한국영화 결산 [5] - 올해의 영화인 BEST 4
-
<살인의 추억> 송강호·<바람난 가족> 문소리
추웠다. 올해 최고의 배우로 뽑힌 두 배우가, 우연히도, 함께 출연하고 있는 <효자동 이발사>의 세트장은 차가웠다. 그것은 뚝 떨어진 기온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송강호와 문소리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활화산같이 불타오르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반대로 빙점(氷点)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는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범인의 목덜미를 쥔 채 “밥은 먹고다니냐”고 조용히 읊조린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는 “잘할게”라며 다가오는 남편에게 “넌, 아웃이야”라는 냉정한 인사를 던지고 걸레질을 한다. 그들은 폭발하지도, 터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서늘하고 냉정한 기운으로 2003년 영화계를 기분 좋게 얼렸다. ‘냉정한 송C, 문C’와 나눈 ‘뜨거운’ 5문5답.
올해의 배우 - 송강호
가치관의 혁명은 연기의 혁명을 낳고
2003 한국영화 결산 [4] - 올해의 배우 BEST 4
-
한국영화
순위 제목 관객 수(명)
1 <살인의 추억> 187만7천
2 <동갑내기 과외하기> 159만5430
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128만2820
4 <장화, 홍련> 99만3600
5 <오! 브라더스> 93만5680
6 <황산벌> 89만3510
7 <올드보이> 88만3510
8 <선생 김봉두> 85만8400
9 <싱글즈> 81만6770
10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74만1100
외국영화
순위 제목 관객 수(명)
1 <매트릭스2 리로디드> 147만9960
2 <매트릭스3 레볼루션> 91만6300
3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83만6500
4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83만3180
5 <영웅> 80만8400
6 <시카고>
2003 한국영화 결산 [3] - 올해의 흥행 BEST 10
-
1.<지구를 지켜라!>
“데뷔작으로서 <지구를 지켜라!>는 최고의 영화다.”(김봉석)
“이 황당무계하지만 탁월한 상상력이 그저 재기발랄한 농담으로 치부되고 만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차라리 병구의 광기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유운성)
<지구를 지켜라!>는 새로운 영화다. 수많은 평론가의 지지는 그 새로움을 반기는 환호성일 것이다. 아마 그들에게 <지구를 지켜라!>는 리얼리즘의 또 다른 출구를 발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를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 영화 모두 기존 한국영화의 한계를 돌파하는 비약의 순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구를 지켜라!>는 그 상상력의 규모 면에서 기존 한국영화를 압도해버린다. 주인공 병구가 지켜야 할 것은 애인이나 가족,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바로 지구다. 그는 무엇으로 지구를 지키려
2003 한국영화 결산 [2] - 올해의 영화 BEST 5
-
작가주의에게 해 피 엔 딩
2003년 최고의 영화는 무엇일까? 올해 최고의 감독과 배우는 누구인가? <씨네21>은 올해도 기자, 평론가 28명에게 설문을 보내 올해의 영화인과 올해의 영화를 선정했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시나리오, 촬영, 제작자, 남녀 배우, 남녀 신인배우 등 8가지 부문에서 뽑아달라고 부탁했으며 올해의 영화는 1위부터 5위까지 베스트 5편의 명단을 주문했다. 기사는 올해의 영화인 가운데 남녀 배우로 선정된 송강호, 문소리의 이야기로 시작해 영화인 각 부문 선정자를 밝힌 다음 올해의 영화 베스트 5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배치한 외화 결산 각 부분 최고상은 유머를 덧붙인 보너스다.
★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5
김봉석 지구를 지켜라 / 영매 / 바람난 가족 / 장화, 홍련 /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김소영 바람난 가족 / 올드보이 / 살인의 추억 / 4인용 식탁 /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
김소희 영매 / 질투는 나의 힘 / 올드보
2003 한국영화 결산 [1] - 2003 Best of Best
-
촌스럽고 솔직한 블록버스터를 찍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은 달변이다. 말도 빠르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아직 관객이나 평론가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일단 말을 시작하면 거침이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 그것이 강우석 감독의 성공비결이고 에너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실미도>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한국영화의 현재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첫 기자시사회가 열린 지난 12월10일에 김봉석, 남동철 두 기자가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남동철 | 슬픈 영화 또는 눈물나게 만드는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연출했다.
강우석 | 슬픈 영화를 찍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찍다보니까 영화가 슬퍼지더라. 장면장면이. 실화에선 훨씬 처참한 장면이 많은데 꼭 그대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했던 게 많다. 예를 들어 <복수는 나
국가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 <실미도>와 강우석 [2]
-
<실미도>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호평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공격적인 마초이즘에 가득찬 수십명의 남자들 이미지뿐이었고,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매혹보다는 폭로성 다큐멘터리에 어울림직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이중의 직설법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웰메이드’라는 기준에서는 다소 엇갈리는 평을 얻고 있지만 강우석식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로운 <실미도>의 이모저모를 강우석 감독론과 인터뷰를 통해 전달한다.
의미 있는 과욕, <실미도>
강우석과 <실미도>.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란 정치영화를 만든 적은 있지만, 강우석의 장기는 어디까지나 상황과 캐릭터가 끌어가는 코미디였다.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서 벌이는 절박함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북파공작원의 억울한 죽음을 그린 <실미도>에는
국가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 <실미도>와 강우석 [1]
-
김봉석 | 해외도 그렇긴 한데 국내의 경우는 마니아와 일반 관객이 공포영화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태도의 간극이 더 크다. 직접 느끼기에는 어떤가.
김송호 | 우리나라 팬덤은 해외 공포영화 팬덤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 단적으로 외국에서 원판 소스들을 주문하는 양만 따져봐도 한국이 몇위 안에 들 거다. 그렇게 많은 마니아들이 있는데도 그동안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김종철 | 한국의 호러광들은 해외 원판을 들여오는 데 주저없이 몇 십만원씩 내놓지만 국내 공포영화 활성화를 위해선 절대 안 내놓는다. 업체들 또한 마찬가지다. ‘호러존’만 하더라도 통신업체들로부터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말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서버 정도만 지원해줘도 좋은데, 어느 업체에서도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호러팬들에 의해서 꾸려질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론 그 안에서도 상업적인 시도들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순수 어쩌고 하는.
김송호 | 국내에서 출시되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한국 공포영화 총정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