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상 수배극’이라는 슬로건을 건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16년 전 있었던 실화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이며,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박진표 감독은 세편 모두 실화 소재의 영화를 만들었다. 소재가 된 사건의 전모, 급박했던 제작 상황, 영화 속 실제와 허구의 묘한 동거, 박진표 영화의 특징 등에 초점을 맞춰 <그놈 목소리>를 살펴본다. 그리고 현상 수배극이라는 영화를 만든 이 감독, 박진표는 누구인지를 덧붙인다. <그놈 목소리>를 통해 보는 ‘영화와 사람’, 박진표와 <그놈 목소리>에 관한 1인2색.
영화사에 기록된 유명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76년 미국 댈러스에서 로버트 우드라는 경찰관이 총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랜덜 데일 애덤스라는 청년이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훗날 80년대에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 수감 중인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다른
<그놈 목소리>와 감독 박진표 Part 1
-
뻔한 그대의 뻔뻔한 매력!
로맨틱 코미디 속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들
인물설정
여자주인공: 예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풀리는 일이 유난히 없는 인물. 천방지축에 낙관적 인생관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사고뭉치지만 미워하기 힘든 귀여운 인물. 일반적으로 애정운이 무척 없어서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아예 없거나 사귄다 해도 남자한테 꼭 채인다. 일은 제대로 해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다 해도 사랑문제에서는 유난히 바보천치처럼 구는 게 특징이다.
남자주인공: 잘생겼는데 싸가지가 없다. 무뚝뚝하고 거만하지만 잘나가는 인물인 경우가 많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남자주인공은 쌈짱인 경우가 많고, 20대 후반 이상의 나이라면 잘 나가는 전문직이거나 새로 온 회사 간부인 경우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평범한 남자들도 각광을 받는 사례가 있다.
도입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예: 여주는 진실로 열심히 사는 인물이기 짝이 없으나, 언제나 삽질을 거듭한다. 불어나는 몸무게와 정
난 이 영화의 다음 장면을 알고 있다!
-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 신작 <천년여우 여우비>로 돌아왔다. 장편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는 5년 만의 귀환이다. 그러나 이성강을 한 사람의 영화작가로 평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지난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이성강의 실사장편영화 <살결> 이후 2년 만의 귀환으로 보아야 한다. 천국과 지옥처럼 전혀 다른 세계를 담고 있는 <천년여우 여우비>와 <살결>은 이성강의 마음속에서 동시에 탄생한, 서로의 속내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양면을 지닌 우리 시대의 작가 이성강을 만났다.
<마리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화법으로 돌아오다
이성강 감독의 신작 <천년여우 여우비>는 불협화음이 내는 묘한 화음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구미호 여우비는 뚱딴지처럼 고향을 떠난 외계인들과 함께 살고, 영화의 맥락에는 하등 관계가 없을 듯한 변기의 영혼이 등장해
두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로 돌아온 이성강 감독
-
미국 횡단여행을 해보지 않고 미국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 사람은 없지만 한번쯤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여행길이다. 또 자동차로, 오토바이로, 때로는 잔디깎이까지 동원해 미대륙을 가로지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런 매력을 부추긴다.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가득한 독자들을 위해 취향 따라 골라서 즐길 수 있는 미국 횡단여행 패키지를 소개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짐은 싸지 마시라. 영화가 끝나면 여행도 끝나니까.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
궁극의 화장실 유머를 실천하는 이색 문화 탐방
준비물: 특수제작 V자 수영복, 파멜라 앤더슨 브로마이드, 일행 중 한명이 식탁에 똥 봉투를 들고 와도 웃는 여유, 언제 어디서나 튈 수 있는 순발력과 주력.
여행 테마: 미국식 유머감각과 식사예절, 음주문화, 애국심, 신앙심 등등을 배워서 익히며 상호 호혜 정신에 입각해 ‘창녀 여동생과 저능아 남동생이 섹스를 한다’는 카자흐스탄식 유머감각을 널리 전파.
일행:
찌질이들과 함께하는 미국 횡단여행 패키지
-
-
상영관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스크린에 노란 상자가 통통 튀어와 펑 하고 터지는 영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깔리는 목소리. “쇼우-박스.” 굳이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영화관을 종종 찾는 관객이라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목소리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에서 배급하는 모든 영화의 리더 필름(leader film)에 등장하는 이 로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랜트 스톰보 아메리칸 보이싱 서비스 대표. 한때 한국에서 전무하다시피한 영어 전문 성우였기에 웬만한 영어 로고나 CF 징글은 모두 그를 거쳤을 정도다. 대표적인 것은 배우 이덕화가 닫힌 문을 두 주먹으로 때리는 1982년의 유명한 광고 “TRY”. 90년대 말 출범한 신생 케이블 영화채널들도 그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존재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오-시-엔”, “캐치온”, “캐치 플러스”부터 “에로틱~아일랜드”까지, 모두 깊고 중후한 스톰보의 목소리다. 노벨상 받은 의학박사님의 진지한 얼굴 위로 겹쳐지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발효유 윌 CF, 영화사 쇼박스 로고 목소리 그랜트 스톰보
-
“Feels Good, Cion”, “Outback Steakhouse”, “Are you Gentle?”, “Excellence in Flight”. 메들리를 하듯 익숙한 음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휴대폰, 레스토랑, 자동차, 항공사…. 두서없이 모아놓은 듯한 광고들. 하지만 그 말미에 마침표를 찍듯 카피를 내뱉는 목소리는 한 사람의 것이다. 리처드 김. 재미동포 2세로 광고 속 미끈한 영어 발음의 주인공인 그는 늘 자신의 휴대폰에 30여곡의 광고음악을 저장하고 다닌다. 이는 가수가 데모 테이프를 챙기듯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 하루에 몇번은 무심코 지나쳤을 문구들이 그의 음성을 타고 라이브로 전해지는 순간, 리드미컬한 한줄의 카피가 마법처럼 귓가를 사로잡는다. “광고를 보며 중년의 외국인을 상상했는데, 제가 성우라는 걸 알고 ‘깬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웃음)” 리처드 김이 한국에서 성우로 일한 기간은 불과 2년.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입혀
싸이언 등 휴대폰, 대한한공 CF 목소리 리처드 김
-
“한밤중에 일어나 냉장고 소리에 귀기울여보겠어요. 추운 겨울 아침, 밤새 돌았던 보일러를 느껴보겠어요. 이들이 눈물겨운 것은 존재의 목적이 있기 때문.” 이게 대체 무슨 소리? 낭랑하고 사랑스러운, 꿈결 같은 목소리가 뚱딴지같은 문장을 읊조린다. 박찬욱 감독의 ‘소꿉놀이’ 소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전편에 잔잔히 흐르던 정체불명, 신원 미상의 수상한 목소리다. 영화 속 라디오의 정체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우 주유랑. “…슬픔에 잠기는 것, 죄책감,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 설렘, 감사하는 마음. 이상, 순서는 나쁜 순서대로였어요” 같은 대사를 시 낭송처럼 속삭이며 영군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장본인이다.
그가 연기한 아나운서 목소리는 처음부터 영화에 나온 것처럼 맑고 예쁜 느낌으로 의도된 건 아니었다. 영군에게 불가해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인 만큼 원래 설정은 준엄하고 카리스마적인 지배자에 가까웠다. 오디션에 참가해 연출부의 지시대로 연기를 끝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라디오 아나운서 목소리 주유랑
-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몬스터>의 덴마, <바람의 검심>의 켄신, <하얀 마음 백구>의 성견 백구까지. 성우 구자형의 팬카페에 올라온 ‘쾌남전문성우’라는 말은 그동안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의 공통점을 단박에 짚어낸다. 구자형의 목소리는 언제나 정의를 지키고 진실을 밝혀왔다.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그의 음색과 높낮이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안 그래도 잘생긴 미남 캐릭터들의 외모마저 돋보이게 했다. 하다못해 백구마저 잘생긴 토종 진돗개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구자형 자신은 주변의 이런 평가에 대해 조금은 냉정한 태도를 견지한다. “매력으로 느껴준 것은 고맙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비슷한 캐릭터만 맡아온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는 것은 아니다. “모두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죠. 스파이크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고, 덴마는 처음에는 어수룩하지만 점점 인간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바람의 검심>의 켄신 목소리 구자형
-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유치원 원장님은 노처녀 선생님들 사이에서 외롭게 떠 있는 섬이다.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뜻하지 않게 화를 내는 것으로 오해받고 아이들에게는 두목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다. 타고난 섬세함과 본의 아닌 터프함을 지닌 원장의 성격은 목소리를 덧입힌 성우 설영범의 연기 덕에 더욱 구체화된다. <곰돌이 푸>의 감성적인 호랑이 티거와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버섯돌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대마왕 목소리기 모두 설영범의 것이라면 원장님의 야누스적인 목소리 역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유치원 원장은 여자분들이잖아요? 아이들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요. 짱구의 원장님은 거칠게 생긴 남자지만, 그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에요. 남들이 듣기엔 내 목소리에도 그런 모습이 있었나봐요. (웃음)”
베테랑이란 말을 붙이기에도 부족한 경력 30년의 성우지만, 설영범은 원
<짱구는 못말려>의 유치원 원장, <곰돌이 푸>의 티거 목소리 설영범
-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던 당신은 아마 정차역을 알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졸음을 쫓아냈을 것이다. 퇴근 뒤에는 집에 돌아와 <무한지대 큐!>를 보며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주말에 찾을 맛집을 알아보기도 했을 것이고, 밤에는 <비타민>의 그녀 덕에 몸의 이상여부를 각성했을지도 모른다. 성우 강희선의 목소리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하면서도 또렷하고, 빠르면서도 정확하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쉴새없이 뿜어대는 내레이션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멘트도 많지만, 잡아죽일 듯이 질러대잖아요. (웃음)” 1년에 한번씩 새로 녹음하는 지하철 안내방송도 힘들긴 마찬가지. “같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듯” 일정한 톤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 저녁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고객이 원하니까
지하철 안내방송, 샤론 스톤 전담 목소리 강희선
-
일본 애니메이션? 검색창에 제목만 쳐도 동영상과 자막이 한 묶음으로 뜨는 시대다. 한데 유독 ‘한국어 버전’을 찾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다. 원작만큼이나 더빙판에 관심이 몰리는 상황.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애니맥스에서 방영 중인 <허니와 클로버>다. 한국의 유명 성우들이 일제히 포진한 한국어판 <허니와 클로버>에서 기청감(旣聽感)을 절로 자아내는 목소리 중 하나는 하나모토 교수. 귀가 밝은 이라면 포착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유쾌한 콧소리는 짱구 아빠와, 정갈하게 떨어지는 어조는 <ER>의 닥터 그린과 꼭 빼닮았다는 것을. 이래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아기공룡 둘리>의 명곡 ‘라면과 구공탄’을 떠올려보시길.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좋은 라면~”을 열창했던 마이콜, 그가 바로 성우 오세홍이다.
“성우 일을 한 지 벌써 만으로 30년째예요.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죠. 솔직히 내가 성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콜 목소리 오세홍
-
<논스톱> <궁s> 등 이름만 시즌제 드라마인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현실과 한계
만들 당시부터 시즌제를 표방했고, 연출자와 세트는 같다. 그리고 제목은 ‘비슷’하다. 이 드라마는 시즌제 드라마일까 아닐까. MBC <궁> 뒤에 ‘s’를 붙여 나온 MBC <궁s>는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 만들기의 ‘애매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정대로라면 <궁s>는 <궁 시즌2>가 돼야 했다. 그러나 <궁> 1년 뒤 등장한 <궁s>는 제목도, 캐스팅도, 심지어 제작사도 다른 작품이 됐다. 같은 건 <궁>의 제작사에서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린 <궁>의 제작진이 <궁s>도 만든다는 것뿐이다. 미국 기준에서 <궁s>는 잘 봐줘야 <CSI>와 <CSI: 뉴욕>의 관계처럼 같은 설정을 가지고 만든 스핀오프일 뿐이다. 그러나 <궁s>는 ‘한국적인’
스핀오프와 시즌제 드라마 사이
-
소심 직딩 생활백서
<오피스>(The Office)
동서양을 불문한 진실 하나. 직장은 지옥이고 상사는 악마다(어머 정말?). <오피스>는 미 동부의 침울한 소도시 스크랜튼에 위치한 제지회사 직원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시리즈다. 얼마나 현실적인고 하니, 아예 다큐멘터리팀이 직장인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촬영을 한다는 컨셉이다. 이른바 모큐멘터리(Mockumentary)드라마라 일컬을 만한 이 같은 설정에서 제작진은 과도한 극적 양념을 제거한 채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승부를 걸고, 볼품없는 보통 샐러리맨들의 숙맥 같은 삶은 금세 브레히트적 슬랩스틱과 블랙코미디로 변한다. <오피스>는 원래 영국 <BBC>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동명의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 솔직히 말해 미국판 보스 스티브 가렐보다는 영국판 보스 리키 저비스가 훨씬 악질적으로 웃기지만, 두 버전 모두 기절할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국 TV드라마 시리즈 10
-
류승완 감독의 <로마>부터 정정훈 촬영감독의 <24>까지
미국 드라마의 놀라운 변화는 영화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충무로 영화인들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인 10명으로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지지하며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와 그 이유에 관해 들어봤다.
영화는 불가능한 거대 서사의 힘
<로마>(Rome) SBS 목요일 밤 1시30분, DVD 출시
TV를 안 본 지 4년째 되는데, “요즘은 할리우드영화보다 미국 TV시리즈의 완성도가 좋다”는 프로듀서의 강압에 못 이겨 보게 됐다. 그런데 막상 DVD를 플레이한 뒤 그 자리에서 12부를 모두 볼 수밖에 없었다. 졸려 죽겠는데 다음 디스크를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게 <로마>였다. 우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거나 역사적 사실을 조금씩 뒤트는 재미가 대단했다(이를테면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나온 아이의 비밀). 그리고 영화가 도무지 따라잡을 수
영화인 10인의 ‘나의 베스트 미드’